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복집>
마산어시장의 복어거리 맛집이다. 신선하고 통통한 복어가 국물에 맛을 쏟아내고도 살집에 아직도 간직한 맛이 일품이다. 탕기 안에 호복한 복어토막들이 인심과 맛을 함께 담고 있다. 곁반찬도 허수가 없이 쏠쏠하게 맛을 낸다.
1.식당대강
상호 : 경북복집
주소 : 경남 창원시 마산합포구 복요리로 15-1 1층 (동성동 20-32)
전화 :
주요음식 : 복어요리
2.먹은날 : 2023.12.20.저녁
먹은음식 : 복어지리 20,000원, 복어매운탕 20,000원, 복어껍질무침 10,000원
3. 맛보기
아구의 고장인 줄 알았더니 복어의 고장인가보다. 유명 복어집이 즐비한 복어의 거리, 즐거운 고민으로 맛집을 선택할 수 있다. 동경복어, 광포복어 등에서 먹어도 후회없을 듯하다.
경북복어는 상호가 뜬금없다. 현재 주인장과는 특별한 관련없이 이전 식당을 상호까지 물려받아 하고 있는 거란다. 내력을 모르겠어도 맛만은 믿을 만하다. 주문한 주요리와 함께 나오는 곁반찬이 시쳇말로 굴욕이 없는 맛이다. 모두 제몫을 하는 찬들이 소박하게 솜씨를 보여준다.
우선 곁반찬의 품새에 안심이 되지만, 낮에 먹은 아구찜 맛의 황당함에 조심스러워져 젓갈질이 용감해지지 않는다. 무슨무슨 거리에 있는 집이 실망스러운 경우가 의외로 많고, 소문은 났지만 소문을 믿을 수 없는 경우도 많으니 찬찬히 맛보자 싶다.
껍질회무침이 나오는 품새가 우선 맘에 들었는데 맛 또한 이 정도면 싶다. 이어 나오는 곁반찬은 모양새가 한층 더 안심이 되었다. 무김치를 한 입 먹으니 긴장된 마음이 풀린다. 낮에 유명하다는 아구찜 식당 김치에서는 군둥내가 나서 다시 집지를 못했었다. 맛은 유명세를 믿지 말고 내가 판별해야 한다. 대통령도 다녀갔다는 맛집을 믿을 수 없는데, 어찌 소문으로 내 혀를 대체할 수 있겠는가.
찬을 몇 개 맛보니 긴장이 풀린다. 이 정도면 맛있게 먹을 수 있겠다. 안심과 기대에 식사가 갑자기 즐거워진다. 종국에는 참이슬까지 시키며 예정에 없던 추가음식을 술안주로 과식과 과음?을 한다. 엄청 추운 날 몸과 마음이 한꺼번에 풀린다. 술과 복이 한꺼번에 추위를 녹인다.
곁반찬이 한정식처럼 다양하게 나온다. 맛도 모두 제몫을 해서 젓갈질이 즐겁다. 모두 솜씨 있는 분이 성의를 다한 음식임이 혀로 감별된다.
복지리. 지리를 국어원에서는 맑은탕 혹은 싱건탕이라고 순화?하라고 요구한다. 그러나 굳이 그럴 필요가 있는가 싶다. 일제의 잔재 속에서 열등감을 느낄 때는 걷어내야 할 필요가 있었을지 모르지만, 지금은 일본 넘어서기가 끝난 것으로 보이고, 그렇게 오래 살아남은 말은 그냥 수용해도 좋지 않을까 싶다. 우리말과 1:1 대응이 안된다고 생각하는 언중의 의견이 이미 반영되어 있기 때문이다.
벤또가 도시락으로, 다꾸앙이 단무지로 바뀐 것은 이미 오래 전이다. 지리(일본어 汁, しる)가 살아남은 것은 고춧가루를 넣고 끓이는 매운국물과 다른 맑은 국을 표현할 간단한 단어가 없기 때문이다. 복지리를 복맑은국이라고 하면 고춧가루국물은 흐린국물이라고 해야 하나. 소고기무국을 소고기무맑은국이라고 하지 않는다.
또 하나는 주재료의 진한 국물이 우러나왔을 때도 맑은국이라고 해야 하나. 이 국은 맑은 국물이지만 사실은 진한 국물이다. 복어가 얼마나 국물로 맛이 우러나왔느냐에 따라서 요리의 성패가 결정된다. 그냥 맑기만 해서는 안 된다. 보기에는 맑아도 농도는 진해야 한다. 그래서 맑은 국이라고 하기 어려운 거다.
그런 의미에서 이 국은 성공적이다. 맑고 진하고 품격있고, 그래서 복어탕에서 기대하는 맛을 충족시키는 탕이다. 맛있는 탕, 복지리를 제대로 먹을 수 있다.
복지리에도 다진 마늘이 엄청 들어갔다. 마늘을 잘 활용하는 것은 맛을 높이는 지름길이 되는 사례가 많다. 불란서는 북불은 마늘을 안 쓰고 남불은 마늘을 많이 쓴다. 음식의 수도는 남불 리옹이다. 리옹 외에도 생선탕 브이야베스가 유명한 마르세이유도 남불이다. 요즘 브이야베스는 한물 간 거 같기는 하지만.
마늘과 미나리와 콩나물 줄기를 엄청 써서 맛을 시원하게 내고 있다. 콩나물은 시원한 맛을 미나리는 행여 남았을 복어의 독을 해독하는 데 유용하다. 마늘은 진한 고기 복어의 기운을 잡는 데 의미 있다. 부재료도 듬뿍이고, 주재료 복어도 듬뿍이다. 푸지게 맛있게 탕 한 그릇을 먹을 수 있다. 없던 감기도 떨어질 거 같다.
복지리와 대동소이다. 고춧가루가 들어가고 마늘이 더 들어간 거같은 느낌을 빼면 비슷하다. 복어를 좀 더 연습하고 먹고 싶은 사람에게 매운탕이 더 어울릴 듯하다. 복어 특유의 맛보다 맛있는 일반 생선탕의 맛에 더 가까우니 말이다.
그래도 맛있다. 간도 맞고 개운하고, 복어 육질도 부담없이 즐길 수 있고. 편하게 먹을 수 있어 좋다.
복껍질무침. 초장에 무와 미나리와 함께 무쳤다. 콜라겐이 많은 복어껍질, 그것도 두터운 복어껍질의 탱탱한 맛의 식감을 제대로 누릴 수 있다. 입안에서 구르는 듯한 식감의 탄력은 복어 껍질의 최대 매력이다. 너무 달지도 너무 시지도 않은 부드러운 양념맛이 복어 강점을 최대한 살린다. 별미를 먹는다. 아마 복어 중 가장 핵심부위가 껍질이 아닐까 한다. 민어 껍질보다 훨씬 탱탱하고 식감이 좋다.
복어껍질 무침, 입맛을 돋구기 위해 전채요리로 나온다. 충분히 입맛이 솟는다. 새콤달콤한 맛으로 침샘을 자극한다.
밥도 고슬고슬 좋다. 좁쌀 섞인 밥이 색깔도 좋다.
게장무침. 여기에 제피가 들어 있다. 아, 경남에 왔구나, 다시 각성한다. 간은 맞지만 아직 부담스러운 향료다. 제피를 빼놓고 맛을 변별해보려 하나, 맛이 압도적이어서 어려운 시도다.
잔갈치조림. 전라도에서 많이 먹는 풀치조림 분위기다. 냉채요리로 나왔다. 그래도 비린내 없이 좋다. 살짝 단맛도 돌지만 거부감은 느껴지지 않는다.
무섞박지. 맛이 압권이다. 손맛이 강하게 드러난다. 모양새도 빛깔도 맛도 흠잡을 데 없다. 젓갈맛은 별로 느껴지지 않는데 사각사각 개운하다. 익지 않은 무김치에도 맛이 충분히 담겨 있다.
가자미조림. 아마도 튀겨 졸인 듯하다. 부드럽고 고소한 맛이 일품이다. 간도 잘 맞다. 살도 통통하고 신선한 맛이 좋다.
멸치볶음. 잔멸치가 뼈째 먹기 좋다. 깊은 솜씨가 배여 있다. 딱딱하지도 달지도 않다. 간도 적절하고 부드럽고 고소하다. 멸치볶음 하나도 손맛이 들어가면 이렇게 달라진다.
해초전. 매생이전은 아닌 거 같고. 이렇게 졸깃하고 맛있을 수가 있나. 해물 산지 마산에서 해물은 통째로 맛있는 요리로 만들어낸다. 마산이 그래야지.
호박볶음. 이것도 솜씨쟁이의 솜씨다. 주인장 시어머님이 항상 직접 만드신단다. 그렇지, 묵은 솜씨다. 호박의 결이 그대로 살아 있고 무르지 않아서 식감이 그대로 나면서 고르게 개운하게 배여 있는 간이 수준 높은 솜씨를 보인다.
그래서 오늘은 드물게 술꾼 흉내, 참이슬까지 호기를 부리며 식사를 장식해본다.
4. 맛본 후
마산어시장 구경
생선도 펄펄, 상인도 펄멀, 분위기도 펄펄 살아 있는 동네다. 마산의 활력은 바다에서 시장에서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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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댓글 복맑은탕과 복지리 말은 많이 쓰는 쪽으로 따라 가나? 먹을거리와 먹거리 먹을거리가 맞다고 하는데 먹거리로 많은 분들이 쓰니 요즘은 먹거리가 대세인 듯. 감사합니다. 말에 대해서 생각해 보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