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한 나의 겨울
4학년을 앞둔 저에게 ‘실습’이란 굉장히 무서운 존재였습니다. 학교 동기들은 많이들 하계 실습을 이미 나간 상태였고, 저는 늦었다라는 인식을 받고 있고,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었던 것 같습니다.
다급한 마음을 가지고 실습기관을 찾던 12월이 생각납니다.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을 처음 들었던 것은 2023년 11월 쯤이었던 것 같습니다. 같이 팀플을 하던 선배가 대면회의를 하다 잠깐 실습 면접을 봐야한다며 양해를 구했습니다. “언니 어디 지원했어요?”라고 물어봤습니다.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이라 답 한 선배는 zoom 면접을 보기 위해 옆 강의실로 갔습니다.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 음... 설마 강감찬이 그 장군 이름인가? 되게 특이하네’라는 생각을 하며 그렇게 지나갔습니다. 그리고 1년이 지난 저는 강감찬관악종합사회복지관의 실습생 모집 공고를 봤습니다. 실습생에게 단기사회사업을 맡긴다는 점이 신선하게 다가왔습니다. 특히 아동·청소년 분야에 관심이 있었던 저는 공고문 속 아이들의 사진을 보며 저도 모르게 이미 지원서를 작성하고 있었습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제출하고, 이틀 뒤 문은선 선생님께 연락이 왔습니다.
“내일 줌으로 면접할 예정인데, 활동에 참여하는 아이들이 직접 면접 볼 예정이에요:)” 저는 태연한 듯 “넵!! 가능합니다:)” 라고 답장을 보냈지만, 저의 머릿속에서는 사이렌이 울렸습니다. ‘아이들이 면접 본다고??’, ‘아이들이 어떤 질문을 하려나...’, ‘으악! 나 어떡하면 좋아...’ 저와 한 달동안 함께 한 선생님들께서는 이렇게 걱정하는 제 모습을 상상하실 수 있을거라 생각합니다. 떨리는 마음으로 지원서를 달달 외우며 줌 미팅에 들어갔습니다. 긴장한 티를 내지 않겠다 다짐하고 들어갔지만, 너무나도 티가 났나봅니다. 선생님께는 “너무 긴장한 것 같아서... 그냥 아이들이랑 편하게 이야기 나눈다고 생각해요~ 이제 아이들 들어오라고 연락할게요.”라고 말씀하셨습니다. 너무 긴장한 탓인지 면접에 대한 것들이 자세하게 기억이 나진 않지만 예린이와 리하, 세현이가 저의 면접을 봤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이들은 정말 아이들다운 질문을 했었습니다. “선생님, 마라탕 좋아해요?”, “선생님은 새해에 이루고 싶은 계획 있으세요?” 하지만 그 당시에는 너무 긴장해 딱딱하게 답했지만, 너무나도 따뜻한 마음을 가진 우리 아이들은 “음... 선생님이랑 같이 활동하면 좋을 것 같아요. 잘 챙겨주실 것 같네요.” 새침하게 말했습니다. 그렇게 면접을 마치고 마음 졸이며 합격 발표를 기다렸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발표 당일 결과를 확인하고 외쳤습니다. “아싸!”
첫 출근 당일, 복지관에서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출근하면 1시간 조금 걸리지 않는 곳에 사는 저는 7시 10분쯤 집을 나섰습니다. 정말 지옥철이라는 것을 방학 동안 못 느꼈었는데 그날은 지옥철을 넘어선 콩나물...?이 된 기분이 들었습니다. 네이버 지도 앱을 보며 별관이 어디일까? 생각하며 30분 전에 도착했습니다. 복도를 걸으면서 ‘나보다 일찍 온 사람이 있을까?’ 생각했지만, 한 선생님이 이미 앉아 노트북을 두들기고 계셨습니다. 바로 선혜쌤이었습니다. 서로 인사를 하긴 했지만, 침묵이 이어졌습니다. 말문을 터야 할까 고민했지만, ‘다원아, 자중하자. 실습 나왔잖아.’ 스스로에게 말했습니다. 하지만 선혜쌤이 먼저 말을 주셨고, 다른 선생님들이 속속들이 도착해 자리에 앉으며 제 옆자리에는 규리쌤과 지환쌤이 앉으셨습니다. 옆에서 끊이지 않는 질문 세례가 이어졌습니다. “선생님, 이름이 어떻게 돼요?”, “나이는요?”, “어디서 왔어요?”, “mbti는 어떻게 돼요?” 저는 그날의 규리선생님을 보며 ‘우와... 이 선생님 완전 E의 표본이다.’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저에게 이번 동계실습은 ‘행복’이라는 단어로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저는 스스로에게 ‘행복하다’라는 것을 세뇌시키는 편입니다. 행복하지 않은데도 말이죠. 꼭 그렇게 저에게 말하면 정말 행복해질 수 있다 믿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번 실습은 달랐습니다. 행복하다 저에게 말하지 않았습니다. 어느 순간 ‘어? 나 행복하다.’ 깨달았습니다.
성현동 어린이 기획단 아이들과 함께한 단기사회사업 ‘겨울방학 사용 설명서’가 행복의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합니다. 정말 우리 아이들을 생각하면 끝도 없이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각자의 개성이 넘치고, 어디로 튈지 모르는 아이들이었지만 한 가지 공통점이 있었습니다. 정이 많다는 것. 선생님과 장난치는 것을 즐기는 아이들, 선생님 옆에 찰싹 붙어 애교를 부리는 아이들, 묵묵히 자리를 지키지만, 알고 보니 자신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했던 아이, 겉으로는 툴툴대는 모습을 보이지만 순수하고 맑은 마음을 가진 아이
한 명 한 명이 너무 소중하고, 예쁜 아이들을 만났습니다. 그 아이들을 만나 ‘즐겁게 노는 것’에 중점을 두고자 했습니다. 하지만 D-Day를 4번을 진행하며 아이들에게 놀 시간을 주지 못한 것 같아 미안함이 듭니다. 그래도 착한 우리 아이들은 끝까지 활동을 마쳤습니다.
그리고 오히려 저는 아이들에게 많은 배움도 얻었습니다. 때론 아이들은 냉철한 모습을 보여 제가 깜박한 것을 짚어주기도 했고, 서로를 칭찬하는 대화법을 사용하고, 좋다는 표현은 착실하게, 물론 아쉬움의 표현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런 아이들과 함께 있다면 바라만 봐도 행복하지 않을까요?
마시멜로우를 굽기 위해 손바닥만큼 작은 화로에 10명이 빙 둘러 앉고, 호떡을 트레이에 가득 담아 경사 높은 오르막길을 함께 올라갔습니다. 우리만의 게임을 오랜 시간 준비하기도 하고, 즐겁게 썰매도 타고 왔습니다. 기쁨의 눈물과 웃음으로 가득한 수료식도 진행했습니다.
아이들에게 포토북을 선물하며, 한 번씩 열어보며 추억해 달라고 했지만, 오히려 저에게 하고 싶은 말인 듯 했습니다.
특히, “선생님, 기획단 활동이 끝나도 복지관에 계속 있으면 안 돼요?”라고 말했던 순수한 예린이의 말은, 제가 나중에 사회사업가가 되어 소진되는 상황이 생기더라도 이 순간을 회상하며 다시 일어설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가 될 것 같습니다.
또, 동료실습생들을 빼 놓을 수 없을 것 같습니다. 우선 아이들과 재밌게 놀아주는 재성선생님과 세심하게 아이들을 챙기고 그것을 사진으로 남기는 민서선생님이 있었기에 아이들과 행복하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습니다. 보라매동팀 명지선생님과 지환선생님, 함께 아이들에 대한 고민을 얘기하며 서로 공감해주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고민하는 그 시간들이 너무나도 도움이 많이 되었습니다. 신림동팀의 철저한 준비와 계획, 그리고 그 엄청난 외부 일정을 견디는 태연선생님과 선혜선생님을 보며 많이 참고하여 저희 사업에도 적용할 수 있었습니다. 마지막, 은천동팀의 개별사회사업, 당사자에 대한 열정은 아직까지도 다 배우지 못한 듯 합니다. 그만큼 규리선생님, 승주선생님, 가은선생님의 마음과 열정은 엄청난 것이겠죠.
훌륭한 동료실습생들과 함께해 너무나도 행복했습니다. 정답게 웃고 떠들며, 공감해주는 그 시간들이 앞으로 너무 그리울 것 같습니다.
실무자 선생님들께도 정말 너무 감사드립니다. 선생님들을 보면서 배움의 행복을 느꼈습니다.
‘어떤 사회사업가가 되어야 할까?’ 실습 나오기 전까지, 실습을 하면서도 고민했습니다. 그리고 그 고민은 다시 학교로 돌아가서도 저만의 답을 찾아가기 위해 노력할 것입니다.
부장님, 총괄 슈퍼바이저 김별선생님과 공부한 복지요결은 사업에 임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날마다 새롭게 생기는 저의 고민을 모두에게 공유하고, 그것에 대해 함께 이야기해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더욱 값진 배움의 시간이었습니다.
성현동팀 슈퍼바이저 문은선 선생님을 만난 것은 성현동팀 실습생들에게는 행운이었던 것 같습니다. 매번 따뜻한 조언과 응원을 해주시고, 바쁜 업무에도 실습생 교실로 찾아와 주셔서 짧게라도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선생님과의 슈퍼비전 시간을 통해 아이들을 강점 관점으로 봐야한다는 것을 매번 들으며 처음 익숙하지 않았던 강점 관점으로 아이들을 바라보는 것이, 마지막 회기로 갈수록 칭찬으로 아이들을 대하게 되는 저를 발견할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다른 선생님들께서도 인사를 드릴 때면 반갑게 맞아주시고, 응원해주셔서 무사히 실습을 마칠 수 있었습니다. 한 달동안 선생님들께 보고 간 것을 바탕으로 깊이 고민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모두와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했습니다. 제가 받은 행복을 모두에게 나눠주고자 매일 댓글을 달기 위해 노력했으나 닿았는지 모르겠습니다. 누군가 이번 겨울이 어땠냐 물어본다면 망설임 없이 행복했던 겨울이었다 답할 것입니다. 그만큼 기온은 역대급 한파가 찾아왔던 추운 겨울이었지만, 함께 한 사람들 덕분에 따스한 겨울을 저는 보낼 수 있었습니다.
다음 주가 되면 이 시간들, 사람 가득한 지하철을 늘 타고 왔지만, 뚝섬 한강공원을 지날 때면 핸드폰이 아닌 밖을 보던 시간, 출근하면 반갑게 맞아주던 동료 실습생들, 매일 10시, 13시가 되면 만나는 7명의 기획단 아이들, 만나면 따스하게 맞아주시던 마을주민분들, 슈퍼바이저 선생님들께 슈퍼비전을 받는 시간들... 이 시간들이 너무나도 그리울 것 같습니다.
다시 한번 너무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