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매 -오세영
오세영-열매.hwp
세상의 열매들은 왜 모두가 : 둥글고 원만한 이미지
모든 생성하는 존재 : 날카롭고 공격적인 이미지
둥굴어야 하는가.
가시나무도 향기로운 그의 탱자만은 둥굴다. ▶세상의 열매들은 모두 둥근 모습임
땅으로 땅으로 파고드는 뿌리는
날카롭지만,
하늘로 하늘로 뻗어가는 가지는
뾰족하지만,
스스로 익어 떨어지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 ▶뿌리, 가지와 달리 모가 나지 않은 열매의 모습
덥썩
한 입에 물어 깨무는
탐스런 한 알의 능금
먹는 자의 이빨은 예리하지만
먹히는 능금은 부드럽다. ▶먹는 존재는 이기적이지만 먹히는 존재는 희생적임
그대는 아는가.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굴다는 것을
스스로 먹힐 줄 아는 열매는
모가 나지 않는다는 것을.▶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고 모가 나지 않음
▶해제 : 딸이 가져다 준 능금을 보고 영감을 얻어 쓴 시로, 사물에 대한 직관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둥글고 모나지 않은 원의 상징인 열매와 날카로운 직선의 상징인 가시나무, 뿌리, 가지 등을 대립시켜 주제를 형상화하고 있다. 스스로를 내주면서 결코 모나지 않는 열매의 생명력을 통해 희생과 사랑의 본질을 드러내고 있다.
▶주제 : 열매를 통해 발견하는 자기희생적 사랑
▶구성 :
1연 : 세상의 열매들은 모두 둥근 모습임
2연 : 뿌리, 가지와 달리 모가 나지 않은 열매의 모습
3연 : 먹는 존재는 이기적이지만 먹히는 존재는 희생적임
4연 : 모든 생성하는 존재는 둥글고 모가 나지 않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