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일/집결장소 : 2013.11.24(일) / 이매역1번출구(10시)
▣ 참석자 : 15명 (갑무, 세환, 용우, 정남, 종화, 진오, 원우, 경식, 재웅, 전작, 정한, 문형, 영훈, 광일, 양기)
▣ 산행코스 : 이매역(1번출구)-매지봉-산불감시탑-솔밭쉼터-정상-<원점회귀>-이매역(4번출구)
▣ 동반시 : "바람꽃" - 결혼하는 큰 딸에게 / 김정남
▣ 뒷풀이 : 일식회에 소주 및 맥주 / "일식 묵호"(기세환 산우 뒷풀이 찬조)
영혼이 영원히 사는 산, 동네 뒷산 정도로 생각하는 산, 영장산!
영장산은 ‘해발 413.5m로 성남시(분당구)와 광주시의 경계를 이루는 산으로 매지봉, 맹산등으로 불리어 왔으나 1999년 성남시 지명위원회에서 조선시대 각종 고지도를 근거로 하여 ‘영장산(靈長山)’으로 표기하고 있다.‘고 한다.
정상의 높이가 413.5m로 설악산이나 북한산 보다는 높지 않은 산이지만 고개와 평지가 적절히 조화를 이루고 있어 중, 노년층의 산행으로는 적절한 듯 하고, 경치보다 체력관리 측면이라면 영장산도 가히 명산에 들 만한 산이라고 느껴진다.
만추를 지나 낙엽은 뒹굴고 비가 올 듯한 초겨울의 날씨에 약속시간을 지키기 위해 부지런히 장비를 챙기고 길을 나섰지만 나이 탓인지, 닥치면 꼭 깜빡 잊는 것들이 왜 그렇게 많은 건지. 잊어버린 것들에 대한 아쉬움을 뒤로 하면서 지하철(분당선)을 탔는데 갑무 산우가 보인다.
오랜만에 만나니 반갑다. 뭘 하고 있었는지 옆으로 가 노크를 하니 그때서야 깜짝 놀라며 반긴다. 내가 사정상 오늘 산행에 참석을 못할 뻔하였는데 다행히 참석을 하게 되었고, ‘납회 산행(12월말) 때의 기자인데, 그날 참석을 못할 것 같아서 조 총장과 협의 후 오늘 내가 산행기자 임무를 수행한다’는 등의 시산회 산행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이매역에 도착했다.
집결장소인 이매역 1번 출구를 찾아가니 용우, 경식, 정한, 정남 등 여러 친구들이 보인다. 마지막으로 영훈 산우가 도착, 오늘 함께 산행할 총 15명의 산우들이 모여 영장산 정상을 향하여 보무도 당당하게 출발한다. 산행코스 안내는 성남에 사는 종화 산우가 예비답사를 하였다고 한다. 종화는 광주 갈현동(갈마치터널) 쪽으로 하산하여 ‘연리목’(사랑나무)도 구경하고 뒤풀이 음식으로 맛있는 팥죽이나 한방오리탕을 먹으면 좋겠다고 하는데 산우들 대부분이 맛있는 회가 더욱 먹고 싶고 세환 산우가 힘을 실어준 덕분에 원점회귀로 결정한 것 같다.
산행 길은 정리가 잘 되어 있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걸으면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정이 깊어서인지 만날수록 얘깃거리는 더욱 더 많아지나 보다. 조그만 봉우리(매지봉)의 간이휴게소에 운동기구들과 벤치가 보기 좋게 설치되어 있었다. 야탑역에서 올라오면 종지봉이 눈앞에 보이는데 그곳에도 솔밭 아래에 쉼터를 잘 만들어 놓은 것 같다. 단풍나무의 낙엽이 쌓여 있는 넓은 산길을 오르내리며 그렇잖아도 쉬고 싶은데, 누가 먼저랄 것 없이 배낭을 벗고 먹을거리를 꺼낸다. 감, 귤 등 과일과 준비해 온 막걸리로 잠시 목을 축이고 다시 출발한다. 비교적 순탄한 산길을 뒤처진 낙오자도 없이 모두들 당당하고 신나게 잘 걷는다.
가는 길에 화재 감시를 위해 세워놓은 산불감시탑이 있어 기자라는 사명감으로 올라가 주변을 살피는데 안개인지, 미세한 먼지인지, 매우 탁하여 거의 전망을 볼 수 없었다. 간신히 멀리 보이는 아름다운 건축물이 있어서 감시원에게 물어보니 할렐루야 교회란다. 잠깐 산불 감시원의 주변 설명을 청취하고 방명록에 기록을 남기고 내려와 보니 일행들의 모습이 안 보인다. 아! 이렇게 해서 낙오자가 생기는 구나. 저렇게 천천히 걷는 것 같아도 어릴 적의 이솝이야기 ‘토끼와 거북이’를 생각하면서 발길을 재촉하니 곧 일행을 따라 갈 수가 있었다.
영장산은 숲이 울창하여 등산로 대부분이 키 큰 나무의 그늘로 덮여 있어서 무더운 날씨엔 더위를 식혀 준다고 한다. 숲에는 키 큰 나무인 참나무와 소나무 등이 주종인 것 같다. 참나무 군락도 많은 편이지만 참나무 에이즈라는 시들음병을 분당구에서 치료하느라 죽은 참나무를 벌목하여 쌓아놓은 곳이 눈에 많이 띈다. 정상을 약 800m 남겨놓고 부터는 오르막의 코스이다. 이곳에는 관리가 잘 된 리기다소나무 군락이 있었고, 솔밭 아래에 쉼터를 조성하여 놓았다. 쉼터에서 잠시 산우들과 휴식을 취하며 단감, 토마토, 고구마로 원기를 보충하였다.
마지막 가파른 코스를 올라 정상에 도착했다. 영장산만의 생태를 보여주는 곳으로 사방으로 꽤 가파른 것 같다. 특히 북쪽과 동쪽으로 오르내리는 등산로는 목계단으로 설치된 것이 오르기가 쉽지 않은 것 같다. 하지만 영장산은 숲이 울창하고 생태계 보존이 잘 되어 있어 반딧불이 서식지로 알려져 있단다. 매년 성남시와 성남환경연합 등 시민단체가 맹산 반딧불이자연학교와 반딧불이 축제를 개최한다고 한다.
정상에서 증명사진을 촬영하고 정성껏 가지고 온 음식의 먹을 자리를 잡았다. 생굴, 도토리묵, 홍어무침, 오리훈제, 김치, 떡, 군고구마, 한과, 과일 등에 담양주조장의 재현 친구가 보내준 죽향이 배인 막걸리까지 함께 하니 특별 잔칫상에 다름없다. 먹기 전에 오늘은 기자역할을 하는 날이라 내가 시낭송을 해야만 했다. 김정남 산우가 자작한 시로 시집가는 큰딸에게 보내는 아버지의 깊은 사랑과 정이 넘치는 구구 절절한 사연으로 꾸민 걸작시 ‘바람꽃’을 낭송하니, 왠지 내게 더 감동이 다가온다. 큰딸의 결혼식에 인사말의 끝에 낭송하려 했는데 자기의 실력과 수준을 믿지 못하는 가족들의 강한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했다는 아쉬움을 나타낸다.
"바람꽃" - 결혼하는 큰딸에게 / 김정남
찬바람 부는 신새벽
꽃잎 지는 소리에 놀라 깨어보니
바람이 꽃을 찾아와
꽃잎이 바람의 꽃이 되었다
짙푸른 새벽안개 뚫고 다가온
둥근 바람이
수줍게 다가와
꽃잎을 안고 떠났다
이제 꽃잎은 바람을 떠날 수 없고
바람은 꽃에서 꽃잎으로 자유를 준
책임으로 웃음을 줘야한다
나와 아내처럼
자유와 책임처럼
바람과 꽃은 그렇게
하나 되어 바람꽃이 되었다
바람과 꽃잎이 떠난 자리에
또 다른 바람과 꽃이
망설이다 다가서며
유혹하며 흔들리며
또 하나의 바람꽃이 되어
내 앞 뜰을 떠난다
새 희망이란 이름으로
맛나게 음식을 나눠 먹는 가운데 우리들의 따뜻한 정을 깊이 새기며 따뜻한 커피로 입을 즐겁게 한 후 하산한다. 이젠 기세환 산우의 정성이 듬뿍 담긴 분당 최고의 맛을 자랑하는 횟집으로 가자. 하지만, 모두들 배가 부른 상태라서 천천히 걸어 소화를 시키고 시간을 맞추자고 한다.
뒤풀이만 생각하고 한참을 내려오는데 주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어서 보니 모 산객이 뽕짝을 신나게 틀어놓고서 산새들을 불러 모이를 주고 있다. 뽕짝 소리에도 다가오는 게 신기하거니와 야생의 산새들이 어찌 알고 사람의 손으로 올라와 먹이를 먹는지! 신기하기도 하여 자세히 다가가 살펴보니 영장산에는 사람들을 무서워하지 않는 새들이 사람 곁을 날아다니며, 사람들이 자기들의 적이 아니고 먹이를 주는 고마운 분들이란 걸 터득하고 손바닥에 날아와 앉아 먹이를 먹고 있는 것이란다.
앞서가는 산우들부터 우리 일행의 대오가 정렬이 되고 모두가 잠시 쉼터에 앉아 이런저런 얘기를 하는데, 특별히 오늘은 지-스팟(G-spot)이 절대적인 화제이다. 모두들 이에 관한 한 유경험자들이라 일가견이 있어 나름대로 쌓아 둔 지식과 경험을 토대로 자기주장을 하는데 글쎄 어떤 것이 맞는지! 다시 시험해 봐야 알겠는데, 대략 얘기를 종합해 보면 이렇다.
용우 산우 주장은 8cm 깊이에 있다고 하고, 문형 총장님 주장은 손가락 매듭 2개 위치라 하는데, 갑론을박으로 정리가 안 되어 전작 회장님이 즉시 스마트폰으로 인터넷의 사전적 의미로 해석을 하건데, 약 4~5cm 정도의 위치로 일단 궁금증을 정리하고 다음 모임에서 그간의 경험을 토대로 최종 정리코자 하오니 좋은 의견을 많이 준비하시기 바랍니다.
모두들 사춘기의 소년들 같이 희희낙낙 즐겁기만 하다. 다음을 기대하면서 더욱더 기대되는 뒤풀이 장소로 향한다. 뒤풀이는 항상 즐겁다. 입이 즐겁고 맛있는 음식으로 배를 가득 채워주니 이 행복한 시간을 시산회 산우들이 아니면 누가 느낄 수 있겠는가! 뒤풀이 장소에 도착해보니 막횟집이 아니고 깔끔하고 화려한 정식일식집이다. 풀코스 정식요리가 나오고 즐겁게 마시며 떠들다보니 중간에 앉은 경식이와 양기의 목소리가 커진다. 파장의 신호다. 그들에게는 아쉬움도 있겠지만 과유불급의 교훈적 의미를 떠올리고 자리를 털고 일어선다.
산행 후 시원한 소·맥에다 맛있는 회 안주로 즐겁게 뒤풀이를 쏜 기세환 산우의 사업 번창을 기원하나이다. 만만치 않은 가격일 텐데 능력 있으므로 살 만한 산우가 샀고 영장산에 오면 세환 산우가 베푸니 앞으로 자주 오자는 농담도 오고간다.
이 자리를 빌려 우리 시산회의 참 맛을 음미해 본다. 얼마나 귀한 모임인가. 아무나 갈 수 없는 명문 광주고이며, 같은 시기에 동일한 복장으로 3년을 함께 공부했고, 객지의 타향에서는 부득이 괄시도 받았었던가. 산전수전을 다 겪고 환갑, 진갑을 지난 초로(初老)의 나이에 수도 서울에서 학창시절의 우의를 다시 다짐하는 이 자리가 감동을 주지 않는지! 우리 만남의 인연과 모임의 소중함을 서로 느끼고 모두가 상부상조하면서 건강하시고 행복하게 오래오래 산행을 즐기며 삽시다.
우리 시산회원들은 각자는 조각난 그림처럼 일부이며 불확실한 존재이지만 함께 모이면 서로 짝을 맞춰가는 퍼즐게임처럼 부딪치다보면 하나의 그림이 완성된다. 이것이 우리 시산회다.
시산회 산우여! 감사합니다. 화이팅!!!
2013. 11. 28. 최광일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