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에 옆집에 사시던 어르신이 다른 동네에 집을 새로 지어 이사를 가셨다.
평소 왕래가 있고 이래저래 신경을 많이 써주셨던 분이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가서 많이 서운하고 아쉬웠다.
시간이 조금 지나, 빈집에 제주도에서 사시던 분이 이사를 오셨다.
아내와 나는 눈이 휘둥그레졌다.
그 좋은 제주도를 두고 이곳으로(어느 촌동네) 이사를 오셨다는 게 도대체 이해가 되질 않았다.
우리는 제주도를 못 가서 안달인 사람인데.
제주도같이 좋은 곳도 없는데.
그래서 작년까지 제주도 한 달 살기를 네 번이나 했었는데...
(제주도 한 달 살기의 이야기는 나의 책 “제주일기”에서 만나볼 수 있다.
한 달 살기의 과정을 가감 없이 편하게 저어 내려간 글이다.)
이야기를 들어보니 그간의 제주도 생활을 정리하고 노후는 육지에서 보내고 싶으셨단다.
하긴 제주도에 사는 분들은 육지로 나오고 싶어한다는 말을 들은 것 같다.
하여 전국 각지를 돌아다니며 마지막으로 살 곳을 구하고 계셨다고.
그런데 어느 봄 산수유꽃 축제 기간 이곳에 와 축제를 즐기던 중 이 동네를 보고 마음에 무척 드셨다고.
하긴 꽃이 만발한 어느 봄날은 전국에서 이 동네가 최고이긴 하지.
온 천지가 노랗게 변하는 그 마법을 한번 보면, 여기를 또다시 오지 않을 수 없지!
반할만하긴 하다.
몇 달째 빈집으로 있었는데 새로운 분이 오셔서 무척이나 반가웠다.
게다가 우리가 좋아하던 제주도 분이라 더욱.
아직은 어르신만 오시고 사모님은 아직 제주도 생활이 남아있어 정리하고 오신단다.
평소 혼자 계시는 것이 외로워 보여 지나갈 때마다 인사를 드리고 음식도 나눠드리곤 했다.
집 앞 동네 길을 걷다가 특이한 것을 발견했다.
저건 뭘까 한참을 관찰했다.
지난주까지만 해도 없었는데?
이래저래 알아보니 옆집 어르신이 만드셨단다.
골목길에 조그마나한 물길이 지나가는데 거기를 막고 물길을 가두어 냇가에서 잡은 물고기 몇 마리를 넣어놓으셨다.
오~ 아이디어 너무 좋다.
어린 자녀들이 있는 우리로서는 너무나도 반가운 일이다.
집 앞 냇가에서 물놀이하며 물고기를 잡아 관찰하고 놓아주곤 했는데 이젠 여기다가 놓아주면 되겠다.
그럼, 언제든지 와서 관찰할 수 있겠다.
아이들에게 얼른 이 기쁜 소식을 전해줘야겠다.
저 어항 하나에 마을길이 즐겁고 행복해졌다.
산책을 하다 멈추고 물고기를 관찰하는 사람들의 모습이 상상된다.
호기심 가득한 어린이 같은 그 모습이.
누군가의 예쁜 마음과 수고로 동네가 점점 좋아지고 있다.
아내와 나는 지나가다 말고 어항을 한참 그렇게 바라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