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한국인의 밥상> 제57회
추도의 ‘귀하신 몸’ 물메기 - 통영 물메기 밥상
▶ 방송일시 - 2012년 2월 16일(목) 저녁 7시 30분 (진행 최불암)
◆ KBS 1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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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영 사람들이 ‘미기’라고도 부르는 물메기는 못생겨도 맛은 천하일품인 겨울 진미. 11월부터 2월 사이 남해안에서 주로 잡히는 데 불과 30년 전만해도 잡어 취급을 받았다. 그러다 대구가 귀해지면서 해안가 선창에서 대구 대신 먹기 시작한 것이 겨울 별미로 자리 잡는 계기가 됐다. 행정구역상 통영시 산양읍 추도리 508로 분류되는 작은 섬 추도(楸島) 물메기가 세상에 알려지게 된 것도 이때부터다. 전통어구인 대나무 통발을 이용해서 잡는데다 할복하고 손질해서 민물에 깨끗이 씻어 말리는 것이 추도 사람들의 물메기 손질법. 이것이 다른 지역에서 나오는 물메기와는 비교할 수 없는 맛을 내주면서 추도 물메기는 ‘귀하신 몸’이 됐다. 덕분에 남녀노소 일심동체 작업으로 건조되는 추도 물메기는 이곳 사람들의 일 년 살림을 책임질 만큼 섬 경제에 미치는 비중이 커졌다. 물메기 때문에 울고, 웃는 작은 섬 추도. 우리나라 전 연안에서 나는 물메기가 통영의 작은 섬 추도의 특산품이자 별미 음식으로 자리 잡게 된 사연과 물메기로 차려내는 밥상을 소개한다.
추도 물메기잡이 터줏대감, 어부 2대
아버지에 이어 물메기를 잡는 윤석만씨는 추도 어촌계장이다. 올해 86살인 어머니가 18살에 시집왔을 때도 물메기를 잡고 말렸을 정도로 추도 물메기 건조 작업은 오랜 역사를 가졌지만 지금은 추도 전체에서 12척의 배가 물메기를 잡는다. 전통어구인 대나무 통발로 물메기를 잡고, 배를 따고 깨끗이 씻어 건조하는 작업이 무척 고되서다. 그래도 추도 사람들은 오랜 경험으로 물메기 철이 되면 온 마을이 일심동체 작업에 뛰어든다. 물메기를 잡는 것은
힘 있는 남자들 몫이고, 잡아온 고기를 해체해서 깨끗이 씻어내는 것은 여자들 그리고 열흘 가까이 잘 말려내는 것은 부부 공동의 일이다. 이른 새벽부터 밤 늦게까지 쉴 새 없이 바닷바람을 맞으며 하는 작업에 꽁꽁 언 몸과 속을 녹여주는 것도 역시 물메기. 추도 사람들의 겨울철 속풀이용 으뜸 요리인 물메기국과 된장을 넣고 지져내는 물메기찜과 꾸득하게 마른 물메기를 두툼하게 포를 떠서 지져내는 물메기 전을 소개한다.
32년 경력 요리사도 섬에 주저앉게 만든 추도 물메기의 맛
추도의 젊은 이장님 심천우씨는 부산 사나이다. 부녀회장을 맡고 있는 부인 이정순씨는 경남 산청이 고향인 산골 여인이다. 이런 부부가 추도에 들어와 살기 시작한 것은 13년 전.
전직 요리사인 남편이 취미인 낚시를 하러왔다가 추도에 반해 눌러 앉은 것이 계기가 됐다.
그렇게 섬에 정착한 후 주민들의 배를 7년간 타면서 물메기 잡이를 배운 후 5년 전부터 직접 잡고 건조하는 일을 하고 있는 데, 전직 요리사로 심천우씨가 권하는 추도 최고의 물메기 요리는 물메기 위장 수육과 물메기 아가미와 알로 담근 젓갈이다. 또 전직 요리사 부부가 물메기 대중화를 위해 개발한 웰빙 요리 - 건조메기를 이용해 만드는 물메기 샌드위치와 건조 물메기 껍질을 이용한 김밥 등도 소개한다.
천연기념물 후박나무 뒷집 팔십 노부부의 정월 대보름 밥상
추도에는 천연기념물인 후박나무가 있다. 마을 사람들은 추정 연령 500년생인 이 나무가 추도를 보호해준다고 믿으며 보호해 왔다. 그러나 김금돌 할아버지와 선순입 할머니에게는 이 후박나무가 영 마뜩찮은 존재다. 노부부의 집 마당에 떡하니 들어앉아 자라는 후박나무 가 천연기념물로 지정되면서 제약 받는 게 많은 때문이다. 그래서 77세의 할머니는 나무를 때는 부엌에서 매운 연기를 맡아가며 밥을 짓고 음식을 만든다. 아궁이의 붙박이 양은 솥 하나가 조리기구의 전부지만 이런 저런 요리를 뚝딱 잘도 만들어낸다. 정월 대보름을 맞아 오곡밥과 추도에서 직접 심고 가꾼 시금치와 무(추도에선 겨우내 밭의 채소를 뽑지않고 그대로 둔다. 얼었다 녹았다를 반복하면서 내는 채소의 맛을 즐기기 때문이다), 섬 야산에서 뜯어 말려 준비해놓은 고사리, 바닷가에서 뜯은 톳나물을 나물로 만들고 그에 곁들일 물메기국을 끓여낸다.
물메기 떡국으로 벌이는 정월 대보름 마을 잔치
정월 대보름쯤이면 물메기 작업도 끝을 바라보는 때가 된다. 그래서 미조마을 여인네들은 이즈음이면 마을 회관에서 같이 밥을 해먹으면서 물메기를 해체하고 건조하는 작업을 한다.
이때 여인네들의 언 몸과 속을 녹여주는 요리는 물메기 떡국. 다른 요리를 해먹으면서 남겨둔 건조 물메기 대가리부터 껍질, 뼈 등을 푹 우려낸 국물에 끓여내는 떡국 맛을 소개한다. 정월 대보름이면 추도 사람들이 즐겨한다는 윷놀이 판에서는 불에 살짝 구워내 오징어처럼 찢어먹는 건조 물메기가 최고의 술안주로 등장한다.
함경도가 고향인 실향민 해월댁의 물메기회와 갈치식혜
추도에선 ‘해월댁’이라 불리는 김해월씨는 함경남도가 고향이다. 한국전쟁 당시 부산으로 피난와서 경양식집을 운영하면서 살다가 우연히 남해 인근 낙도 아이들을 돕는 일을 하면서 알게 된 추도에 들어와 산지 30여년이 됐다. 전깃불은 커녕 오고 다닐 편한 길 조차도 없던 낙도에 들어와 집 주변에 온갖 나무와 꽃과 채소를 심어 가꾸면서 산다. 지금도 바다에 나간 마을 고깃배에 연락만 하면 싱싱한 물메기를 거저 얻을 수 있을 정도로 인심 후한 추도 사람들 덕분에 겨울이면 남편이 가장 좋아하는 물메기회를 즐겨 해먹는다데, 흐물흐물한 물메기 살을 식초에 조물조물 버무려서 꼬득꼬득하게 만들어 먹는 다는 물메기회와 추도산 갈치를 고향 함경도식 조리법으로 담궈 먹는 갈치식혜와 직접 기른 붉은깻잎과 브로컬리로 담근 장아찌와 만나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