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겨울에는 새로운 취미가 생겼다.
틈틈이 새벽시장에서 자연산 생선을 사다 데바 칼로 다듬어 말리는 일이다. 육고기는 잘 다듬는데 생선만큼은 못하겠기에 안했다. 동그란 두 눈을 뜨고 나를 쳐다보는 것만 같아 도저히 다듬을 수가 없었다. 그런데 일식을 배우면서 하도 생선 만질 일이 많아지면서 할 수 있게 되었다.
일 못 하는 사람이 연장 나무란다지만 그건 옛말이다. 요즘은 연장빨이다. 생선 다듬는데도 두툼한 데바칼과 날씬하고 긴 회칼, 그리고 컷코 가위만 있으면 문제 없다.
찬물에 5년동안 간수를 뺀 천일염을 한 주먹 넣고 풀어 손질한 생선을 씻어 말리면 딱 간도 알맞다.
처음에는 물메기를 앞베란다 난관에 줄을 달고 말렸다.
그런데 이틀째 되는 날에 3만 5천원 주고 산 제일 큰 놈이 사라지고 없다.
비닐끈에 꾄 아가미와 입만 붙어 있다.
아래 층 난관에 걸쳐져 구사일생으로 붙어 있나 싶어 11층부터 샅샅이 훑어봐도 없다.
얼른 아파트 밑으로 내려갔다.
메기는 흔적도 없이 사라졌다.
길냥이들이 왠 떡이냐 했겠지.
죽 쑤어 개 준 꼴이다.
3만 5천원은 이렇게도 쓰고 저렇게도 잘 쓰면서 물메기 한 마리는 아까워 한다.
정성과 품을 들인게 속상해서 그런가?
얼른 새벽시장에 나가 2만원짜리 3단 그물망을 3개나 샀다.
하나는 곡식이나 채소류 전용으로, 둘은 생선을 말리는 용도로.
문제는 물메기는 세 마리만 널어도 망의 철사가 휜다.
적당히 마르면 뒤집기 위해 꺼올릴라 치면 얼마나 무거운지 망과 씨름을 한다.
어린날 똥바가지 같은 군모로 만든 두레박으로 깊은 우물물을 길어 올릴 적처럼 아득하다. 꼭 우물 속으로 거꾸로 쳐박혀 떨어질것 만 같이 겁도 난다.
하지만 이렇게 손품, 발품을 팔아 말린 생선으로 국을 끓이거나 생선찌개나 찜을 하면 맛이 훨씬 좋다.
햇빛과 찬바람을 맞고 건조된 생선은 맛과 식감이 활어와 견줄 바가 아니다.
딸네 식구들이 일주일간 머물고 부산 시댁으로 간다기에 스티로폼 박스 3개에 공들여 말린 생선을 보냈다.
가을 무와 육수, 만능 양념장까지 만들어서.
딸은 18개월된 큰 아이와 6개월 된 태아가 있는데도 부지런하다.
진주 수곡에 시외할머니가 혼자 사시는데 시부모님도 못 찾아 뵙는다고 시부모님 대신에 자기들이 찾아뵙고 부산 시댁으로 갈거란다.
기특한 생각이다.
시외할머니는 자기 외할머니가 사는 거와는 게임이 안된단다.
첩첩산골의 움막같은 집에서 혼자 사시면서도 아직도 자식들 줄거라고 농사를 짓는단다.
동영상을 보내왔는데 시외할머니께서 고손자의 재롱에 웃음이 가득하다.
부산 안사돈에게서 전화가 왔는데 무슨 생선을 이렇게도 많이 보내셨느냔다.
며느리가 자기 살림도 아닌데 부엌에 들 와 제 집 살림처럼 척척 알아서 꺼내 떡 벌어지게 상을 차려 막 아침을 드셨단다.
딸도 나처럼 일을 겁내지 않는다. 알아서 움직인다
참말로 저거 시부모님은 좋겠다.
사위도 맨날 하는 말이 결혼하고 인생역전을 했다고.
딸네 식구를 보내고 설 위령미사를 마치자마자 거제 카페 수국에 가서 커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