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글
해파랑길 7차 출발 둘째날이다.
오늘은 33번코스에서 34번코스까지 27.7km를 걸을 계획이다.
항상 둘째날은 많이 걷게 된다.
첫날은 도착하는 날이여서 짧게 걷고
마지막 날은 다시 귀가 해야 하니 적게 걷는 것이다.
날씨가 더워서 체력을 조절하며 걷는것도
필요하겠다.
- 걸었던 날 : 2024년 8월 16일(금)
- 걸었던 길 : 해파랑길 33~34코스. (추암해변-동해역-묵호역입구-묵호등대공원-망상해변-한국여성수련원입구)
- 걸은 거리 : 27.7km(약47,000 보, 9시간 -점심시간 포함-)
- 누계 거리 : 501km.
- 글을 쓴 날 : 2024년 8월 20일.
추암 촛대바위가 있는 능파대는 섬이였으나 지금은 육지나 다름없다.육지에 가까운 섬이 인근 하천과 파도의 파랑에 의해 운반된 모래가 쌓여 육지에 연결된 모습이다.새벽 일출을 보러 나갔으나 수평선에 구름이 깔려 맑은 일출은 못 볼것 같다.
동해시에서는 남한에서 정동방은 추암해변이라 하고 강릉에서는 한양에서 정동방이 정동진이라 하는데 도찐개찐 일듯!
오늘 화려한 일출은 아니지만 고요한 바다 위로 서서히 새벽이 열리고 있다.
능파대 아래에는 많은 바위들이 바다 물 위로 솟아올라 석림을 이루는 모습이다.이 석림의 모습을 여러각도에서 관찰하고 지나갈 수 있도록 출렁다리가 설치되어 있는데 출렁다리 길이는 길지 않다.
추암 해변을 지나면 묵호항 안쪽으로 진입하고 건너편에 쌍용씨멘트회사가 자리잡고 있다.강원도 동해지역에는 여러 시멘트공장이 있는데 삼척은 삼표시멘트,동해는 쌍용시멘트, 강릉 옥계는 한라시멘트 공장이 있다.시멘트 원료인 자병산 채석광산이 근처에 있고 대형 화물선이 접안하기 쉬운 동해의 항만시설이 있기 때문인듯 하다.백두대간 자병산은 이제 사라지고 지금은 옆구리 흔적만 남은 슬픈모습이다.시멘트 주원료로 자병산의 원석을 캐어 냈기 때문이며 산업화가 되면서 인간은 발전과 편리함을 얻었지만 백두대간에 남긴 상처는 아리고 시려서 잊혀지지 않는 기억으로 남아 있다.
철도 건널목을 지나고
묵호항은 본래 오징어와 명태의 항구였다. 이제 명태는 사라지고 오징어는 있으나 내 기억으로는 어느해는 많이 잡히고 어느해는 안잡혀서 금징어가 되는등 오락가락하는것 같다.묵호항 산비탈 마을은 논골담길 벽화마을로 유명 관광지가 되었다.도시재생 또는 마을재생사업들이 성공해서 도나츠을 먹으러 오던지,오징어 먹물빵을 먹으러 오던지,십원짜리 동전빵을 먹으러 오던지 동해안 작은 어촌마을에도 활기가 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해 본다.
바다에는 스카이 워크 조형물이 있고 산 비탈에는 전망대와 여러 시설들이 있었다.올라가 보지 않아서 뭔지 잘 모르는 인위적인 도째비골 전망대와 스카이 시설들은 보고 그냥 지나친다.
해앙공원에 쭈꾸미를 닮은 조형물이 있는데 조형물은 쭈꾸미가 아니고 문어상이다.문어에 얽킨 설화는 이렇다. 옛날 이곳 마을에 덕망좋은 호장이라는 지역 유지가 있었다.어느날 도적때가 마을을 습격하자 호장은 맞서 싸웠으나 힘에 부쳐 그들에게 끌려 가다가 큰소리로 꾸짖으니 갑자기 하늘이 어두어지고 청둥번개가 치며 광풍이 일어나 배가 뒤집혀 그들이 죽었으며 남은 한척이 도망가자 거대한 문어가 그 배을 뒤집혀 모두 죽게 하였다. 그 문어는 호장이 죽어서 문어가 되었다는 권선징악의 설화이다.(현판글 참고)
동해의 푸른꿈이 출렁이는 어달해변과 대진항을 지나 망상해변에 이른다.망상해변은 해변의 길이가 길고 모래사장의 폭이 크며 해수욕장물이 깊지 않고,캠핑장과 오토캠핑장이 잘 정돈되어 있는 해변이다.가까운 거리에 온천 호텔과 한옥 호텔도 있었다.그렇게 망상해변은 피서지로 딱 마춤 해수욕장인듯 하다.마침 아내 지인의 자매들이 망상해수욕장에 피서를 왔다고 하여 해변 카페에서 만나고 아이스 아메리카를 마시며 담소하고 쉬다가 다시 떠난다.망상해변에서 한옥호텔 앞을 지날때 도롯가로 나와야 하는데 해안 모래사장을 계속 걸으면서 길이 막혀 있지 않을까? 하는 염려와 걱정으로 걸었으나 다행스럽게 빠져 나온긴 했다.때로는 작은 융통성이 고난의 길이 될 때가 있는 것이다.오늘 두 코스 막바지에 KTX 선로 신설로 인하여 폐쇄한 기곡해안과 도직해안 모래사장을 걸으면서 피로도가 컸다.길을 잘못 들었다는걸 인지 했을때는 되돌아 가야 한다.서로 니탓 내탓하며 다툴뻔 했으나 서로 판단 미스를 인정하고 잘못 걸은 해안을 탈출하여 옥계 한라시멘트 공장 앞을 지나고 옥계해변 한국 여성수련원에 도착하여 34번코스를 체크하며 끝냈다.그리고 동생과 고모님이 계시는 강릉 펜션으로 다시 가서 양말을 벗어 보니 왼발의 발가락과 발 바닥에 3군데나 물집이 잡혀 있었다.사실 늦은 오후부터 통증이 있었으나 참고 걸었었다.어찌보면 무식하게 걸은 것이다.그런데 통증이 있더라도 참고 걸어보는 것이다. 내일은 걷는것이 다소 불편 할 수도 있겠다.
2024년 8월 20일 저녁에 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