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라마중투어
경주는 역사문화가 살아 숨 쉬는 역사문화도시다. 곳곳에서 지난 시대의 한 장면을 화석처럼 굳은 채 꾸준히 웅변하고 있는 유물들이 산재해 있다. 이러한 유물들을 매개로 체험탐방프로그램이 다양하게 진행되고 있어 이를 즐기려는 사람들이 줄을 잇고 있다.
‘아 -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고요한 달빛어린 금오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일제강점기 악극단 활동으로 가요계에 입문해 독특한 창법으로 노래를 불러 인기를 끌었던 현인(본명 현동주 玄東柱) 가수의 ‘신라의 달밤’ 노랫말이다. 지금도 경주를 대표하는 노래로 주요행사에서는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유형을 가진 유물에 정신적인 이념처럼 이야기가 보태어지면서 역사문화재는 긴 생명력을 가지는 모양이다. 경주에서 반세기에 이르는 역사를 가진 신라문화원이 경주의 역사문화유물을 매개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을 만들어 체험탐방객들을 경주로 불러들이고 있다. ‘신라 달빛기행’이라는 프로그램이다. 달빛기행은 크게 4개 테마로 나누어 진행된다. 한 달을 4주로 구분하고 매주 토요일을 기해 ‘신라달빛기행’, ‘살아 숨 쉬는 서악서원’, ‘문화재 생생 화랑캠프’, ‘야호 경주 신라타임머신투어’ 등의 이름으로 진행되는 역사문화체험 프로그램이다.
신라문화원이 진행하는 체험프로그램은 비가와도 기후와 관계없이 진행한다. 일단 하루 전까지 홈페이지를 통해 참가신청서를 접수해야 신라의 역사문화 체험에 참가할 수 있다. 화랑복과 선비복 등의 각종 체험에 필요한 준비물과 프로그램을 진행하기 위한 조처다. 밤과 낮, 경주를 200% 즐길 수 있는 역사문화 체험프로그램 ‘신라 달빛기행’을 떠나본다.
◆신라 달빛기행
신라 달빛기행은 낮의 경주는 물론 밤의 경치도 함께 감상하며 경주를 200%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이다.
신라달빛기행은 매월 첫째 주 토요일에 진행된다. 경주를 찾는 대부분 관광객들이 신라천년의 정취를 느끼기 위해 어디를 갈지, 무엇을 체험할지 하는 고민을 단번에 해결해 준다.
신라 천년의 역사문화를 ‘낮과 밤 경주 200% 즐기기’라는 테마로 오후 3시 서악서원에 집결해 인원점검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프로그램이 진행된다. 먼저 신라 화랑들이 입던 옷으로 갈아입고, 신라문화에 젖어본다. 전통 한복을 차려입은 경주의 차문화단체에서 선발된 도우미들이 전통차를 우려내고 마시는 문화를 시연하면서 다도문화를 전해준다.
옷이 날개가 아니라 옷은 생각의 틀을 짜 맞추기도 한다. 화랑의 옷을 입으면 화랑이 되고, 선비의 옷을 걸치면 자연스럽게 행동부터 선비를 닮아간다. 차를 마시고 뒤뜰에 마련된 죽궁 체험장으로 이동한다. 활시위에 화살을 매기고, 깊게 호흡을 들이마시며 가슴께로 활을 붙이면서 시위를 팽팽하게 잡아 당겼다가 살을 놓는다. 바람을 가르며 눈 깜짝할 사이에 시위를 떠난 화살이 과녁에 ‘포옥’ 소리를 내면서 꼽힌다. 과녁에 박힌 채 꼬리를 떠는 화살을 보면서 쾌감을 느낀 청소년들은 연신 환호성을 질러댄다. 기분은 이미 신라의 화랑이 되어 있다. 기백이 넘친다. 다시 백등을 받아 화랑의 세속오계를 기록하고, 주소와 이름을 적으면서 ‘나만의 백등’을 만든다.
문화재해설사를 따라 역사문화현장 탐방을 떠난다. 9월에는 ‘세계 유산을 거닐며’라는 주제로 월성과 대릉원지구를 탐방했다. 첨성대와 계림을 지나 왕의 거처 월성터를 둘러보았다. 10월7일은 ‘가을들판을 걸으며’라는 주제로 능지탑과 선덕여왕릉, 황복사지, 진평왕릉 등을 돌아보는 낭산권의 문화재를 탐방한다. 8월과 7월 등 지난 체험에서는 다양한 신라의 역사문화재를 탐방했다. 매월 참가해도 지루하지 않게 다른 문화재를 선정해 탐방한다.
진짜 신라문화 체험은 저녁을 먹고, 달이 뜨는 시간에 이루어진다. 신라의 달밤을 즐기는 것이다. 어둠이 내리면 천지는 과거와 현재를 구분하기 어렵다. 신라시대 문화가 비치면 곧 신라에 머물게 되는 것이다. 신라사람으로 돌아가 신라의 문화를 몸에 두른다. 고즈넉한 기운이 맴도는 오래된 전통한옥에서 전통음악에 젖어보는 시간도 체험한다. 전국의 유명가수들이 출연해 호강하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마지막 코스가 신라의 달빛기행에서의 백미다. 동궁과 월지 야간투어가 진행된다. 달빛을 받아 고색창연한 신라시대의 멋을 부린 건물들이 하나씩 눈에 들어온다. 해설사의 역사이야기에 빠져 마음은 이미 신라로 건너가 있다. 월지에 투영되는 완벽한 데칼코마니를 이루는 동궁의 야경은 탐방객들의 혼을 쏙 빼놓는다. 황홀경에 취해 저마다 카메라 셔터를 누르기 바빠진다.
신라달빛기행은 오로지 경주에서만 체험해 볼 수 있는 특별한 경험으로 이색적인 추억을 남기게 한다. 이 프로그램은 이미 전국에 알려져 창덕궁 달빛기행 등 많은 지자체에서 벤치마킹을 하고 있다.
◆살아 숨 쉬는 서원
‘살아 숨 쉬는 서원’ 프로그램은 서악서원에서 진행된다. 서악서원은 조선시대 대원군의 서월철폐 철퇴도 피해 살아남은 사액서원으로 전통적인 서원의 모습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는 문화유적이다.
서원 프로그램은 둘째 주와 다섯째 주에 ‘문화재 생생 화랑캠프’ 프로그램과 함께 진행된다.
문화재청과 경북도, 경주시 후원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이다. 이 또한 경주에서만 할 수 있는 특별한 경험을 선물하는 인기 체험프로그램이다.
토요일 오후 3시 서악서원에서 선비복이나 화랑복을 입고 전통茶, 죽궁체험, 문화재 스토리텔링 답사에 이어 저녁에는 매주 공통프로그램으로 서악서원 고택음악회를 즐기는 순서로 이어진다.
‘살아 숨 쉬는 서악서원’은 평소 쉽게 발걸음이 가지 않는 서악서원에서 선비복을 착용하고 예절교육, 선비풍류체험 등의 다양한 서원 활용 문화프로그램을 진행해 이색적인 경험을 하게 된다. 유교문화에 대한 이해도를 높이고, 심신수련을 통해 호연지기를 기르고, 자신을 성찰하고 재충전하는 기회를 제공하는 공간으로 인기가 높다.
중앙단위의 공무원과 대기업 사원교육의 장소로도 이미 여러 차례 체험프로그램이 진행되어 화제다. 광역자치단체는 물론 기초지방자치단체들의 참가에 대한 문의도 접수되고 있다. 경주의 특성상 불교위주의 체험 프로그램이 유교문화까지 활용 스펙트럼이 넓어졌다는 평가와 함께 수학여행코스로도 접목이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 역사문화와 정신문화 계승발전을 위한 체험프로그램으로 발전할 것으로 기대된다.
◆신화랑풍류체험
‘문화재 생생 화랑캠프’라는 이름으로 진행되는 프로그램은 청소년들이 주요 참여자가 되어 신화랑풍류체험으로 추진된다. 삼국통일의 기초를 닦은 진흥왕과 무열왕의 능을 비롯해 설총, 김유신, 최치원을 배향하고 있는 서악서원을 활용한 다양한 체험프로그램이다.
화랑복을 입고 화랑예법, 화랑무예, 화랑각오 등 다양한 테마로 진행되어 청소년, 가족단위 참가자들에게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청소년들의 교육프로그램과 공무원, 근로자들의 교육시스템으로도 확대 적용되고 있다.
참가자들이 화랑복으로 갈아입고 단체촬영을 하면서 서서히 화랑의 모습으로 닮아간다. 다도체험을 통해 화랑의 예법을 익히고, 신라통일의 원동력이 되었던 영웅 화랑이야기를 담은 특강시간이 마련된다. 어른도 화랑들의 용맹무쌍한 이야기에 푹 빠진다. 백등에 세속오계 적기 등을 통해 화랑의 맹세를 체험한다. 임신서기석에 새겨진 글을 새기면서 자신에 대한 각오를 다지는 시간도 갖게 한다. 무예단을 통해 택견과 죽궁체험 등의 화랑무예를 직접 보고 체험하는 시간으로 화랑의 매력에 흠뻑 취하게 한다.
화랑의 제도를 만들고, 화랑을 통해 삼국통일을 이루게 한 진흥왕릉과 무열왕릉을 답사하면서 해설사의 화랑에 대한 무용담과 역할에 대한 역사 이야기는 청소년들이 화랑의 기개를 닮게 한다.
◆야호 경주 신라타임머신투어
네번째 주 토요일에 진행되는 ‘야호(夜好) 경주! 신라타임머신투어’는 경주지역 전통문화자원을 최대한 활용하여 경주 관광 만족도를 높여준다. 또 체류형 관광을 통해 신라문화를 깊이 이해하고, 경주지역의 관광경기를 살리는데 기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낮에는 화랑정신을 테마로 하는 재미있는 체험에 이어 전문해설사와 함께 월성발굴유적지, 유네스코에 등재된 남산 투어를 진행한다. 야간에는 서악서원에서 스토리텔러 류필기 또는 가람예술단이 진행하는 신라히스토리테마공연으로 한바탕 놀 수 있는 체험형 잔치마당이 펼쳐진다. ‘얼쑤 신라달밤콘서트’를 통해 신명이 난 탐방객들은 자신의 소원을 기록한 백등을 들고 신라의 달밤으로 걸어 들어간다.
신라 선덕여왕이 만들어 천체를 살피면서 농사와 국가의 대소사 길흉화복을 점치게 했던 첨성대 탑돌이를 진행한다. 빨주노초파남보라색으로 시시각각 변하면서 신비스런 분위기를 자아내는 첨성대에서 신라의 달밤을 만끽한다.
신라의 역사이야기를 듣고, 살아 있는 신라문화를 체험하고, 신라시대 문화유산이 살아있는 곳에서 신라인이 되어 신라문화를 즐겨본다. 타임머신을 타고 신라로 시간이동해보는 느낌을 갖게 한다.
“아 - 신라의 밤이여 불국사의 종소리 들리어 온다/ 지나가는 나그네야 걸음을 멈추어라/ 고요한 달빛어린 금오산 기슭에서/ 노래를 불러보자 신라의 밤 노래를/ 아 - 신라의 밤이여......” 신라의 달밤이 끝없이 입가를 맴돌게 하는 경주에서의 ‘신라마중’ 매력에 빠져볼 것을 권하는 신라문화원 진병길 원장의 미소가 신라 천년미소를 닮았다.
고즈넉한 서원에서 출발하는 ‘신라의 달밤’을 체험하면서 잊지 못할 추억을 만들어 보는 경주의 힐링로드를 강추한다.
첫댓글 알차고 유익한 내용 재밌게 봤어요.~^^
감사합니다. 국장님
저런 문화체험 삼유기 단원들 같이 해보면 재미날거라는 생각 해봅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