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산천 트레킹길
8월의 막바지에 접어든 계절은 초가을을 대면하는 문턱에 와있다고 하지만 날씨는 변덕을 부리고 있었다. 일기예보는 양산 오봉산 등산하는날 제주 남해안 지역에 300mm 비가 온다고 하였다. 산행인솔자가 오늘 새벽에 비가 제법 많이 왔다고 하였다. 그런데 오늘 아침에 보니 일기예보는 빗나갔다.
트레킹 하는 그날 아침 비가 가날프게 솔솔 내리는 것을 보고 일정상 지장이 없을 것으로 알고 오봉산 등산을 향하여 모이는 집결지로 갔다. 차를 주차시킬 무렵 길잡이로부터 전화가 왔다. 어디냐고 물으시길래 물금지구대앞 주차장이라고 하니 빨리 양산역 공영 주차장에 차를 대고 지하철 1번 출구로 나오라고 하였다. 공지가 변경된 것 안보았는가 물었다. 나는 폰 문자로 아침 7시경에 올린다고 하여서 카페에 확인차 들어갔으나 그때는 변경된 공지가 올라 오지 않았다. 7시 조금넘어 공지가 올라왔다.
아묻든 제 소견이 부족한 것 때문에 장소를 확인 못하였다. 그래서 나는 부랴부랴 양산역으로 향하였고 공영 주차장에 차를 세워두고 집결지로 갔다. 약속시간은 1분전에 도착하였다.
변경된 장소는 양산천을 도보하고 워터파크로 가고 춘추공원을 지나서 양산타워를 가고 다시 양산천으로 돌아오는 일정이다. 우리는 비가 부슬부슬 내리는 가운데 양산천을 걸었다. 우산을 쓰고 가다가 다시 접고 길을 간다. 양산천 물은 고요히 흐르고 있다. 비내리는 하천 부지는 낭만을 품고 있었다. 코스모스의 환영을 받으며 우리의 발걸음에 힘을 실어준다. 코스모스의 늘씬한 모양에 더욱 눈빛이 가고 고운 색상에 시선이 빼앗겼다. 우리의 일행은 흥겹고 독특한 멋에 흽싸여서 입가에 미소를 뛰우며 만족감에 잡히는 것 같았다.
하천의 길은 세파에 찌들고 억눌렸던 감정을 날려 버리고 새롭게 마음을 탈바꿈 시키며 온온하게 싹트게 하는 것 같다. 하천길을 걸으면서 마음을 추슬러 보기도 하는 것이다. 길바닥에 깔린 풀숲이 따분하지 않고 담담히 길을 가도록 조연의 역할을 해준다. 낫설은 곳에 와서 탁 트인 길을 가는 것은 색다른 의미를 주고 활력을 불어준다. 하천길을 걷는데 누군가 이렇게 물어왔다. 현직에서 은퇴하였는가 물었다. 현직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무슨일을 하는냐고 물었다. 이렇게 낮에 나와도 지장이 없는냐고 하길래 우리 집사람이 일을 맡아서 하고 있다고 하였다. 그러면서 그 사람이 혼자말로 자영업 하는지요 말을 하였다. 나는 대답을 안했다. 밖에 나와서 일일이 대응할 필요를 느끼지 않았다.
자연의 풍경에 젖으면서 기분을 만끽하기 위하여 그냥 대답없이 걸었다. 워트파크에 와보니 가슴을 푸르게 열어준다. 잔뒤동산에 펠라칸이 자유롭게 놀고 있다. 그 앞에는 일곱갈래의 물줄기를 뽑아대는 분수가 장관을 연출한다. 넉넉한 자원을 이곳에 오는 사람을 위하여 선사한다. 나는 무슨 물줄기를 세상에 쏟아 부어야 하나 가장 가깝게 지금 함께 걸어가는 길손들에게 가지가 되고 꽃잎이 되어주고 줄기가 되어주는 일이라고 본다. 이제 춘추공원으로 들어섰다. 그곳엔 6.25 참전 기념비가 있었다. 그 탑안에 희생 당하신 순국용사들의 명단이 적힌 판이 있었다. 나라와 민족을 위하여 고귀한 몸을 받친 그들의 장엄한 흔적을 본다. 조국에 대한 깊은 사념에 젖게 하며 나라사랑의 정신을 일깨운다. 무거운 침묵이 흐른다.
춘추공원 숲속길을 걷는다. 비내리는 산길을 걷는 이내마음 온갖 복잡한 것 흘러보내고 조용히 찬찬히 비를 살랑 맞으며 걷는다. 산속의 땅은 붉은색을 뛰운다. 이러한 색채 속에서 가슴이 뭉클해져 온다. 또 하나의 목적지 양산타워 6층에 올랐다. 양산 시가지가 눈에 확 들어온다. 이곳엔 양산의 명소를 알리는 사진도 전시되어 있다. 오봉산, 토곡산, 천성산, 배내천.. 양산의 자랑거리다. 5층으로 내려가면 타워 북카페가 있다. 양산 시민들이 자유롭게 차를 마시면서 책을 읽을수 있도록 갖추었다. 때마침 그곳에는 시민들이 책을 읽고 있었다.
여기에 왔다는 표시로 책 두권을 꺼내놓고 책 읽는 모습을 폰에 담았다. 끄집어낸 두권의 책은 공교롭게 이문구의 “ 문인기행” 과 한비야의 “ 지도 밖으로 행군하라”이다. 이 책들은 여행과 관련이 깊은 책이다. 카페의 분위기는 너무도 든든하고 삶의 풍온함을 주었다. 양산타워 북카페는 기발한 발상이며, 창조적 구상이라고 할수 있다.양산타워를 나와서 양산천 저편으로 다시 걷는다. 우산을 받쳐들고 늠름히 걸어간다. 길가의 코스모스가 경이로운 빛을 발한다. 양산천의 흐르는 물과 길게 뻗은 잔뒤밭과 곳곳을 거닐었던 것을 통하여 많은 것을 제공받았다.
양산천 도보는 사랑의 모자이크를 땅 바닥에 진하게 심어 놓았고 마음에 깊이 물들게 하여 주었다.
<2019. 9.3(화) 오전 8시 황홍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