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생산기술연구원 원장 직무대행 · 김택수
글로벌 공급망이 재편되고 제조 현장은 인공지능과 디지털 전환의 요구를 받고 있다. 탄소중립과 인구구조 변화, 지방 산업의 쇠퇴까지 풀어야 할 과제도 많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하 생기원)은 생산기술 개발로 기술 주권을 다지며, 산업 현장과 가장 가까운 자리에서 대한민국 제조산업의 한 축을 받쳐 왔다.
37년의 궤적, 국내 유일의 생산기술 전문 출연연구기관으로 성장
생기원은 1989년 10월 서울 구로동에서 산업계 기술지원을 위한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출범했다. 1996년 한국생산기술연구원으로 이름을 바꾸고, 1997년 본원을 충남 천안으로 옮기며 성장의 발판을 다졌다. 2002년에는 출연(연) 최초로 미국 실리콘밸리에 해외 사무소를 열어 글로벌 협력의 물꼬를 텄고, 2006년 국내 최초이자 세계 두 번째 안드로이드 로봇 'EveR-1'을 선보였다.
2018년에는 현재의 지역 혁신 거점 체제인 3 연구소 7 지역본부 체계의 기틀을 구축했다. 2023년 새 비전으로 '생산기술 대전환'을 수립하며 조직을 3 연구소 7 기술 실용화본부 체제로 재편했다. 2024년 창립 35주년을 맞아 제1회 국제심포지엄을 열었고, 2025년에는 제조 AI 연구센터를 포함한 임무 중심의 3개 연구센터를 새로 세웠다. 정원 1,157명, 예산 4,015억 원 규모(’25년 기준)로 성장한 생기원은 국내 유일의 생산기술 전문 연구 기관으로서 중소·중견기업의 기술혁신을 위한 전주기 지원을 수행하고 있다.
‘생산기술 대전환’과 KITECH 2050
생기원은 '대전환의 중심 KITECH 2050'을 중장기 목표로 설정하고, '생산기술 대전환'을 위한 새로운 여정을 시작했다. 실현 전략은 크게 세 축이다. 미래 생산기술 대전환, 전주기 기업 지원 플랫폼, 그리고 지역·국제 협력 특화 사슬 네트워크다. 세 축은 각각 분산적 연구 기반에서 메가 연구 체제로, 기반 구축 위주의 지원에서 기업 수익을 실제로 키우는 플랫폼으로, 개별·산발적 업무 추진에서 전략적 네트워크 시너지로 조직의 무게중심을 옮긴 것이다.
3대 키워드와 12개 핵심기술
2025년 생기원은 3대 중점 연구 영역을 재정의하고, 중점 연구 영역별로 2개의 핵심 분야와 그 아래 총 12개의 핵심기술을 체계화했다. 3대 중점 연구 영역은 ‘지능화 뿌리 기술’, ‘인간중심 생산기술’, ‘지속 가능기술’이다. '지능화 뿌리 기술' 분야는 적응 제조와 유연 생산으로 나눠 공급망 수요 대응 제조 기술, 신산업 애자일(Agile) 제조 기술, 분산 지능형 생산기술, 주문형 협업 생산기술 개발에 집중하고 있다. '인간중심 생산기술' 분야는 작업 친화 제조와 고객지향 제품·서비스로 크게 나뉜다. 인간중심 로봇 기술, 자율형 제조 기술, 사용자 편의 기술, 안전 융합기술을 다루고 있다. '지속 가능 기술' 분야는 배출제로와 녹색 전환으로 구분된다. 저탄소 배출 제어 기술, 산업 환경 관리 기술, 친환경 자원순환 기술, 환경 유해 대체기술 개발이 그 축을 받치고 있다. 이 12개 핵심기술은 생기원의 전략 기술이면서, 동시에 3개 연구소가 부문의 경계를 넘어 함께 그려가는 미래 생산기술의 지도인 셈이다.
제조AI연구센터와 메가프로그램으로 지역과 소통
생기원은 국내 유일의 '제조 AI 연구센터'를 운영하고 있다. AI 솔루션·빅데이터·디지털트윈 분야 연구자들이 데이터 취득부터 현장 맞춤형 최적화까지 단계별 R&D 프로세스를 가동하며, 제품 검사·맞춤형 설계·설비 진단·공장 내 물류·공정 최적화 등 5개 영역에 제조 특화 AI 모델을 개발·적용 중이다.
메가 프로그램을 만들어 기술 혁신 거점들과 협력하며 지역 소멸에도 대응하고 있다. 인천·안산·천안의 3개 연구소부터 강릉·대구·울산·부산·전주·광주·제주의 7개 기술 실용화본부까지, 10개 거점이 지자체·기업과 손잡고 지역 산업을 크게 키울 수 있는 메가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강릉의 기능성 소재부품, 대구의 모빌리티 부품, 울산의 저탄소·수소 통합시스템 등 거점마다 지역 산업에 맞는 후보 기업을 발굴해 R&BD 협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주기 기업협력 플랫폼 구축
이전까지의 수직적 기업 지원 방식을 수평적 기업 협력 방식으로 바꾼 것도 큰 변화 중 하나이다. 그중에서도 ‘K-MAP(K-Manufacturing Digital Platform)’ 구축을 대표 성과로 꼽을 수 있다. ‘단납기 대응형 디지털 플랫폼’으로 설명할 수 있는 K-MAP'은 온라인상에서 제조기업과 수요 기업을 잇는 플랫폼이다. 생기원은 이를 위해 먼저 수주 유망 제조 기술과 기업을 선제 발굴하는 작업을 진행했다. 핵심은 카카오·네이버·인스타그램 기반의 '옴니 오더링 플랫폼'과 작업장 녹화 영상 기반의 버추얼 마케팅 포털을 연계해 국내외 바이어와 직접 연결한다는 점이다. 이를 기반으로 납품 계약·생산계획·기술 확립·신뢰성 인증·수출을 원스톱으로 지원하는 가치사슬 연계형 'Digital Alliance' 체계를 구축, 수평적 기업 협력의 실질적 기반을 마련했다.
파트너 기업 제도도 대거 정비했다. 가장 큰 변화는 'K-PI(KITECH Partnership Index)'를 개발, 2,971개 파트너기업을 분류·평가해 맞춤형 지원을 통해 혁신기업으로 육성하는 데 있다. K-PI는 역량·의지·기여 세 축을 평가해 혁신기업·성장기업·유망 기업으로 나누고, 등급별 맞춤형 R&D 지원을 제공하는 것이 골자다. 이 가운데 혁신 파트너 기업은 전용 사업과 장비 인프라를 결합한 R&D 집중 지원 대상이 된다. 이를 위해 생기원의 기업 지원 전담 인력 65명과 기업 지원 연구직 20명이 현장을 누비고 있다.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글로벌 협력 네트워크 구축도 제조기업 지원을 중심으로 추진된다. 미국 실리콘밸리(2002.05), 중국 청도(2004.07), 베트남 호치민(2005.09), 인도네시아 자카르타(2006.02)의 해외 사무소를 거점으로 활용해 글로벌 진출 한국 제조기업들을 현지에서 지원하고 있다. 자카르타 거점의 경우 2025년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글로벌 R&D 전략 거점센터(G-KIC)로 지정, 인도네시아뿐 아니라 아시아태평양 시장 진출을 위한 국내 기업들의 창구역할을 확대 수행하게 됐다.
혁신 기술의 경쟁력은 결국 제조 현장에서 판가름 난다.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은 그 현장 가장 가까운 곳에서 국내 유일의 생산기술 전문 출연(연)으로써 중소·중견기업과 함께 제조업의 미래를 준비하고 있다.
필자 소개
Tohoku University 재료공학 박사
UST KITECH스쿨 대표교수
한국생산기술연구원 부원장
前 한국분말재료학회 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