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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림동팀 한여름밤 소녀들의 꿈 사업 담당
이름 김하은
1. 실습목표 평가
1) 개인별 실습 목표 평가
① 사람들과 직접 소통하고 어울리는 방법 배우기 (90%)
아이들 사이에 끼어 함께 교류하며 낯가림을 떨치는 방법을 배웠습니다. 특별한 방법이랄 것 없이 그저 친해지고 싶어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습니다. 눈을 마주하려 하니 눈빛은 물론 제 태도가 달라졌습니다. 그런 제 변화를 어른은 물론, 아이들도 금방 알아채 마음을 열어주었습니다. 또 제가 조잘거리는 것보다는 상대가 하는 이야기를 경청하고 맞장구치면 더욱 빨리 관계가 가까워지는 것을 느꼈습니다. 상대가 누구든 경청의 자세를 잊지 않으려 합니다.
② 진로 찾기 (70%)
비전워크숍 덕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직업에 구애받지 않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사람살이 이야기를 써보고 싶다는 말에 많은 분들이 응원해주시고 조언해주셨습니다. 또 부장님의 여러 제안으로 새로운 직업군도 알게 되었고, 몸으로 뛰어 쌓는 경험의 중요성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제가 정말 현장에 맞는 사람인지, 사명을 감당할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아직 확신이 들지 않습니다. 현장에서 뛰는 사회사업가만큼 좋은 글쓰기 소재를 얻는 자리가 흔치 않다는 것에 솔깃했으니 반쪽짜리 성공이라 생각합니다. 평생을 함께할 비전을 찾지 못했어도 즐겁고 유익한 시간을 보내고 있으니 초조하지는 않습니다.
이번에 종결 여행을 철암 도서관으로 간다 들었습니다. 사서, 출판사 등 책 관련 일은 예전부터 마음에 두고 있던 터라 이번에 현장에서 일하시는 분, 잘 알고 계시는 부장님 등 탐색 과정을 거치려 합니다. 제가 꿈꾸는 미래의 제 모습에 어울리는 자리를 찾았으면 좋겠습니다.
③ 학교에서 배운 사회복지 이론이 실행에 부족함이 없나 파악·보완하기 (-)
실습에서 많이 활용할 ‘프로그램 개발과 평가’, ‘지역사회복지론’을 아직 수강하지 않아서인지 학교에서 배운 이론을 활용한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습니다. ‘아동권리와 복지’에서 깊게 다뤘던 아동의 특성, ‘장애인복지론’에서 이야기했던 ‘자주성과 정상화’ 등이 한번씩 언급되면 반가웠던 기억이 있긴 합니다. 곧 있을 막학기에서 ‘지역사회복지론’을 들으려 합니다. 현장에서 배운 부분을 잘 정돈하여 수업을 들을 때 톺아보는 시간을 갖고 싶습니다.
2) 사업에 따른 목표 평가
(1) 한여름밤 소녀들의 꿈
① 당사자들의 관계 강화 돕기 (90%)
원래 친했던 당사자 3명이 기획하는 사업이었던 만큼 셋의 유대 강화에 초점을 두었습니다. 그래서 되도록 ‘너 알아서 정해’보다는 모든 친구들이 의견을 내고 토의하여 수렴하도록 저희는 말을 아끼고 분쟁과 방향만 조정하였습니다. 또 다양한 관광지를 바쁘게 돌아다니기보단 아이들이 직접 기획한 레크리에이션이 메인 이벤트가 되도록 여행을 간추렸습니다.
친한 친구일수록 솔직하게 자신의 마음을 표현하기가 더 어렵겠다고 생각하여 마니또 게임도 집어넣었습니다. 이를 통해 평소 고마웠던 친구에게 편지로 마음을 전하고, 소소한 도움 미션을 수행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행 막바지엔 서로에게 고마웠던 점, 하고 싶었던 말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덕분에 시온이는 “더 친해진 것 같아서 좋다, 여행에 처음 와 본다”라고 평가해주었습니다.
며칠 전 수료식까지 마무리했습니다. 개학 후 개인 일정이 바빠 아쉽게도 한 명이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아이들이 빠진 아이의 롤링페이퍼, 인화한 사진지를 정돈하고, 영상통화를 걸기도 했습니다. 참여한 아이들은 벌써부터 수학여행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우리가 여행 갔던 것처럼 이렇게 하면 좋겠다, 짝지어 다녔으면 좋겠다, 이 자리에 함께하지 못한 친구가 꼭 같이 갔으면 좋겠다 등 훈훈한 이야기도 함께였습니다.
② 주체적이고 자주적인 여행(활동) 해보기 (80%)
선행연구자료를 통해서 아동 청소년 시기에 자신이 직접 기획한 여행을 가면 더 오래 기억에 남는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이번 사업 또한 당사자 아이들이 최대한 스스로 기획할 수 있게 도왔습니다. 여행지, 들를 장소, 식당, 레크리에이션 게임 등을 모두 아이들이 직접 정했습니다. 복지관의 지원 외 적정선의 회비를 걷은 뒤, 돈을 쓸 땐 꼭 회계를 맡은 아이의 승인을 거치도록 했습니다. 길잡이 친구는 이동할 때마다 지도를 보며 어른의 도움 없이 혼자 길을 찾았으며, 총무는 숙소에서 설거지와 이불 정리와 같은 뒷정리를 했습니다. 각자 할 수 있는 역할을 맡아서 과업을 수행했고, 자주성을 기를 수 있게 도왔습니다.
수료식에서 상장을 뽑는 대신 여행에서 찍었던 사진 몇 장을 뽑아갔습니다. 바쁜 일상에 치여 세부 일정을 잊은 아이들이 여행을 되짚으며 즐거워했습니다. 이때 이렇게 했는데, 이때 참 재미있었는데, 이때 누가 이런 걸 해줘서 참 좋았는데 등 서로가 수고한 부분도 함께 다루었습니다. 순탄하지만은 않았으나 즐거웠던 여행을 나누고, 롤링페이퍼로 친구들에게 채 전하지 못한 마음을 전했습니다. 세부적인 일정은 기억하지 못하더라도 여행에서 느꼈던 즐거움과 고마움, 친구들과의 유대감은 오래 갔으면 합니다.
(2) 시원한 여름나기
① 주체적으로 캠페인을 꾸리고 참여하기 (70%)
첫 만남 때 ‘캠페인’을 아느냐 물었습니다. 대다수의 아이들이 단어는 들어봤지만 정확하게 무엇인지는 몰랐습니다. 사전 내 풀이도 어려워 아이들이 원하는 지역사회 모습, 꿈 등을 물었습니다. 중구난방인지라 결국 김별 선생님의 ‘이웃들에게 인사하기’는 어떻냐 제안을 받았고, 아이들 모두 동의했습니다.
비록 캠페인 주제는 선생님의 도움을 받았으나 캠페인의 과정에서는 아이들의 창의력과 강점이 빛을 발했습니다. ‘행복’, ‘이웃’, ‘여름’을 주제로 스티커에 들어갈 그림을 그리고, 캠페인에 함께할 가게를 추리는 것 모두 당사자 아이들의 몫이었습니다. 평소 자주 가는 동네 가게, 아는 사장님, 가고 싶었던 가게 등 아이들의 생활권인 만큼 다양한 가게가 거론됐습니다. 캠페인에 참여해달라는 편지 쓰기 활동에서도 단순한 받아쓰기를 하기보단 “먼저 인사하고 자기소개를 해야겠지? 우리가 왜 편지를 쓰더라? 마무리 인사도 적고, 날짜도 적고.” 약간의 힌트를 줘가며 아이들의 편지가 될 수 있도록 했습니다.
동네를 잘 아는 아이들이 이끄는 대로 동네의 빵집, 슈퍼, 떡집, 카페 등 다양한 곳을 들르고 인사드리고, 부탁을 드렸습니다. 스티커를 상품 구석에 붙여 나가게 하겠다 허락하실 때마다 아이들이 폴짝폴짝 뛰었습니다. 두세 곳 들른 이후부터는 시키지 않아도 씩씩하게 인사도 하고, 스티커도 내밀었습니다. 나올 때 감사 인사도 잊지 않았습니다.
수료식 시간에 받았던 편지에 “이웃에게 인사하고 이야기 나눌 때마다 반가웠어요. 사장님께 허락 받을 때마다 뿌듯했어요.”라는 부분이 있었습니다. 캠페인을 준비해주어 감사하다는 편지 내용이었지만, 실상 실습생이 한 역할은 가게 사장님께 강감찬 복지관에서 나왔다는 설명 덧붙이기, 차와 오토바이가 많이 다니는 길가에서 아이들 인솔하기 정도가 전부였습니다. 캠페인은 오롯이 아이들이 것이었습니다.
② 지역사회에 인사하기 (100%)
처음에는 아이들이 아는 사장님 가게 위주로 돌았습니다. 사장님들이 다들 반기며 아이들에게 아이스크림, 부채 등을 하나씩 건네셨습니다. 그러다 아이들의 집 앞에 있는 우유 대리점에도 발을 들였습니다. 사장님께선 우유갑은 물기가 많아 스티커는 붙지 않는다며 거절하셨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아이들을 돌려보내기엔 마음이 편치 않으셨는지, 우유 창고로 들어가시더니 초코, 바나나, 딸기 우유를 한아름 들고 오셨습니다. 캠페인을 응원한다는 말씀도 함께였습니다.
첫 거절인데도 되레 이웃의 정을 느끼게 된 아이들. 한두 번 들렀으나 아직 친하지는 않은 가게, 가볼까 눈독 들여놨던 가게, 처음 보는 가게. 이젠 큰 두려움 없이 문을 두드리고 인사를 드렸습니다. 다들 바쁘신 와중에도 아이들의 인사를 반갑게 맞아주시고, 아이들의 편지를 꼼꼼히 읽어보셨습니다. “50매 정도라면…”, “사장님이 안 계셔서 해서 스티커는 좀 그렇고, 포스터는 제가 여쭙고 붙여드릴게요.”, “이렇게 구석에만 붙여도 되나요?” 제각기 형편에 맞게 캠페인에 힘을 보태던 사장님과 직원, 시간제 근무원분들. 결국 상냥하게 거절하더라도 아이들은 기가 죽거나 실망하지 않습니다. 힘차고 공손하게 인사드린 뒤 다음 가게로 향합니다. 섭외에 성공한 가게가 열 곳이 넘고, 아이들이 문을 두드린 가게는 대여섯 곳 더 많습니다. 부지런히 뛰어다니며 인사 다닌 기획단 아이들. ‘이웃에게 인사 하기 캠페인’인 만큼 그 모범을 보였습니다.
2.사례
① 시온이에게 받은 편지
여행 중 더 돈독해졌으면 좋겠다는 이유로 제안한 마니또와 편지쓰기. 이미 잘 알고 지내던 아이들일 뿐더러 셋이라 마니또가 금세 밝혀지겠다 싶어 실습생 둘이 끼어들었습니다. 저는 제 마니또 아이 챙겨주기 바쁜데, 저 모르게 조용히 저를 챙기던 마니또가 있었습니다. ‘안경닦이나 휴지 빌려주기’ 미션을 떠맡은 시온이. 하지만 보부상으로 유명한 저의 철벽 방어를 좀처럼 뚫지 못해 결국 미션을 하지 못했다며 미안해했습니다. 마니또를 밝히고 편지를 건네받았는데, 편지를 조용히 읽다 보니 괜히 뭉클해집니다. 당사자 면접부터 왠지 나와 잘 맞을 거 같다, 내심 원했는데 이렇게 여행까지 오게 되니 너무 즐겁다 등등. 줄곧 당사자 아이들에게서 듣고 싶었던 말이 글로 남겨지니 감동과 성취감이 두 배였던 것 같습니다.
수료식에서는 이때 받았던 감동을 돌려주고자 편지를 써갔습니다. 한 장 반밖에 되지 않은 짧은 편지였지만 시온이를 비롯한 아이들은 모두 편지를 반겼습니다. 그러면서 수줍게 숨겨온 자신의 편지도 건넸습니다. 뭉클해져 아이들을 껴안고 고맙다 연신 말했습니다. 편지는 물론 카드도 손으로 쓴 것은 참 오랜만에 받아봅니다. 타자로 치면 5분 만에 쓸 것도, 손으로 옮기면 그 두 배가 걸립니다. 수고스럽고 어찌보면 사서 고생하는 것도 같지만 받은 사람이 되어보니 무게가 다릅니다. 다이소에서 샀을 때는 있는지 없는지도 모를 만큼 가벼웠던 종이가, 양손으로 공손히 받을 만큼 무거워졌습니다. 손으로 눌러쓴 사람의 애정이 스며들었기 때문이겠지요. 자본주의 사회라며 쯧쯧 혀를 차곤 하지만 정성만큼 마음을 울리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이런 마음과 정이 점점 퍼져 사람 사는 마을, 사회가 되기를 바랍니다.
② 편지 쓰는 김에 어린이집도 들르면 안 돼요?
캠페인 섭외를 위해 가게 사장님들께 편지를 쓰는 시간이 있었습니다. 그러다 편지 쓰기를 좋아하는 채희가 “어린이집 선생님께도 편지를 쓰고 싶어요.” 알려왔습니다. 동네를 돌아다니며 어린이집도 들르자, 하니 어린이집 동기인 아이들이 모두 기대에 찼습니다.
모교나 다름없는 어린이집, 2년 만의 방문이라 했습니다. 벨을 누르고 용건을 말한 뒤 초조하게 기다리는 아이들. 연락받은 선생님께서 내려오시니 다들 함박웃음을 지었습니다. “얘들아, 무슨 일이야~!” 두 팔을 크게 벌리시는 선생님의 모습에, 아이들 넷이 너도나도 할 것 없이 폭삭 안겨듭니다. 지켜보는 저로서는 남 일 같지 않았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지 4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 저도 매해 스승의 날마다 꼬박꼬박 두 은사님을 찾아가기 때문입니다. 채희가 편지와 함께 건넨 음료수는 사양하시며 편지로도 족하다 말씀하시는 선생님. 서로 껴안고 보고 싶었다 말하는 모습에, 옆에서 보기만 하는 실습 선생님들도 왠지 모르게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비록 짧은 만남이었지만, 다시 일하러 돌아가시는 선생님께 손을 흔드는 아이들의 얼굴에선 생기가 넘쳤습니다. “생각보다 가깝고 쉽지? 또 뵈러 오자.” 시간과 정성만 들인다면 만날 수 있다는 말에 아이들이 고개를 끄덕입니다. 이웃들에게 인사하러 가기 전 선생님과 나눈 정 덕에 더 씩씩하고 신나 보였습니다.
3. 배움
① 말로 다 하지 못해도 느끼는 아이들
말재주가 그리 좋지도 못하고, 선천적으로 활달한 성격이 아닌지라 아이들에겐 참 재미없는 사람이겠구나, 막연히 걱정을 했습니다. 실제로 다른 선생님들에 비해 제 제스처는 심심한 편입니다. 제가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아이가 손이 닿지 않는 색연필 대신 뻗어 가져다주고, 그린 그림 자랑에 박수쳐주고, 홀로 조용히 물어오는 질문에 다른 사람 들을까 목소리 낮춰 소곤소곤 대답하고, 말할 상대가 없어 근질근질했던 아이의 입에 집중해 가만 들어주었을 뿐입니다. 먼저 나서서 뛰어놀거나 날아다닌 적은 없습니다. 그럼에도 두세 번 만남에 저 멀리서도 반갑게 인사해주는 아이들, 길거리 다닐 때 먼저 손을 잡고, 홀로 사장님께 말걸기 두려우니 저를 부르며 자기 뒤에 서 달라 요청하는 아이들의 모습에 얼마나 감동을 받았는지 모릅니다.
꼬박꼬박 선생님이라 부르며 선생님 대우해주고, 친근하게 대하며 먼저 한발짝 다가와주니, 아이들도 ‘나 너희랑 친해지고 싶어!’ 외치는 제 속마음을 다 알고 있구나, 생각이 들었습니다. 참 고마운 일입니다.
마침 복지요결에서도 사람을 대할 때 존중하고, 태도에 유의하라는 내용을 배웠습니다. 아이들 눈높이에 맞추려 노력하기보단 사회사업가로서의 본분에 더 충실하게, 사랑하는 마음으로 바라봤을 뿐임에도 다 알아차리는 아이들의 모습에, 아이들이기 이전에 사람이구나, 다 똑같구나 느꼈습니다.
② 이미 이웃과 어울리고 싶은 마음은 충분한 사람들, 필요한 것은 ‘구실’뿐.
매일매일은 아니지만, 마을 인사를 두 차례에 걸쳐 돌고, 캠페인 아이들과 함께 곳곳의 사장님들께 얼굴 비추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이미 개인주의가 고착되어 사람 정이 뚝 떨어졌구나, 싶었던 것이 제 편견임을 알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인사 한번 드리러 갈 때마다 자꾸 무엇인가를 건네며 살갑게 맞아주시는 이웃분들이 수두룩했습니다. 특히 초면에 부탁을 드리러 갔던 캠페인 섭외 시간에는 아이들의 양손이 두둑해지기도 했습니다. 여건이 되지 않아 상냥하게 거절하시면서도 아이들에게 우유 한 갑씩 내미시던 우유 대리점 사장님, 아이들 이끌고 아이스크림 집으라 하시던 동네 슈퍼 사장님, 아이들 반갑게 맞아주시던 커피숍 사장님… 긴장 가득해 제대로 설명 드리지 못하고 머뭇거리는 아이들 귀찮다 내쫓는 사장님은 단 한 분도 없으셨고, 아이들이 무슨 말을 하려나 기대하며 기다리시던 이웃 주민분들. 캠페인 때문에 왔다고 하니 “우린 뭘 해야 하나요?” 물으시며 고개 끄덕이시는 사장님들. 어린이들의 방문이 반갑다는 듯한 반응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런 구실 하나 만들어 사람 사는 동네답게 만드는 일을 직접 하게 되다니, 참 즐거웠습니다.
③ 희망과 강점을 말하게 하기
실습 10일차 복지요결에서 다뤘던 내용입니다. ‘잘 묻는 방법’에서, ‘희망과 강점을 당사자의 입에서 말하게 하기’가 있었습니다. 그렇게 당사자가 자신의 희망과 강점을 이야기하면 생각이 바뀌고, 삶을 뒤흔든다는 이야기였습니다. 그렇게 뒤흔든 사람은 그 사람의 기억에서 오래 남게 될 것이라고요. 함께 공부한 실습 선생님들은 자신이 어떤 한 사람에게 그런 오래 남는 사람이 되는 것만으로도 성공한 인생이라 말하기도 했습니다.
저에게도 그런 소중한 분들이 있습니다. 고등학생 때 만난 두 은사님입니다. 지금도 끈덕지게 전근 가신 학교를 찾아가 인사하고, 근황을 전합니다. 절 응원하고 따스하게 맞아주는 이 복지관 선생님들에게서도 그 두 선생님의 모습을 봅니다. 의욕을 잃은 저에게 무엇을 하고 싶니, 꾸준히 물어오시던 선생님. 제 성적을 다 아시면서도 제가 잘하는 것이 뭔지, 어떤 대학을 진학한다면 과목을 배우고 싶은지, 혹 바로 일자리를 찾는다면 어떤 직업을 갖고 싶은지 계속 물어오셨습니다. 말하기를 싫어하고 노트에 끄적거리는 제 특성에 맞게 플래너에서도 짧은 대화를 나누고자 하셨던 선생님. 현장에 나온 지금, 다시 보니 그런 수고가 그냥 나오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됐습니다. 그 선생님들 덕에 정신 차리고 뒤늦게나마 입시 준비를 하고, 국문과에 가겠다 마음을 정했습니다. 글을 참 잘 쓰는 것 같다는 선생님들의 말씀에 팔랑귀가 되어 글도 꾸준히 쓰겠다 덜컥 약속도 했습니다.
국어 성적이 다른 과목에 비해 확연히 높았으니, 옆 반 선생님도 제가 국문과, 인문학 계열에 진학하겠지, 예상하는 건 쉬웠을지도 모릅니다. 다만 제가 저만의 비전을 찾고, 사전을 뒤적이고, 좋아하는 작가님의 문장을 옮기고, 소재를 정리하는 습관은 스스로 돌아보는 시간을 가졌기 때문일 것입니다. 그런 길을 찾게 해주시고 등을 살포시 밀어주신 두 선생님. 제가 이미 당사자가 되어 덕을 보았습니다. 그러니 저도 당사자가 귀찮다 밀어내더라도 자꾸 물어보려 합니다.
언젠가 총괄 슈퍼바이저 선생님께서 “십중팔구가 거절해도 상처받을 필요 없다, 우리는 한두 명이 허락하는 것으로도 충분하다.” 말씀하셨습니다. 꾸준히 묻고 물어 당사자가 자신만의 비전 찾기를 돕고 싶습니다. 십중팔구가 짜증 내고 귀찮아해도, 십중일이는 저처럼 생각지 못한 계기를 맞을 수도 있겠지요. 그럼 저는 그 사람의 기억에 오래 남는 사람이 될 것이고, 저는 그렇게 뿌듯하고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제가 받은 애정과 기적을 되갚는 사람이 될 것입니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눈짓이 되고 싶다
- 김춘수, 「꽃」 -
4. 희망
① 경청하는 사람
사람과 어울리기, 특히나 가장 보편적인 방법인 ‘대화’에 대해 많은 지식을 얻었습니다. 내가 말하고 싶어 근질근질한 것을 조금 누르고, 상대의 이야기를 듣는 것. 이것만으로도 많은 길이 열리는 것 같습니다. 내 비전도 되돌아보고, 동료 선생님들의 어마무시한 강점 샤워도 당해보니 차라리 이것이 잘됐다 싶습니다. 말재간이 좋지 않아 펜을 드는 사람으로서, 자꾸 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제가 하고 싶은 말을 풀어내는 또 다른 입이 있으니 위에 달린 입은 되도록 아끼려 합니다. 손으로 풀어낸 이야기는 더 많은 사람에게 읽힐 것이고, 더 깊고 긴 대화를 할 수 있을 것입니다.
강의를 들을 때만 나왔던 경청. 어떻게 하는지 몰랐던 것은 아니니, 습관을 들이고 있습니다. 나와 동등한 위치에서 대화하고 있는 사람에게도 경청하기. 말을 조금 아끼는 것으로 좋은 관계, 신뢰, 글감을 얻을 수 있다면 하지 않을 이유가 없는 것 같습니다.
② 사랑하는 사람
아이들과 함께하는 시간, 순진무구하고 밝은 아이들 덕에 많은 위로와 행복을 얻었습니다. 복지요결에서 강조한 ‘강점 관점’이 결국 사람의 사랑스러움을 발견하는 방법임을 알게 됐습니다. 사회복지학과에서 과목을 이수하면서 인정人情이 점차 움터왔는데, 이 현장에서 비로소 내가 많은 이를 사랑할 수 있는 사람이구나 깨달았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만 챙기기에도 벅차다 생각했는데, 모든 사람이 좋아할 이유가 충분한 사람들이었습니다. 편협한 시각으로 단편적인 면모만 보아 찾지 못했을 뿐, 모든 사람이 사랑받아야 마땅한 사람들이었습니다.
아직 사랑하기가 어색한 제가 아동·청소년 사업을 맡은 것은 큰 행운인 것 같습니다. 팀 보울러의 <리버보이>에는 이런 구절이 나옵니다.
할아버지는 그 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읽기 쉬운 사람이었다. 그래서 그만큼 사랑하기도 쉬운 사람이었다.
둔한 저라도 쉽게 알 수 있는 아이들의 마음. 단순하되 솔직한 말과 행동거지. 덕분에 사랑이 서툰 사람도 쉬이 사랑할 수 있던 아이들. 많은 이와 부딪히고 만나고, 그런 사람들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대하는 사회복지사는 나와는 어울리지 않는다 막연히 생각해왔는데, 이번 실습으로 가능성을 찾게 되었습니다.
또 현장에서 다양한 사랑의 형태를 보았습니다. 사장님이 건네주시던 우유, 어린이집 선생님의 미소, 실습 선생님들의 포옹, 아이들의 쥔 물총의 물줄기, 함께 여행 떠난 아이들의 웃음소리…. 사랑을 글로 배워왔던 사람에게는 귀중한 경험입니다. 형태는 제각각이되 따뜻한 사랑을 접했으니 사랑을 글로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그래서 사랑의 여운을 전파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사람살이 이야기, 사람이 사람을 사랑하는 이야기를 쓰고 싶습니다.
많이 사랑하고, 많은 사랑을 담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
5. 감사
① 동료 선생님
가장 먼저 생각나고 하고 싶은 말도 많은 분들입니다. 오랜 시간 함께하고 제 모습을 많이 봐왔을 파트너 선생님은 물론, 같은 신림동 팀, 강점 워크숍을 함께한 보라매동 팀, 노들섬에서 서로를 더 깊게 알아간 실습 선생님들 모두에게 감사드립니다.
아침에 405호 문을 열고 들어가면 하나같이 반갑고 힘차게 “안녕하세요!” 맞아주는 인사 덕에 얼마나 힘이 나는지 모릅니다. 코로나 학번의 여파인지 강의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적막만이 가득한 대학교와는 현저히 달라 출근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② 슈퍼바이저 선생님
모든 질문에 성심성의껏 답해주셔 감사합니다. 엉뚱하고 예민한 질문에도 건성으로 넘기는 일이 없었습니다. 미리 이야기했던 인대가 약한 발목, 빈혈 증세 등을 계속 기억하셔서 섬세하게 챙겨주시고 배려해주셨습니다. 덕분에 큰탈 없이 실습을 잘 마칠 수 있었습니다.
신림동 슈퍼바이저 선생님뿐 아니라 총괄 슈퍼바이저 선생님, 부장 선생님도 ‘꼭 사회복지사가 될 생각은 아니다, 그래도 보고 배우는 게 있으니 즐겁다’는 이야기에 차별은커녕 더 도움을 주고 싶어하시는 모습에 많은 감동을 받았습니다. 사회사업과 관련한 책방, 출판사, 도서관 등 다양한 직업군을 접할 수 있어 좋았습니다. 고려하는 일자리가 훨씬 넓어질 수 있게 되었습니다. 감사합니다.
③ 당사자 아이들
자신의 능력이 닿는 한 선생님들의 모든 부탁을 수용하려 노력했습니다. 친구들에게 종이접기를 가르쳐주는 오윤이, 글씨를 또박또박 잘 쓰니 편지 한 통 더 쓰는 아윤이, 사장님께 공손히 인사하고 캠페인 설명을 덧붙이는 채희, 포스터 예쁘게 붙이도록 딱 잡아주는 수아. 모두 자신의 강점을 살려 할 수 있는 일을 모두 완수했습니다. 선생님들과 벽 없이 신나게 노는 한편, 선생님들을 선생님 대우하며 정중하게 대하려 노력했습니다. 선생님들의 이름을 외우고, 꼬박꼬박 ‘선생님’이라 부르며 큰소리로 인사했습니다. 자신들이 받고 가져온 과자를 함께 먹자 손짓하기도 했습니다.
청소년 팀도 예외는 아니었습니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을 적극적으로 이야기하고, 의견을 조율했습니다. 보드게임을 챙기면 짐이 늘어나 힘들지 않겠냐는 물음에도 재미있게 놀기 위한 것이니 괜찮다며 수고를 자처한 나리, 친구들을 대신해 설거지와 이부자리 정돈을 한 서영, 문의 전화와 돈 관리를 척척 해낸 시온이. 선생님들에게 떠넘기는 일 없이, 자기들이 알아서 여행을 이뤘습니다. 함께 사진도 찍고, 편지도 나눴습니다. 자기들끼리 놀기보단 선생님들 모두 함께할 수 있도록 마음 문을 활짝 열어줬습니다.
④ 동네 이웃분들
비록 우리 사업은 아니었으나, 영화제에서 도움을 주신 어르신들이 많았습니다. 경로당을 흔쾌히 빌려주신 어르신, 수박화채 만들기에 함께하신 어르신, 잘한다 잘한다 응원하고 칭찬하신 어르신…. 마을인사 다닐 때도 보이는 곳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와주시는 손길이 많았습니다. 동장님, 팀장님, 복지사 선생님, 통장님. 하나같이 웃는 얼굴로 맞이해주시고 앞으로 마을을 잘 부탁한다 덕담도 한마디씩 거드셨습니다. 덕분에 막막하고 어색했던 지역사회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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