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의 영향으로 직장에서 불명예 퇴직한 지 벌써 일 년째.
아내의 쥐꼬리만한 수입에 기생하는 백수가 문득 눈을 떴다. 아니 떠졌다.
약한 빛이 새어드는 신새벽. 전자시계를 봤다.
4:44!
이런, 죽을 '사死'가 연달아 세 개라니! 잠이 확 달아났다.
이상하다. 어제도 4시 44분이었던 것 같은데….
별 것 아닌 우연한 일로 이런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히다니, 내가 생각해도 어이가 없다.
문득 오늘 오후에 맞을 2차 백신이 떠올랐다. 유난히 부작용이 많다는 2차 백신!
며칠 전에 죽은 친구. 장례식장에서 울먹이던 부인의 말이 귓전을 괴롭힌다.
“흑흑, 그렇게 건강하던 남편이 갑자기 죽다니요. 그저께 코로나 백신 맞은 후에…, 흑흑!”
사망을 예방하기 위해 백신 맞는데, 그 백신 맞고 죽은 사람이 속출하는 아이러니한 현실.
백신접종률이 97%에 달하는데 확진자 증가세는 좀처럼 꺾이지 않는 기괴한 현상.
다시 머리에 오버랩되는 4:44! 사死:사死사死!
1차 백신 맞았을 때의 고통이 떠오른다. 겨드랑이가 찢어지는 듯한 고통.
참다 참다 못해 마침내 방문한 내분비내과의원. 그리고 초음파검사를 마친 의사의 말.
"겨드랑이 임파선이 엄청 많이 부었군요. 백신 부작용 같은데 처방약 드시면 나아질 겁니다."
또다시 머릿속을 지배하는 4:44! 사死:사死사死!
별 일 없겠지. 겨드랑이 좀 아프다가 말겠지.
그런데, 혹시 오늘 2차 백신 맞고 친구처럼 불현듯 죽을지도 몰라.
만약을 위해 깔끔한 유언이 필요하지 않을까!? 재산과 제사와 자식과 부고 등에 대한….
아침상을 놓고 아내와 내가 식탁에 마주 앉았다. 만약을 위해 내가 입을 열었다.
그런데 정작 소리는 아내의 입에서 먼저 튀어나왔다.
"저 전자시계는 맨날 4시 44분이야! 고장 난 것들은 빨리 버려야 하는 건데, 으이구…!"
나는 서둘러 입을 닫았다.
그리고 고개를 숙이고 그저 밥그릇만 꾸역꾸역 파고 들었다.
내 얼굴에 머물고 있는 아내의 입과 눈동자를 애써 외면하면서.
첫댓글 어떻게 멈춰도 딱 그 시간이었을까.
'고장난 벽시계는 멈추었는데 저 세월은 고장도 없네'
몸도 고장나는 세월입니다.. 감사합니다..^^
요즘 세월이 뭔가 알 수 없는 세상인가 봅니다ㆍ정신차려야할 세상인 것 같습니다ㆍ
정신도 고장날 것 같습니다. 정말 정신차려야지요! 감사합니다..^^
머물다 갑니다
즐감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온한 밤 되시구요..^^
살다보면 4시44분에 시계를 보는 순간이 있죠. 기분이 섬뜩하긴해요^^
재미난 글 잘 읽었습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몸도 마음도 생활도 가정도 모두 모두 고장 없이 원할하시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