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 금상
은행나무
박서은 제주광양초/4학년
은행나무 가지에는 나비 공장 차렸나봐
노오란 나비 떼가 수도 없이 앉아있다
바람이 살랑거리자 땅으로 내려앉는다
초등 은상
나무
한하늘 단계초/3학년
나무를 바라보면 나와 많이 닮았어요
작고 마른 나무는 1학년 때 같고요
운동장 느티나무는 어른이 된 모습이죠
초등 은상
‘
나무
박시완 장재초/1학년
키 작은 나무들은 왜 키가 작을까요
나처럼 밥 안 먹어 키가 크지 않나 봐
나무야 밥 잘 먹으며 나보다 더 클거야
초등 은상
죽은 나무
정서윤 제주어도초등/6학년
죽은 나무토막에
동그란 귀 돋았어
무엇을 들으려 많은 귀를 달았을까
숲속의 노래 듣고 싶어?
정말 정말 귀엽다
제9회 한국시조문학관 전국 시조 지상 백일장 공모작품 심사 초등부 시평
심사위원 길람 신애리
9월 24일, 한국시조문학관에서 제9회 한국시조문학관 전국 시조 지상 백일장 공모작품 심사를 했다. 올해처럼 무더운 여름 더위도 잊은 채 시조를 썼을 많은 어린이와 함께 노력해 주신 전국에 있는 많은 초등학교 선생님이 계셨음이 감사하다.
올해의 시제는 <나무>였다. 어떤 곳에서도 묵묵히 견디어내고 성장하는 나무를 형상한 작품들이 기발하고 참신하게 풀어내는 비유, 그 솜씨가 놀라웠고 시조의 장래가 밝아 보였다.
장원을 한 제주 광양초 4학년 박서은 어린이는 노란 은행나무를 노란 나비 공장으로 형상화하는 생각의 전환이 참신해서 돋보였고 노란색에 대한 선명한 이미지 전달이 장원의 품격에 어울렸다. 은상을 수상한 산청 단계초 3학년 한하늘 어린이는 학교 교정에 서 있는 나무를 통해 첫 입학의 설렘으로 가득했던 키 작은 모습의 나와 의젓하게 성장 했을 때의 내 모습을 꿈꾸어 보는 나로 표현해냈다. 나무라는 시제를 통해 과거, 현재, 미래가 동시에 바라다보이는 세상을 창조해 냈다. 장재초 1학년 박시완 어린이는 나처럼 키가 크지 않는 나무를 사랑으로 지켜보는 의인화된 시각이 특별히 돋보이는 귀여운 느낌의 시조를 썼다. 제주 어도초등학교 6학년 정서윤 어린이는 죽은 나무에서 쑥쑥 자라나는 버섯들이 나무의 귀와 같다고 노래한다. 그 발랄하고 깜찍한 발상이라니 나무는 무슨 이야기를 듣고 싶은지 묻고 있다. 초록 숲과 나무 이끼와 버섯들을 쉽게 접하는 청정지역 제주에서나 만날 수 있는 보석처럼 청정한 시조이다. 전국 대회인 만큼 많은 학교에서 참여해준 열기가 대단하고 회를 거듭할수록 발전해가는 어린이 시조를 읽으면서 지도해 주신 지도교사님들께 노고에 다시 한번 감사를 드린다.
시조의 역사를 잇는 것은 위대한 시인의 손길만이 아니다. 시조를 사랑하는 선생님들의 시조를 가르치겠다는 정성과 시조를 배우겠다는 어린이들의 의지에 있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