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심차게 준비했다.
방미* 선생님이.
매년 이맘때면 1박 2일 독서캠프를 한다.
올 해 주제는 ‘들꽃’이다.
학생들은 전 주부터 국어시간에 들꽃에 대해 사전 공부를 해왔다.
학교 안에 핀 들꽃 중에 자신만의 들꽃을 정하여 이를 찾아보고 관찰하고 그리며 공부했다.
오늘은 그 동안의 탐구결과를 완성하고 발표하는 날.
학교 숲 탐사를 시작으로 캠프 출발.
숲 해설가 선생님과 함께 학교를 구석구석 자세히 살피며 나무와 꽃들의 이름을 알아간다.
이름 아는 것 참 중요하다.
이름을 알고 불러주면 관계가 시작되지.
네 이름을 불러주기 전에는 한낱 풀에 지나지 않았지만 이름을 불러주었을 때 비로소 의미 있는 나의 꽃이 된다.
들꽃도 사람도...
이름을 불러줄 때 그 의미가 생긴다.
자세히 살피니 보이더라.
이렇게 많은 식물들이 우리 지사 가족과 공생하고 있는지 이제서야 알았다.
저녁식사는 겹살이 파티.
그 동안 텃밭에 심었던 다양한 채소들을 따다가 맛나게 고기를 구워 한 쌈씩 서로의 입에 넣어준다.
선생님들은 학생들 입에, 학생들은 선생님 입에, 쏙.
보기 좋다.
서로를 위하는 마음...
이게 우리 학교의 최대 장점.
본격적으로 저녁 프로그램 시작.
선생님들은 모두 모여 학생들의 꽃 발표를 통해 꽃에 대해 공부한다.
이번엔 학생들이 선생님이다.
선생님들은 학생이 되어 학생 선생님의 설명을 집중해서 듣는다.
선생님들의 두 눈은 초롱초롱 빛난다.
발표가 끝날 때마다 우레와 같은 선생님들의 박수.
학생들은 선생님이 되어 기분이 좋은가 보다.
평소에는 보지 못한 자신 있는 모습이 보기 좋다.
내가 야심차게 준비한 들꽃엽서 만들기.
학생들이 찍은 나만의 들꽃 사진을 이용하여 좋아하는 짧은 시와 함께 감성엽서를 만든다.
만든 엽서를 나에게 보내주면 내가 온라인 업체에 전송하여 제작을 맡긴다.
이번 주말을 보내고 나면 학생들에게 도착하겠지?
그러면 감사 편지를 써서 부모님과 주위 감사할 분들께 전달할 의미 있는 시간도 마련해 보련다.
간식을 먹으며 별과 관련한 우리 영화 '천문'을 본다.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신분을 초월한 우정과 그 속에 담긴 우리 과학 이야기.
조상들의 지혜가 참으로 놀랍다.
강대국에 기대지 않고 학문적으로 스스로 서고자 했던 세종대왕의 용기와 애민정신을 엿볼 수 있었다.
지금 우리나라의 국제적 상황을 본다면 많은 반성이 된다.
특히 바닥에 누워 저녁 밤하늘 별들을 바라보며 미래를 함께 이야기하던 세종대왕과 장영실의 대화 장면이 뇌리에 남는다.
학생들을 보니 집중하며 영화를 본다.
어떤 생각을 하는지 궁금하다.
뭔가 의미 있는 생각을 하고 있는 거겠지?
밖에 나가니 날씨가 좋다.
운동장에 모여 고개를 들어 밤하늘을 쳐다본다.
하늘에 수많은 별들이 가득하다.
시골 학교라 그런지 밤이 되니 온통 어둡다.
인공적인 불빛이 없다.
그래서인지 시내에서는 볼 수 없는 반짝 반짝한 저녁 하늘을 볼 수 있다.
우리가 잘 아는 북극성도 보이고 북두칠성도 보인다.
밤하늘에서 가장 높이 떠있고 가장 빛나는 별 북극성.
금방 천문 영화를 보고 나와서인지 학생들은 북극성을 가장 먼저 찾는다.
세종대왕의 별.
각자의 별도 찾아보렴.
12시가 되자 밤샘독서 시작.
독서캠프에서는 이게 가장 중요하다.
올해의 책은 난중일기.
선생님과 학생들 모두 모여 함께 성독한다.
이순신 장군님의 일기를 소리 내어 함께 읽는다.
매일매일 기록해 나갔던 누군가의 일기를 통해 그날의 경험을 공유할 수 있다.
책을 읽는 동안에는 조선시대로 들어간다.
학생들을 피곤하지도 않는지 두 눈을 부릅뜨고 책읽기에 열중이다.
오히려 선생님들이 피곤한지 몰래 몰래 하품중이다.
2시간 정도 책을 함께 읽고 첫날은 이렇게 마무리한다.
각자 교실에 학교에서 준비한 텐트를 친다.
생각보다 학생들은 텐트를 잘 친다.
텐트를 치니 교실이 캠핑장이 된다.
비록 야외가 아닌 교실이지만 텐트 덕분인지 학생들은 좋다며 서로 먼저 들어가겠다고 한다.
잘 자라... ^^*
둘째날은 어제 배운 나무들의 이름을 만들어 준다.
이름 불러주기를 위한 사전 작업.
학교 나무에 표찰 만들어 달기.
이제부턴 의미 있는 나무가 된다.
학교에 있는 나무를 보면 표찰을 보고 나무의 이름을 불러줄 수 있겠지?
그렇게 몇 번 이름을 부르다 보면 나무 이름도 기억할 수도 있겠지?
뒤이어 3, 4, 5월 아침독서 시간에 읽은 책에(데미안-3월, 4월, 순례주택-4월, 5월) 관한 내용을 바탕으로 한 독서 퀴즈와 그 동안 공부한 꽃 퀴즈로 마무리하며 그렇게 올해의 독서 캠프는 막을 내린다.
이 자리를 빌어 이를 계획하고 실행한 국어과 방미* 선생님께 정말 감사드린다.
헌신적인 선생님의 학생을 생각하는 마음에 학생들은 책을 더 사랑하고 꽃과 나무에 대해 조금 더 알아갈 수 있다.
지사 학생들이 이번 캠프를 통해 나를 넘어 이제는 주위를 살필 수 있는 어른으로 성장하기를 바란다.
내 주위의 꽃과 나무의 이름을 불러주는 것에서부터 시작하자.
그 기회를 주신 국어 선생님께 다시 한 번 감사드린다.
보고 배울 점이 참 많은 선한영향력을 가진 선배 선생님이시다.
나는 그저 같이 참여함으로서 힘을 실었을 뿐이다.
이런 선배님들을 보면서 나도 잘 배워나가련다.
#시골중학교 #임실지사중학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