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시 숨을 고르고
그동안 거창한 이름을 내걸고 연재하던 '漢文雜講'을 이번 회를 끝으로 일단 접습니다. 필자의 밑천(?)이 다하여 더이상 풀 썰(舌)이 고갈되었을 뿐만 아니라, 그간 참고 읽어주신 벗님들의 인내도 한계에 도달했으리라 짐작하기 때문입니다. 잠시 숨을 고르고 필자의 메인 놀이판인 漢詩에 대해 다음 썰을 준비할까 합니다만...
枕溪樓 / 이광사 글씨 (해남 대흥사 편액) : "시냇물을 베고 있는 누각' 이라..
자주 보이는 관용구
영어와 마찬가지로 한문에도 '관용구' 라는 게 자주 보입니다. 그러나 漢詩에는 글자수의 제한 때문인지, 아니면 관용적으로 쓰는 어구의 구태의연함이나 신선도가 떨어짐 때문인지 몰라도 '관용구'가 그다지 보이지 않습니다. 그래서 例로 든 것도 明心寶鑑이라든지 論語와 같은 非詩的인 게 대부분입니다. 다만 여기에 예시한 관용구라는 것이 빙산 중 얼음 한두 조각에 불과함을 혜량해 주시기 바랍니다.
(우리 음 가나다 순)
豈不(非) A (乎) (反語 관용구) : 어찌 A하지 않는가(아니리오)? ☞ 豈 어찌 기
孔子豈不欲中道哉(乎) : 공자께서 어찌 중용의 길을 가고자 하지 않았겠는가? (맹자 중)
豈非大丈夫之事乎 : 어찌 대장부의 일이 아니리요?
豈非滅私奉公之意乎 : 어찌 멸사봉공의 뜻이 아니리요?
寧 A 勿(非) B (선택 관용구) 차라리 A할 지언정 B하지 마라
寧爲鷄口 勿爲牛後 차라리 닭의 부리가 될 지언정 소의 꼬리는 되지 말라
(史記 蘇秦傳 중)
莫 A 於 B (최상급 비교) : B보다 A(서술어)하는 것은 없다
莫見於隱 莫顯於微 : 숨는 것보다 더 잘 나타나는 것이 없고, 작은 것보다 더 잘
드러나는 것은 없습니다 (중용 중)
A 莫如(若) B (최상급 비교) : A에는 B만한 것이 없다
知臣莫如君 신하를 아는 것은 임금만한 이가 없다
至樂莫如讀書 지극한 즐거움에는 독서만한 것이 없다
輔世長民莫如德 세상을 돕고 백성을 다스리는 데는 덕만한 것이 없다 (맹자 중)
無(非)不 A (이중부정) : A하지 않음이 없다(반드시 A이다)
吾矛之利 於物無不陷也 : 내 창의 예리함은 어떤 물건이라도 뚫지 못함이 없다(반드시 뚫는다).
(한비자에 나오는 矛盾의 유래에 나오는 말)
非不說子之道 : 공자님의 길을 좋아하지 않음이 아니다 (논어 雍也편 중)
A 未(不)必 B (부분 부정) : A도 반드시 A하지는 못한다(않는다)
積金以遺子孫 未必子孫能盡守 돈을 모아 자손에게 남겨도 반드시 자손이 다 지키지는 못한다
(명심보감 繼善편 중)
豪家未必常富貴 貧家未必長寂寞 호화로운 집도 반드시 늘 부유하지는 못하고, 가난한 집도
반드시 오랫동안 적막하지는 않는다. (명심보감 省心편 중)
師不必賢於第子 : 스승이라도 반드시 제자보다 현명하지는 않다.
A 不(莫)如(若) B (우열비교) : A는 B보다 못하다
百聞不如一見
天時不如地利 (손자병법 중)
賜子千金 不如敎子一藝 자식에게 천금을 주는 것이 자식에게 한가지 재주를 가르치는 것보다
못하다 (명심보감 訓子편 중)
不亦 A 乎 (반어 관용구) : 또한 A하지 아니한가
學而時習之 不亦說乎 배우고 때에 맞추어 익히면 또한 기쁘지 아니한가!
有朋自遠方來 不亦樂乎 벗이 먼 곳으로부터 오니, 또한 즐겁지 아니한가! (논어 중)
使(敎, 令) A B (사역형) : A로 하여금 B하도록 하다
天帝使我長百獸 하눌님은 나로 하여금 온갖 짐승의 우두머리가 되도록 하셨다 (戰國策 중)
誰敎其人作此詩乎 누가 그 사람으로 하여금 이 시를 짓도록 하였나?
賢婦令夫貴 惡婦令夫賤 어진 아내는 남편으로 하여금 귀하게 하고, 나뿐 아내는 남편으로
하여금 천하게 한다 (명심보감 婦行편 중)
A 所以 B : A는 그 것을 가지고 B하는 것이다
明鏡所以察形 往古所以知今 거울은 그것을 가지고 형태를 보며, 지난 일은 그걸 가지고 지금을
아는 것이다 (명심보감 省心편 중)
安得 A(명사, 동사)(반문 관용구) : 어찌(하여) A(명사)일 수 있으랴, 어떻게 A(동사)할 수 있나
不入虎穴 安得虎子 호랑에 굴에 들어가지 않고, 어찌 호랑이 새끼를 잡을 수 있으랴
安得猛士兮守四方 어찌하여 용사(勇士)를 얻어 온 나라를 지킬 수 있을까
年歳晩暮時已斜 安得力士飜日車 해 저물어 시절 이미 기울었으나, 어찌 힘좋은 장사를
얻어 태양을 뒤집을 수 있으랴 (東漢 이우의 시 九曲歌 중)
男兒有求安得閒 남아가 구하는 바가 있다면 어찌 한가로움일 수 있으랴 (北宋 장뢰의 시 중)
此身安得秦城去 이몸 어떻게 도성으로 돌아갈 수 있으리 (조선 말 화가 김득신의 백곡집 중)
若(如) A 則 B (양보 관용구) : 만약 A하여도 B한다
若有罪則君列諸會矣 만약 죄가 있어도 군주는 그들을 회맹에 참석시켰다 (左傳 중)
與 A 偕(俱) B : A를 따라(대로) B한다
先見時者與時偕行 不然者與己欲俱行 때를 내다볼 줄 아는 자는 때를 따라 행동하고,
그렇지 않은 자는 자기 하고픈 대로 행한다
與其 A 不若(如) B (선택 관용구) : A하는 것이 B하는 것만 못하다
與其病後能服藥 不若病前能自防 병난 후 약을 먹는 것이 병나기 전에 스스로 막는 것만 못하다
(명심보감 省心편 중)
與其生辱 不如快死 욕되게 사는 것이 흔쾌이 죽는 것만 못하다 (계백장군전 중)
與其 A 孰若(如) B or 與其 A 寧 B(선택 관용구) : A하는 것보다 차라리 B하는 편이 낫다
與其有樂於身 孰若無憂於其心 몸이 즐거운 것보다 차라리 그 마음에 근심이 없는 편이 낫다
與其有譽於前 孰若無毁於其後 앞에서 좋은 말하는 것보다 차라리 그 뒤에서 헐뜯지 않는 편이 낫다
(문장궤범 중, 漢文公의 말)
禮與其奢也 寧儉 예는 사치하는 것 보다 차라리 검소한 편이 낫다 (논어 중)
欲 A 不 B : A하려고 해도 B할 수 없다.(하지 않는다)
樹欲靜而風不止 나무는 고요하고자 해도, 바람은 그치지 않는다. (韓詩外傳 중)
爲 A 所 B (피동 관용구) : A 에게 B 받는 바 되다
大丈夫當容人 無爲人所容 대장부는 마땅히 남을 용서할 지언정, 남에게 용서 받는 바 되어서는
안 된다 ( 명심보감 正己편 중)
以 A 故 (也): A하기 때문이다.
無消息者卒來, 必以有事吾故也. 소식이 없던 자가 갑자기 오면, 반드시 나에게 일이 있기 때문이다
以 A 爲 B : A를 B라고 여긴다(삼다)
以修身爲本 수신을 근본으로 삼다
以 A 而 B : A라고 해서 B한다
勿以善小而不爲 勿以惡小而爲之 선이 작다(A)고 해서 하지 않지(B) 말며, 악이 작다(A)고 해서 하지(B)
말지니라 (삼국시대 蜀 유비의 유언 중)
A 之於 B : A이 B에 있어(에서의) 존재. ~과 ~의 관계는
富士山之於日本, 猶白頭山之於我國 후지산이 일본에서의 존재는, 백두산과 한국의 관계와 같다
A 必不 B (전체 부정) : A는 반드시 A하지 않는다
虎必不食死肉 : 범은 절대 죽은 고기를 먹지 않는다
何不 A (反語, 의문 관용구) : 어찌 A하지 않는가(않으리오)?
何不盜賊 어찌 도적이 되지 않겠는가?
何 A 不 B : 무엇을 A하든 B하지 못하리
何索而不得, 何爲而不成 무엇을 구하든 얻지 못할 것이며, 무엇을 한들 이루지 못할까.
A 何以 B (의문문으로 도치됨) : A 함에 어찌 B 하리오 (같으리오)
不觀巨海 何以知風波之患 큰 바다를 보지 못 함에 어찌 풍파의 환란을 알리오
(명심보감 省心篇 중)
況(於) A 乎 : 하물며(더구나) A이야.
成人不爲之 況兒如何乎 어른도 그일을 하지 못하니, 하물며 아이야 어찌하겠는가
-終-