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군 연산군을 만든 사람은
우리 역사상 가장 포악한 군주로 알려진 연산군도 어린 시절에는 시도 잘 쓰고 문장력이 상당한 청년으로 자랐다. 시샘 많고 악의적인 엄마의 영향은 전혀 받지 않은 듯하다. 연산군은 역대 왕들 가운데 가장 많은 시를 남겼다. 모두 125편의 시를 지어 남겼다는 기록이 보인다. 연산군의 시에서도 초기 작품은 상징성 표현에 모범 청년의 마음이 서려 있기도 하다. 어진 임금으로 알려진 성종이 자식 교육은 제대로 한 것으로 보인다. 신승현 교수의 논문에서 '연산군은 폭군의 이미지와는 달리 여리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사람이었으며, 시 속의 연산군은 왕으로서의 자신의 고뇌와 감성적인 면모를 유감없이 발휘하고 있다. 연산군의 시는 말로 하지 못한 연산군 내면의 표현이며, 현실에 대한 고뇌의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연산군의 정신분석학적 고찰) 역사를 되돌아 보면 연산군을 폭군으로 만든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외할머니였다. 어머니 폐비 윤씨의 DNA는 성종의 자식 교육에 맥을 추지 못한 감이 든다.
연산군은 어머니 윤씨의 돌봄을 받지 못하고 자랐다. 생후 1년 지난 때부터 어머니를 만나지 못했다고 한다. 이를 봐도 DNA의 유전이라기보다 교육만 잘 시키면 악의 근본을 벗어난 교육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일이다. 연산군의 외할머니와 폐비 윤씨의 성격은 닮은 듯하다. 폐비 윤씨가 성종의 얼굴에 손톱자국이 나게 상처를 내는 심성이듯 외할머니도 딸의 억울한 죽음에 한을 버리지 못했다. 그 결과 역사의 비극을 저지르는 주인공이 되고 말았다. 자기 딸인 폐비 윤씨가 사약을 받아 피를 토하고 죽으면서 적삼에 핏물을 남겼다. 이것을 보물처럼 장롱 속에 오래 간직하고 있다가 연산군이 임금으로 등극하자 그때의 비극을 되살리는 일을 저질렀다.
연산군은 자기 어머니의 비극으로 남긴 역사적 증거를 보고 분개한 마음으로 미쳐버린다. 어머니의 잘못은 안중에도 없고 폐비 윤씨 사건에 가담한 아버지 성종의 다른 부인들을 죽이고 왕자 두 명까지 귀양보내 결국 죽였다. 할머니 인수대비마저 한 패거리로 몰아 난동을 부렸다. 인수대비는 이로 인한 병을 얻어 끝내 화병으로 죽었다고 한다. 비명에 죽은 생모 폐비 윤씨를 복위하려니 이를 반대하는 대신들이 원수로 느껴진 일이다. 수많은 대신이 죽거나 귀양 가고 참형을 면치 못해 부관참시까지 당한 사람도 있다. 더 안타까운 일은 그들의 가족까지 피해를 받은 사실이 역사의 비극이었다. 피비린내 나는 갑자사화는 역사에서 영영 지워지지 않는 기록을 만든 일이다. 원한 맺힌 늙은 외할머니 잘못하는 생각 때문에 만백성의 성군이어야 할 외손자를 폭군으로 만든 장본인이 되고 말았다.
현재의 정치역사도 미움이 극에 이르면 눈에 보이는 것이 모조리 부정적이기 쉽다. 여당과 야당이 뒤바뀌면 서로 상대를 보복하기 부자 밥 먹기로 쉬워진다. 여기에 이성을 잃으면 상대를 오해하게 되고 오해가 오해를 불러서 적을 향한 화살이 부메랑이 되기도 한다. 정당의 상위 자리에서 보는 눈에 사설 조직이 여론몰이로 해코지하자 관련 포털사이트를 시켜 고발토록 한다. 유명 포털사이트를 이용한 불법이 자행되기 때문이다. 이런 엄명으로 검찰이 조사하니 상대 당이 아니고 자기 편 사람이 구속되는 일로 되어버린다. 사람을 사랑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들이다. 아까운 자기 당의 장래 대통령감이 범법자로 결정 나니 참지 못한 한이 되고 말았다. 밝은 햇빛은 바로 가기를 원하나 인위적으로 방향을 굽히려니 잘되지 않는다. 거울을 이용하는 거짓 행위는 가능해도 실지 빛이 가는 정도 원칙은 바꿀 수가 없는 일이다.
말은 달리기도 잘하지만, 뒷발질의 명수다. 말의 소중한 무기라야 뒷발길로 천적을 물리친다. 사나운 호랑이도 말의 뒷발길에 정통으로 차이면 죽음을 맞을 수도 있는 일이다. 그런데 새끼 키우는 말이 피를 빠는 쇠파리를 가장 싫어하는데 다리에 붙은 쇠파리도 뒷발길로 헛짚기도 한다. 새끼가 뒤편에 있다는 것을 금방 잊어먹고 쇠파리 쫓으려고 뒷발길로 새끼를 사정없이 차버리는 어미 말이 있다. 쇠파리가 너무 미우면 간혹 이런 불상사가 일어난다. 이런 어미 말은 어미의 본분과 자격이 문제다. 사람이나 짐승이나 새끼를 키우는 경우는 새끼의 위치를 시시각각 느끼며 산다. 이는 어미라는 소중한 본분을 지키는 일이다. 그러나 쇠파리를 먼저 미워하는 일로 새끼를 그만 잊어버리고 그 미움이 극에 다다라 새끼를 죽도록 하는 행위는 용서가 안 된다.
정치권을 장악한 당의 당수가 키워야 할 장래 대통령감을 한 방에 날려버리는 행위는 변명의 여지가 없다. 상대편 당이 오죽 미웠으면 그런 일을 서슴없이 저지를 수가 있을까 말이다.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이 먼저였더라면 도저히 일어날 수 없는 일이다. 만사 튼튼은 사람을 사랑하는 마음에서 우러나온다. 사람을 미워하면 미움의 끝이 없는 일이다. 내가 미워하면 다른 사람도 나를 미워하는 이치가 세상 물정이다. 정직함이 사람에게 생명 같은 일이나 권력을 잘 못 휘두르면 부메랑으로 화가 되어 자기에게 되돌아온다. 부메랑이 호주가 원산이라고도 하고 아프리카가 원산이라고도 한다. 부메랑의 기능이 사람에게 많은 교훈을 준다. 사람을 사랑하면 그 사랑이 생긴 대로 되돌아오는 이치다. 반대 뜻의 미움도 사랑과 마찬가지다. 이보다 더 참된 진리는 없다. 우리 모두 날마다 만남마다 사랑하며 살아야 할 일이다. ( 글 : 박용202107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