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전 하루 100엔 보관가게
오야마 준코, 이소담 역, 위즈덤 하우스
1년전 쯤, 어느 대학의 휴게실에 휴지통 옆에 버려진 책이 있었다. 10여권 정도 되었었고 모두 같은 책이었다. 처음에는 그저 누군가 그곳에 놔두었나 하는 생각으로 그저 지켜만 보았는데 하루종일 그 자리에 있어서 살펴보니 책에 커피같은 음료가 쏟아져서 흐른 자국이 남아 있었다. 아마도 누군가 이 책을 대량으로 구매해서 무엇인가 하려다가 음료가 흘려졌고 그래서 휴지통 옆에 놓고 간 것으로 보인다. 그래서 당시 같이 있었던 몇사람들과 함께 이 책을 한권씩 나눠가졌다.
책꽂이에 꽃아두었다가 일년이 지난 지금에서야 이 책을 읽었다. 한동안 딱딱한 전공서적에 시달려서 머리도 식힐겸해서 가볍게 읽을 책을 찾다가 책꽂이에 꽂혀있는 이 책을 뽑아 들었다.
병원에 가서 진찰 대기 중에, 식사 약속 시간에 맞추어 동료가 오기 전까지 식당에서 짬짬히 읽다가 오늘에서야 마쳤다. 그런데 다른 일을 하면서도 머릿속에는 온통 이 책의 이야기가 어떻게 진행이 될지 상당히 궁금하였다.
이 책은 하루에 100엔을 보관료가 받는 보관가게와 얽힌 이야기를 담고 있다. 책을 다 읽고 맨 마지막에 역자가 써놓은 글을 통해 이 책이 작가의 이전 출간 책의 프리퀼 형식의 소설임을 알게 되었다. 결국 작가의 책을 또 보아야 할 것 같다. 본격적인 보관가게의 이야기가 너무나 궁금해졌기 때문이다.
4개의 옴니버스처럼 엮여진 이 책은 첫 번째 “분”이라는 이름을 가진 앉은뱅이 책상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분이 가구점에서 주인에게로, 그리고 다시 보관가게로 옮겨져 오는 과정을 그리면서 분의 자기 정체성에 대한 부분을 담고 있다. 그것처럼 분을 처음 가구점에서 구매하고 그에게 분이라는 이름을 지어준 그가 자기 정체성을 찾아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두 번째는 파랑색 연필을 보관하러 온 여학생을 통해 자기 정체성과 가족 간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그것의 매개체는 ‘어린왕자’라는 책이다. 멀리 떨어지려고만(달아나려고) 했던 자신의 상황을 다시 새롭게 조명하고 만나게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세 번째는 보관가게에 맡겨진 오르골을 통해서 드러나는 정체성과 사랑의 이야기 이다. 뜨거웠던 연인과의 사랑, 그리고 가족을 잃은 아픔. 이런 모든 것이 오르골의 노랫소리와 어울려 성숙함이 드러난다.
네 번째는 보관가게의 주인의 이야기이다. 그가 어떻게 하루 100엔의 보관가게를 열게 되었는지를 설명해 주고 있다. 그 역시 가족을 잃은(실제 죽음이 아닌 정서적 관계적 이별) 아픔을 간직하고 있으며 보관가게를 열게 된 계기가 참된 자아를 발견함으로 이루어진다.
영화를 만들어도 아주 잔잔하면서도 감동있는 영화가 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원작처럼 옴니버스 형식으로 만들어서 엮어놓으면 구성도 재미 있을 것 같다.
여하튼 10년전의 이야기가 아닌 하루 100엔 보관가게의 이야기를 들어보아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