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라 산
자리물회·오분자기솥밥·빙떡·꿩지실국시에 말고기
제주 토종음식 잘 하는 먹거리집들
들어서면 거기서부터는 먹거리집이 없다. 그래서 한라산 산행에서는 ‘만백성이 먹는 것을 하늘로 삼는다(民以食爲天)’는 먹는 문제는 한라산이 아니라 제주 바닷가 가까운 마을에서 찾아야만 한다.
제주도는 지리적으로 중앙문화권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만큼, 생활 풍속에서도 특유성이 있음은 당연한 이치다. 식생활에서도 섬이라는 특수한 지리적 환경과 기후조건 등으로 육지부와는 현저한 차이가 있다.
제주의 향토음식을 찾아나서 본다. 옥돔구이, 해물뚝배기, 갈치호박국, 성게국, 자리물회, 활어회, 전복죽, 오분자기솥밥 등이 바다 내음을 듬뿍 담은 제주 음식들이다. 여기에 흑돼지 불고기와 꿩토렴(샤브샤브), 꿩메밀칼국수가 끼어든다. 돼지고기와 내장을 넣고 오랜 시간동안 삶은 진한 국물에 모자반이라는 해초를 넣어 만든 몸국도 나온다. 메밀과 무가 어우러져 독특한 맛을 내는 빙떡도 있다.
제주 음식은 조리법이 단순하고 가능한 한 사람의 손길을 최소화시킨 것이 특징이다. 예로부터 제주 여성들은 생업과 가사를 도맡아 해야 했기에 긴 시간 부엌에 머물 수 없었기 때문이란다. 그래서 자연히 조리시간이 짧은 냉국이나 물회 등 국 종류가 개발되었다는 것이다. 또 한 가지 계절별로 잡히는 해산물과 농산물 등 다양한 식자재들로 만든 음식이 많다는 것도 특징이다. 육지부에 비해 기온이 높고 산, 들, 바다에 신선한 식자재가 산재해 있기에 계절 따라 이들을 활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배경의 음식들에 말고기는 단연 제주도에서만 맛 볼 수 있는 고유 음식이다. 옛부터 내려오는 ‘말은 태어나면 제주로 보내고, 사람은 서울로 보내라’라는 속담은 제주도의 자연적 환경이 말 기르기에 가장 적합한 곳임을 잘 말해 준다. 제주마는 선사시대부터 수렵의 대상으로 제주 사람들과는 깊은 관계를 맺어 왔다. 삼국시대를 거쳐 고려 말에는 몽골말과 목축기술이 전래되어 말의 르네상스 시대를 열었고, 조선조 때는 말의 수요가 늘어나자 제주도 전역을 목장화하기에 이르렀다. 지금은 경주마와 승용마 사육의 전진기지가 되어 있고, 한편으로는 말고기를 즐기는 마니어의 증가로 식용마 사육이 늘어나고 있다.
말고기 전문점
고우니·바스메
-
-
말은 옛부터 소중한 가축으로 민간은 물론 왕실과 조신들도 즐겨 먹던 고기다. 어느 한 때, 대량 사육이 어려워 식용을 억제하기 위해 유포한 유언비어가 말고기에 대한 편견을 갖게도 했지만, 조선시대에는 제주의 조랑말고기를 육포로 만들어 궁중에 진상품으로 올렸다는 기록들이 남아 있다.
지방이 적은 말고기는 대표적인 고단백 저칼로리 건강식품으로, 프랑스와 이태리에서는 미식가들이 가장 즐기는 음식이 되어 있고, 일본에서는 스테미너식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다. 몽고에서는 식용과 약용으로 말고기에 의지하고 있는 실정이다.
우리나라에서는 한국식품개발연구원이 말고기에 대한 효능을 과학적으로 연구해 발표했고, 이것이 계기가 되어 각광을 받기 시작한 것이 10여 년 전이다. 그 사이 제주에서는 말고기를 즐기는 미식가들이 계속 불어났고, 외지에서도 찾아오는 사람들이 많아 지금은 말고기 전문 외식업소가 제주에만 60여 곳이나 된다고 한다.
제주시내 한라대학 사거리에서 바다쪽으로 100m 지점에 있는 말고기 전문점 ‘고우니(064-744-1418)’는 새로 떠오르고 있는 별 같은 업소다. 토박이인 고영완씨(41)는 서울의 명문대학에 유학한 인물로, 고향땅에서 멋진 고유 음식업소를 차려 보겠다는 당찬 의욕으로 뛰어 들었다고 한다. 학구적인 젊은 감각에 꾸준히 연구하는 자세가 고객들에게 감동과 만족을 주면서 업소는 날로 번창, 단골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특선코스 30,000원, 일반코스 20,000원. 육회·내장 각 20,000원. 로스구이·샤브샤브·주물럭 각 12,000원. 말고기가 꺼려지면 흑돼지 화로숯불구이도 맛볼 수 있다.
서귀포시 표선면 성읍리에 있는 말고기 전문점 ‘목장원식당 바스메’(064-787-3930)는 말고기 단일품목만 차려내는 전문업소로 서울 부산 대구 광주 등 육지부의 대도시 사람들에게도 널리 알려져 있다. 대표 공편석씨(60)의 조리솜씨는 정평이 나 있는 터에 말고기가 성인병, 특히 퇴행성 관절염에 좋다는 소문으로 노년층 고객이 무척 많다. 잘 지은 시원한 공간에 넓은 주차공간이 확보되어 있고, 주변에는 말목장들이 산재해 있다.
성읍민속마을의 괴짜식당
괸당네식당
-
-
표선면 성읍리는 조선조 읍성의 기본 뼈대를 보존하고 있는 민속마을이다. 이 마을은 세종 5년(1423) 정의현청을 성산읍 고성리에서 이곳으로 옮긴 이래 1914년 군현제가 폐지될 때까지 500여 년 현청 소재지였던 유서 깊은 곳이다.
해안에서 8km쯤 올라간 아늑한 산촌인 성읍은 정부지정 민속마을로서 민속학적인 가치와 관광대상지로서 유별난 성격을 지니고 있다.
이곳에 가면 토속냄새가 물씬한 향토음식점들이 관광객들을 맞고 있는데 국내외 TV 방송에 100회 넘게 소개되었다는 ‘괸당네식당(064-787-1055)’은 빠뜨릴 수가 없겠다. 심지어 제주관광업계는 제주어연구가인 주인 김동익씨의 구수한 제주방언을 들려주기 위해 관광객들을 이 마을로 안내한다고 할 정도다. 업소에서는 제주도에서 꿩고기 요리를 제일 잘 한다고 크게, 그것도 구수한 제주도 사투리로 자랑하면서 꿩지실국시(꿩감자국수)를 꿩고기 조금 넣고 감자나 썰어 넣은 보통국수로는 절대 생각하지 말란다. 전국에서 이 집에서만 먹을 수 있는 유일한 음식임을 강조했다.
음식상은 2인(25,000원), 3인(40,000원), 5인(65,000원), 8인(95,000원), 주막상차림(30,000원)으로 차려낸다. 상차림에는 야생꿩괴기, 토종돗괴기, 지실국시, 잡곡밥, 모물빈대떡, 좁쌀막걸리 등이 올라온다. 옥호 ‘괸당’은 친척의 제주 사투리다.
표선 제주민속촌에 갔다면…
돈낭집
-
제주에서 제주의 얼이 담긴 생활문화를 가장 쉽고 정확하게 접해 보기를 희망한다면 표선면 표선 해수욕장이 있는 바닷가 제주민속촌으로 가 보면 된다. 이 민속촌은 조선 말인 1890년대를 기준으로 삼아 제주도 전래의 민속자료를 총체적으로 정리하여 전시해 놓았다. 이곳에 전시된 100여 채에 달하는 전통가옥은 실제 주민이 생활하던 집들을 돌 하나 기둥 하나에 이르기까지 그대로 옮겨와 거의 완벽하게 복원해 놓았다. 민속은 민족의 얼이고 대대로 전승되어 오는 생활문화인데 이러한 제주문화가 제대로 보존된 마을에 먹거리집이 빠질 수야 없었겠다.
먹거리 거리에 있는 ‘돈낭집(대표 강숙희·064-787-3463)’으로 들어가 본다. 대표적인 제주 향토음식 ‘빙떡’이 메뉴판에 기재되어 있다. ‘빙빙 마는 떡’이라는 700년 연륜의 이 떡은 제주사람들이 명절 때 즐겨 먹는 음식이다. 고운 메밀가루를 묽게 반죽하여 프라이팬에 기름을 두르고 얇고 둥글게 부쳐낸 다음 가늘게 썰어 데쳐낸 무에다 파, 깨가루, 소금 등 양념을 섞어 떡 속에 넣고 빙빙 말아서 만든다. 제주민속촌은 TV 드라마 ‘대장금’ 촬영장소로도 많은 사람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