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늘은 드디어 검토파티 D-DAY입니다.
신나는 마음에 발걸음을 재촉하며 약속장소인 당곡초등학교 정문으로 향했습니다.
당곡초등학교 정문에서 기획단 아이들과 검토 파티 장소인 교회로 향하려는데,
아이들의 둘레 사람을 만났습니다.
아이들은 방학에 우연히 친구를 만난 것이 반가웠는지 껴안고 방방뛰었습니다.
검토 파티, 시작이 좋습니다.
아이들과 교회에 도착하니 목사님이 아이들을 두 팔 벌려 반겨주셨습니다.
목사님과 친분이 있던 복선이는 이미 목사님 품으로 쪼르르 달려가서
“내 할머니야”라며 자랑합니다.
아이들이 목사님께 썼던 감사편지를 전해드리고 세배도 했습니다.
목사님께서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눈을 맞추며 덕담도 해주셨습니다.
영선이는 “세배하면 기분이 따뜻해져요.”라며 또 예쁜 말을 합니다.
목사님께 인사를 드리고는 참여자 아이들 맞을 준비를 했습니다.
준비물을 꺼내고, 몸으로 말해요 제시어들을 스케치북에 적고,
음악 맞추기의 문제들을 노트북 플레이리스트에 담고, 마니또 제비뽑기를 만들었습니다.
참여자 아이들을 만날 시간이 되자 기획단 아이들이 당곡초등학교 정문으로 데리러 갔습니다.
비가 오는 날인데도 불구하고 불평 한 마디 없이 나갔습니다.
참여자로 먼저 가영이와 다현이가 왔습니다.
이름표 담당 영선이는 처음 본 언니들임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라벨지와 싸인 펜을 건네주며
“여기에 이름 쓰고 꾸민 다음 가슴에 붙이세요.”라며 진행했습니다.
세하의 능숙한 진행을 통해 마니또도 뽑았습니다.
마니또까지 뽑은 후 다른 참여자 친구들을 기다리면서 무얼 할지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고민하지도 않고 바닥에 떨어져있던 풍선을 가지고 배구를 하며 놀았습니다.
풍선 하나로 교회가 꺄르르 꺄르르 웃음 소리로 가득 찼습니다.
그러던 중 유진이와 상우가 도착했습니다.
유진이와 상우는 아이들이 직접 초대한 것이 아니라서
아이들끼리 좋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도록 도와야겠다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이미 기획단 아이들과 참여자 아이들은 서로의 지역사회였고 둘레 사람이었습니다.
과거 신비와 함께 단기 사회사업에 참여해 보았다는 유진이 말에 옆에서 신비도 맞장구쳐주었습니다.
유진이의 남동생인 상우 또한 잘 적응하여 누나들과 할리갈리를 하며 재미있게 노는 모습에 마음이 편안해졌습니다.
상우는 검토 파티의 유일한 남자이고 가장 막내라서 걱정했는데
왜 그런 걱정을 했을까 싶을 정도로 잘 적응했습니다.
복선이와 채아까지 검토 파티 인원 모두가 모였습니다.
먼저 신비가 진행하는 음악 맞추기 시간이었습니다.
신비는 앞으로 나가서 혼자 스피커와 연결된 노트북을 조작하며 진행까지 하였습니다.
신비는 직접 상품까지 준비했습니다.
문제가 20곡이나 있었지만 아이들은 금방 모든 문제를 맞췄습니다.
다음 활동인 마피아를 진행하려는데 목사님께서 김밥을 사주셨습니다.
아이들 저녁밥으로 라면을 끓여주시기로 하셨던 목사님,
아이들은 밥도 먹어야 한다며 김밥 먹고 저녁엔 라면도 먹으라고 해주셨습니다. 너무 감사했습니다.
장소도 빌려주시고 김밥에 라면까지,
아이들이 모두 입을 모아 “잘먹겠습니다.”,“감사합니다.”라고 인사 드리고 김밥을 먹었습니다.
맛있는 김밥을 먹은 후 복선이가 진행하는 마피아를 할 차례였습니다.
반응이 정말 좋았습니다.
사회자가 되고싶은 마음에 아이들은 금방 시끌벅적해졌습니다.
복선이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의자에 앉아서 손 드세요~!”라고 했습니다.
그러자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서 손을 번쩍 들고 기다렸습니다.
모두가 사회자를 하고 싶어 해서 가위바위보를 했습니다.
첫 번째 판의 사회자는 세하가 되었습니다.
마피아가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유진이의 표정이 심상치 않았습니다.
그래서 예의주시하며 뒤에서 지켜보고 있었습니다.
그때 갑자기 유진이의 눈에서 닭똥같은 눈물이 뚝 뚝 떨어지기 시작했습니다.
유진이에게 가서 유진이를 달래주었습니다.
유진이는 시민인데 왜 자신만 마피아로 의심받아서 죽어야 하냐며 억울하다고 하며 울었습니다.
유진이에게는 너무나 서럽고 심각한 일이겠지만 저는 그런 유진이가 너무 귀엽기도 했습니다.
유진이를 달래주고 아이들을 보니 상우의 기분이 너무 안 좋아 보입니다.
이번에는 상우에게 가서 물어봤습니다.
“상우야! 누나들이랑 노는 거 재밌어요~?”
상우는 “누나가 너무 불쌍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상우의 눈에는 마피아로 몰아가는 다른 누나들이 유진이 누나를 괴롭히는 누나들로 보였나봅니다.
다행히 다음 판에서는 유진이가 가위바위보로 모두를 이겨 사회자가 되었습니다.
그러자 유진이도 기분이 좋아졌고 상우도 재밌게 놀 수 있었습니다.
상우는 유진이 누나를 참 좋아합니다.
검토 파티 활동 중에도 몇 번이나 싸울 뻔한 모습을 보았지만
삼 남매의 둘째인 저는 자주 싸우면서도 다른 사람이 내 언니에게 좋지 않은 말을 하면
참을 수 없는 기분을 너무 잘 알아서 상우가 기특하고 예뻤습니다.
다음 순서인 몸으로 말해요도 복선이의 담당이었습니다.
몸으로 말해요는 팀을 나누어서 진행되었습니다. 아이들의 센스에 놀랐습니다.
설명을 하는 친구가 복선이가 들고 있는 스케치북의 제시어를 보고 몸으로 설명을 시작하면 팀원들은 맞췄습니다.
몸으로 표현도 너무 잘하고 맞추는 아이들도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까지 보며 맞추어주었습니다.
나중엔 모두 제시어를 설명하고 싶어 해서 팀의 구분 없이
자신이 내고 싶은 카테고리의 제시어로 돌아가면서 문제를 내며 설명하는 시간을 주었습니다.
사실 아이들은 설명을 하고싶었다기 보단 단상위에 올라가서 춤을 추고 싶어 하는 것 같았습니다.
거의 모든 아이들이 제시어로 아이돌 노래를 설정하고 춤을 추었습니다.
누나 바라기 상우는 “누나, 이건 누나가 무조건 맞출 수 있어.”라고 하며 유진이 누나만 쳐다보고 춤을 췄습니다.
몸으로 말해요가 끝난 후 과자 파티 시간이었습니다.
과자파티 담당은 영선이입니다.
준비물이었던 과자 두 개를 참여자 아이들이 도착할 때 큰 비닐봉투에 모았었습니다.
사실 과자 파티 담당인 영선이가 과자를 아이들에게 받아서 비닐봉투에 넣는 형식으로 하려고 했습니다.
하지만 처음엔 저도 모르게 제가 아이들에게 과자를 봉투에 담게 했다가 나중에 아차 싶어서 영선이에게 맡겼습니다.
이렇게 아직도 가끔 불쑥 불쑥 저의 강점을 사용하려다가 아차 싶습니다.
먼저 아이들이 목사님께 드릴 과자를 골랐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께 먼저 과자를 나누어드렸습니다.
그러자 목사님은 또 무언갈 해주시고 싶어하셨고 과자를 더 주셨습니다.
목사님이 주신 과자까지 합친 과자들을 다 꺼내놓고 모두 함께 먹기 좋게 뜯었습니다.
그리고 과자를 자신의 앞 접시에 먹고싶은 만큼 덜어와서 먹었습니다.
규칙 중 “마스크 벗고 대화하지 않기. (음식 먹을 때)” 항목이 있었는데
아이들이 규칙을 정말 잘 지켜주었습니다.
영선이는 오늘도 예쁜말을 했습니다.
"제가 가져온 과자를 다같이 나누어 먹으니까 기분이 좋아요."
오늘도 어김없이 저는 영선이게 감동을 받았습니다.
영선이는 자신의 착한 마음씨를 말로도 잘 표현하는 강점을 갖고 있습니다.
그래서 항상 저는 영선이를 만날 때마다 순수한 진심에 감동을 하고 배움을 얻습니다.
아이들이 김밥을 먹어서 그런지 아니면 다음 활동인 장기자랑을 연습하려 그러는지
과자를 생각보다 조금 먹었습니다.
장기자랑이 시작되었습니다.
아이들이 가장 기대를 했던 시간이라 그런지 저도 기대가 되었습니다.
장기자랑은 신비와 결이가 직접 쓴 대본으로 진행했습니다.
순서는 제비뽑기를 통해 뽑았습니다.
사실 ‘장기자랑 때 아이들이 부끄럽다고 아무도 하고 싶은 사람이 없으면 어쩌지?’라는 생각에
30~40분으로 예상한 시간이 너무 많이 남을 것 같았습니다.
아무도 한다는 아이들이 없으면 열심히 준비했던 신비와 결이가 속상할 것 같아서
‘내가 노래라도 불러야 하나..?’라는 생각도 했습니다.
하지만 정말 제 생각과는 반대의 상황이 펼쳐쳐졌습니다.
기획단 5명 참여자 5명 총 10명 모두 장기자랑을 하고 싶다고 손을 들었습니다.
30~40분이 아닌 한 시간이 있어도 부족할 듯 했습니다.
먼저 한 사람당 한 번의 기회가 주어졌습니다.
아이들은 앞으로 나와 노래를 하고 춤도 추었습니다.
검토 파티 청일점 상우는 누나들이 노래부르고 춤 추는 걸 보고는 슬쩍 저에게 와서 옷을 잡아 당겼습니다.
“선생님, 꼭 춤이나 노래 중에 선택 해야 해요...?”
상우의 귀여운 질문에 저는
“아니요~ 상우가 누나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거 !! 상우가 잘하는 거! 보여주고 싶은 거!
그런 거 하는거에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자 상우는 한참을 고민하다가
“그럼 저 종이접기 할래요. 근데 제가 접을테니까 선생님이 보여주세요”라고 했습니다.
상우는 조금 부끄러웠나 봅니다.
상우가 종이접기를 하고 신비와 결이가 앞에서 설명해주었습니다.
모든 아이들이 한 번씩 장기자랑을 마친 후 대부분의 아이들이 또 하고싶다고 했습니다.
그래서 장기자랑을 더 하고 싶은 아이들은 또 했습니다.
가장 인기있던 건 윤하의 사건의 지평선, (여자)아이들의 nxde, IVE의 LOVE DIVE와 After LIKE 였습니다.
특히 사건의 지평선은 10번 넘게 불렀습니다.
어쩜 그렇게 잘부르고 잘추는지 정말 강점이 너무 많습니다.
아이들의 성화에 못 이겨 똑같은 노래를 혼자 부르고, 둘이 부르고, 다 같이 부르고 하다 보니
30~40분을 예상했던 장기자랑을 1시간 30분 동안 하게 되었고, 시간이 부족했습니다.
아이들에게 그럼 영화를 포기하고 장기자랑을 계속할 것인지 물어보니
반은 그렇게 하겠다 했고, 반은 영화도 보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을 하던 중 참여자인 유진이가
“그럼 밥을 먹으면서 영화를 봐요!!”라고 의견을 말해주었습니다.
유진이 덕분에 영화도 볼 수 있게 된 것입니다.
장기자랑이 어느덧 마무리되고 영화를 다 같이 골라보았습니다.
시간 관계상 짧은 영화밖에 선택권이 없었고, 짱구 극장판을 보게 되었습니다.
영화를 보고 있으니 목사님께서 큰 냄비에 라면을 끓여가지고 나오셨습니다.
엄청 맛있었습니다.
손이 크신 목사님께서는 김밥도 열두 줄이나 사주시고, 라면도 12개를 끓이셨다고 합니다.
아이들이 열심히 먹었지만 남고 말았습니다.
하지만 오늘 먹은 라면의 맛은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팅팅 불은 라면이지만 아이들과 호호 불어가며 나누어 먹으니 그보다 맛있는 라면이 없었습니다.
라면을 먹고 나서 세하가 마니또를 발표해주었습니다.
“헐~ 예상도 못했어. 너였어?”
아이들은 예상과 다른 마니또 결과에 놀라기도 하고 신났습니다.
세하와 결이가 진행하는 소망나무 만들기 시간이 왔습니다.
다 같이 둘러앉아서 나무를 그리고 예쁘게 꾸몄습니다.
그리고 각자 소망을 적어 붙였습니다.
소망을 적을 때도 몇 아이들은 따로 와서
“선생님, 저는 소망이 많은데 좀 많이 써도 괜찮아요?”라고 물어봤습니다.
아이들의 순수한 마음씨에서는 너무나도 예쁜 소망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소망나무를 만든 후에는 검토 파티가 끝난 후 아이들에게 소감을 써달라는 부탁을 했습니다.
아이들은 예쁜말을 써주고 예쁘게 꾸며주기까지 해주었습니다.
이렇게 그동안 준비했던 검토 파티가 끝이 났습니다.
서툰 부분도 부족한 부분도 너무 많았지만 아이들이 재밌게 놀아준 것 같아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홀가분하기도 하면서 뭔가 먹먹한 기분이 들어서 버스를 타지 않고
걸어서 보라매동의 저녁 거리를 구경하며 집으로 갔습니다.
아이들이랑 하루종일 함께 있다가 떨어져서 그런가
왠지 모르게 더 조용하게 느껴지는 보라매동이 조금은 쓸쓸해보이기도 했습니다.
오늘 검토 파티를 하며 아이들의 순수한 에너지를 온몸으로 느낄 수 있음이 좋았습니다.
아이들이 자기 삶의 주인인 모습과 사람들과 어울리는 모습에 사람다움을 느꼈습니다.
그리고 목사님께서 아이들을 위해 베풀고 보살펴 주실 때 어른다움을 느꼈습니다.
목사님은 장소도 빌려주시고 김밥도 사주시고 과자도 주시고 라면까지 끓여주셨지만
미안해 하며 더 해주고 싶어하셨습니다.
이웃이 있고 인정이 있어 정붙이고 살 수 있는 사회를 느꼈습니다.
오늘 검토파티에서 우리 기획단 아이들 너무나 대견하고 기특했습니다.
연습하고 구상했던 걸 실제로 한다는 것이 쉽지 않은 일이라는 것을 저는 너무나 잘 압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단상에 올라가서도 자신감을 잃지 않고 주도적으로 진행하는 모습이 잊지 못할 것 같습니다.
검토 파티, 이름의 뜻이 ‘검은 토끼 파티’ 인만큼 소망나무 만들기 활동이 중요한 활동이었습니다.
그래서 소망나무에 소망을 적을 때 제 소망에 대해서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소망이 바로 나오진 않았습니다.
그리고 고민을 해서 나온 소망이 고작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 ‘돈 많이 벌게 해주세요.’ 와 같은
무미건조한 소망이었습니다.
저도 분명히 소망이 있을텐데 평소에 잊고 산 소망을 갑자기 꺼내기가 쉽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이들은 자신의 소망을 막힘 없이 써 내려갔고 자신 외에도 친구, 가족
심지어는 저의 소망도 같이 빌어주어도 되냐며 물어봤습니다.
고맙기도 하지만 부끄러운 마음도 들었습니다.
아이들을 만날 때마다 항상 이런 이중적인 감정이 드는 것 같습니다.
시간이 많았다면 아이들이 소망을 더 나눌 수 있었겠다는 생각에 조금 아쉽기도 했습니다.
그래도 다치지 않고 성공적으로 마무리 할 수 있음에 감사하며 좋은 추억을 만든 것 같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