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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미 식품 스크랩 `명품시락국`으로 해장하기
연초록 추천 0 조회 44 08.12.02 09:40 댓글 0
게시글 본문내용

 

11월 8일

전날 과음을 했습니다.

저의 주량은 캔맥주 한개를 2시간여 나누어 마시는 정도인데, 생선회와 한 식사시에 맥주를 두 잔 마셨으며, 2차로 카페 카사블랑카에서 맥주 한 잔 반 정도를 마셨고, 숙소에서 캔맥주 3분의 1 정도를 마셨습니다.

그렇다고 정신을 잃거나 주위 사람을 괴롭히지는 않았지만, 해장은 해야겠더라구요.^^

 

7일 늦은 밤에 잠자리에 들면서 마음으로 약속을 했지만, 작업시에 워낙 설치다보니 파김치가 되어 오전 5시에 맞춘 알람을 6시로 다시 맞추었고, 그래도 일어나지를 못하여 8시쯤에 일어났습니다.

하여 새벽의 항구 풍경과 시장의 경매 풍경을 못 담았습니다. ㅠ -

(주부의 외박이 매일 오는 게 아니니 두고두고 후회하는 시간이 될겁니다.)

 

11월 초에 폴래폴래 선생님께서 댓글을 주셨습니다.

통영 가실 겁니까
동피랑 모습 어떻게 변 했을까
서호시장 시락국밥 맛은?

이 블로그 출입이 잦은 분은 알겁니다. 실비단안개가 삼백예순다섯날을 먹어도 좋다는 국이 시락국이란 걸요.

그 좋은 시락국 정보가 들어왔으니 폴래폴래 선생님께 감사하는 마음을 전할 겸 시락국을 먹어 주기로 하고, 7일 밤 늦은 시간에 비를 살풋살풋 맞으면서 위치를 알아두었다가 8일 아침에 서호시장으로 갔습니다.

 

 

 

전날 푸른통영21 관계자들께서 서호시장의 시락국 집과 '빈 그릇 운동'을 말씀하셨습니다.

서호시장의 끝임과 동시에 시작인 자리, 농협 맞은편에 원조 시락국 간판이 보이기에 이집이 맞을까하며 두리번 거리는데 벽에 '빈 그릇 운동'이 붙여져 있더군요. 제대로 찾았습니다.

 

위 사진의 오른편 건물이 원래의 시락국집인데, 앉을 자리가 없기에 맞은편을 보니 또 사람들이 복작거리더군요.

"저곳도 한 집인가요?"

"네~ 앉으소~"

 

겨우 자리를 잡아 시락국을 주문해 두고 주위를 살피는데 밥과 시락국이 나오더군요.

 

  ▲ 밥과 시락국만 달랑 나오더군요.

 

내가 그렇게 꾀죄죄한가 - 우째 밥과 국만 달랑 준다요 - 수저도 주지 않더군요. ㅠ -

 

"그냥 요거만 묵습니꺼?"

"요거 이거 조거 넣고~ "

  

이른 시간이었는데, 아기가 턱을 받치고 시락국이 나오기를 기다리며, 젊은 엄마는 더 어린 아기를 안고 있습니다.

 

사진의 아기는 부모님과 동생과 함께 자리를 하였으며, 건너편 건물에도 많은 아이들이 부모님과 함께 하였는데, 모두 알뜰하게 그릇을 비우더군요.

 

밥상마다 넉넉하게 반찬이 준비되어 있으며, 뷔페식입니다. 반찬과 함께 김·정구지겉절이·고추 썬 것·양념장이 있으며, 산초가루와 수저가 준비되어 있습니다.

 

아주머니께서 김과 정구지겉절이를 듬뿍 넣어주시며, 고추와 양념장은 알아서 넣고 산초가루를 넣으면 맛이 더 좋다고 하더군요.

윗동네와는 달리 남부지방은 김치름 담글때도 산초가루를 넣으며, 추어탕 · 장어국 등에도 넣습니다.

 

  ▲ 김·정구지겉절이·풋고추·양념장·산초가루를 넣은 시락국입니다.

 

  ▲ 골고루 저으니 이런 모습이 되었습니다.

 

보통 가정과 기사 식당 등의 시락국은 다시국물에 된장  정도를 풀어 들깨가루를 첨가하는데, 서호시장의 시락국도 들깨를 푼 듯 뽀얗습니다. 그런데 맛이 다르더군요.

 

상을 받아두고 뽀얀 국물의 비밀을 찾아 나섰습니다.

 

사진을 올려 맨 위의 사진을 보아주세요. 식당의 골목안으로 작은 공간 두 곳이 나오며, 한 곳에서는 큰 솥에 국을 끓였으며, 다른 한 곳에서는 시래기와 정구지 등을 다듬어 보관 중이며, 골목에 냉장고가 있습니다.

 

  ▲ 무지막지하게 큰 솥입니다. 무언가가 팔팔 끓고 있습니다.

 

장어를 고는 중입니다. 통영의 특산물 중 하나가 장어며, 7일 밤 비가 내리는 포구를 걸으니 불이 환한 배가 있었으며, 배에 길다란 통들이 있기에 배에 계시는 분들에게 여쭈니 장아통발이라고 하더군요.

 

그 배를 불러와야 겠습니다.(버릴까 하다가 두었는 데.^^)

 

  ▲ 사진 오른편 가운데에 까맣고 동그란 구멍이 있는 게 장어통발인데, 사진이 영 시원찮군요.^^ 문화회관과 함께 담느라 그랬나 봅니다.

 

다시 장어 고는 이야기로 돌아 가겠습니다.

장어는 14시간을 고아 다른 솥에 덜어 시래기를 넣어 다시 끓입니다.

미역국과 시락국은 오래 끓여야 제 맛이 난다는 건 아시지요?

 

  

◀ 골목에서 본 주방 풍경입니다. 골목을 향하여 시락국이 끓고 있습니다. 치명적인 유혹입니다.

 

구수한 이 냄새에 그냥 지나친다면 아마 간첩일겁니다. 아니, 간첩도 고향의 냄새가 그리워 멈출겁니다.

 

시락국은 주방과 창고 건물의 입구에서 쉼없이 끓여졌으며, 옆으로 무청을 다듬는 일과 정구지를 다듬는 일도 계속되었습니다.

 

식탁 위의 반찬 그릇은 비워지기 전에 계속 채워졌구요.

 

먹지 않고 구경만으로도 배가 불러왔지만, 제가 누굽니까. 음식앞에서 절대 내숭 떨지 않습니다.(때로는 얌전은 뺍니다.^^)

 

차림표를 보겠습니다.

따로국밥과 말이국밥은 아시지요?

그럼 국물은 무엇인가?

시락국을 포장하여 주는데, 김·정구지겉절이·고추 썬 것도 함께 포장하여 줍니다.

그대의 그대가 지난밤의 과음이나 급하게 밥상을 차려야 하는데 국을 준비하지 못하였다면 시락국만 포장하여 가면 됩니다.

 

차림표에 '빈 그릇 운동'이 보이지요?

 

요즘 잔반으로 음식점들이 곤욕을 치룹니다. 즉 앞의 손님이 남긴 찬을 다음 손님 상에 내기 때문인데요, 이는 위생과 건강상 문제가 되기에 적정량의 찬으로 식사를 하는 습관을 길러야 합니다.

우리는 가지수가 많은 밥집을 좋은 밥집이라는 생각하는데, 이제 그 생각을 바꾸어야 합니다.

 

'빈 그릇 운동'은  음식물쓰레기 제로화 운동을 말하며, 음식을 남기지 않는 빈 그릇 운동은 환경과 건강, 지구 저편의 굶주린 이웃과 함께 하는 일이며, 식량자원 절약을 통해 국가경제에도 기여하는 길일 뿐만 아니라 '내 마음을 비워 스스로 자유로워지며 더불어 이웃을 풍요롭게 만든다'는 뜻이 담겨 있습니다.

 

  ▲ 시락국이 나오기전에 해장을 하거나 시락국과 함께 해장을 하는 분들이 많았습니다.

 

  ◀ 열심히 먹습니다. 아~ 저마치 누군가가 보입니다.^^

 

사람은 죄를 짓고 살면 안된다는 걸 시락국 집에서 또 느꼈습니다.

"어~ 노래삼춘~ㅎㅎㅎ~"

 

블로거 이웃이며, 제가 삼춘으로 칭하는 이노래님이 일행 한 분과 시락국을 드십니다. 옆 건물 풍경을 담으러 간 사이 우리들의 자리 옆에 자리를 한 모양이에요.

 

얼마만의 만남인지 -

많이 반갑더군요.

지난해 경주의 가시연 출사와 주남지·다대포 출사 등에 함께 한 분입니다.

 

"삼춘 반찬 냄기면 안돼~ ㅎㅎ"

 

윤이상 음악회에 참석하였다가 동피랑을 걷기로 했다는 데, 우리의 일정과 달랐기에 서호시장에서 헤어졌습니다.

(그날 이후 아직 노래삼춘 블로그 방문을 못했습니다. 부산에 무사히 도착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 시락국에 넣을 무청입니다. 무청을 데쳐 시래기를 만들지요. 흐릿하지만 건너편으로 농협이 보이네요.

 

서호시장의 시락국은 장어를 14시간 고아 시래기 등을 넣어 끓인, 약간은 추어탕 같기도 하지만, 걸쭉함이 덜하며 담백하고 보양의 의미까지 합쳐졌기에 '명품 시락국'이라고 칭하고 싶습니다.

 

폴래폴래 선생님께 감사드리는 마음과 과음으로 괴로운 위를 위하여 김치 한가지로 시원하고 뜨끈하며 담백한 시락국을 먹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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