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정말 ‘친구’라고 부를 수 있는 사람이 있나요?
사전을 보니,
친구親舊: 오래도록 친하게 사귀어 온 사람
즉, (우)정이 쌓여 있어야 친구라는 말이네요.
다 아시겠지만, 우정의 깊이를 언급한 고사성어들이 있죠.
뭐 이정도는 돼야 친구,라고 하기엔 무리수가 있습니다만,
수어지교, 관포지교, 문경지교...(설명은 하단에~)
이쯤 되면 친구라기보단 혈맥 같아 보일 정도죠.
이 정도의 친구 관계는
역사에도 저 3 경우 말고 없었을 것 같습니다.
현대 우리 문화의 친구 개념을 생각해 봤어요.
아주 쉽게 친구라 칭하더군요.
아무 관련 없어도 나이만 비슷해도 친구라 소개하고
서로 얼굴도 몰랐지만 동문 출신인 거로 친구라 칭하고
어떤 물리적 정서적 가치적 연결 고리 없이도
우리 친구할래?,하며 바로 친구 맺는 일도 허다하고요.
‘오래 친하게 사귄’ 것,
즉 ‘쌓인 정’의 유무와는 무관하게 친구를 만들어 냅니다.
구체적으로 나열해보죠.
초중고대 동창들,
비슷한 연배와 지위의 직장 동료들,
배우자들의 인맥으로 연루된 친구들,
동호회 활동으로 맺어진 인간관계들,
인터넷 인연, sns 활동으로 연결된 부류들,
술집에서 정서가 통해 이어지는 술친구들,
클럽에서 합석해 알게 된 부류들,
오다가다 또는 여행 중 알게 되어 연락처 주고받으며 안부를 주고받는 부류들,
그리고 위 모든 관계들의 연줄로 알게 된
2차 3차.....친구들
현대인은 무한대로 인간관계를 확장할 수 있는 시스템 속에 살고 있어요.
그렇게 알게 된 사람들을 쉽게 친구라고 일컬어요.
투표로 위상이 정해지는 사람도 아닌데도,
폰에 저장된 연락처가 기천이 된다는 사람들도 있구요.
그 정도까진 아니더라도
보통 위 관계들 총망라하여 기본 기백은 되는 거 같던데...
사회관계망으로 연결된 사람을 더하면 수만도 넘겠네요.
내게 연결되어 있는 인원수만으로도
권력이 되고 돈벌이도 되는 세상이에요.
현대인들에게 친구 개념은 참을 수 없을 정도로 가볍죠.
그럴 수밖에 없는 이유는 차고도 넘쳐요.
그런데 그렇게 많은 연락처가 저장되어 있는 데도
막상 전화 연결하려면 망설여진다죠.
내가 먼저 연결 시도한다는 건 내가 아쉬울 때인데,
(슬픔은 나누면 절반으로 준다는 원리에 의해)
정말 위로 받고 싶을 때,
나를 괴롭혀 온 꽁꽁 묻어 두었던 문제를
터뜨리고 싶을 때,
속보이며 진정성 있는 대화가 하고 싶을 경우인데
연결을 망설인다는 건
깊은 곳 이야기로 이해나 공감을 구할 만한
또는 나의 진실로 상대에게 부담을 주어도
내가 미안하다거나 그가 불편해 하지 않을 인간관계가 거의 없다는 걸 의미하죠.
차라리 여행지 선술집에선 만난 이방인에게
맘 편하게 모든 걸 털어 놓는게 낫죠.
쪽 팔리는 건 순간이고
어차피 그 자리를 털고 일어서면 다시 타인이니까요.
사실상 전통적 개념의 친구 관계 유지는 매우 어려워요.
친구 관계의 지속적 유지엔 필요조건들이 있어 보입니다.
적어도 학력, 재력, 사회적 지위, 출신 성분 등이 엇비슷해야 해요.
안그러면, 한 쪽이 떠 밭들거나
한 쪽이 무조건 포용해야 되겠지요.
그럼 결국엔 스트레스 유발되어 차차 멀어지죠.
그리고 경쟁의식과 질투심도 한 몫 해요.
이게 가족간에도 발동되는데
친구간이라고 서로 성인군자가 되는 건 아니죠.
아닌 척은 할 수 있는데,
‘척’하는 것으로 진정한 친구관계라 말하긴 곤란하죠.
요 미묘한 심리전이 ‘오베라는 남자’에 잘 그려져 있어요.
내가 어려워지면 친구도 떠난다고 하죠?
기쁨은 방출되는데 반해 슬픔은 흡수되니
자기 보호 본능이 작동할 수밖에 없어요.
괴로운 사연을 듣고 말로만 위로하고
직접 공유하지 않으면 죄책감이 고개를 쳐들테고
함께 아파하자니 내 인생도 무거워지죠.
내 삶만으로도 시간과 비용이 부족하거나 빠듯하니까요.
결국 뜸하다가 연락이 두절되어 버리기 일쑤죠.
의리 없는 놈이라고 욕할 수만도 없죠.
현대인의 삶이 워낙 각박하게 되어 있어요.
(이것도 자본주의 폐해 중 하나라고 봅니다만..)
오히려 가벼운 인간관계를 선호하더군요.
내가 필요할 때 한 번 꺼내 쓰고 버리고....
다 기계 문명이 만들어 놓은 AI같은 삶인거죠.
결국 아무리 전화번호가 많이 저장되어 있어도
거의 공허한 인간관계라는 거죠.
그 중에 진짜 친구가 몇 명입니까?
한 명이라도 있습니까?
뱀발:
수어지교:물과 물고기의 관계라는 뜻으로,
서로 떨어질 수 없는 매우 친밀한 사이를 비유적으로 이르는 말
《삼국지》 <제갈량전(諸葛亮傳)>에서 유비(劉備)와 제갈 량(諸葛亮)의 사이를 비유한데서 비롯됨.
제갈량을 대하는 유비의 태도가 지나치게 친밀하다고 생각하여
종종 불평을 하는 관우와 장비에게,
“내가 공명(孔明)을 얻게 된 것은 물고기가 물을 얻은 것과 같다네.” 라고 한데서 유래.
문경지교: 서로 죽음을 대신할 수 있을 만큼 막역(莫逆)한 사이.
즉 벗을 위해서라면 대신 목이 잘려도 여한이 없을 만큼 친밀한 사이를 이르는 말이다.
출전은 《사기(史記)》의 <염파인상여전(廉頗藺相如傳)>이며,
조(趙)나라 혜문왕 때의 명신 인상여(藺相如)와 염파(廉頗) 장군의 고사이다.
관포지교: 춘추시대 때, 관중과 포숙아는 나중에 정적이 되었지만,
정쟁에서 이긴 포숙아는 관중을 살려주고
오히려 자기보다 더 높은 벼슬자리를 주었다는 데서 유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