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 짝 언제 바꿔요?”
“선생님 저는 민수가 정말 싫어요. 빨리 짝 바꾸고 싶어요.”
“선생님~ 저도 얘 싫어요. 전 아무것도 안 했는데 매일 선생님한테 고자질만 해요. 저도 얘 싫어요.”
요즘 아이들 참 솔직하죠. 짝을 바꾸려면 아직 많이 기다려야 하고 짝을 바꾼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1학년 아이들의 입에서 흔히 나오는 말들입니다. 어른들끼리의 사회라면 싫은 사람이 있어도 보통 내색하지 않기 마련인데, 아직 자신의 감정을 숨기지 못하고 그대로 표출해야 직성이 풀리는 어린이들이라 적당한 선에서 어느 정도는 이해해 주어야 합니다.
하지만 이런 말을 들으면 교사는 참으로 난감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짝을 바꿔달라고 마냥 바꿔줄 수만은 없는 것이 현실이기 때문이지요. 모두에게 만족을 줄 수 있는 상황은 있을 수가 없습니다. 이곳은 교실이기 때문이지요. 교실은 1학년 0반이라는 울타리로 둘러싸인 하나의 공동체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면서 아이들은 비로소 제대로 된 사회에 입문하게 됩니다. 이미 취학 전 유치원이나 어린이집, 놀이학교 등을 통해 또래 친구들을 겪어왔겠지만, 그때는 학교만큼 공동체적인 활동과 규칙을 요구하지는 않습니다. 학교는 혼자서 생활하는 곳이 아니므로 우리 아이들에게는 여러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적당한 ‘사회성’이 필요합니다.
앞서 성공적인 초등학교 생활의 키워드가 ‘성실’이라고 했는데 또 하나의 키워드는 바로 ‘사회성’입니다. 사회성이란 사회생활을 융통성 있게 하고자 하는 인간의 본성을 말합니다. 교실도 하나의 공동체이기 때문에 사회생활을 융통성 있게 해 나가려는 마음을 발휘할 때 저절로 학교 생활이 즐거워질 수 있습니다.
아무리 책을 많이 읽고 학원에 다녀서 지식이 많은 아이일지라도 그것을 교실에서 전혀 발휘하지 못한다면 아무 소용이 없는 지식일 뿐입니다. 반대로 자신이 알고 있는 지식 모두를 표현하려고만 애쓰다 보면 아이는 ‘잘난 척 쟁이’로 낙인되어 결국엔 외톨이가 될지도 모릅니다. 취학 전에 아이들은 아이들을 비싼 돈 들여서 수학, 영어, 미술, 과학 등의 학원에 보내는 데 목표를 둘 필요가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입니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교과 공부를 어느 정도 준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더욱 중요한 것이 바람직한 생활 태도를 지도하고 준비하는 것입니다. 1학년의 교과 수준은 생각보다 매우 낮고 아예 교과 평가를 하지 않는 학교도 많습니다. 또 통합 교과의 비중이 커서 아이들이 부담 없이 즐기면서 공부할 수 있는 수준이에요. 그러므로 1학년을 위해 교과 공부를 준비하는 것보다 바람직한 생활 태도를 몸에 익히는 것이 장기적인 학교생활에 더욱 도움을 줄 수 있습니다.
실제로 1학년 지도 경험이 있는 대부분의 초등학교 교사는 입학 전 아이들이 두루 갖추었으면 하는 것으로 교과 지식보다 생활 태도를 우선적으로 꼽기도 합니다.
“다른 학년에 비해 1학년이 확실히 확연히 다른 점은 지식 수준의 격차는 적은 것에 비해, 생활 수준의 격차는 확연히 크다는 것이죠. 이 말은 생활태도 수준이 1학년 학교생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아주 크다는 것을 의미해요. 교과서 수준을 아이가 따라가지 못할 것이라는 걱정보다 아이의 생활 태도를 바르게 정립시켜주는 것이 더욱 중요하고 생각합니다.”
대부분의 초등학교 1학년 담임 선생님들은 교과지도보다 생활지도에 더욱 어려움을 느낍니다. 가정에서는 잘 해내는 것처럼 보이는 것들을 교실에서는 전혀 발휘하지 못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자기 뜻대로 되지 않을 때 소리를 지른다거나 착석하지 않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다른 아이의 영역에 침범해서 방해하는 어린이, 승부에 집착해서 실수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력으로 화를 표출하는 어린이도 있습니다. 1학년 교사가 제일 힘들어하는 생활지도 상황은 ‘과제를 하기 싫어하는 아이’를 지도할 때입니다. 아이는 자신에게 맡겨진 과업을 수행하기 싫어서 소리를 지르고 교실을 돌아다니고 화장실에 가서 숨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아이의 학업 성취는 높습니다. 교과 지식 습득력은 우수할지 몰라도 생활 지능은 그것을 따라가지 못합니다.
이와 관련한 미국 유치원의 사례가 있습니다.
수십 년 전 미국의 유치원 교육은 아이들이 입학 전에 갖추고 있는 여러 지식 수준, 즉 ‘head start' 지점을 모두 갖게 하는 것이 목표였다고 합니다.
그래서 학습이 부진한 아이들을 끌어올리려는 많은 노력을 기울였지요, 지식의 빈익빈 부익부 현상, 즉 아이들의 지식수준의 차이가 큰 것이 당시 미국 초등학교 교육의 주요 문제점으로 꼽혔기 때문이었습니다. 하지만 애석하게도 이 노력은 몇 해 가지 않아서 실효성이 제대로 발휘되지 않았음을 인정할 수밖에 없었어요. 입학 전 head start 지점을 모두 비슷하게 맞췄지만 아이들이 자라면서 여지없이 그 수준이 벌어졌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그래서 이후 유치원 교육은 아이들의 지식 수준을 고르게 하는 대신 아이들이 고루 갖추어야 할 마음가짐을 더욱 강조하기 시작했습니다. ‘head start'가 아닌 ’heart start' 지점을 고르게 맞춰주기로 한 거죠. 그리고 몇 가지를 더욱 강조했습니다.
또래 의식, 호기심, 자재력, 의사소통 능력,
협동심, 계획성, 자신에 대한 이해
이 글을 쓰고 있는 저 또한 위에 열거한 것들이 교과과정 습득보다 훨씬 더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습니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것은 많은 사람에게 어려운 일입니다.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아이들도 당연히 긴장과 걱정 스트레스가 있을 것입니다. 부모는 든든히 그 상황을 옆에서 함께 있어 주고 격려해주는 것이 부모의 몫입니다. 부모가 더 긴장하거나 잘하라고 다그치는 것은 도움이 되질 않습니다. “처음에는 누구나 그럴 수 있어. 잘못하는게 아니란다.”하고 든든히 지원군이 되어 주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