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변만 잘 봐도 암을 예방할 수 있다 ①
“대변 보십니까?”라고 하면 ‘세상에 대변을 보지 않는 사람이 어디 있느냐?’라며 반문할지도 모르겠지만, 똥을 누는가를 묻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창조물을 살펴보는지 아닌지를 묻는 것이다.
환우들에게 물어보면 자신의 몸이 만든 파생물에 대한 호기심을 억누르는 사람들이 꽤 많다. 특히 젊은 여자 중에 대변을 본 후 변기 속을 들여다보지 않은 채 물을 내리는 사람들이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또 어떤 환우들은 의사가 별걸 다 물어본다는 식으로 황당한 표정을 짓는 사람들도 있으며, 심지어는 회진 시간에 여러 사람 앞에서 그걸 물어본다며 화를 내는 사람까지 있다.
그런데, 건강관리를 위한 여러 가지 습관 중 대변을 확인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습관 중 하나이다.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보면 배우 이병헌이 궁중에서 대변을 보는 장면이 나온다. 매화틀이라 불리는 휴대용 변기에 앉아서 대변을 봐야 하는데 궁녀들이 밖으로 나가지 않고 옆에서 지켜보고 있어서 황당해하다가 도저히 더 참지 못하고 대변을 보는데, 보고 나니 궁녀들이 일제히 ‘감축드리옵니다~!’라고 축하드린 뒤 어떤 상궁이 베로 만든 닦을 것을 갖고 조심스레 다가오는 걸 보고 ‘물러가라!’라고 고함치지만 계속 다가와서 화를 내자 ‘죽여 주시옵소서!’라고 하였고, ‘내가 왜 널 죽인단 말이냐?’라며 코미디 같은 대사를 주고받는 장면을 재밌게 보았던 기억이다.
그만큼 왕이 대변보는 것이 은밀한 일이 아니라 궁중에서는 매우 중요한 행사(?)로 간주하던 것이고, 왕이 대변을 보고 나면 지밀나인이 그걸 들고 내의원으로 가면 내의원들이 왕의 똥을 살피고 냄새를 맡고, 맛도 보는 등 관찰하여 왕의 건강 상태를 분석하는 장면이었는데, 이처럼 대변의 상태는 건강을 직접적으로 반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사로부터 대변 굵기가 어떤지, 색은 어떠한지, 얼마나 자주 하는지, 딱딱한지 부드러운지 등을 질문받았을 때 놀랄 이유가 없다. 건강에 대한 많은 해답이 ‘똥’에 담겨 있기 때문이다.
똥은 여러 가지 물질로 구성된다. 우리가 섭취한 음식물이 소화되고 남은 노폐물쯤으로만 생각하겠지만, 사실 대변 속에는 수분, 장내에 공생하고 있는 수많은 세균, 콜레스테롤, 무기물질, 장 점막에서 탈락한 죽은 세포, 점액, 지방 등 많은 성분이 포함되어 있으며, 그 성분들에 따라 색깔, 굵기, 딱딱한 정도와 냄새 등이 결정된다. 그리고 장에서 수분이 흡수되는 정도에 따라서 설사가 되기도 하고 변비가 되기도 하며, 병적으로 출혈이나 고름, 기생충이나 기생충 알 등이 첨가되기도 한다.
건강한 대변 색깔은 황금색이며,
형태는 길고 두께가 있어 바나나 모양을 띠고 있으며,
적당한 수분을 가진 상태로 물에 뜨는 것이 좋다.
색깔이 연하거나 더 진한 것도 비정상이며, 길이가 짧든지 굵기가 가는 것도 이상이 있는 것이며, 물에 가라앉는 것도 수분이 많아서 그런 것이니 장에서 수분흡수력에 이상이 있다는 것이다.
흰색에 가까운 상태가 보이면 간의 병을 의심해 볼 수 있고, 지방간이나 간염, 심할 때는 췌장암까지 나타날 수 있어 검진을 받아야 한다. 갈색은 담즙의 빌리루빈 성분이 대장에서 스테르코빌린으로 바뀌었기 때문인데, 담즙의 배출이 잘되지 않으면 변의 색깔이 옅어지게 되기 때문이다.
검은색이라면 식도나 위 등 상부 소화기관에 출혈이 일어났을 수 있고, 짜장면 색깔에 윤기가 약간 있고, 냄새가 고약하다. 붉은 색깔을 보인다면 치질 등 항문과 가까운 대장의 출혈을 의심할 수 있다. 초록색 변은 녹색 채소를 많이 먹는 경우가 아니라면 식중독이나 설사로 인해 대장 통과시간이 짧기 때문이다.
자료제공 / 파인힐병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