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 있게 사는 방법
2019.10.22. ‘두근두근 내 인생’ 교과서 수업
권예나/광동고 1학년 1반 2번 xxyena88@daum.net
정보실에서 올라오며 친구들과 수행평가에 대한 한탄을 하다 교실에 올라가서 친구들과 수다를 떨었다.
“설마 오늘 수업기록 아니야?”
종이 친 후 1번인 다연이와 2번인 내가 수업기록을 할 것 같은 불안함을 가지고 자리에 앉았다. 이번 시간은 한 교시만 버티면 집에 갈 수 있는 7교시. 빨리 하교하고 싶은 마음에 벌써부터 들뜬 상태였다. 제법 날씨가 쌀쌀해졌지만 담요를 온종일 두르고 있던 탓에 땀이 나 손부채질을 하고 있었다. 얼마 전까지 책 대화 수행평가 준비를 하고 있던 터라 친구들은 모두 오늘도 책 대화를 하는 거냐며 서로 물어보고 있던 도중, 선생님이 교실 문을 열고 들어오셨다. 항상 똑같이 발랄하게 인사하신 선생님은 먼저 수행평가 양식 안내와 제출 기간을 알려주셨다. 그 이후 선생님께서는 1번과 내 번호 2번을 호명하셨다. 역시나, 수업기록을 할 차례라는 것이다. 1학기 때와 마찬가지로 내 앞에 앉은 1번 다연이와 눈이 마주치고 서로 한숨을 쉬었다. 결국 운명을 받아들이고 체념하긴 했지만 말이다. 더군다나 생각보다 빨리 다가온 책 대화 보고서 제출과 수업 기록이 겹쳐 더욱 막막해졌다.
오랜만에 교과서를 폈다. 오늘 배울 것은 ‘두근두근 내 인생’이라는 영화의 시나리오이다. 교과서를 읽기 전에 문학에 대해 1학기 때 배웠던 내용들을 복습했다. 소설에는 서술자가 존재한다는 것, 극은 직접 보여주는 것 등의 내용을 다시 들으며 새록새록 기억나는 1학기 때의 수업을 떠올리자 나름 수업을 열심히 들었던 것 같아 뿌듯했다. 그 와중 수업을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 자는 친구들을 보고 선생님께서 말씀하셨다.
“지금 누가 자고 있죠? 잘 자게 둡시다~.”
나와 반 친구들은 자는 친구를 보며 간간이 웃음을 띠었다. 문학 단원을 집중해서 들었던 터라 선생님이 내주시는 초성 퀴즈들은 대부분 맞추었다. 문학은 언어예술이라는 것, 문학의 종류인 서정, 서사, 극, 교술, 서사과 극의 차이 등등 전에 배웠던 것들을 복습하며 이제 드디어 ‘두근두근 내 인생’을 배우기 시작했다.
“1학기 때 영화 영상 봤었나요?”
“네~”
“드디어 진실된 말을 하는 반이 나타났네요. 다들 아니라고 하던데.”
다른 반 친구들은 한 번 더 보려 안 봤다고 거짓말을 했는지 우리 반이 진실된 반이 되었다. 이미 봤지만 한 번 더 영화의 줄거리를 요약해 놓은 영상을 시청하기로 하였다. 간략히 설명하자면 이 영화는 어린 나이에 결혼한 대수과 미라, 그들의 아들인 조로증 환자 아름이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슬프게도 결국 아름이는 자신의 어머니와 아버지의 만남에 대한 글을 남기고 떠난다고 한다. 사실 이런 종류의 영화를 많이 본 적이 없어 처음에는 이 영화가 말하려는 바를 알기 어려웠다. 그러자 선생님께서는 우리에게 간단한 질문을 던지셨다.
“만약 아름이 같은 삶을 산다면 태어날 것인가요?”
나를 포함한 대부분은 태어나지 않는다고 했다. 나는 당연하다고 생각했다.
“다시 말하면 이런 거예요. 여러분들은 아무것도 없는 무의 상태로 있을래요 아니면 슬픔과 동시에 기쁨도 공존하는 삶을 살래요?”
인터넷에서 많이 보던 질문이지만 실제로 들어보니 더욱 선택하기 어려웠다. ‘내가 아무리 편하게 사는 것이 좋다지만 과연 기쁨 없이 살 수 있을까?’라는 의문점이 들었다. 아름이는 힘듦과 동시에 기쁨이 공존하는 삶을 살았다. 조로증을 앓으며 힘들게 살았지만 잠깐이나마 서하라는 아이를 통해 사랑을 느끼고 가족과 장 씨 할아버지와의 추억을 가지고 있으니 말이다. 아름이는 비록 힘든 삶을 살았지만 뜻깊은 인생을 살았다고 말할 것 같았다. 이제야 조금씩 영화의 목적을 이해 할 것 같았다. 이 영화는 힘듦 안에 삶의 소중함과 즐거움을 알려주는 영화라고 생각했다.
이 시나리오의 제목에서 두근두근이라는 것은 설렘과 위험을 동시에 지닌 의미라고 한다. 설렐 때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고, 놀라거나 무서울 때도 심장이 두근두근거리기 때문이다. 실제로 작가도 이런 중의적인 표현을 노렸다고 한다. 사실 제목은 그저 글을 대표하는 한 문장이라고만 생각했는데 이런 표현을 알고 나서는 제목이 생각보다 많은 의미들을 알려준다는 것을 깨달았다. 등장인물 소개 쪽을 보니 아름이는 실제 나이 16살이지만 신체 나이가 80살이다. 그리고 미라와 대수는 아름이를 17살에 낳았는데, 나와 동갑이라는 것에서 많이 어리다는 것을 실감했다. 부모보다 늙은 자식과 자식보다 철이 덜 든 부모, 굉장한 아이러니함이 느껴지지만 이 설정이 영화에 특별함을 주는 것 같다. 또, 대부분의 영화에서 주인공이 아프다면 백혈병 같은 병을 부여하지만, 이 영화에서는 굳이 조로증으로 설정했다. 사실 조로증은 우리와 다른 것이 없다고 한다. 다만 우리보다 더 빨리 신체의 시간이 흘러갈 뿐이다. 고로 우리 모두가 겪을 미래인 것이다.
선생님은 우리에게 또 한 가지 질문을 던지셨다.
“한 것 없이 80살 살래요, 아니면 열심히 여행 다니며 살고 30살 살래요?”
나는 여행을 다니며 살고 싶지만 30년만 사는 것은 너무 짧지 않은가라는 실없는 생각을 하며 설명을 들었다. 사람은 물리적 시간보다 심리적 시간을 더 느낀다고 한다. 길게 살아도 한 것이 없으면 열심히 무언가를 많이 하고 실질적으로 짧게 산 것보다 더 짧게 산 것처럼 느껴진다. 비록 아름이는 짧은 삶을 살았지만 인생을 글쓰기로 보내며 삶의 기쁨을 알았으므로 의미 있는 삶을 살았다. 선생님이 던지시는 질문과 아름이의 삶을 보며 나는 과연 의미 있게 살아가고 있는가 생각해보았다. 앞으로 살아갈 날이 많이 남았는지 적게 남았는지 알 수 없으니 나 또한 스스로 만족하고 의미있는 삶을 살아가겠다고 다짐하였다.
이어서 다른 등장인물의 소개도 읽어보았다. 아름이의 친구인 장 씨 할아버지는 내 기준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인물이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은 보통 동갑이어야지만 친구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아름이와 장 씨 할아버지는 나이 차를 뚫고 친구를 하기로 한다. 장 씨 할아버지의 순수하고 열린 마음과 성숙한 아름이의 마음이 만나 나이를 초월하여 친구를 맺었다.
“옆에 있다고만 해서 친구가 아닙니다. 서로 믿고 의지해야 친구인 거예요.”
선생님의 말씀처럼 우리나라같이 동갑만 친구가 되는 것이 아니라 마음이 닿는 사람과 친구를 맺는 것이 좋은 친구를 만드는 방법인 것 같다고 느꼈다. 나도 앞으로 새로운 친구를 사귈 것이고, 사회에 나가서도 여러 사람과 만날 것인데 과연 나와 마음이 잘 맞고, 의지할 수 있는 친구를 만날 수 있을지 설레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했다.
교과서를 읽으며 수업을 진행하는데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아 끝내기로 했다. 집에 가기까지 얼마 남지 않았지만 곤히 자고 있는 친구들이 많았다.
“그럼 다음 시간에 봐요, 안녕~.”
종이 치고 수업기록을 쓸 생각을 하며 교과서와 메모한 노트를 가방 속으로 집어넣었다. 오늘은 평소보다 힘들었던 날인 것 같았다. 가을치고 따뜻한 햇볕을 받으며 드디어 오늘의 수업도 모두 다 끝이 났다. 이제 정말 집에 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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