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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26년 전반부에 제안된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 나오는 파동함수가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한동안 불분명하였다. 물질파 가설을 확장한 슈뢰딩거는 자연스럽게 파동함수가 물질의 실제 밀도와 관련되어 있다고 생각하였다. 하지만, 슈뢰딩거의 파동함수는 복소함수로서 실제 물질적인 파동을 의미한다고 보기는 어렵다. 실제 우리가 관측하는 모든 양은 복소수가 아닌 실수로 표현되기 때문이다.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 등장하는 파동함수에 대한 표준적인 해석은 슈뢰딩거의 이론체계가 발표된 지 얼마 지나지 않은 1926년 7월 막스 보른(Born)에 의해서 제안되었다. 보른은 전자빔의 산란실험 연구를 하면서 산란되는 물질파동이 여러 평면파들의 중첩으로 표현될 수 있다고 생각하였다. 그리고 이런 평면파들은 각각이 특정한 운동량을 지닌 드브로이의 물질파동(즉, 입자)들이라고 생각하였다. 이런 생각의 연장선에서 그는 파동함수의 절대값을 제곱한 값이 그 물질이 존재할 확률(확률밀도)에 해당한다고 제안하였다. (보른은 이 업적으로 1954년 노벨상 수상.) 그래서 입자가 존재하는 경우, 그 파동함수는 공간의 전 영역에 걸쳐서 입자가 발견될 확률, 즉 파동함수 절대값의 제곱을 적분하였을 때 1이 되어야 한다. 파동함수는 이런 규격화 조건을 항상 만족하여야 하며, 이는 확률이 보존되어야 한다는 것과도 연관된다. (양자역학에서 확률이 보존되는 것을 유니타리성(unitarity)이라고 하는데 양자역학의 매우 중요한 특성이다. 이에 대해서는 나중에 설명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처럼 파동함수를 해석하면, 파동함수로 표현되는 주어진 어떤 상태에서 어떤 물리적 관측량의 기댓값은 그 상태에서 가능한 그 물리적 관측량의 측정치들의 각각에 그렇게 측정될 확률(밀도)을 곱하여 더(전 공간에 대해 적분)하는 것으로 주어진다. 그런데 이는 통상하듯이 관측량의 측정치들을 확률로 가중 평균하는 것과 같아진다.
이처럼 물질파 가설에서 이어져 슈뢰딩거의 파동방정식에 등장하는 파동함수를 실체적 물질의 밀도 파동을 기술하는 함수가 아니라, 그 물질이 존재할 확률을 주는 파동함수로 보는 해석체계를 우리는 코펜하겐 해석(Copenhagen interpretation)이라고 부른다. 이는 주로 코펜하겐의 보어를 중심으로 하여 하이젠베르크, 파울리 등의 물리학자들이 이러한 양자역학의 이론체계를 전개하였기 때문이다. 이후 코펜하겐 해석은 양자역학의 표준적인 이해 체계로 자리잡았다.
이렇게 양자역학은 해석까지 무난히 정립된 것 같다. 그러나 실제 그 의미를 이해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원래 물질파 가설에서 드브로이는 물질파를 입자가 파동 형태로 존재하는 것으로 생각하였다. 파동인 빛이 입자인 광자로 존재하는 것처럼. 그래서 슈뢰딩거도 처음에 파동함수가 기술하는 파동이 실제 물질 파동으로 생각한 것이었다. 그러나 이와 같은 생각은 많은 문제를 야기한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일단 양자역학에서의 파동함수는 복소함수로 기술되는데, 실제 물질의 밀도는 실함수로 기술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아무튼 그것은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파동함수가 입자가 존재할 확률의 밀도를 기술한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
한 발생원에서 출발하여 퍼져나가는 실제 물질 파동을 생각해 보자. 그리고 퍼져나가는 맞은편이 벽으로 다 막혀 있고, 벽 가운데의 서로 떨어진 두 곳에만 같은 크기의 구멍이 뚫려 있다고 하자. 그런 경우, 파동은 벽에 막히거나 두 곳의 구멍으로 통과해 나갈 것이다. 실제 물질의 파동이라면 발생원에서 가까운 곳의 구멍으로 물질이 더 많이 통과해 나가고, 더 멀리 떨어져 있는 구멍으로는 물질이 더 적게 통과해 나갈 것이다. 물론 벽에 부딪힌 것들은 통과해 나가지 못한다. 여기서 두 곳의 구멍으로 통과하는 파동의 양은 모두 실제적인 물질의 양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이 경우는 물질이 존재할 확률이라는 것은 별로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물질의 존재 확률이란 무슨 뜻일까?
물질파 가설은 물질인 입자도 파동으로 본다. 예컨대 전자는 엄연한 입자임을 알고 있지만, 물질파 가설과 슈뢰딩거의 파동역학에서는 그런 전자도 파동으로 기술된다. 그런데 그 파동이 실제 물질의 파동이 아니라 전자가 존재할 확률의 파동이라는 것이 바로 보른이 제안한 코펜하겐 해석이다.
무슨 뜻인가? 확률의 파동이라니..
예컨대 전자의 발생원에서 전자를 하나 발생시켜서 두 구멍이 나 있는 벽면으로 쏘았다고 하자. 그리고 전자를 파동으로 보아 파동함수로 기술한다고 하자. 그러면 그 두 구멍으로 전자가 통과할 시점에 각각의 구멍에서 산출되는 파동함수의 절대값의 제곱이 바로 전자가 그때 각각의 구멍에서 존재할 확률이라는 것이다.
그 뜻은 다음과 같다.
만약 이렇게 나온 확률이 30%와 70%라면, 전자의 30%와 70%가 두 곳으로 나누어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온전한 전자가 그곳에 존재할 확률이 각각 30%와 70%라는 것이다. 즉, 우리가 측정을 하여 전자의 존재를 확인하면 항상 온전한 전자라는 것이다. 이는 한 구멍에서 전자가 존재하면 다른 구멍에는 전자가 존재하지 않음을 뜻한다. 다만 그렇게 온전한 전자가 존재할 확률이 그렇게 파동으로 전파되어 나간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지만, 우리가 측정하면 전자는 항상 온전한 하나의 전자, 즉 입자로 존재한다. 다만 존재할 확률이 파동함수로 주어진다는 것이다.
이를 어떻게 이해해야 하나? 사실 아직도 우리는 이것에 대해 명쾌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자연이 그렇게 기술될 뿐이라는 것이다.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 보자.
이제 발생원에서 전자들을 발생시켜 하나하나 낱개로 쏘아서 벽에 나 있는 두 구멍(우리는 전문용어(?)로 이것을 이중슬릿이라고 부른다.)을 통과시킨다고 하자. 그리고 구멍 너머에 스크린(전자 탐지기)을 두어 도착한 전자들의 개수를 세어본다고 하자. 그러면 신기하게도 이 전자들의 개수의 분포가 정확하게 파동이 두 개의 구멍을 통과하여 만든 간섭현상에서의 세기의 분포와 완전히 같다는 것이다. 우리가 전자도 파동이라고 부르는 이유다.
아마도 여기서 이해가 쉽지 않을 텐데, 간섭현상의 핵심에 대해 잠시 알아보자.
간섭현상의 핵심은 한 발생원에서 나온
파동이 두 개의 구멍(슬릿)을 통과한 후 다시 만났을 때, 각 파동의 골과 골이 만나면 더 깊은 골이 되고 마루와 마루가 만나면 더 높은 마루가 되며, 마루와 골이 만나면 상쇄되어 없어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합쳐진 파동은 어떤 곳에서는 아주 큰 세기로 어떤 곳에서는 세기가 영이 되는 곳이 생겨난다. 빛으로 이런 실험을 하면 밝은 띠와 어두운 띠가 번갈아 나타난다. 우리는 이런 패턴을 간섭현상이라고 부른다.
자, 그렇다면 이를 전자의 경우로 환원하면 어떻게 될까?
전자는 입자이니, 두 구멍을 통과한 후의 스크린에는 어떤 곳에는 많은 수의 전자들이 어떤 곳에는 아예 전자들이 도착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여기까지는 파동이라니 그렇다 하자.
그런데 이해할 수 없는 현상은 다음과 같은 경우이다.
그렇게 열려 있던 두 곳의 구멍 중 한 곳을 막으면, 전자가 도달하지 않았던 곳에도 전자가 도달한다는 것이다. 파동으로 이를 설명하기는 쉽다. 구멍 두 개가 있을 때는 간섭현상이 일어나지만, 하나만 있을 때는 간섭현상이 없고 그 구멍이 그냥 하나의 발생원처럼 작용하기에 상쇄되는 곳 없이 모든 곳으로 파동이 퍼져나가 고루 밝게 되는 것이다.(비록 세기는 약해질 수 있지만.)
그렇지만, 이를 (입자인) 전자의 경우에는 설명하기 불가능하다.
전자를 하나씩 하나씩 구멍을 통과시켜 보냈는데, 왜 구멍이 두 개 있을 때는 전자가 가지 않는 곳에 구멍이 하나 있을 때는 간단 말인가?
또 한 가지 이해하기 어려운 점이 있다.
두 구멍을 모두 열어 놓고 전자를 보낼 때도, 전자가 어느 구멍으로 통과했는지 확인하지 않으면 실제 파동에서와 같은 간섭현상이 나타나지만, 어느 구멍으로 전자가 통과했는지 확인하면 (우리는 각각의 구멍에 전자 탐지기를 놓아서 어느 구멍으로 전자가 통과했는지 확인할 수 있다.) 간섭현상이 없어진다는 점이다. (물론 이 마지막 현상은 이론적으로는 불확정성 원리로 이해할 수 있다.)
이 마지막 현상은 우리가 어느 구멍으로 전자가 통과했는지 확인하는 순간 다른 구멍으로는 전자가 통과하지 않았기 때문에 앞서의 구멍 하나로만 통과할 때와 같은 현상이 나타나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이해할 수도 있다.
그러나 하나씩의 개체로 통과하는 전자가 어떻게 구멍이 하나일 때와 둘일 때를 알아서 서로 다른 패턴을 보이는 지는 아직 이해하지 못하고 있다. 다만 이것은 물질파가 물질의 존재 확률을 기술하는 파동이라고 다룰 때 나타나는 귀결임은 분명하다.
이는 이전에 하이젠베르크가 원자 이하의 미시 세계에서 모든 것을 우리의 일상적인 상식으로 이해하기는 어려우며, 다만 어떤 이론을 세워 그렇게 얻은 결과가 실험 결과와 맞으면 그것으로 족하다고 한 생각과 맞아떨어진다고나 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