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음! 올해가 미당 서정주 선생의 탄생 100년이 되는 해로구만 그랴. 뭐 특별히 미당 선생의 탄생 100주년을 기념한 사업이라는 거창한 표현은 없었지만, 이번에 의사이자 시인인 마종기 선생 등 30명의 문인들이 참여하여 편집한『나만의 미당시』(은행나무, 2025.)란 책이 출판되었다네.
미당 선생은 우리나라의 현대 문학사를 통틀어 아름다운 우리말을 떡 주무르듯 반죽하여 주옥같은 시어로 엮어낸 최고의 언어적 연금술사로 자리매김되어 왔지만, 그놈의「마츠이오장송가(松井伍長頌歌)」가 뭔지 그거 하나로 선생의 모든 공적이 하루 아침에 허무하게 무너져 버린 게 오늘의 현실이라...
정권욕에 눈이 먼 좌파들이 미당 선생의 케케묵은 옛날 일 들먹여 '친일(親日)'이니 어쩌니 하면서 똥작대기 썰듯 매도해 버렸는데...웃기는 건 선생의 고향 고창과 동향이라 할 남도(南道) 사람들이 게거품을 물고 좌파들의 선동에 부화뇌동(附和雷同)하고 있다는 거다. 그렇게 미당 선생을 짓밟으면서도 호시탐탐 자유 대한민국을 노리는 백정혈통 뚱뗑이에게는 한없이 굽실거리는 종복주의자들을 추종하는 게 미당 선생의 고향 사람들인 남도 사람들이라면 누가 믿을까...
무식한 나의 얕은 생각인진 몰라도, 일제시대 살았던 사람들 중 해방 후에 부역자(附逆者) 딱지가 붙은 사람들 거의 대부분은 지식인층인데, 내선일체(內鮮一體)를 내세우며 일본 관리들이 집중적으로 얼르고 달래고 협박한 대상이 그들인데...열 번 찍어 안 넘어가는 나무 없단 말도 있듯 그렇게 집요하게 달려드는 일본에게 한 순간의 실수로 친일행위를 할 가능성이 많았다는 건 사실 아닌가? 역설적으로 말해서 별 볼 일 없는 필부필부(匹夫匹婦)인 사람들에게는 일본 관리들이 보기에 관심, 설득, 협박의 대상 자체가 아니었다는 거다. 결과적으로 봤을 때 무식한(?) 조상 둔 게 뭐 그리 대단한 자랑이라고 오늘날까지 와서 케케묵은 과거 들먹이며 누구는 친일(親日)이라며 게거품을 무느냐는 말이다. 긍까 이데올로기 문제는 좌파 쓰레기들에게 개한테 먹이 던져 주듯 막걸리 안줏거리로 줘 버리면 되고 문학, 예술은 또 다른 세계의 이야기이자 문화라는 것이다.
이하 출판사 은행나무에서 펴낸 책『나만의 미당시』(마종기 외 엮음, 2025.)에 실린 시 몇 편을 감상하며 미당 선생을 생각해 보려느니...이 겨울 하얀 눈 밟으며 전북 고창의 어느 쓸쓸한 폐교(廢校)의 몇 개 교실을 이용해 만들어 놓은 미당 기념관을 둘러보면 절로 눈물이 나던데, 광주시장 강기정이란 자는 6.25전쟁 때 남침한 정율성의 기념관 만든다고 수십 억원의 나랏돈 펑펑 써댄다고 한 동안 시끄럽더만...일찌기 중국 작가 위화(余華)의 소설『인생』(백원담 역, 푸른숲, 2023.)에도 그렇게 쓰여 있던데...
자화상(에곤 쉴레)
자화상
애비는 종이었다 밤이 깊어도 오지 않았다
파뿌리같이 늙은 할머니와 대추꽃이 한 주 서 있을 뿐이었다.
어매는 달을 두고 풋살구가 꼭 하나만 먹고 싶다 하였으나…… 흙으로 바람벽한 호롱불 밑에
손톱이 까만 에미의 아들.
갑오년이라든가 바닥에 나가서는 돌아오지 않는다 하는 외할아버지의 술 많은 머리털과
그 크다란 눈이 나는 닮었다 한다.
스물세 해 동안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바람이다.
세상은 가도가도 부끄럽기만 하더라.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죄인을 읽고 가고
어떤 이는 내 눈에서 천지를 읽고 가나
나는 아무것도 뉘우치지 않을란다.
동천(冬天)
찬란히 틔워오는 어느 아침에도
이마 우에 얹히 시의 이슬에는
몇 방울의 피가 언제나 섞여 있어
볕이거나 그늘이거나 혓바닥을 늘어뜨린
병든 수캐마냥 헐떡거리며 나는 왔다.
내 마음 속 우리 임의 고운 눈썹을
즈믄 밤의 꿈으로 맑게 씻어서
하늘에다 옮기어 심어 놨더니
동지 섣달 나르는 매서운 새가
그걸 알고 시늉하며 비끼어 가네.
선운사 동구(洞口)
선운사 고랑으로
선운사 동백꽃을 보러 갔더니
동백꽃은 아직 일러 피지 않았고
막걸릿집 여자의 육자백이 가락에
작년 것만 오히려 남았읍디다
그것도 목이 쉬여 남았읍디다
저무는 황혼
새우마냥 허리 오그리고
뉘엿뉘엿 저무는 황혼을
언덕 넘어 딸네 집에 가듯이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
굽이굽이 등 굽은
근심의 언덕 너머
골골이 뻗치는 시름의 잔주름뿐
저승에 갈 노자도 나는 없느니.
소태깥이 쓴 가문 날들을
여뀌풀 밑 대어 오던
내 사랑의 봇도랑물
인제는 제대로 흘러라 내버려 두고,
으스스히 깔리는 머언 산 그리메
홑이불처럼 말아서 덮고
엇비슥이 비끼어 누워
나도 인제는 잠이나 들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