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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산등정기>
일시: 2005.9.30~10.1
코스: 첫째날~(동부지구)경남 산청군 시천면 중산리지구-매표소-문창대(1,386m)-로타리대피소-천왕봉(1,915m)-제석봉(1,806m)-장터목대피소-연하봉(1,667m)-삼신봉-촛대봉(1,703m)-세석대피소-영신봉(1,651m)-칠선봉-덕평봉(1,521m)-벽소령(1,426m)- 형제봉(1,442m)-삼각봉-명선봉(1,586m)-연하천대피소(1박)
둘쨋날~(서부지구)명선봉(1,586m)-토끼봉(1,534m)-삼도봉-뱀사골대피소-노루목-임걸령-노고단(1,507m)-성삼재
겉핥기-9.30 종주의 결의를 품고 왜 이리 가슴이 설레 이는지 맘을 추스려 본다. 등산을 취미로 삼은지 몇십년이 되었지만 지리산을 제대로 못 가봤으니 부끄럽기만하다. 더더구나 나이 들어 종주라니.... 은근히 걱정이 앞선다. 집을 나서니 호우주의보데로 비가 억수같이 온다. 집합장소에 도착하니 벌써 짐 무게로 설왕설래. 봉우.영철.진우... 이친구들 장기 산행 경험이 있는지 궁금했지만 어찌 메대기(배낭) 크기가 시원찮다. 봉우가 제공한 시레이션을 담고보니 15키로는 족히 넘겠다. 어릴적 장기 산행 해 본 후 이렇게 무거운 짐은 첨이다.
약속시간보다 늦은 오후 10시40분 드디어 출발이다.
중산리 도착시간은 새벽4시전이다..얼랑얼랑 배 채우고 또다시 메대기 정리하고 비는 가랑비내지는 소낙비가 간간히 오는 정도다. 이정도의 비면 경험상 노판쵸다.
헤드랜턴을 밝힌 시간은 4시40분!
가파르고 미끄러운 돌밭 길을 앞서거니 뒤서거니 30여명은 힘차게 숨을 고른다.
지리산 중에 가장 고전적인 산길이라는데 영철은 컨디션이 별루인가 보다.. 넘 긴장했나?
조반후의 식수를 토했다고 한다. 이궁! 제발 힘내다오. 30년을 기다려 온 산길인데..
캄캄한 새벽! 꿀꿀한 날씨 속에 옆 계곡 물 흐르는 소리가 빗소리와 하모니를 이룬다.
이 길은 옛 시인 묵객들이 천왕봉에서 남으로 흘러 내리는 증산리 골짜기를 즐겨 찾았다 던 곳이고 천왕봉에 젤로 짧은 코스이다.
처음 가는 산길은 늘 산행 전에 지도를 살펴보곤 하지만 꼴통머리에 일일이 기억할 수 없어 산행 후 또다시 공부 아닌 공부를 해본다.
로타리클럽에서 지은 산장을 보니 깨끗하다.
약간의 간식을 채우고 법계사의 보물인 삼층석탑을 구경 요량으로 가다가 비도 오고 갈 길이 멀어 되돌아서니 후회막급이다.
가파른 철 계단을 오르고 숨 가쁘게 발걸음을 재촉한다. 여명이 시작이다. 랜턴을 끄고 때론 세찬 바람결이 귓가를 때린다. 정상이 가까운 곳인가?
천왕샘이 반반한 절벽 밑에서 호객한다.
이윽고 너덜너덜한 돌조각 모음이 정상부근임을 알 수가 있다. 단숨에 치고 나간다.
으싸~으싸! 천왕봉에 오르니 무슨 감격도 없다.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과 땀과 비 그리고 콧물 범벅 게다가 안개로 사방 시계는 제로다. 디게 재수 없네. 언제 여기를 또 온단 말이냐? 디카 꺼내고 아무렇게나 기념촬영. 이대로 천왕길을 마무리해야 한다.
이제부터 25키로를 장장 걸을 생각하니 정상 감상이고 뭐고 없다. 시간은 오전 9시쯤.
이용철이가 낭중에 이야기한 통천문이 어디 있는지도 우리는 몰랐다. 부끄~
가자! 연하천 대피소로!
여전히 안개 때문에 거대한 지리산을 조망도 못하고...띠블이다.
한결 쉬어진 능선 돌밭 길을 쉴새 없이 걸음마다.
등산전에 준비한 탓인가? 퇴행성 관절로 양무릎팍에 테이핑을 한 덕분으로 아무런 아픔이 없는 것이 신기하다. 사실 오르막 계단을 오르는 것이 힘들 때도 많은데 오늘은 괜찮네.
양스틱을 사용하고 테이핑으로 무장하니 겁날게 없다. 질주 본능으로 이내 일행과 멀어져 버린다.
장터목 산장까지 어떻게 왔는지 무작정 걷기만 했다. 시계제로이니 땅바닥만이 유일한 구경거리다.
제석봉 아래에 있는 장터목산장은 백무동,중산리,세석쪽에서 올라오는 객으로 항상 붐비는 곳이란다. 그리고 깨끗하다. 그야말로 산장같다. 이담에 언제가 될런지 몰라도 지리산 일대에 퍼져 있는 산장마다 사전 예약해서 쉬엄쉬엄 섭렵하고픈 심정이다. 그냥 갈아 입을 옷과 간식만 있으면 될 성 싶다.
이제 슬슬 배가 고프기 시작한다.
야들아! 나 먼저 간다. 장터목에서 아침 식사하는 객들이 많았지만 우리가 목표한 세석산장서 봉우가 준비한 시레이션을 까자.
달린다. 세석에서 보낸 객들이 간간이 올라 온다.
이내 연하봉, 삼신봉, 촛대봉을 언제 넘었는지 이눔이 안개비 땜에 넘었는지 난 모른다.
첨으로 코펠과 버너를 꺼내니 등산객들이 웃는다. 왜그러셩!
오랜만에 보는 옛버너! 스웨덴제! 옵티므스! 화력 끝내주는데 니들이 뭘 알아?
띠블! 던 많이 벌면 최신형으로 가볍고 젤로 좋은 놈으로 살껴~~~ 자슥들!!
컨디션이 그런지 친구들이 별로 안먹네. 난 스파게티를 먼저 먹으니 뒷맛이 오래 남는다.
꾸질꾸질한 날씨 땜에 그렇고 별 감상없이 짐을 추스르고 갈 길이 멀다. 1시간 이상을 지체하니 우리가 꼴찌인거 같다고 서두른다. 세석평전은 예부터 철쭉꽃으로 이름난 곳이라는데 지금은 예같이 안탄다.
영신봉,칠선봉,덕평봉을 지나는지 마는지 여전히 안개와 사방이 안보인다.
어딘지 몰라도 시야가 확 트인다. 디카를 무조건 들이댄다.
벽소령대피소에 이르러 4시다. 이곳은 빨치산 토벌을 위해 닦은 도로가 있다는데 어디에 있는지. 이궁! 아직도 2시간내로 가야 해지기 전에 연하천인데..
여기서부터가 죽음이었다.
그런데로 지금까지 쉽게 온 셈인데 업다운이 이렇게 심할 줄이야. 먼저 가서 따뜻한 물이라도 끓일 요량으로 내달았지만 습관적으로 오는 발목 부상을 입을까봐 조신 또 조신.
어느덧 해가 뉘엿뉘엿. 랜턴을 꺼내고 켜봤지만 안개로 시야가 어지럽다.
부지런히 한도 없이 잘도 걸었다. 지긋지긋하게 걸었다. 징그럽게 걸었다.
드디어 연하천 대피소다. 주최측 클럽멤버들이 박수로 맞이 한다.
내가 7등이래요. 허참! 우리가 젤로 늦은게 아녀여? 우리 팀이 요번 멤버 중에 젤로 연장자들이라는디.. 싱거버라.
허겁지겁 골동품 바나를 꺼내니 요기서도 구경거리다. 띠블~!
뒤늦게 친구들 도착하고 햇반에 라면 끓이고 작지만 밑반찬을 벗 삼아 무거운 짐을 지고 온 진우의 양주와 쐬주를 축낸다.
피로를 베개삼아 오늘의 행군을 반추하며 코골이가 시작된다.
10월1일 둘쨋날-
아침 7시 출발이라 5시 기상. 대피소 앞 비좁은 광장은 피난소도 아닌데 규정상 캠프도 못치고 비닐, 우산등 갖가지 방법으로 등산객들이 비박하는 모습이 애처롭기도 하고 젊음이 부럽기도 했다.
햇반을 죽으로 반죽하고 숭늉삼아 후룩후룩~~~
예상시간보다 20분전에 출발이다.
간밤에 무거운 메대기 때문에 어깨쭉지가 아파서 테이핑으로 상당히 완화되어 안심이다.
한결 가벼워진 메대기로 거뜬히 발걸음이 가볍다.
그래도 15키로를 걸어야 하는 일정이기에 반뛰다시피한다. 어제에 비하면 토끼봉,화개재등은 식은 죽 먹기다. 화개재란 곳은 예전에 능선 북쪽의 뱀사골 쪽 사람들이 화개장터로 가기위해 넘었다는고갯길이다. .
전남북과 경남이 만나는 지점이라 하여 정상에 화합의 탑을 조그마하게 세운 삼도봉.
확트인 지리산 자락이 두둥실 떠있는 운무에 위용을 자랑한다. 오메. 이 좋은 광대한 지리산을 여기서 감상 할 수 있다니 그나마 다행일까? 이어서 뱀사골 대피소다.
반야봉 못미쳐 534개 계단을 마지막 혼신의 힘으로 세어 보았다. 쉬지않고 단숨에 섭렵하다. 지리10경중 하나인 반야낙조를 감상할 수 있는 반야봉을 옆구리에 끼고 임걸령,돼지령을 어느 이름모를 등산객과 앞서거니 뒷서거니 시합 아닌 경주를 잠시 해본다. 자슥 지리산 반달곰인가? 내가 졌다.
이윽고 대장정을 마감하는 곳. 노고단이다. 황폐하다. 일부는 자연생태계 복원한다고 통제하고 연휴를 맞이한 관광객들은 쉴새없이 디리 닥친다. 시각은 12시를 좀 넘었다.
적지아니 고생한 우리 4명은 아니 이번에 동행 못한 친구들과 함께 다음을 기약하며 변함없는 애정과 사랑으로 일정을 마감하여 본다.
첫댓글 잘 쓰셨읍니다.며칠안되였는데 추억이되어 버린것 같이 하나 둘...다시 새롭게 떠오르네...많이 도와 주어서 감사합니다.우리의...우리의 여러 친구들이 우정을 잊지말자.
내가 등산하는 것처럼 자세히도 적었다. 질주 본능은 여전했구나, 영철이가 뒤쳐저실꺼여.사진 보니 막 지처보여라.다음에는 나도 꼭 도랑 가라.그 사이 매이져 급으로 실력을 닦아야지..
자세한 산행기 잘 썼습니다 두고두고 읽어봐야겠다
오랫만에 바이크 문장실력 나왔네...내가 함께 간다고 했으면 속으로 고민께나 했겠다..(자격제한은 없엇으니..)그나제나1500고지 이상이 주욱 나열되는 걸 보니 초장 부터 기가 질린다..메이저들도 주눅들정돈디 내가 끼엇더라면 난리낫겟지? 운무속에 최고령의 사나이들!13산악대의 쾌거이자 씁쓸한 황혼의 엘레지 답네!
엄살 좀 붙여서 후배들로부터 "생환기념맥주파티"를 얻어 마셨더니 맛이 그럴듯하네.
병호 글 참 잘썼다. 중산리에서 천왕봉까지 올라가는 길이 재미가 없어 한동안 지리산을 멀리 했었는데 같은 코스로 올라 갔었네. 우리는 대원사계곡에서 화엄사계곡까지 2박3일을 예정하는데 계룡에서 만나 설명좀 듣자. 수고 많이 했네. 양마담은 no good. 지는 짧게 쓰면서 놈에게는 길게 쓰라 압력만 넣는다.
바이크 수고했네요. 후기도 가본 듯 눈에 확 들어옵니다.
바이크 산타는 실력만큼 산행기도 모범적이네,앞만 보면서 질주한게 아니고 주변 볼거리 다 보고 기억하고,처진 사람들 위해 미리 물도 끓여 놓고 먹을 것 챙기고 정말 수고했다.자세한 산행기가 향후 지리산 산행 지침서가 될겨...
산행기도 메이저급이라야 이 팀에 낄 모양이네.
미치겠다 같이가자 !!! 산사나이 지리산등정기 잘 쓴다 박수 짝짝짝 아 짝
병호의 산행일기 잘 보았네 언제 그 골동품 바나가 얼마나 골동인지 디카로 올려 주시게나
이제는 모두 산사람이 되었네그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