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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25 장 천혜(天惠) 노을이 지고 있었다. 장락봉의 깎아지른 절벽 밑은 기이한 풍경을 이루고 있었다. 사면이 절벽으로 둘러싸여 바람이 잘 통하지 않는 이곳은 대신 햇빛은 뜨거울 정도로 내리 쬐여 묘강의 기운과 흡사했다. 늪을 품고 있는 울울창창한 밀림(密林). 기이한 독물(毒物)과 독충(毒蟲)들. 사시사철 살을 태울 듯 뜨거운 열기는 언제나 주위의 공기를 숨이 막힐 듯 데워 놓았다. 중원에 이런 신비한 곳이 있을 줄 누구도 모를 것이다. "정말 인간이 살 곳이 못 되는군!" 원시림에서 투덜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모습을 드러내는 사람은 옷이 걸레처럼 찢어진 단궁비였다. 장락봉의 정상에서 떨어지며 운좋게 거대한 나무둥치에 떨어지고 다시 낙엽이 몇 길 높이로 쌓인 곳에 떨어져 다행히 목숨은 건졌지만 보다시피 행색은 엉망진창이었다. 숨이 턱턱 막히는 열기, 여기저기 이름을 알 수 없는 고사목(枯死木)과 종류를 알 수 없는 독충이 그를 스쳐 지났다. 더구나 수백 년 동안 늪지대에서 썩은 낙엽이 만들어 낸 장독( 毒)은 매우 위협적이었다. 뿌연 운무 같은 장독은 단궁비의 일 장 앞에서 저절로 밀려나고 있었다. 그가 삼봉쌍령금상지체를 이룬 몸이기 때문이다. "그나저나 출구가 어디란 말인가?" 단궁비가 이렇게 원시림을 헤매는 이유는 간단했다. 바로 출구를 찾기 위해서였다. 단궁비는 검을 휘둘러 잡목들을 잘라 내며 계속 앞으로 전진해 나갔다. "이런 식으로 찾다간 몇 년을 헤매도 찾을 수 없겠군. 그렇다고 경공을 펼칠 수도 없으니…!" 정말 난관이었다. 빽빽이 들어찬 열대림은 운신의 폭이 좁아 경공을 펼칠 수도 없었다. "웬 연기가?" 앞으로 전진하던 그의 시야로 저 멀리서 연기가 치솟아 오르는 모습이 눈에 띄였다. 몇날 며칠 동안 사람 구경도 하지 못하던 그로서는 이런 오지에서 인간의 흔적을 발견한 것이 얼마나 반가운지 몰랐다. "오랜만에 사람 구경을 할 수 있겠군." "이… 이럴 수가…!" 단궁비는 움막 앞에 도착한 뒤 입을 쩍 벌렸다. 움막 앞, 그곳은 비교적 넓은 공지였다. 지금 너른 공지에는 수많은 독충들이 죽어 나자빠져 있었다. 그런데 그 독충들이 죽은 모습이 괴이했다. 하나같이 바싹 말라서 빈 껍데기만 남아 있는 것이다. "무엇인지 모르지만 이 독물들의 독기만 흡성대법으로 빨아들였다. 독물들의 생명력을 지탱해 주는 원기가 빨려 버리자 모두 죽어 버린 것이다." 단궁비는 주위를 둘러보았다. 움막의 한쪽에 둥근 단로가 놓여 있었고, 그 안에서는 연기가 치솟고 있었다. 아마도 독물들은 그 연기에서 풍기는 냄새를 쫓아 이곳까지 와서는 무엇인가에 죽음을 당한 것이다. "저것은 묘강금사주망(苗疆金絲珠 )… 칠점화린사(七點火燐蛇)…. 화점사(花點蛇)… 독오공(毒蜈蚣)!" 하나같이 물리는 즉시 숨통이 끊어지는 지독한 극독을 품고 있는 독물들이었다. 특이한 점이라면 묘강에서나 발견할 수 있는 극독이라는 점이다. "독물들의 부패 정도가 심하지 않다. 그리고 움막의 형태로 보아 얼마 전까지 사람이 살았던 흔적이다." 단궁비는 움막 안과 밖을 샅샅이 살폈다. 그러나 나무를 가공해 만든 약간의 집기 외에는 아무 것도 발견할 수 없었다. 이때 그의 귓가로 나직한 신음이 들려 왔다. "삼십 장 밖이다." * * * 커다란 바위 아래 여인 하나가 기대어 있었다. 그녀는 매우 큰 부상을 입은 듯 창백한 얼굴로 가쁜 숨을 몰아쉬고 있었다. 가무잡잡한 피부에 커다란 갈색의 눈동자, 나이는 이십대 중반으로 완숙미가 돋보이는 여인이었다. 그런데 그녀의 옷차림이 특이했다. 겨우 허벅지 부분만을 가린 짧은 가죽치마와 어깨가 드러난 가죽상의만 걸치고 있는 것이다. 원시림에서 활동할 수 있는 간단한 옷차림이다. 그러나 단궁비에게는 생소할 수밖에 없는 옷차림이다. "이… 이놈, 네놈은 또 누구냐? 그 악랄한 요녀가 보내서 왔느냐?" 여인은 단궁비를 보고 두 눈에 독기를 품었다. '이 여인 말고 또 누군가가 있었단 말인가!' 단궁비는 잠시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으나 곧 사태를 파악했다. "낭자, 안심하시오. 본인은 낭자를 해치려던 사람과는 아무 관련이 없소이다. 다만 우연히 이곳에 추락해 부인을 만나게 된 것 뿐이오." 여인의 두 눈이 잠시 이채를 발했다. "그렇다면 장락요희(將落妖姬)가 나를 죽이려고 보낸 사람이 아니란 말인가요?" 여인은 조금 안심이 되는지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그렇소! 그런데 낭자를 죽이려고 했던 자가 장락요희란 말이오?" "그래요. 바로 그 사갈 같은 마녀였어요." 그러면서 여인은 장락요희에 대해 설명했다. 그녀는 각종 독물을 자유자재로 다루며 항상 독물들의 독기를 흡취해서 음사한 무공을 익힌다는 독중녀라고 했다. 더구나 그녀는 남자들의 본원진기로 자신의 내공력을 키우고 있는 음녀(淫女)이기도 했다. 그러나 중원에서 그녀의 정체를 아는 사람은 하나도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이 절지는 일 년에 단 한 번 만 벗어날 수 있다는 것이다. 절벽의 한 부분이 일 년에 한 번 굉음을 울리며 열린다는 것이다. 단궁비는 그녀의 말을 들으며 아찔했다. 일 년에 한 번! 그러나 곧 여인은 그 날이 멀지 않았다고 말해 주었다. 그제야 안심한 단궁비는 입을 열었다. "그렇다면 저쪽 움막에서 보았던 희한한 각종 독물의 시체도 장락요희의 흡정대법에 당한 거군요? 그런데 낭자는 어쩌다 장락요희와 원한을 맺게 되셨소?" 단궁비의 물음에 여인은 두 눈에서 독기를 뿜어내며 어금니를 빠드득 갈아 붙였다. "이곳은 중원에 알려지지 않은 비림으로 나를 비롯한 수십 명의 일가가 이곳에 살고 있었어요. 그런데 작년 이맘 때 절벽이 열리며 그 여자가 들어온 거예요. 그녀는 흡정대법을 익히기 위해 우리 일가의 남정네들의 정혈을 빨아 죽였죠!" 단궁비는 잠자코 여인의 말에 귀기울였다. "결국 살아 남았던 여인들이 복수를 하기 위해 그 마녀를 찾아 나섰지만 마녀의 무공이 너무 고강해 모두 죽고 이제 저만 살아 남은 거에요." 여인의 두 눈에서 통한의 눈물이 주르르 흘러내렸다. "지독한 마녀로군!" "열흘 전 저는 그 마녀를 겨우 찾아 다시 결투를 벌였지만, 결국 부상을 입은 채 도망을 해야 했어요. 나까지 개죽음을 당한다면 일가의 복수를 해줄 사람이 없기 때문이에요." 그녀는 끝내 울음을 펑펑 내 쏟았다. 단궁비의 눈에서 한광이 뻗쳤다. "그렇다면 그 요녀는 지금 어디 있소?" 여인의 두 눈이 싸늘한 독광을 뿜었다. "몰라요. 그러나 그녀는 이곳 어디선가 독공을 익히고 있을 거예요. 요녀의 말로는 자신은 혈궁소속인데 개파대전 때 자기가 천하각지에서 모인 군웅들을 몰살시킬 임무를 맡아 독공을 수련한다고 했어요." '음! 무서운 일이군. 개파대전에서 전 중원인들을 몰살시키기 위해 독공을 수련한다면…!' 단궁비는 여인에게 물었다. "혹시 그녀가 수련하는 독공이 뭔지 아시오?" "이름은 없어요. 철갑혈승이란 독을 지닌 파리를 부리는 거예요." "철갑혈승이라! 대단히 무서운 독물인가 보구려?" 여인의 얼굴이 파랗게 질렸다. 생각조차 하기 싫다는 표정이다. "생각도 하기 싫어요. 다만 철갑혈승을 당할 수 있는 상극이 있어요. 이곳에서 멀지 않은 곳에 단혼흑사라는 모래가 있는데 그 모래에 맞으면 철갑혈승이 그대로 죽어 버릴 정도로 치명적인 독입니다. 그런데 단혼흑사를 구하려면 정말 조심해야 해요. 그곳에는 마물이 살고 있거든요." 말을 마친 여인은 자리에서 일어났다. "으음!" 순간 일어서려던 여인이 힘없이 도로 바닥에 쓰러져 버렸다. "낭자, 왜 그러시오?" 단궁비가 급히 여인을 부축했다. 그러나 그녀의 안색은 이미 밀랍처럼 창백해졌고 기식이 엄엄한 상태였다. '독에 중독되었다.' 그렇다. 그것은 독에 중독된 현상이었다. 일순간 긴장이 풀리면서 억눌러 두었던 독기가 발작을 한 것이다. 단궁비는 급히 여인을 바닥에 누인 뒤 상처 부위를 찾았다. 그러나 쭉 뻗은 다리와 드러난 어깨 부위에서는 아무런 상처도 없었다. "그렇다면 상처를 입은 곳이…." 단궁비의 시선이 여인의 터질 듯한 풍만한 가슴 부위에 머물렀다. 상처는 바로 그곳에 나 있을 가능성이 높았다. 그러나 만약 그곳에도 상처가 없다면 남은 곳은 한 군데 뿐이다. "이거 참 난처하군. 상처를 보기는 보아야겠는데… 함부로 손을 댈 수도 없고, 이거야 원!' 그러나 망설일 수도 없었다. 여인의 안색이 순식간에 잿빛으로 변하고 있는 것이다. 상황은 급했다. "본의는 아니니 이해하시구려." 단궁비는 여인의 가슴을 가리고 있던 가죽상의를 떼 내었다. 출렁-! 박 속같이 희고 한 손에 쥐기도 모자라는 풍만한 가슴이 눈부시게 드러났다. 단 한 번도 햇볕을 받은 적이 없는 듯, 가무잡잡한 피부와는 너무도 대조적으로 백설처럼 흰 젖가슴이었다. 단궁비는 잠시 넋나간 표정으로 여인의 가슴을 응시했다. 꿀꺽-! 그의 목젖으로 군침이 넘어갔다. 그 순간 자신의 실태를 깨달은 단궁비는 얼른 가슴에 난 상처를 살폈다. "이곳이로군." 왼쪽 유방의 피부가 거무죽죽하게 죽어 있었다. 그리고 죽은 피부 한가운데에 반짝이는 물체가 있었다. "독침이군!" 단궁비는 손바닥에 진력을 모은 뒤 장심을 상처 부위에 갖다 대었다. 물컹하고 말랑한 감촉이 손바닥 가득히 전해 왔다. 그는 심호흡을 한 뒤 흡인공(吸引功)으로 암기를 뽑았다. 머리카락보다 가는 암기는 이내 그의 손바닥에 붙어서 딸려 나왔다. 단궁비는 독마신의 해독법으로 치료를 했다. 그런데도 여인은 정신을 차리지 못했다. 아울러 해독도 되지 않았다. "이거 봐라? 무슨 독이기에 이렇게 강하지?" 단궁비는 잠시 망설였다. 해독이 안되면 가슴의 독기를 빨아내야 하는 것이다. "에라…, 나로 모르겠다. 낭자, 잠시 실례하겠소." 단궁비는 이내 여인의 가슴에 얼굴을 묻었다.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상큼한 육향(肉香)이 코를 확 찔렀다. 그 절묘한 향기에 단궁비는 정신이 어질어질할 지경이었다. 그는 눈을 질끈 감은 채 풍만한 유방을 한입 물었다. 무엇으로도 형용할 수 없는 부드러운 육질이 입 안 가득 들어찼다. 이윽고 그는 입술에 힘을 실어 독혈을 빨아내었다. 금세 그의 입 안 가득 비릿한 핏물이 채워졌다. "퉤엣!" 단궁비는 한 움큼의 독혈을 뱉었다. 그는 재차 고개를 숙였다. 얼마간의 시간이 지나자 그녀의 가슴 부위가 점점 정상으로 돌아오기 시작했다. 단궁비는 오른손을 여인의 백회혈에 올린 뒤 왼손은 명문혈에 대고 진기를 일주천시켰다. 몸 속에 퍼진 독기를 한 곳으로 모으는 것이다. 그러나 독마신의 해독법으로도 여전히 쉽지 않았다. 벌써 열 번째, 단궁비의 얼굴 위로 땀방울이 비오듯 흘러내렸다. "이야압!" 드디어 그의 입에서 일성 기합이 터지며 왼손으로 여인의 등을 가격했다. "우액!" 여인의 입에서 시커먼 핏물이 울컥! 토해져 나왔다. "으으음!" 이윽고 여인은 정신이 돌아오는 듯 낮은 신음을 흘렸다. "내가 유도하는 대로 진기를 받아들이시오." 단궁비의 말을 들은 여인은 조금 놀라는 듯하더니 이내 운기행공(運氣行功)에 들어갔다. 두 사람의 몸에서 허연 김이 무럭무럭 솟아나고 있었다. "은인께서 베풀어주신 생명의 은혜는 평생 동안 모시며 잊지 않을 것입니다." 여인은 단궁비에게 대례를 올렸다. 평생을 모신다? 그 말에 단궁비는 질겁을 하고 말았다. "괘념치 마시오. 사람이 위급지경에 빠진 것을 구하는 것은 무인된 도리, 어찌 은혜라고 하겠소." 단궁비는 대수롭지 않다는 듯 손사래를 쳤다. 여인의 커다란 두 눈이 상큼하게 치떠졌다. "이 무무는 죽음을 각오하고 주인님을 따를 거예요. 이미 이곳에서는 삶의 터전도 잃었어요. 더구나 있다 해도 혼자 살 수도 없잖아요." 그녀, 무무의 눈빛에 강한 의지력이 담겨 있었다. '쩝, 이거야 낭패로군.' 단궁비는 위기를 모면할 방법을 찾아냈다. "일단 단혼흑사가 있는 곳부터 가 봅시다." * * * 그곳은 원추형의 계곡이었다. 그런데 매우 이상했다. 그 계곡 안에는 독충이나 각종 독물들이 전혀 보이지 않는 것이다. 대신 으스스하고 괴기로운 정적만이 감돌고 있었다. 그것은 사람의 솜털까지 곤두서게 만드는 공포를 자아내게 만들었다. 계곡의 가운데, 마치 살아 있는 생명체처럼 움직이는 시커먼 모래의 늪이 있었다. 꿈틀, 꿈틀! 흡사 시커먼 운무(雲霧) 덩어리가 움직이는 듯한 일렁임. 그것은 매우 공포스런 광경이었다. 이게 단혼흑사였다. 단혼흑사는 각종 독물들과는 상극(相剋)이었다. 아무리 극독을 지닌 독물이라 해도 단혼흑사에 스치기만 해도 뼈도 추리지 못하고 녹아 버리는 것이다. 무무는 검은 모래를 보며 두려운 표정을 지었다. "보기에도 끔찍한 엔모래군!" 단궁비는 침음성을 발했다. "이걸 사용하세요!" 무무가 원통형의 흑대롱을 건넸다. 검은색 윤기가 자르르 흐르는 그것은 한눈에 보기에도 보통 기물(奇物)이 아니었다. 둘레는 어른 주먹만하고 길이는 한 자 정도 되었다. "이건?" "묵옥연환포(墨玉連環砲)라는 것으로 예전에 저희 선조께서 만든 것입니다. 길이를 마음대로 조정할 수 있어서 많은 양의 모래를 담을 수 있을 뿐 아니라 발사할 수도 있어요!" 무무는 설명과 함께 손잡이 쪽에 난 돌출 부위를 눌렀다. 착-! 원통의 길이가 두 자 정도 더 늘어났다. 그렇게 사용법을 알면서도 단혼흑사를 채취하는 것은 두려운지 단궁비에게 건넸다. 단궁비는 원통의 끝을 단혼흑사 속으로 밀어 넣었다. 사라락! 묵옥연환포에 단혼흑사가 빨려 들어오는 소리가 미세하게 들렸다. 단궁비는 흡족해 웃었다. 그때였다. 일렁이던 늪 중앙에서 무엇인가 커다란 물체 하나가 소리도 없이 솟구쳐 나왔다. 몸체를 드러낸 것은 머리에 한 자 정도 길이의 뿔이 솟은 커다란 괴망(怪 )이었다. 몸통의 굵기만 해도 어른 서넛은 손을 마주 잡아야 될 정도로 엄청 굵었고, 몸서리 쳐지도록 흉흉한 두 눈은 화로처럼 이글거렸다. 머리에 난 뿔이 한 자나 된다는 것은 독각혈망이 천년(千年)을 살았다는 증거다. 독각혈망은 입을 쩍 벌린 채 먹이를 노리는 독수리처럼 쳐든 대가리를 아래로 내리 덮쳤다. 역시 이번 공격도 소리조차 없었다. 독각혈망의 움직임은 덩치에 비해 무척 빨랐다. 놈은 삽시간에 무무를 감아 버린 것이다. 연후 그녀의 여린 목줄기에 이빨을 박았다. "아아악!" 무무의 비명소리에 고개를 돌린 단궁비가 그 광경을 보았다. 파아! 지면을 박찬 단궁비가 일검을 날렸다. "귀색혼!" 검이 무서운 파공음을 날리며 독각혈망의 정수리를 내리쳤다. 쿠워워워-! 위기를 느꼈음인가! 독각혈망이 고개를 좌우로 흔들며 날아오는 검을 피했다. "놈, 어딜!" 단궁비가 재차 공격을 가했다. 이번에는 놈의 머리가 아닌 돋아난 뿔을 향해서였다. 아무래도 그곳이 약점일 것 같아서였다. 천 년을 살았다고 하지만 단궁비의 공격을 감당하기에는 독각혈망은 미물에 불과했다. 독각혈망의 뿔이 댕강 잘려나갔다. 동시에 놈의 몸뚱이가 그대로 폭발하고 말았다. 허공 가득히 독각혈망의 조각난 육편들이 산산이 흩뿌려졌다. 자욱한 피보라와 함께 독각혈망의 형체는 어디에도 찾아볼 길이 없었다. 애석하게 무무 역시 목숨을 잃고 만 것이다. 그때 괴이한 일이 일어났다. 독각혈망이 죽자 단혼흑사가 스르르륵 사라지고 거대한 동굴이 나타난 것이다. 동굴은 매우 깊었다. 억겁의 세월을 견디어 낸 듯한 종유석만이 천장에 주렁주렁 매달려 있을 뿐, 적막한 공간 속을 걸어가는 단궁비의 발걸음만이 또박또박 들릴 뿐이다. 어느 정도 걸어 들어가자 하나의 광장이 나타났다. 광장의 중앙에는 검은 암반이 놓여있었다. 암반 위에는 한 자루의 검과 목갑 하나가 놓여있었다. 단궁비는 암반으로 다가갔다. 그가 다가갈수록 암반 위의 검에서 지독한 검기(劍氣)가 뻗어나왔다. 검기는 살을 저밀 듯이 단궁비의 전신을 짓쳐들었다. "어찌 검신도 뽑지 않은 상태에서 이토록 가공할 검기를 뿜어낼 수 있단 말인가?" 단궁비는 경악을 하고 말았다. "어서 오너라, 노부는 네가 오기를 기다렸노라." 이때 어디선가 사람의 마음을 아주 편하게 해주는 웅후한 음성이 들려왔다. '이건 혜광심어로 보내는 의어전성어!' 단궁비는 충격에 휩싸였다. 혜광심어를 의어전성어로 보내는 인물이 있을 줄은 꿈에도 몰랐던 것이다. 혜광심어는 뜻으로 자신의 의사를 전달하는 심오막측한 수법이다. 당금 무림에도 혜광심어를 펼칠 정도로 무공이 입신조화지경에 이른 인물은 극히 찾아보기가 힘들 것이다. 더구나 의어전성어는 시간과 공간을 뛰어넘어 자신이 의도한 인물에게 혜광심어를 실어 보내는 수법이니 한 단계 위의 절공이었다. 그리고 의어전성어를 익힌 자는 고금 이래로 전무후무하다고 할 수가 있다. 음성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노부는 혈왕 나백과의 대결에서 요행히 그를 제압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것은 혈왕이 정해에 얽혀 마마혈천공(魔魔血天功)을 구 성으로 발휘한 상태에서 노부와 대결을 한 결과였다. "혈왕 나백! 그렇다면 이 목소리는 신군 천무공!" 단궁비는 대경성을 발했다. 그리고 매우 흥분되는 자신을 느꼈다. 천하가 발칵 뒤집어질 고대의 비사(秘事)가 지금 밝혀지고 있는 것이다. "만약 혈왕이 마마혈천공을 십이성 펼쳤다면 패자는 노부가 됐을지도 모른다. 노부가 천기를 살펴본즉 앞으로 천 년 후 그의 후인이 혈세천하(血洗天下)를 이룰 것이 틀림없는 바, 노부가 그때를 대비해 안배를 남기니 여기 노부의 일신절기인 경천대력공(敬天大力功)과 성검(聖劍) 백야(白夜), 그리고 노부가 창안한 삼초식(三招式)의 검법을 남긴다. 백야는 고금제일신병(古今第一神兵)으로 삼봉쌍령금상지체가 아닌 자는 검에서 뿜어져 나오는 검기만으로도 목숨을 잃을 것이니…!" "신안(神眼)을 지닌 천인(天人)이시다. 어찌 천 년 후 내가 이곳을 찾아올 것을 예견했단 말인가!" 단궁비는 진심으로 감탄을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삼봉쌍령금상지체의 그대가 백야를 잡는 순간 검에서 뻗어 나오는 검기는 그대의 몸 속으로 흡수가 될 것이다. 그것은 노부의 원정내력이니 향후 혈왕 나백의 후인과 대결할 때 큰 힘이 되리라. 하지만 진정한 삼봉쌍령금상지체는 쌍령을 취해야만 완성되는 것, 삼초의 검법 역시 쌍령을 취한 뒤라야 완벽해질 수 있다. 그대가 쌍령을 취하고 백야로 삼초식의 무공을 완벽히 시전한다면 능히 나백의 후손을 제압할 수 있을 것이다." 이윽고 더 이상은 아무 소리도 들려 오지 않았다. 단궁비는 가슴 속에서 뜨거운 피가 용솟음치는 것을 느꼈다. 운명이 자신을 선택했으니 이제 그에게는 최선을 다해 마야 나청군을 응징해야 하는 막중한 책무가 주어졌다. 웅혼한 웅지가 핏줄을 타고 용솟음치며 전신혈맥을 휘돌아 쳤다. 세상 그 무엇도 그의 앞을 막아 설 수 없을 것이다. "단궁비, 사부님의 명을 반드시 지킬 것입니다." 단호하고 강한 어조로 단궁비는 맹세를 했다. 단궁비는 성검 백야와 목갑이 있는 바위를 향해 사부에 대한 배사지례로 정중히 구배를 올렸다. 신군 천무공, 천하가 앙복하는 고금천하제일인이 그의 사부가 된 것이다. 단궁비는 백야를 집어들었다. 츄우웅! 백야가 검명을 토했다. 백야도 자신의 주인을 알아보고 반기는 것 같았다. 순간 강한 검기가 단궁비의 손바닥 가득히 느껴졌다. 그런데 순간 놀라운 일이 발생했다. 백야의 검기가 점점 소멸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것은 단궁비의 손바닥을 통하여 그의 몸 속으로 점차 스며들었다. 이윽고 백야의 검기는 씻은 듯이 사라지고 말았다. 단궁비는 목갑의 뚜껑을 열었다. 목갑 안에는 두 권의 비급이 들어 있었다. 그는 첫 번째 비급을 집어들었다. <경천대력공(敬天大力功).> 신군 천무공을 자타가 공인하는 고금천하제일인(古今天下第一人)의 반열에 올린 신공(神功)! <천무삼절식(天武三絶式).> 신군 천무공이 남긴 두 번째 비급의 이름이었다. 그리고 그가 우화등선(羽化登仙)하기 전에 창안한 천검지학(天劍之學)이었다. 제일초(第一招) 개천무(開天武). 제이초(第二招) 파천멸(波天滅). 제삼초(第三招) 초극검절류(超極劍絶流). 천지혼돈의 살초다. 지상의 모든 절세무공을 멸(滅)하는 경천지(竟天地) 검학(劍學)이다. 단궁비는 무(武)의 극점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상상을 초월하는 신군의 무학은 가히 신인지경(神人之經)에 이르렀다. 인간의 무학이라 할 수가 없는 것이다. 그것은 한 마디로 천무(天武)였다. 천 년 전, 신군 천무공이 안배한 천하지대계(天下之大計)가 단궁비에 의해 세상에 모습을 드러내는 순간이었다. '도(道)는 지인야(指人也)요, 화(化)는 천공조화야(天工造化也)라.' ---도는 손잡아 이끄는 것이고 화는 하늘이 지은 조화를 말한다. 단궁비의 신형이 결가부좌(結跏趺坐)의 자세로 두 눈을 감은 채 무념무상(無念無想)의 경지에 접어들었다. 그는 지금 천무삼절식의 구결에 따라 검법을 익히고 있었다. '각불선차(覺不先 )면 무소여각(無所餘覺)이리니 철인(哲人)은 의개(宜開)하야 도후인(導後人)하느니라.' ---먼저 하늘의 조화를 깨닫지 못하면 나머지도 깨달을 수 없다. 이를 아는 밝은 이들은 마땅히 하늘의 조화로써 뒷사람들을 인도할 것이로다. 그것은 검결(劍訣)이기 전에 도화(導化)의 이치를 설명하는 심오한 구결이었다. 모든 세상사가 하늘의 조화로 이루어지니 그것을 깨달을 수 있다면 무(武)의 극점(極點)도 돌파할 수가 있는 것이다. 그러나 검결은 심득(心得)의 경지에 들어서서야 겨우 오의(奧意)를 깨우칠 수 있을 정도로 난해하고 심오막측했다. '내 몸은 내가 아니라 내 것이다. 육신의 껍질은 잠시 빌어다 쓰는 물체일 뿐….' 단궁비는 자신을 버렸다. 그리고 점점 몰아지경에 빠져들었다. 다음 날! 단궁비의 전신에서 오색영롱한 서기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서기는 눈부신 광휘로움을 뿜으며 그의 신형을 허공으로 뽑아 올렸다. 그의 두 눈이 번쩍 떠졌다. "개천무!" 허공에 뜬 자세로 그의 수도가 허공을 갈랐다. 수많은 유성이 낙뢰처럼 내려꽂혔다. 단궁비는 천무삼절식을 검이 아닌 수도로 변형시켜 대신 펼쳐보는 것이다. 백야로 펼친다면 동굴이 무너질 수도 있었다. "파천멸!" 수만 개의 검강편(劍 片)들이 전후좌우, 십방위(十方位)를 차단한 채 섬전(閃電)처럼 날아갔다. "초극검절류!" 세상은 빛에 휩싸였다. 그리고 보이는 것은 아무 것도 없었다. 위이이이잉! 단궁비의 신형이 허공 중에서 맴돌았다. 파앗-! 빛의 폭멸이 있었다. 그리고 한 순간에 그의 전신을 싸고 돌던 서기도 일시에 그의 전신으로 흡수돼 사라져버렸다. * * * 귀광곡의 신비각! 주약란은 좌불안석이었다. 그녀는 도무지 이해할 수 없었던 것이다. "도대체 무슨 일이죠?" "낸들 어찌 알겠소? 그 녀석의 내심은 누구도 모르외다." 불패괴옹의 눈길이 도제에게 머물렀다. "자네는 뭐 아는 게 없나?" 도제는 순간 가슴이 뜨끔했다. 하지만 혈궁에서 있었던 일은 차마 얘기할 수가 없었다. 그것은 단궁비의 부탁도 있었지만 얘기를 한다 해도 지금으로썬 아무 도움이 안되기 때문이다. "소제도 아는 것이 없소이다." 나이나 배분으로 따져도 도제가 비록 구천중 일 인이나 불패괴옹과는 많은 차이가 났다. 그러니 자연 자신을 낮출 수밖에 없는 것이다. "어허… 이거야 원…!" 불패괴옹은 풍뎅이처럼 제자리를 뱅뱅 돌았다. 곤란한 일이 생겼을 때는 언제나 생기는 그의 버릇이다. 그러나 지금으로써는 별 뾰족한 방법이 없었다. 단궁비가 거처에서 나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는. * * * 단궁비는 무자천서를 꺼내놓은 채 들여다보고 있었다. "나는 이미 쌍봉쌍령을 취했고 내공력도 반박귀진(返搏歸眞)의 경지에 도달해 있다. 신검 천무공의 기연도 얻었다. 그러나 안심할 수 없다." 단궁비는 냉정하게 뇌리를 굴렸다. "마야가 나백의 절기를 대성했다면 자칫 패할 수도 있다. 한 번 패한다면 다시는 재기할 수 없다." 단궁비는 무자천서를 손에 들고 비급을 한 장씩 넘겼다. "최소한 지금보다 한 단계 위의 무공으로 끌어 올려야 한다. 그렇지 못하면 그를 이길 확률이 희박하다." 창문 사이로 만월이 뿌려대는 달빛이 은파처럼 방 안으로 부서져 내렸다. 오늘은 보름이다. 달의 음기(陰氣)가 가장 강성한 날이었다. 단궁비는 수백 번도 더 넘긴 무자천서를 처음부터 다시 펼쳐보기 시작했다. 그러나 수백 번 보아도 보이는 건 무초무식 뿐이다. 그러나 단궁비는 포기하지 않았다. 이때 무자천서에 쏟아져 들어온 월광(月光)이 비춰졌다. 순간, 달빛을 받은 무자천서에 글자가 떠올랐다. 그것은 비급의 구결이었다. 단궁비는 뚫어져라 그 구결들을 바라보았다. 푸스스스스! 무자천서가 가루로 변해 버렸다. 무자천서는 보름날의 강성한 달빛을 받으면 구결이 나타나도록 안배가 되어 있었다. 그리고 구결이 나타난 후에는 이내 가루로 화하게 만들어져 있었던 것이다. 이런 비밀을 안고 있었으니, 몇백 년 동안 비급의 구결을 알아내지 못한 것이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는지도 몰랐다. 단궁비는 조용히 눈을 감고 삼매경에 빠졌다. 그는 이내 무념무상(無念無想)의 상태로 빠져들었다. * * *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 모른다. 갑자기 단궁비가 감았던 눈을 번쩍 떴다. "그래, 바로 그거야." 단궁비는 무릎을 탁 치며 탄성을 발했다. "무릇 모든 무공이란 일정한 초식(招式)과 운용의 묘가 있다. 잘 짜여진 틀에 따라 움직인다는 말이지." 그의 음성은 큰 보물을 발견한 어린아이처럼 매우 들떠 있었다. "그러나 무초무식이란 글자 그대로 일정한 틀이 없이 어느 쪽에도 얽매이지 않고 천지기운(天地氣運)에 심신을 맡긴다는 이야기." 그는 지금 심즉동(心卽動)의 경지를 말하고 있었다. 천혜(天惠)의 기연이었다. 이렇듯 짧은 시간에 무자천서의 오의(奧意)를 깨닫는다는 것은 오성(悟性)이 지극히 뛰어나지 않다면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다. 세상사 모든 일이 다 그러하듯이 무공 또한 하늘의 이치를 따르는 데 오의가 있었다. * * * "이거야 사람 정말 미치겠구만." 불패괴옹은 답답해서 미칠 지경이었다. 생각 같아서는 단궁비의 거처로 쳐들어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았다. 그러나 그건 안될 말, "하지만 그랬다간 그놈 성질에 의절하자고 들 것이고 더구나 문주도 이 늙은이를 나무랄 것이 아닌가?" 불패괴옹은 제자리에서 뱅뱅 돌았다. "무슨 일을 하고 있는 것만은 분명한데 도대체 그걸 알 수가 없으니…." 불패괴옹은 주약란을 곁눈질로 힐끗 쳐다보았다. "혹시…, 여자를 숨겨 놓은 건 아닐까? 그놈, 아니 그녀석이 원체 여복을 타고난 상이라 여기저기서 치마를 훌렁 벗어제치는 계집들이 수두룩했을 텐데." 주약란의 아미가 상큼 치켜졌다. "아니 내 말은 그냥… 그럴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노파심에서…!" 불패괴옹은 주약란의 눈초리가 매서워지자 말을 더듬거렸다. "이거야 원 늙은이 서러워서 어디 살겠나." 불패괴옹은 아무도 들을 수 없는 낮은 음성으로 웅얼웅얼거렸다. 그러나 주약란이 그 소리를 듣지 못했을 리 만무했다. "뭐라고욧?" 불패괴옹은 질겁해 목을 잔뜩 움츠러뜨렸다. 가뜩이나 공처럼 작은 체구, 거기다 자라목처럼 목까지 움츠리자 그 모습이 가관이었다. 주약란은 불패괴옹의 악의없는 익살에 환한 미소를 머금었다. 사실 불패괴옹보다 더 답답한 사람은 바로 그녀였다. 단궁비가 돌아오자마자 저렇듯 두문불출(杜門不出)하고 있으니 얼마나 속이 탈 것인가! 불패괴옹은 그런 주약란의 마음을 헤아리고 우스개 소리를 늘어놓은 것이다. "누가 노선배님을 서럽게 한단 말입니까?" 이때였다. 가슴 속까지 시원해지는 청량한 음성과 함께 단궁비가 불쑥 나타났다. "단상공!" 주약란의 얼굴이 환해지며 단숨에 단궁비의 품 속으로 뛰어들었다. "어…엇!" 돌연한 그녀의 행동에 단궁비는 놀랄 사이도 없이 엉겁결에 그녀를 안고 말았다. 가슴을 뭉클 압박하는 촉감! 그리고 하체에 전해지는 탄력 있는 허벅지의 기묘한 감촉, 향긋한 머리 내음이 콧속으로 파고들며 단궁비를 기분 좋은 황홀의 늪으로 몰아넣었다. "약란!" 단궁비는 시뻘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급시 주약란을 떼어냈다. 불패괴옹이 자신들의 하는 양을 빤히 쳐다보고 있었던 것이다. "험험!" 그는 연신 헛기침을 터트렸다. 그제야 자신의 실태를 깨달은 주약란은 옥용을 붉히며 말을 더듬거렸다. "죄송해요. 나도 모르게 그만." 천하에서 가장 존귀하고 성결한 신분의 그녀. 하지만 그녀의 신분이 무엇이던 지금은 한 남자의 사랑을 받고 싶은 가녀린 여인에 불과했다. "쯔쯧! 이래서 딸 가진 부모들이 아무리 곱게 키워놓아 봐야 아무 소용도 없다고 하는 거외다." 불패괴옹은 예전보다 한층 더 헌앙해지고 기도가 자연스럽게 흐르는 단궁비를 바라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좋은 일이 있었나?" 단궁비는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자신이 천연을 얻은 사실을 얘기했다. "무자천서의 비밀을 풀어?" 불패괴옹이 화들짝 놀라며 반문했다. 한 사람의 준재가 몇십 년을 걸려야 익힐 수 있는 절대무학을 단궁비는 불과 며칠 사이에 익혔다는 것이다. "인간 괴물이란 자네를 두고 하는 말이군." 불패괴옹은 혀를 내둘렀다. "구파일방 등 정도무림의 일들은 어찌 되었습니까?" "혈궁의 개파대전에 참석하기 위해 떠났다고 하더군." "이제 최후의 결전만 남은 셈이군요." |
첫댓글 잘 보고 갑니다.
즐독 ㄳ