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선생님, 선배님
다음날 수제청 만들기 하려면
미리 준비를 끝내두어야 합니다.
선배님 만나서 같이 레몬 닦고 유리병 열탕 소독하기로 했습니다.
한 가지 문제는
전날 눈이 왔다는 겁니다.
밤새 거의 다 녹긴 했지만
공유공간 앞 경사로는 그늘져서 눈이 잘 안 녹습니다.
그래서 선배님 모시러 댁에 갔다가
공유공간으로 함께 왔습니다.
함께 준비하러 나와 주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레몬은 일단 베이킹 소다로 박박 문질러야 돼. 그거 하고 나서 물을 끓여. 뜨거운 물에 식초 섞어서 레몬을 한 10초 정도 굴린 다음에, 또 한 번 뜨거운 물에 굴려. 그러고 찬물에 두어번 씻으면 돼.”
전날에 유튜브와 인터넷 검색을 통해
레몬 씻는 법이며 레몬청 만드는 법까지
철저하게 사전조사를 해오신 선배님이십니다.
레몬청 만드는 방법 모르는 저와 지훈 선생님 위해서
선배님이 오늘의 선생님 되어 주셨습니다.
드라마 속에 있는 듯
유리병 담은 냄비에 물 끓이며 소독했습니다.
부글부글 물 끓는 소리를 비트 삼아서 노래도 틀었습니다.
노래를 틀어두니 일하는 것도 신납니다.
다음 곡은 무엇으로 할지 선배님께 여쭤보니
요즘은 드라마 OST에 빠지셨다고 합니다.
“<그해 우리는> OST도 좋아요.”
“어! 그거 재밌다고 하던데. 곧 끝나서 선배님 아쉬우시겠어요.”
“별로 안 아쉬운데. 그거는 처음부터 본 게 아니라서. 최근에 종영한 드라마 중에서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는 처음부터 봤지.”
“저 그거 안 봤는데, 무슨 내용이에요, 선배님? 궁금해요.”
“송혜교랑 장기용이 나오는데....”
드라마 이야기에 선배님 눈빛이 달라지십니다.
선배님이 해주시는 드라마 줄거리 이야기에 절로 홀립니다.
선배님의 강점 또 한 번 발견했습니다.
마침 밖에서는 고양이들이 웁니다.
물 끓는 소리와
따뜻한 방바닥과 대조되는 약간 차가운 공기와
선배님이 들려주시는 드라마 이야기와
그런 것들이 맞물려
드라마 속에 있는 듯한 기분이었습니다.
선배님 믿고 일단 고!
선배님 이야기 들으면서
베이킹 소다 듬뿍 묻혀 레몬을 벅벅 문질렀습니다.
이만하면 됐겠지 싶을 때쯤 선배님 바라보니
“더 박박 문질러야지”
말씀하십니다.
뱃속으로 들어가는 음식이니 더 꼼꼼하게 해야 한다고 하십니다.
어깨와 팔이 뻐근하게 아플 때쯤
그만해도 좋다는 선배님 허락이 떨어졌습니다.
물 끓여서 식초를 타고 그 물에 레몬 씻는 과정을 할 차례입니다.
식초는 종이컵 반 컵 정도 넣기로 했습니다.
지훈 선생님이 펄펄 끓는 물을 들고 오셨습니다.
“헉 선배님, 레몬 익겠는데요...? 삶아지는 거 아니에요...?”
“하하, 잠깐 담그는 걸로는 안 익어. 더 오래 해도 괜찮아.”
뜨거운 물에 닦는 과정이 걱정되어서 농담반 진담반으로 여쭤봤더니
일단 한 번 해보자고 하십니다.
선배님 믿고 일단 고! 합니다.
거품 실험
식초를 탄 뜨거운 물에 베이킹 소다 묻은 레몬을 굴리자
치이익 하는 소리와 함께 자잘한 기포들이 올라옵니다.
소리가 듣기 좋습니다.
“그런데 왜 거품이 나요?”
“원래 베이킹 소다랑 식초랑 섞으면 거품 나. 그걸 이제야 알았어?”
지훈 선생님, 반응도 잘 해주시고 귀여우셔서 가끔 약 올리고 싶습니다.
선배님도 그런 지훈 선생님의 매력을 알아보셨는지
베이킹 소다와 식초의 반응을 모르시는 지훈 선생님을 놀리십니다.
“선배님, 그러면 저희 식초도 남고 소다도 남았는데, 지훈 선생님 보시라고 실험 한 번 해볼까요?”
“그래, 어차피 다시 못 쓰니까.”
코너 속의 코너로 간이 과학 실험이 열렸습니다.
베이킹 소다 위에 식초 한 방울을 떨어뜨리니
부글부글하며 거품이 생겼습니다.
눈이 휘둥그레진 지훈 선생님을 보면서
선배님께서도 웃음을 터뜨리셨습니다.
“우와, 이거 그러면 어디다 써요?”
“그냥 청소할 때도 쓰고, 오늘처럼 뭐 세척할 때도 쓰고.”
생겨난 거품을 어디다 쓰냐는 지훈 선생님 물음에
집안일 고수의 포스로 선배님께서 대답하십니다.
+ 지훈 선생님 놀리는 데에도 쓸 수 있겠네요!
레몬 냄새 퍼진 방 안
뜨거운 물에 한 번 더 레몬을 굴립니다.
레몬이 아까보다 훨씬 더 뽀득뽀득해졌습니다.
아까는 방 안에 식초 냄새밖에 안 났는데
이제 상큼하고 향긋한 레몬 냄새가 퍼집니다.
선배님 말씀대로 다행히 레몬이 익지는 않았습니다.
열심히 씻은 레몬들 찬물에 헹궈야 합니다.
찬물 받아서 가져와 선배님과 함께 씻었습니다.
이물질이 남아있는 부분들은 손으로 문대서 벗겨냈습니다.
“손가락이 떨어지는 것 같아요!”
“나도 그래! 물이 얼음장이네!”
찬물에 같이 손 담그며 레몬 닦는 일은
생각보다 괴로웠지만
동시에 즐거웠습니다.
레몬 향 솔솔 나는 방 안에서 선배님과 손 맞대고 있으니
더 가까워지는 느낌이라 기뻤습니다.
수제 청 만드는 좋은 기회 마련해주시고
활동할 준비 해주신 선배님
감사합니다.
첫댓글 오늘 만드신 예쁜 수제청을 보며 정말 멋지다, 이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런데 그 작은 청을 만드는데 선생님들의 노력이 이렇게 많이 들어갔다니 수제청을 다시보게됩니다. 선생님들을 다시 보게됩니다! 멋진 결과물 만으시느라 고생많으셨어요!!
+베이킹소다와 식초로 만든 거품으로 저도 지훈 선생님 놀리는 데 사용해보고 싶네요ㅎㅎㅎ
오늘도 선생님과 함께해서 너무 즐거웠습니다. 내일도 함께해요❤
레몬 닦으며 이렇게 준비해야 할게 많구나 생각했습니다.
선배님도 수제청 만들어 본 적 없으신대
열심히 공부해오셔서 알려주셨습니다.
노래 틀어놓고하니 신납니다.
덕분에 선배님이 좋아하는 노래들도 알게 됐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