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게 다 제주도 토속음식이다. 제주도 사투리에다 재료까지 특이해 무슨 음식인지 알기 어렵다.
제주도에 가면 그동안 구경도 못한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제주도 감수광(가세요)?
생우럭조림 쫄깃쫄깃 탱탱한 살 군침도는 봄
생우럭조림
생우럭조림 '해와 달과...'
·우도 맛집 일번지 '해와 달과…'
제주도에서 다시 배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섬 우도. 우도에는 워낙 싱싱한 해산물이 넘쳐난다. 우도 사람들이 첫손에 꼽는 맛집이 이름까지 낭만적인 '해와 달과 그리고 섬'이다. 가게 자체도 뭐랄까, 동화적으로 생겼다.
내부에 들어서자 빽빽하게 들어찬 방명록 액자에 깜짝 놀랐다. 영화배우부터 국회의장까지 알 만한 사람들은 다 다녀갔다. 액자를 꼼꼼히 들여다보니 유명인사가 아닌 일반인들의 방명록도 꽤 있다. 방강일 대표에게 이유를 물었더니 "보통 사람들도 다녀간 흔적을 남기고 싶다면 당연히 해야한다"고 대답한다. 그게 마음에 든다. 영화배우 박해일이 마침 '술집은 이래야죠'라고 써놓은 게 눈에 들어왔다. 2004년에 '인어공주'를 촬영할 당시 전도연과 박해일이 매일 왔단다. 다른 사람은 몰라도 인어공주가 그러면 될까….
대표 선수는 생우럭조림이다. 회로도 먹기 힘든 우럭을 조림으로 먹었다. 조림 국물에서는 기름이 좔좔 흐른다. 우럭의 살은 당연히 졸깃졸깃하다. 우럭이 몇 마리나 들었는지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이게 다 약알칼리성 한라산 화산 암반수로 만들었다는 제주도 소주 한라산 탓이다.
여기 사람들은 술 마시는 방식도 좀 다르다. 진정한 소주 맛을 느끼려면 차가운 소주 대신에 노지 것을 먹어야 된단다. 육지 사람들은 적응하지 못하고 차가운 것으로 바꿔달라고 한다. 이 맛을 알려면 적어도 5년은 걸린단다. 반찬도 우뭇가사리, 갓김치, 톳무침, 우도땅콩멸치조림 등 이곳에서 나오는 것들 일색이다. 충남 출신인 방 대표가 육지 사람들의 입맛을 잘 맞춘다. 생우럭조림 3만5천 원, 문어 1만5천 원, 소라회 2만 원. 북제주군 우도면 조일리 73. 영업시간은 오전 9시∼오후 10시. 064-784-0941.
겡 이 죽 특유의 향 고소한 맛 바다내음 물씬
갱이죽
갱이죽 '섭지 해녀의 집'
·신양리 해녀촌 '섭지 해녀의 집'
죽 한 그릇을 먹기 위해 차를 얼마나 달렸는지 모르겠다. '섭지 해녀의 집'은 섭지코지 입구에서 신양리 해녀촌의 해녀들이 공동으로 운영하는 음식점이다. 여기에서는 제주도에서만 맛볼 수 있는 겡이죽이 유명하다. 겡이란 바닷가에 흔한 조그만 게를 말한다. 겡이죽은 그 게를 잘게 빻아서 만들었다. 죽이라고 하면 뭐니 뭐니 해도 전복죽이 최고라는 분도 계시다. 하지만 이 곳 아니면 겡이죽을 맛보지 못한다. 키토산이 많이 든 겡이죽은 뼈에도 좋다. 다리 아픈데 효과가 크다고 해서 해녀들이 즐겨 먹었던 보양식이다. 꼭 해녀들만 먹었던 것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쌀이 부족했던 제주도에서는 겡이를 잡아 쌀 대신 다른 곡식으로 죽을 끓여먹었단다. 화가 이중섭도 6·25 때 제주도로 피란 와서 겡이를 잡아다 죽을 끓여먹었다. 이중섭의 그림 중 게가 많이 등장하는 것은 그 당시 게를 너무 많이 잡아먹어서 미안한 마음 때문이었다고 한다.
노르스름한 겡이죽이 나왔다. 죽에서는 바다 냄새가 물씬 난다. 약간 비릿하지만 맛이 있다. 게 등껍데기에 밥을 비벼먹는 듯한 느낌도 난다. 그게 얼마나 맛이 있는지 아는 사람은 다 안다. 죽 한 그릇에 게가 도대체 몇 마리나 들어갔을까 궁금하다. 한 그릇이 금세 뚝딱이다. 원래 밑반찬으로 쑥전이 나온단다. 쑥전은 졸깃하고 쑥향이 듬뿍 난단다. 기자가 갔을 때는 왜 안내어줬는지 모르겠다. 겡이죽에는 별다른 양념이 들지 않았다. 별다른 반찬이 없어도 특유의 향과 고소한 맛을 지닌 겡이죽은 일품이다. 입맛 없을 때 식사로는 최고이다. 일출봉이 보이는 멋진 전망은 덤이다. 겡이죽 7천 원, 성게칼국수 6천 원, 전복죽 1만 원. 서귀포시 성산읍 신양리 127의 1. 영업시간은 오전 7시∼오후 8시. 064-782-0672.
전복삼합·내장젓갈 어울린 음식들의 조화 '오묘한 맛'
전복삼합·내장젓갈
전복삼합·내장젓갈
·제대로 먹으려면 '용담골'
제주도 사람들이 원래부터 먹던 음식을 맛보려면 제주도 토속음식점 '용담골'이 안성맞춤이다. 그런데 주문할 때부터 막힌다. '존다니 된장찌개'(6천 원)가 뭘까. 존다니는 게상어의 제주도 방언이다. 게우 젓갈(오른쪽 사진)도 따로 팔고 있다. 게우는 전복 내장이다. 맛을 보게 그냥 좀 달라고 했다. 게우 젓갈은 새까맣게 생겨서 모양은 좀 그렇지만 밥과 함께 먹으면 밥도둑이다. 전복의 살이 중간에 오도독하고 씹혀서 먹는 재미도 있다.
용담골의 대표 메뉴는 전복삼합. 전복삼합과 존다니 된장찌개 세트(3만5천 원)를 시켰다. 아시다시피 원래 삼합은 홍어, 삶은 돼지고기, 묵은 김치이다. 전복삼합은 홍어를 대신해 전복이 들어간다. 전복삼합 먹는 방법을 배웠다. 깻잎에 다시마나 묵은 김치를 깔고 그 위에 새우젓갈에 살짝 찍은 돼지고기와 전복을 얹는다. 거기다 마늘, 고추를 취향대로 막장에 찍어서 올리면 완성이다. 오묘한 맛에 입은 흐뭇하다. 그냥 모양만 낸 삼합이 아니라 어울린 음식들이 잘 조화를 이루었다. 버터구이로 고소해진 전복 8마리가 버섯과 함께 금세 없어졌다. 존다니 된장찌개는 무척 시원하다.
된장찌개에도 좀 다른 걸 넣어봐야겠다. 아 잘 먹었다! 그런데 옆자리에서 낙지볶음을 시킨 모양이다. 시뻘건 양념 위에서 꿈틀거리는 낙지를 가위로 잘라준다. 예전에 먹던 낙지볶음과는 차원이 다르다. 성게전복물회(1만 원)도 잘한다고 소문이 났다. '용담골 한상'은 가오리, 전복회, 전복삼합, 생선구이, 성게전복물회, 고등어김치조림, 존다니 된장찌개 이렇게 해서 4인 기준 8만 원(사전 예약)이다. 이걸 먹어야 이 집에서 제대로 먹는 것인 모양이다. 모자반무침, 마늘장아찌를 비롯해 반찬들도 다 맛이 있다. 제주시 용담1동 248의 22. 삼담파출소와 미래컨벤션센터 사이. 영업시간은 오전 10시30분부터. 064-752-2344.
흑돼지구이 삼다숯불갈비서 올래국수까지 7곳
흑돼지구이
·맛 블로거 '몽'추천 맛집
이밖에도 포털 사이트 네이버의 파워블로거인 '몽'(blog.naver.com/hongn1) 씨에게서 제주도 맛집을 추천받았다. 업무 및 여행 등으로 제주도행이 잦은 몽 씨는 자신의 블로그에 제주도 맛집이라는 카테고리를 별도로 운영하고 있다. 몽 씨는 심사숙고 끝에 삼다숯불갈비, 밀림원, 은희네해장국, 돌하르방식당, 백선횟집, 기억나는 집, 올래국수 등 7곳을 제주도 맛집으로 추천했다.
먼저 제주도 특산품인 흑돼지다. 제주도에 가면 흑돼지 고기를 파는 집이 너무나도 흔하다. 이 가운데 제주 사람들의 평판이 좋은 삼다숯불갈비(서귀포시 정방동·064-763-0668)와 밀림원(북제주군 조천읍 교래리·783-9803)을 추천했다.
회를 좋아하는 분이라면 백선횟집(제주시 이도2동·751-0033)에 가서 제주도 근해에서만 잡히는 따돔(독가시치) 회를 먹어보라고 권한다. 따돔은 참돔보다 기름기가 적고 담백하면서 탱탱하다.
제주도 사람들이 먹는 특별한 음식을 찾는다면 돌하르방식당(제주시 일도2동·752-7580)에서 각재기국(전갱이국)과 멜국(멸치국)을 먹어보라고 추천한다. 가게는 허름하지만 국물은 시원하기 그지없다. 또 제주도에는 제주식 쇠고기 해장국이 있단다. 은희네해장국(제주시 인제 사거리·726-5622)에서 한 번 비교해 보시라. 기억나는 집(서귀포시 정방동·733-8500)은 해물탕집이다. 전복이 수북한 해물탕은 부산에서 먹던 맛과 다르다. 과연 기억이 날 것 같다. 올래국수(제주시 연동·742-7355)는 제주에서만 먹을 수 있는 고기국수집 중 최고로 손꼽히는 가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