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운산을 두고 도솔산이라 부르기도 하는데, 산행 이야기에 곁들어 이 지역의 특색을 적어본다. 지역 주민들 혹은 고창을 아는 사람들은 `고창`의 상징성을 말할 때에 선운산 복분자 술과 풍산장어, 선운사의 동백을 떠올린다. 또 한국시단의 대표적 시인인 미당 선생을 자랑한다.
복분자술이 유명하고, 함께 들면 더욱 일품인 풍산장어는 일반화되어 고창의 특산품으로 전국어디에 내놓아도 손색이 없다. 고창 출신인 미당 서정주 시인은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 하더라도 그의 시 `국화 옆에서`가 워낙 유명해서 널리 알려진 인물이다.
또 하나 고창을 대표하는 것은 선운사이다. 이 지방에서는 선운사와 관련이 깊은 `선운산 보은염`이 일반화 되어 있는데, 보은염은 은혜에 갚는 소금을 말한다. 그 유래를 살펴보면, 백제 위덕왕 24년(577년)에 검단 선사가 선운사를 창건한 이후 사찰 인근에서 헐벗고 끼니를 굶는 백성들이 많아 검단 선사께서 그 사람들을 교화하고 소금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 생계를 유지하게 했다. 그 이후 생활 터전을 잡은 사람들이 마을 이름을 선사의 이름을 따서 검단리라 부르고 검단 선사의 은덕에 보답하기 위해 대를 이어 지금까지 1500여 년 동안 선운사 부처님께 소금공양을 올리고 있는데, 그 소금 이름이 `선운사 보은염`인 것이다.
선운산 자락에 있는 선운사는 조용한 사찰이지만 워낙 널리 알려진 까닭으로 고찰을 감싸고 있는 선운산이 덩달아 인기가 높은 산이다. 산림청이 정한 100대 명산에 포함되는 이 산은 100대 명산 중에서도 가장 낮은 산이지만 전국에서 등산객들이 많이 찾아들고 있다.
▶산행코스:(8~9km 5시간30분소요)
1코스:해리면 하련리 출발-청룡산-천마봉-낙조대-용문굴-도솔암-선운사(동백숲)-일주문
2코스:선운사 일주문-도솔암-용문굴-낙조대-천마봉-도솔암-선운사(동백숲)-일주문(약4시간30분)
<산행일정및 소요시간>
10:30 - 고창군 해리면 하련리 (하련제) 저수지 중간부근 들머리 도착
11:10 - 청룡산 정상 (30분소요)
12:10 - 낙조대 ( 1시간소요)
12:10~12:50 점심식사및 휴식
13:00 - 천마봉
13:30 - 용문굴
14:00 - 도솔암
14:30 - 자연의 집 휴계소
14:50 - 선운사 동백꽃 군락지
15:30~16:50 - 주차장도착(개별적으로 하산식)
17:00 - 차량 탑승
▶선운산은 호남의 내금강으로 불리우는 명승지로서 1979년 도립공원으로 지정되었다. 선운산은 도솔산이라고도 불리우는데 선운이란 구름속에서 참선한다는 뜻이고 도솔이란 미륵불이 있는 도솔천궁의 뜻으로 선운산이나 도솔산이나 모두 불도를 닦는 산이라는 뜻이다. 곳곳에 기암괴석이 봉우리를 이루고 있어 경관이 빼어나고 숲이 울창한 가운데, 천년 고찰 선운사가 자리하고 있다. 본사는 선운사로 검단선사가 창건하고 대참사(참당사)는 진흥왕의 왕사인 의운국사가 창건했다고 하나 천오백년 전의 일이고 현재는 도솔암, 석상암, 동운암과 함께 참당암이 있지만 옛날에는 89암자가 골짜기마다 들어섰던 것으로 전한다.
문화재로는 금동보살좌상, 지장보살좌상, 선운사 대웅전, 참당암 대웅전, 도솔암 마애불 등이 보물이고 동백나무숲, 장사송, 송악 등이 천연기념물이며 석씨원류 경판, 영산전목조삼존불상, 육층석탑, 범종, 약사여래불상, 만세루, 백파율사비, 참당암 동종, 선운사 사적기 등이 지방문화재로 백파율사비는 추사가 짓고 쓰고한 추사 글씨 중에서도 대표작이다. 선운산의 경치를 살펴보면 큰 절에서 개울을 따라 올라가면 물줄기가 갈라진 곳에 자연의 집이 있고 우측으로 더 올라가면 여덟가지로 소담하게 벌어진 장사송과 진흥왕이 수도했다는 진흥굴이 있다.
선운산 코스는 단순하다. 등산객들은 주차장에서 출발해 마이재를 거쳐 선운산 정상인 수리봉(혹은 도솔산)을 먼저 오른다. 다시 소리재, 낙조대로 해서 천마봉을 보고서 선운사로 내려오는 코스를 택한다. 선운사 절 입구에서 오른쪽 등산로를 따라 마이재 방향으로 들어선다. 왼편으로 가면 도솔암과 천마봉, 낙조대가 나타나는데, 결국은 한 바퀴 돌아 원점 회귀하는 같은 코스가 된다.
마이재를 오르는 길은 주능선까지는 경사가 상당히 한데, 주능선에 올라서보니 편안한 등로가 이어진다. 이곳이 이름난 곳이기에 서울 부산 등 전국 각지에서 오는 등산객들이 많다.
출발지점에서 1km 남짓 걸어오니 마이재 정상이다. 정상에서 보니 선운산 정봉인 수리봉이 저만치에서 보이는데, 여기서 오른쪽으로 가면 경수봉으로 가는 코스다. 마이재에서 훤히 보이는 선운산 정봉까지는 600m 정도 거리지만 일부 구간이 급경사를 이루고 있다. 산이 높지 않아 일행들은 편안한 마음으로 선운산 정상으로 오른다.
수리봉에 올랐다. 옛적에는 이 봉우리를 도솔산이라 불렀다. 통상적으로 고창 선운산이라 할 때에 수리봉을 비롯해 경수봉, 천마봉을 포함해서 선운산이라고 부른다.
수리봉을 뒤로 하고 하산해 개이빨산으로 향한다. 이름이 이상하다. 아마 산모양이 개의 이빨처럼 생겼다 해서 그렇게 부르고 있다. 산 능선을 타고서 개이빨산을 지나 소리재를 넘는다.
골짜기를 타고 올라가 소리재를 넘으면서 보니 눈앞에 낙조대가 펼쳐지는데, 선운산의 최고 절경이라는 명성답게 주변의 풍치가 예사롭지 않다. 가면서 눈을 돌리니 멀리에서 고창 시가지가 보이고 가까이로는 도솔암이, 또 그 아래쪽에는 선운사가 그림처럼 펼쳐져 있다.
드디어 일행들은 260여개나 되는 마의 철계단을 건너 낙조대에 도착했다. 낙조대는 해발 335m 밖에 안되지만 이곳에서 바라보는 서해 일몰은 일대 장관이라 유명한 곳이 됐다.
아직 일몰시간이 안 되어 낙조대 전망대에서 주변의 절경을 마음에 담는다. 또 여기가 MBC 인기드라마를 장식했던 `대장금` 최상궁 촬영장소라는 것을 떠올리며 천마봉 쪽으로 하산한다.
하산하면서 눈 아래 나타나는 도솔암과 진흥암을 보며 조심조심 발걸음을 옮긴다. 천마봉을 지나 도솔암 서쪽 내원궁 밑 절벽의 마애불 조각상이 유명하다.
선운사는 백제 위덕왕 24년(577)에 고승 검단 스님이 창건한 사찰이다. 창건과 관련해 설화가 전해오고 있는데, 검단 스님이 산세를 살펴보니 용이 살고 있는 연못이 상서로워서 용을 몰아내고 연못을 메웠다. 그 즈음 아랫마을에서 눈병이 돌았는데, 신기하게도 연못에 숯을 한 가마씩 갖다 부으면 눈병이 씻은 듯이 나았다는 것이다. 마을사람들이 너도나도 숯과 돌을 날라다 연못 속에 던졌더니 큰 못은 메워졌고, 그 자리에 검단 스님이 절을 세웠으니 선운사이다.
사찰의 세운 내력을 생각하면서 경내를 한 바퀴 돌아보고서는 뒤편 동백나무숲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숲에 홀로 앉아서 바람에 조금씩 흔들이는 수많은 나뭇가지를 보니 그 무리들 속에서 요정처럼 매달려 있는 동백꽃 모습은 정말 멋지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다른 곳 동백꽃보다 가장 늦게 피는 선운사 동백 숲은 소문나 있다. 5,000여 평 산비탈에 숲을 이룬 수백 년 묵은 3천여 그루 동백나무는 3월부터 4월까지 피워내는 꽃이 장관을 이룬다.
선운산의 고요한 산 그림자와 선운사의 아늑한 모습에 필자의 마음은 마치 참선을 하듯 말할 수 없이 편해져 온다. 그 속에서 오늘 하루의 의미 있는 시간들을 헤아려본다.
`산행 길에서/ 땀 흘리며 마이재를 지나/ 도솔봉으로 불리는/ 수리봉 위에 앉았다가/ 봄바람을 맞대고서는/ 낙조대를 거쳐 선운사/ 동백나무숲으로 내려섰다네.// 저어기 눈앞에서/ 무더기로 펼쳐지는/ 동백꽃 요정들이/ 그 사이 힘들었던 산행의/ 노고를 말끔히 씻어주는구나./ 일순간에 황홀경에 빠뜨리는/ 선운사의 빨간 요정들`(자작시 `선운사 동백꽃` 전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