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분상수 C
성현동팀 놀이탐험대 '여름방학 더위사냥' 사업 담당
실습생 이경나
아득히 멀어보였던 4주의 끝마침,
수료식날이 오늘이라니 시간은 참 빠르게 흘러가는 것 같습니다.
어색하게 인사를 나누고 서로의 이름과 얼굴을 외우던 합동 연수,
9 to 6 출퇴근과 실습일지 쓰는 법에 적응하고, 문은선 선생님과 성현동팀 실습생들이 함께 놀이탐험대의 청사진을 그려가던 1주차,
기획단 아이들을 만나 친해지고 일정을 짜며 놀이탐험대의 틀을 짜던 2주차,
‘누가, 언제, 어디서, 무엇을, 어떻게, 왜’ 할 것인지를 정하며 아이들과 함께 바삐 움직였던 3주차,
불안하면서도 설레는 마음을 다잡고 막바지 준비를 한 후, 고대하던 디데이를 보내고, 기획단 아이들까지 보내주었던 4주차가 지났습니다.
이제 각자의 자리로 되돌아갈 시간입니다.
저희는 이제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이 아닌 00대학교 소속으로 스스로를 소개할 것이고, 00선생님이 아닌 00학우로 서로를 부를 것이며, 각자의 곁에는 이 18명의 동료 실습생이 아닌 대학교 동기들이 자리할 것이고, 슈퍼바이저선생님이 아닌 교수님의 지도를 받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모든 것이 실습 이전과 같을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저희가 경험한 일련의 실습과정을 미적분에 비유해보고 싶습니다.
실습과정은 스스로의 삶을 미분하는 과정이었습니다.
제가 그리던 삶의 그래프가 달라지고, 제가 알던 지식이 뒤바뀌었습니다. ‘미분’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스스로를 미세한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살펴보며 성찰해나갔습니다. 그 과정에서 이전엔 미처 보지 못했던 스스로의 강점을 발견하기도, 단점을 발견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도 새롭게 알게 된 강점이 부담스럽지 않았고, 새롭게 알게 된 단점이 마냥 밉지만은 않았습니다.
이제 실습이 끝나갑니다. 미분이 아닌 적분을 해야 할 시간입니다.
다시 삶의 그래프가 바뀝니다. 학교에 돌아가 지식을 쌓고, 스스로를 몰아붙이기도 가끔은 쉬어가게 하기도 하며 살아가게 될 것입니다. ‘적분’이라는 단어의 뜻처럼, 다시 각자의 인생에 놓여진 길을 달리며 여러 경험, 지식, 깨달음 등을 쌓아가겠죠.
저희는 실습을 했었고, 이제 실습이 끝났습니다. 저희는 미분을 했고, 이제 적분을 합니다.
미분을 했다가 적분을 했으니 삶의 그래프는 제 모양을 되찾았을 것입니다.
하지만 여러분, 적분을 하면 적분상수가 생깁니다.
미분을 했다가 적분을 하기 전엔 없었던, 미지의 상수 C, 적분 상수가 생깁니다.
상수는 변수와 달리 어떠한 일정한 값을 취하는 수입니다.
다만, 적분상수의 값은 그 누구도 알 수 없습니다. 미지수인 것입니다.
실습이라는 미적분 이후 생긴 적분상수 C.
임의의 상수인 C가 이제 저희의 인생에 새로이 등장하였습니다.
저에게 새로 생긴 적분상수 C의 값은 무엇일까 생각해보았습니다.
저는 ‘사람’을 얻었습니다.
제가 오른손엔 아이스 아메리카노, 왼손엔 휴대폰을 들고 8시 55분에 405호의 문을 열고 들어서면 저보다 먼저 도착해 저를 반겨주던 17명의 동료 실습생 선생님들,
그리고 그런 저희를 물심양면으로 응원하고 격려해주시는 슈퍼바이저 선생님들,
3주간 함께 고군분투한, 귀엽고 앙큼하고 깜찍한 11명의 기획단 아이들,
먼저 도움의 손길 내밀어주신 성현동 마을주민분들.
이렇게 많은 사람을 얻었습니다.
사람도 얻고, 빛나는 순간도 얻었습니다.
복지요결이라는 새로운 책, 학설을 알게 되고, 그 내용을 수용하거나, 그 내용에 의문을 갖기도, 그와 관련해 질문을 던지기도 하였습니다.
그리고 성현동팀 실습생들! 우리 함께 머리 싸매며 고민하고 뛰어다니고 한숨 쉬다가도 방법을 찾아내고, 갑자기 이상한 대화 하면서 분위기 전환하던. 그런 알찬 순간들은 아마도 다신 오지 않을, 빛나는 순간일 것입니다.
또한, 기획단 아이들과 순수하게 뛰놀던 모습, 물에 쫄딱 젖어가며 디데이 참가 아이들과 물총놀이를 하던 모습도 모두 저의 인생을 바꿔놓을, 적분상수 C값에 반영되어 있을 것입니다.
저의 성향이 바뀐 것 같기도 합니다. 성과주의적이고 효율성 따지는 성격에서, 이전보다는 과정에 더욱 의미를 두게 되었습니다.
아마 실습생 각자가 자신만의 C 값을 가지고 있을 것입니다.
누군가는 사회복지라는 길에 대한 확신을 가졌을 수도 있고, 다른 누군가는 이 길에 대해 재고해보기도 할 것입니다.
또 누군가는 일련의 과정에서 성취감을 느끼기도, 누군가는 후련함을 느끼기도 할 것입니다.
실습생, 슈퍼바이저 선생님, 그리고 당사자와의 관계에서 감사함, 즐거움, 따뜻함, 행복함 등의 긍정적 감정을 느꼈을 수도, 때때로는 벅참, 무거움, 답답함, 후회 등의 부정적 감정을 느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혹자는 이 모든 심경의 변화를 겪으며 인생의 갈피를 잡아나가고 있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아직 자신만의 C값을 찾지 못한 이도 있을 수 있겠죠.
그렇지만 괜찮습니다.
적분상수 C는 어찌됐든 미지의, 임의의, 그러나 영원불변한 ‘상수’입니다.
그 상수가 어떻게 내 삶의 그래프를 이동시킬지, 그 방향과 정도는 아무도 모릅니다.
다만 확실한 것은,
저희에게는 각자의 적분상수 C가 생겼으며, 이는 영원불변한 값입니다.
그리고 분명, 각자의 삶이 그려나가던 그래프를 이동시키고, 변화시키고, 바꿔놓을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감사의 말을 전하며 수료사를 끝마치고자 합니다.
4주간 저희를 이끌어주시고, 때론 뒤에서 등 받쳐주신 문은선 슈퍼바이저님, 그리고 이 자리에 계시진 않으시지만 최유민 과장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그리고 우리 성현동팀!
듬직하게 팀을 이끌어주고 팀원들을 항상 능청스럽게 격려해주면서도, 과업에 관해서만큼은 항상 치열하게 고민해준 세민 선생님,
묵묵하게 자리를 지키며 일을 처리하고, 꼼꼼하고 세심하게 팀원들을 챙겨준 성현동팀의 불안이, 가 아닌 꼼꼼이 수진 선생님,
피곤할텐데도 남다른 손재주로 영상 편집해주고 홍보지 제작해주고, 과업에 열심히 참여하려고 매일 몇 잔씩이나 카페인 수혈하며 버텨준 예진선생님. 정말 고맙습니다.
마지막으로 문은선 슈퍼바이저 선생님.
때론 팀 과업과 관련된 일로, 개인적인 일로, 정말 선생님을 많이 찾아갔었습니다. 실습 하면서도 사무실에 많이 들락날락 거렸던 것 같습니다. 그럴 때마다 제 얘기 잘 들어주시고, 진심으로 격려해주시고, 위로와 대안을 제시해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 선생님과 같은 따뜻함을 가진 사람이 되고 싶다는, 제 인생의 새로운 목표가 생겼습니다.
18명의 동료실습생 선생님. 지각은 하지 않지만 항상 제일 늦게, 8시 55분에 출근하는 저를 항상 밝게 맞아주시고, 저의 드립에 웃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모두들 정말 감사했습니다.
+) 미적분 및 적분상수에 관한 설명
사실 저도 미적분의 정확한 증명과 용어들에 관한 기억은 남아있지 않은 상태라 최대한 간단히 설명하겠습니다. 생소한 소재를 골라서 죄송하다는 말씀 먼저 드립니다..ㅜㅡㅜ
제 수료사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내용은 별로 없습니다.
미적분을 모두 이해하지 않아도 적분상수C의 존재를 이해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간단히 말해서,
미분은 함수의 차수를 하나씩 내리는 것,
적분은 함수의 차수를 하나씩 올리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f(x)=x^2+x+1 이라는 수식을 미분하면
f'(x)=2x+1 이 됩니다.
2차함수(U모양 곡선)에서 1차함수(우상향 직선)가 된 것입니다.
이걸 다시 적분하면
f(x)=x^2+x+C 가 됩니다.
1차함수에서 2차함수가 되었고, 그래프도 다시 U 모양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수료사에서 그래프의 모양이 바뀌었다가 되돌아오는 것을 언급하였습니다...!)
처음의 f(x)와 달라졌습니다. 그 이유가 바로 적분상수 C때문입니다.
미분은 차수를 내리는 것, 적분은 차수를 올리는 것입니다.
그래서 미분을 하면 원래 있던 상수는 사라지고,
적분을 하면 없던 상수가 생깁니다.
이때 나오는 것이 C인데, 적분을 했을 때 생기는 임의의 상수를
적분상수 C로 수식에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와 다르게
미분과 적분은 전후 수식이 대칭을 이루지 않습니다.
바로 그 점에서 적분상수 C가 유의미한 것이고, 그렇기에 수료사의 소재로 채택하였습니다.
실습을 시작했다가, 실습이 끝난 상황에서
단순한 더하기 빼기, 곱하기 나누기와 같이 원래의 삶을 그대로 되찾을 것이 아닌,
적분상수 C라는 새로운 상수가 생긴 삶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은 소재이기도 합니다.
실제로 저는 저만의 C값을 가지고 있는 상황이고, 다른 실습생들도 분명 마찬가지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생소한 소재의 수료사와, 그 수료사에 관한 짧지만 긴 설명까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