독립구단 고양 원더스의 한 시즌이 끝났습니다.
열심히 달려오셨는데, 다른 시즌보다 느끼는 게 달랐을 것 같아요.
그럼. 아무래도 크게 다르지. 프로는 승패가 직접적인 영향을 끼치기 때문에 한 경기의 결과에 큰 집중을 해야지. 하지만 고양 원더스는 꿈과 열정을 가진 선수들이 훈련을 통해서 자리를 만들어가는 과정이니, 경기도 중요하지만 연습을 통한 기량발전이 더 중요해. 그런 부분에서 선수들과 운동장에서 시간을 많이 투자했어. 뜻 깊은 한해였다는 생각이 들어.
꿈과 열정을 가진 선수들을 지도하는데, 처음에는 애로사항도 꽤 있었을 것 같아요.
생각의 차이였지. (어떤 생각이죠?) 내가 이걸 왜 해야 하는가. 그러니까 운동장에 나와서 운동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이 아니고, 운동장에 나와서 내가 어떻게 해야 할지를 평소에 중요하게 생각해야 한다고. 처음 왔을 때, 우리 선수들에게 그런 부분이 조금 미흡했어. 이 선수들이 이런 생각의 차이로 실패를 맛봤던 것이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었지. 선수들에게 목표의식을 갖게 하는 것이 중요했어. 그런 의식을 심어주고 훈련에 돌입하기 시작했지.
코치님이 말씀하신 그 생각을 심어주는 데에는 어느 정도의 기간이 걸리던가요?
기간이라는 것을 딱히 측정할 수는 없어. 하루 만에 느끼는 선수도 있고, 1년이 되도록 느끼지 못 하는 선수가 있지. 그런 선수들에게는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는 편이야. 그래도 많은 선수들이 지금은 좀 느끼고 있는 것 같아. 아직 100프로까지는 아니지만 많이 좋아졌어.
원더스가 2군리그에서 선전을 했어요. 하지만 아쉬운 점도 있을 것 같은데요.
어차피 이곳에서는 훈련과 실전경험을 통해 기량발전을 하는 것이 먼저지. 그래도 올해 5명이나 프로에 갔잖아. 반면 프로에 갈 수 있다고 평가받던 선수들이 있었다고. 그 선수들이 가지 못한 것이 아쉬워. 그런데 일이라는 게 다 생각대로 될 수는 없는 법이지. (좀 더 힘주어 말하며) 프로가 말만 프로가 아니야. 프로에는 항상 ‘험난한 벽’이라는 고비가 있다고. 그러니 선수들은 막연하게 프로에 갈 생각보다는, 자기 실력과 모든 것이 겸비되지 않는다면 프로구단이 자신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것을 꼭 알아야해.
이 팀이 대학민국 최초의 독립구단입니다.
코치님이 구단의 제의를 수락할 때 생소한 부분이 많았을 것 같은데요.
그렇지. 처음 제의가 들어왔을 때, 30년 동안 선수, 코치, 수석코치, 감독대행까지 했지만 생소했던 게 사실이야. 독립구단이 어떤 식으로 운영되는지, 또 내가 가서 어떻게 해야 하는지 정립이 안 된 부분이 있었다고. (확신에 찬 목소리로) 그렇지만 기회를 받지 못한 선수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는 것이 원더스의 가치잖아. 여기서 이 선수들과 해보면 뭔가 다른 의미와 보람도 있겠다는 생각을 가졌지. 물론 김성근 감독님께 배울 것도 많고.
이런 부분은 코치님께서 모시던 감독님들과 차이가 많을 것 같은데요?
물론 감독님들마다 특성이 다 있는데 김 감독님 같은 경우에는 미루는 법이 없어. 빠른 실천력이 상당히 강하시지. 또 안 되는 부분은 바로 그 자리에서 해답을 찾기 위해서 도전하시지. 그런 것들이 다른 감독님들보다 열정적이지 않나 생각해. 실수는 누구나 하는 법이야. 하지만 이 선수가 실수했을 때 어떤 대비를 하고 있었느냐, 쉽게 말하면 예습과 복습을 얼마나 하고 있느냐를 많이 강조하시지. 프로선수도 완벽하지 않은데 이 선수들은 미흡한 부분이 더 많잖아. 감독님의 생각은 실수한 선수가 혼자 남아서 새벽이 되더라도 그 부분에 대해서 복습을 해야 한다는 거지. (다시 강조하며) 그런 선수가 되어라 이거지. 준비가 안 된 선수가 어떻게 상대와 싸워서 이길 수 있겠어?
김 감독님의 스타일을 강한 아버지 스타일이라고표현하기도 하는데,
흔히들 수석코치에 대해서 어머니라고 표현합니다.
코치님께서는 팀의 수석코치로서 어떤 스타일로 선수들을 지도하고 있나요?
누가 어머니라 그래? (웃음) 그렇지. (자세를 고쳐 앉으며) 아무래도 우리는 서로 몸을 부딪치는 상황이 많으니까. 이제는 선수들과 눈높이를 맞춰야하지 않나 생각해. 선수의 기량은 사람마다 다르지. 몸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 하나의 기준을 가지고 모든 사람을 맞춰간다는 것 자체가 참 힘들어. 그렇다보니 아무래도 감정적인 것보다 이성적으로 선수들에게 다가가는 것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데 좋은 방법이더라고. 운동이라는 것이 아무래도 생각 자체가 밝을 때, 부정적인 생각보다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을 때 효율이 더 높다고 생각해. 경험적으로도 그렇고. 혼나면서 운동할 때보다 칭찬을 받을 때가 끝나고 나서 기분도 좋고, 효과도 크지. (강조하며) 그렇지만 기본기라는 것은 하나를 맞추기 위해 한 우물 파듯이 인내를 가지고 끝을 봐야하는 거야.
선수들과 장난도 많이 치는 것 같던데요.
그라운드에서는 장난을 치면 절대 안 되고. 선수들의 평상시 습관을 가지고 동기부여를 줄 때 장난을 치곤해. 어떤 선수는 농담을 받아주는 선수가 있고, 가슴에 묻는 선수가 있기 때문에 평소 스타일을 보고 선수를 맞추는 방법을 찾지.
대부분 어린 선수들인데, 공감하기 위해 평소 노력하는 부분이 있을 것 같아요.
그냥 일상생활이더라고. 예를 들어서 싸이가 강남스타일로 유명하잖아. 그런 정보를 듣고 그냥 흘려버려서는 안 되더라고. 난 나이가 들었으니 나와 무조건 맞지 않다고 생각하지 않고, 선수들과 같이 어울리게 되면 그런 이야기가 나왔을 때 공감하기 쉽더라고. 내가 모르면 서로 대화가 단절되기 때문에 선수들이 좋아하는 것이 뭔지 알기 위해 노력을 하는 편이야. 사실 전화 걸고 받는 것만 하면 되는데, 스마트폰으로 바꾼 이유도 그런 노력 중 하나가 될 수 있어.
선수들과 소통하기 위한 방법을 들려주셨는데,
코치님은 스스로 생각하실 때 어떤 지도자라고 생각하시나요?
(멋쩍어하며) 본인이 어떤 스타일이라고 판단하기는 쑥스러운데, 그런 것은 선수들이나 주위에서 판단을 하겠지. 그냥 내 나름대로의 길을 가려고 하는 것은 싸움을 할 줄 알아야한다는 것이야. 게임이라는 것은 항상 상대랑 하게 되어있어. 상대를 이기기 위해서는 어떤 준비와 생각을 해야 하는지, 상대의 생각에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 이런 부분에 대해서 선수들하고 대화를 많이 하고 있지. 아무리 연습을 많이 하고 잘해도, 시합에서 보여주지 못하면 필요가 없어. 그런 부분에서 30년 동안 코치생활하면서 경험했던 것을 선수들에게 많이 이야기해줘. 우리 선수들이 그런 부분을 듣고만 있는 게 아니고, 게임에서는 언젠가 그 상황이 오기 때문에 꼭 숙지하고 있었으면 좋겠어.
작년에 잠깐 감독대행을 수행하셨어요.
해보시니 감독과 코치는 어떤 점이 가장 다르던가요?
솔직히 감독에 대한 욕심도 있으실 것 같아요.
결국 팀을 하나로 만드는 것이 감독이지 않나 생각해. 이기는 야구도 중요하지만, 개성있는 선수들을 하나로 이끌어 갈 수 있는 리더십도 중요하지. 나는 감독대행하면서 그런 것들을 생각하면서 운영하겠다는 가치관을 갖고 있었어. 항상 준비하고 있던 것이기도 했고. 감독이 아무리 카리스마가 있어도, 선수들의 장단점을 파악할 수 없으면 팀의 성적도 좋게 나올 수 없더라고. 팀이 하나로 뭉치고 목표의식이 뚜렷해야지만 좋은 결과를 낳을 수 있어. (감독직에 대한 질문에 대해) 야구인으로서 그건 당연한 거지. 하지만 내가 한다고 해서 감독을 할 수 있는것은 아니잖아. 누가 말하길 감독은 하늘에서 점지해준다던데…. 그렇지만 나는 항상 감독 콜이 올 때까지 준비를 하고 있다는 것은 분명해. 나름대로 공부하고 김성근 감독님께 좋은 것들도 많이 배우고 있지. 원더스에서 배우는 모든 것들이 다 내 재산이더라고. 그래서 지금은 처음부터 해보자는 생각이 커. 코치시절 배웠던 것들을 돌이켜보고 있지. 위만 바라보면서 올림픽 우승도 해봤지만, 이제는 좀 돌이켜볼 때도 된 것 같아. 내가 왜 감독대행에서 감독이 되지 못했는지 다시 처음부터 시작하면서 돌이켜 보려고….
코치님과 두산 베어스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 생각해요.
코치님께 베어스란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은데요.
베어스란 팀은 나에게 생활이지. 어떻게 보면 가족보다도 더 가까웠던 것이 베어스였던 거야. 그러니 지금도, 내가 베어스에서 나왔지만, 언제든지 팀을 응원한다고. 팬의 입장이기보다 내가 아직도 그곳에 있다는 생각으로 지켜보게 되는 팀이야.
개인사정도 있었겠지만, 베어스를 떠나는 데 아쉬움도 많았을 것 같아요.
아쉬움보다는 ‘내가 떠날 때가 됐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 (손을 가로 저으며) 미련은 없었지. 베어스의 감독이 되지 못한 것에 아쉬움이 있을 뿐이었지. 반평생을 지키던 팀인데 내가 부족했구나…. 부족한 부분이 무엇인지 돌이켜보고 있어.
코치님은 긍정적인 에너지가 강하신 것 같아요.
(주먹을 힘껏 쥐며) 그런데 일이라는 게 그렇잖아. 부정적으로 생각하면 앞이 안 보이잖아. 그래서 선수들한테도 강조해. ‘미래를 봐라. 지금 눈앞을 보지마라. 당장 1시간 후에 어떻게 달라질지 모른다. 하루가 지나면 또 다르다.’ 그렇게 되려면 항상 긍정적이어야 한다고. 남 탓하고, 과거 탓하면 발전할 수가 없어.
얼마 전, 트라이아웃이 있었어요.
슬픔을 맛본 선수들의 트라이아웃과정에서 코치님은 어떤 생각이 드시던가요?
트라이아웃이 있다고 하니, 그냥 참가해보자는 생각으로 온 사람들이 의외로 많아. 본인의 생각보다 부모나 지인의 생각으로 현장에 온 선수들이지. 그런데, 그런 생각으로는 못 이기지. 절박함이 없으니까. 외부에서 볼 땐, ‘트라이아웃까지 오다니, 참 절박하구나.’라고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직접 보니 그런 절박함이 많이 없더라고. 절실한 사람은 행동부터 달라. 몸을 보면 누가 열심히 하고 있는지, 아닌지 다 안다고. 입으로만 열심히 하는 건, 열심히 하는 게 아니야. 그런 생각은 누구나 갖고 있어. 중요한 건 실행력인데, 실행력이 없어. 실행을 하더라도 끝을 볼 수 있어야해. 하다보면 어려움이 온다고. 그걸 이겨내야 하는데…. 그럴수록 타협하면 안 되지. 타협이 제일 좋지 않아. 그 고비를 넘겨야 다음이 보이는데. 그만 두는 것을 쉽게 생각하는 거야. 정신력이 약해.
그 과정에서도 트라이아웃을 통과한 선수들은 절박하게 야구를 하는데,
그런 선수들과 대스타들을 다루는 방식에 차이가 있을 것 같은데요.
선수의 멘탈은 기본적으로 똑같아. 초심, 초심하잖아. 그건 같다고 본다고. 스타플레이어들이 연습을 더 안 할 것 같지? 근데 걔네들이 더 해. 걔네들은 과정이라는 것이 딱 정해져있어. 내가 할 게 뭔지를 알아. 스스로 할 수 있는 능력이 돼야 스타가 되는 거지. 창의성이 없는 선수는 스타가 될 수가 없다고. 스스로 하면서 느껴야 해. 지도자가 이거해라, 마라. 밥 먹어라, 자라. 이러면 성공할 수 없어. (확신에 찬 목소리로) 성공하려면 그 선을 넘어서야해.
지도자 분들은 좋아하는 선수에 대한 취향이 다르다고 알고 있는데
코치님이 가장 중요하게 바라보는 점이 있을까요?
눈과 손이 항상 같이 가는 선수. 그건 기본기라고. 타격할 때도 눈과 손이 같이 가야하고. 눈 따로 손 따로 가는 선수는 힘들어.
올해 이희성 선수를 시작으로 원더스 선수들이 프로진출에 성공했습니다.
기분 좋은 이적이잖아요. 팀의 수석코치로서 어떤 기분이 드시던가요?
(감격에 겨운 듯) 어우, 정말 눈물 나더라고. 진짜 감동이랄까? 가고, 안 가고를 떠나 녀석들 손바닥이 곰발바닥이 되도록 스윙하고, 넘어지고 하다가…. (막혔던 말문을 이으며) 이렇게라도 프로를 가려고 했던 선수들이 하나, 둘 가니깐 참 행복했어. 원더스 같은 팀이 많아져야 해.
옆에서 볼 때 허민 구단주는 어떤가요.
아 대단하시지. 그 젊으신 분이 생각하는 부분이 우리랑 차이가 많이 나더라고. 그리고 이런 쪽에 투자를 한다는 자체가 야구인의 한 사람으로서, 또 사회의 한사람으로서 감사할 따름이지. 이런 자리를 만들어 주는 사람이 그동안 없었잖아. 진짜 존경스러워. 항상 고맙게 생각하고 있어.
독립구단에 대한 강한 필요성을 느끼고 계실 것 같아요?
(힘 있게) 당연하지. 일시적으로 끝나는 것이 아니었으면 좋겠어. 이번이 두 번째 트라이아웃이었는데, 그것만 봐도 작년보다 준비가 훨씬 잘 됐어. 독립구단이 홍보가 되고, 원더스가 어떤 팀이란 것을 알면서 프로를 포기했던 선수들이 희망을 갖게 된 것 같아서 참 고무적이야. 원더스에서 프로에 진출하는 선수가 나오면서 다른 선수들에게 동기부여가 되고, 기존 선수들은 그만큼 또 힘이 생겼잖아. 우리가 열심히 하면 올라갈 수 있다는 자신감도 생기지. 그리고 야구를 그만두거나 입대한 선수들에게는 독립구단에서 운동을 할 수 있다는 게 얼마나 중요하겠어.
코치님이 원더스에서 지도하면서 ‘좀 아깝다,’하는 선수가 있나요?
이승재 선수. 롯데에 있다가 좌절을 맛본 선수인데... 개인적으로도 그 선수가 좀 갔으면 좋겠어. 가정도 있고, 또 열심히 했고. (이)승재가 많이 좋아졌거든. 그런 부분에서 한 시즌 더 하다보면 기회가 오지 않을까. 올해 같은 경우 승재는 아쉬움이 있지. 하지만 아쉬움만으로 되는 건 아니잖아. 구단에서는 뭔가 부족해 보였으니까 선택을 안 한 거지. 그 부족한 부분을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알아채고 연습을 시켜 보완해야지. 내년에는 지명을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이 우리의 임무지.
코치님의 목표를 들어보고 싶어요.
원더스에서 주어진 임무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목표지. 기회가 되면 또 프로로 가서 멋지게 마지막 인사를 할 수 있는 게 야구인들의 공통적인 목표 아니야? 아니라면 거짓말이지. 지도자의 길을 걷고 싶은 게 당연하지. 이 나이에 사업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배운 게 제일 쉬운 거지. 쉽다는 것은 제일 재밌는 거고. 나는 운동장에 있을 때가 제일 행복해. (웃음)
마지막으로 원더스 팬들에게 한마디 해주세요.
여러분의 관심 덕에 이렇게 운동을 하고 있습니다. 프로야구도 마찬가지겠지만, 야구는 팬이 있어야 할 수 있습니다. 팬이 있어야 힘이 생깁니다. 팬 여러분을 위해 땀 흘려서 열심히 하겠습니다. 관심에 보답할 줄 아는 팀이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 •
김광수 코치는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 지도자다.
그는 지금 원더스에서 슬픔을 맛본 선수들과 함께 미래를 향한 힘찬 도전을 함께 하고 있다.
그의 도전이 특히 아름다운 이유는 대한민국 최초의 독립야구단에서
그 누구보다 절실한 희망을 찾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가 생각하는 ‘소통하는 지도자’로서 명성을 떨칠 수 있길 기대하며,
<더그아웃매거진>은 항상 그를 응원한다.
첫댓글 nfONVjYVQdHuZcbEOMAigThwGccXh