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릿말
2025년 10월 6일 추석 연휴를 맞아 남파랑길을 이틀간 걸었고
일주일전에는 통영 사량도에 다녀왔다.
그리고 다시 출발하니 3주 연속 트레킹이다.
지난주에 나와 백두대간을 완주했던 친구 강원서부부가 제주 올레길을 걷기 위해 떠났다.
그 부부는 나보다 2년쯤 먼저 해파랑길 750km를 마쳤고 지금은 서해랑길 1,800km가 거의 끝나가고 있는데
이번에는 제주 올레길을 걷기 위해 떠났으며 그들은 차박을 하면서 2주쯤 걷고 올 계획이란다.
제주로 떠나기 전날 그 친구부부와 저녁식사자리가 있었다.
우리는 소주도 상당하게 마셨으며 그 친구의 서해랑길 마지막 코스에서 동행을 약속하고 헤어졌다.
그들은 오늘도 제주도 올레길을 한참이나 걸었을 것이다.
그 부부는 트레킹 외에도 틈틈히 "100대 명산" 등정을 병행하고 있으니
60대 중반의 나이가 믿기지 않을 정도로 열정이 대단하다.
그는 고교 영어교사였다.
그리고 정년 퇴직후에는 자유로운 영혼으로 살고있는 멋진중년이다.
인생의 황금기는 지금부터라며 부부가 등산과 코리아 둘레길을 걷고,
고향의 부모님 고택을 관리하며 서툰 농사도 지으며 선비처럼 살고 있는 친구이다.
그 친구의 제주 올레길이 행복한 여정에 되길 바라며
나는 남파랑길을 이어가기 위해 31코스 시작점 통영 바다휴게소로 떠난다.(출발전에 씀)
- 걸었던 날 : 2025년 10월 18일(토요일)
- 걸었던 길 : 남파랑길 통영~고성구간,31코스.(16.6km). (바다휴게소~남산공원~부포사거리)
- 걸었던 거리 :16.4km.(22,000보,5시간)
- 누계거리 : 487.6km
- 글을 쓴 날 : 2025년 10월 21일.(화요일)
이번 추석연휴에는 광복80주년을 맞아 가수 조용필의 콘서트가 있었다.
가왕 조영필은 76세 적지 않은 나이인데도 2시간30분동안 열정적인 공연을 펼쳤다.
나는 공연 실황은 보지 못했고 유튜브로 공연방송 일부을 봤다.
그리고 "킬리만자로의 표범" 노래를 따라 부르다가 노랫말에 큰 감동과 위로가 된다.
사실 평소에는 노래의 가사에 큰 감흥이 없었지만
중년이 되고 보니 노래말 가사가 내 마음 같아서 감정이 뭉클하다.
산기슭의 하이에나
나는 하이에나가 아니라 표범이고 싶다.
산정 높이 올라가 굶어서 얼어죽는
눈 덮힌 킬리만자로의 그 표범이고 싶다.
(중략~)
바람처럼 왔다가 이슬처럼 갈순 없잖아
내가 산 흔적일랑 남겨 둬야지
한줄기 연기처럼 가뭇없이 사라져도
빛나는 불꽃처럼 타 올라야지
묻지마라 왜냐고 왜 그렇게 높은곳까지
오르려 애쓰는지 묻지를 마라
고독한 남자의 불타는 영혼을
아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내가 올랐던 백두대간의 땀과 기억들
내가 걸었던 해파랑길과 남파랑길의 이야기와 내 삶의 일기들
알아주는 이 없으면 또 어떠리~
나 보다 더 불행하게 살다간 "고흐"란 사내!
훗날 "고흐"의 작품은 명작으로 남았다.
나는 이렇게 걷고 생각하고
일기를 쓰는것만으로도 행복하다.
나는 걸으면서 내 인생이 무엇인가를 더 얻고 싶거나 더 빛나고 싶은 욕망은 아니다.
다만 나는 나로써 하고 싶은 일을 실천하는것이며
걸으며 생각하고 버리고 내려 놓을 것들을 찾는 과정일수 있고
나에겐 걷는것이 인생길이기도 하다.
나의 인생 그런것들을 일기로 흔적이나마 남기고 싶은것도 욕심일까?
농장서재 어딘가에 있을 조용필 CD를 찾아 노래를 더 듣고 싶어졌다.
오늘은 전국적으로 비가 오는 날씨이고 고성지역도 간간히 비가 내린다고 했다.
비옷과 우산 그리고 여벌옷도 준비했다.
큰비가 올 예보였다면 피했겠지만 오후 1시부터 4시까지 비가 멈추는 시간이어서
그 시간에 어느정도 걷고 나머지는 우산을 쓰고 걸어 볼 생각이고
일부구간은 우중트레킹이 될 수도 있겠다.
비가 오면 비를 맞기도 하고 눈이 오면 눈을 맞기도 하며
사는것이 인생 아니겠는가?
해안 데크길 1.
평소보다 늦은 10시에 시작점 통영의 바다휴게소에서 출발하였고
평범한 해안을 넘나들며 여유롭게 걷는다.
내 생전 다시 오기 힘든 아주 평범한 해안길과 시골 마을길,그리고 낮은 야산의 임도들,
유명하거나 멋진경관이 아니어도 무척 한가롭고 편안하다.
단지 남파랑길을 이어 걷는다는 신념으로 걷는 이 길을
누구는 왜 걷냐고 할수도 있지만 나는 걸어야 행복하고,
걷고 나면 다시 걷고 싶어 몸살나는 그런길이다.
간간히 바다 데크길을 걷는 관광객인듯한 사람도 만났다.
그리고 어느 단체에서 걷는 사람들도 지나쳤는데 그들도 편안해 보인다.
오늘 이슬비는 내리다가 그치고 한참 있다가 다시 날리기를 반복했다.
오늘 코스는 고성의 남산공원을 횡단하는 길이었다.
오늘 남산공원은 인적이 드물었고 조용하였으며 이슬비에 더 쓸쓸했다.
소나무 아래 가을 구절초는 수줍게 나그네를 반긴다.
비 내리는 공원 산책로에 야생 구절초가 있어서 다행인듯 하다.
남산공원을 내려와 대독천변을 향했다.
대독천은 고성군 교사리 일대의 하천인데 천변의 제방길을 다듬어
산책과 트레킹 그리고 하이킹을 할수 있는 한적한 누리길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 길을 걷는다.
날씨 탓인지 잘 만들어진 대독누리길을 걷는 사람은 우리뿐이다.
그리고 간간히 철새가 넘나드는데
오늘 대독천 주인은 힌두루미 한마리와 물오리 두마리이다.
그리고 대독천길 끝자락에서 내부포마을을 지나고
고성에서 사천시로 나가는 4차선 도로옆 옛길을 따라 걷다가
마침내 부포사거리에 도착하여 31번 코스를 마친다.
택시기사에게서 소개 받은 숙소로 들어갔다.
우리는 하루에 평균 15~20km 정도를 걷는다.
어떤때는 30km 가까이 걸을때도 있으니 땀도 많고 속옷과 양말도 젖고 발가락의 피로도는 상당하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일찍 다시 걸어야 하니 잠자리는 편해야 하고
뜨거운물에 찜질을 할수있는 곳을 선호한다.
하룻밤인데 뭐 어떠리 하지만 우리에게는 숙소가 중요했다.
나는 일찍 잠에 들었으나 깨어나기를 반복하는
무척 지루한 하룻밤이었다.
2025년 10월 18일(토)에 걷고
2025년 10월 21일 새벽에 일기를 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