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지재당(姜只在堂)
김해 기생, 이름은 담운(淡雲). 그 호가 지재당, 고종 때 사람인 차산 (此山) 배문진(裵文典)의 소실이다. 지재당은 시만이 아니라 글씨에도 뛰어났다.
늦봄
暮春
시들어가는 꽃은 참으로 박명하여
지난 밤 바람에 다 떨어졌네.
아이야 아까운 줄 알거든
뜰에 가득 붉은 꽃을 쓸지 말아라.
殘花眞薄命 零落夜來風 잔화진박명 령락야래풍
家僮如解惜 不掃滿庭紅 가동여해석 불소만정홍
연밥을 따다
剪芰荷
횡당못에 해 저물고
아이들은 연밥 딴다.
꽃을 두되 연잎은 두지 말아라.
그 많은 빗소리를 차마 들을 수 없노라.
落日横塘水 兒童剪芰荷 락일횡당수 아동전기하
留花莫留葉 不耐雨聲多 류화막류엽 불내우성다
서울 가는 님을 보내며
送别之京
시월 강남에는 비가 오지만
지금쯤 북쪽에는 눈이 내리리.
먼 북쪽에서 눈을 만나면
빗속에서 그리는 나를 생각하리라.
떠나실 때 드렸던 하나의 귤
손바닥의 구슬인 듯 소중히 여겼다가
양주길에서 요긴하게 쓰시고
돌아올 땐 만 알을 가져오시오.
十月江南雨 知應北雪時 십월강남우 지응북설시
左北如逢雪 懷儂雨裏思 좌북여봉설 회농우리사
臨行貽一橘 愛似手中環 림행이일귤 애사수중환
願作楊州路 歸時萬顆還 원작양주로 귀시만과환
가벼운 배
輕舟
바람에 맡긴 가벼운 배로
차츰 난초 깊은 곳에 들어갔다가
짝 지은 원앙새를 놀라 깨우니
푸른 물결 아득히 흘러가노라.
輕舟一任風 漸入蘭深處 경주일임풍 점입란심처
驚起雙鴛鴦 綠波渺然去 경기쌍원앙 록파묘연거
향기로운 둥근 부채
香圓扇
바라건대 동으로 흐르는 물이 되어
도도히 흘러 바다로 들어갈 때
풍파는 평탄한 길처럼 되어
아무 탈 없게 가는 배를 지켜 주길.…….
願作東流水 滔滔入海流 원작동류수 도도입해류
風波如坦道 無恙護行舟 풍파여탄도 무양호행주
굽이진 갯벌
曲溆
갯벌의 연꽃들은 송이송이 향기롭고
어여쁘다. 일흔 두 마리의 원앙새들이여.
푸른 깃 붉은 털로 서로 마주 조으는데
보슬비는 그림배에 가을 기운을 보낸다.
曲淑荷花萬柄香 剛憐七十二鴛鴦 곡숙하화만병향 강련칠십이원앙
翠髾紅毛相對睡 畵船絲雨送微凉 취소홍모상대수 화선사우송미량
1) 曲溆(곡서)꼬불꼬불한 갯벌.
혼자 있는 날의 회포
獨日書懷
까치들은 문드러진 나뭇가지를 찾고
제비들은 새 진흙을 물어 나르네.
이렇게 고생하여 둥우리를 짓나니
그 모두 새끼들을 기르려는 마음이네.
어미닭은 그 털이 모두 굳어져
여덟 아홉 마리 새끼를 뒤에 데리고
약한 내 힘을 잊고 개한테 덤벼드네.
그 모두 많은 새끼 소중히 여김이네.
爛木隨青鵲 新泥逐玄禽 란목수청작 신니축현금
辛勤開一屋 俱是養雛心 신근개일옥 구시양추심
母鷄毛盡堅 尾隨八九兒 모계모진견 미수팔구아
搏犬忘吾弱 著重在多兒 박견망오약 저중재다아
못가의 정자를 찾아오다
池亭見訪
봉산의 저 산빛을 바라보나니
여러 해로 꿈에서 보면 그 산빛.
옛날 우리 어디서 이별했던가
오늘 또 이 정자에서 서로 만났네.
제비는 강가의 보슬비에 지저귀고
고기는 물 위의 비린 연밥 쪼은다.
옛친구 안부들을 어찌 차마 물으랴
오동잎은 이미 반이나 떨어졌네.
望裏蓬山色 多年入夢青 망리봉산색 다년입몽청
昔別會何所 相逢去此亭 석별회하소 상봉거차정
燕鳴江雨細 魚唼水花腥 연명강우세 어삽수화성
那堪問故舊 桐葉半凋零 나감문고구 동엽반조령
1)水花(수화)-연(蓬)의 딴 이름.
횡당의 노래
横塘曲
벗과 함께 횡당으로 연 캐러 갔었는데
연꽃과 연밥은 참으로 애처롭네.
횡당에 해 저물고 풍랑이 세게 일어
힘이 약해 목란배를 돌리기 어렵구나.
約伴横塘去采蓮 蓮花蓮子正堪憐 약반횡당거채련 련화련자정감련
横塘日暮風浪急 力弱難回木蘭船 횡당일모풍랑급 력약난회목란선
봄날에 글을 보내다
春日寄書
그리움에 눈에 가득 떨어지는 눈물을
붓에 찍어 써보나니 <상사> 두 글자.
바람에 휘날리는 뜰 앞의 벽도화여
쌍쌍이 나비들이 꽃을 안고 딩구네.
滴取相思滿眼淚 濡毫料理相思字 적취상사만안루 유호료리상사자
庭前風吹碧桃花 兩兩蝴蝶抱花墜 정전풍취벽도화 량량호접포화추
연못의 가을 새벽
池塘秋曉
가을 못의 물은 맑고 새벽별이 차가와
낱낱 밝은 구슬을 옥소반에 받든 듯.
날이 새고 해가 뜨면 어디서 찾아보리.
정을 옮긴 연잎에 이슬만 동글동글.
秋塘水白曉星寒 箇箇明珠擎玉盤 추당수백효성한 개개명주경옥반
到得天明何處見 移情荷葉露團團 도득천명하처견 이정하엽로단단
1) 天明(천명)-새벽.
술에 취해 곤드레가 된 신랑을 조롱하다
嘲山郎醉頹
향기로운 비취발과 호박비녀와
옥가락지·산호패물, 그 값이 얼마인고.
훔친 굴건 잡히고 뉘집 술을 마시고
고운 철죽꽃 속에서 진흙처럼 취했는가.
翡翠簾香琥珀釵 玉環珊佩任價低 비취렴향호박채 옥환산패임가저
偸將典飲誰家酒 躑躅花前醉似泥 투장전음수가주 척촉화전취사니
취랑집에서 가을밤에 술을 마시며
翠娘家秋讌飲
금단지에 익은 술은 국화의 향기런가.
가을 등불 깊은 밤에 손과 마주 앉았는데
술 한 잔 권하다가 손을 잠깐 멈추어
손가락 끝 살짝 담가 술 더운가 저어보네.
金樽酒熟菊花香 留客秋燈坐夜長 금준주숙국화향 류객추등좌야장
將進一盃還住手 指尖輕時適溫涼 장진일배환주수 지첨경시적온량
야초 선생에게
寄野樵先生
천권 책을 읽기에 머리 다 세었구나.
한수에 눈 내릴 때 늙어서 헤어지네.
파란 정자 붉은 난간 가무하는 그 자리
모두 다 야초 선생 시를 읊었네.
讀書千卷髮成絲 漢雪湖霜老別離 독서천권발성사 한설호상로별리
碧樹紅欄歌舞地 無人不誦野樵詩 벽수홍란가무지 무인불송야초시
늦봄의 밤에
暮春夜
봄이 차츰 저물어 등불이 외로와라.
해 떨어진 성머리에 자고새 울고 있네.
배꽃에 비 뿌리고 봄안개 자욱한데
「강마음의 봄눈 그림」 속에 나는 앉아 있는
漸看春盡一燈孤 月落城頭啼鷓鴣 점간춘진일등고 월락성두제자고
梨花帶雨長烟暝 我坐江村春雪圖 리화대우장연명 아좌강촌춘설도
봄꿈
春夢
수정발 밖에 해는 저무려는데
늘어진 버들 깊은 그늘이 파란 난간을 덮었다.
가지 위의 꾀꼬리 지저귄들 어떠리
그대 그리는 내 꿈은 어느새 서울 갔다.
水晶簾外日將闌 垂柳深沈覆碧欄 수정렴외일장란 수류심침복벽란
枝上黃鶯啼不妨 尋君夢已到長安 지상황앵제불방 심군몽이도장안
서사군의 자리에서 부르기에 시로써 생각을 하소하다
徐使君席上命招以詩訴懷
사립문 굳이 닫고 남은 생을 보내나니
구란에서 머리 돌리면 그 길이 희미하네.
줄열매를 밤에 찧어 손님을 대접하고
연실을 가을에 짜 낭군옷을 지었네.
다락 밖엔 피리소리 무수히 지나지만
문 앞에는 말발길이 자연히 드무네.
곁에 있는 앵무새도 이젠 나를 안 꾸짖고
구름 속 깊은 꿈을 푸른 산만이 둘러 있네.
斷送餘生掩竹扉 句欄回首路薇依 단송여생엄죽비 구란회수로미의
菰米夜春供客飯 藕絲秋織寄郎衣 고미야춘공객반 우사추직기랑의
樓外笙歌無數過 門前鞍馬自然稀 루외생가무수과 문전안마자연희
鸚鵡在伤休罵我 白雲幽夢碧山圍 앵무재상휴매아 백운유몽벽산위
1)使君(사군)-사신(使臣)의 존칭. 2) 句欄(구란)-기생이나 배우들이 거처하는 곳, 3)菰米(고미)-줄의 열매. 4) 藕絲(우사)-연뿌리 속에 있는 섬유
송별
送別
까마득한 밭머리에 흰 구름 나는데
말 타고 서로 가면 언제나 돌아올까.
지관에서 정을 끌던 손님들은 흩어지고
영원을 바라보면 형제들은 멀어 가네.
깜박이는 등불, 귀뚜라미 소리는 어이 그리 괴로운고,
이슬이 차가우매 부용꽃도 드물어라.
잘 가시오 용문으로 부디 성공하시오
나는 산에 들 옷을 어찌 차마 지으리.
迢迢壟首白雲飛 匹馬西行幾日歸 초초롱수백운비 필마서행기일귀
池館牽情賓客散 鴒原愴望弟兄違 지관견정빈객산 학원창망제형위
燈殘蟋蟀聲何苦 露冷芙蓉花漸稀 등잔실솔성하고 로랭부용화점희
好向龍門須得路 不堪料理入山衣 호향룡문수득로 불감료리입산의
1) 鴒原(령원)-척령재원(鶺鴒在原)의 준말, 형제가 급한 일이나 어려운 일을 당하여 서로 돕는다는 것을 비유함. 2) 龍門(용문)-중국 황하의 상류에 있는 산 이름. 그곳을 통과하는 여울목의 이름. 잉어가 이곳을 거슬러 오르면 용이 된다 함.
먼 님에게(二首)
寄遠
(一)
분명 서로 만났는데 한 조각 꿈이던가.
따뜻한 반이불이 깨어나면 쓸쓸하네.
파란 파초잎과 또 오동잎에
어젯밤에는 빗소리더니, 오늘밤엔 바람이네.
相見分明片夢中 半衾猶煖覺成空 상견분명편몽중 반금유난각성공
碧芭蕉葉梧桐葉 昨夜雨聲今夜風 벽파초엽오동엽 작야우성금야풍
(二)
두견새 소리 속에 봄은 저무려는데
누에 올라 바라보나 님은 아니 오네.
가장 다정하여라, 지는 복사꽃 조각
비단옷에 붙건마는 먼지는 묻지 않네.
杜宇聲中欲暮春 登樓悵望未歸人 두우성중욕모춘 등루창망미귀인
多情最是桃花片 故着羅衣不點塵 다정최시도화편 고착라의불점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