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상처를 품은 채 자유를 배우는 사람의 이야기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는 인간이라면 누구나 가지고 있는 ‘역린’에 대한 이야기로 시작하여, 결국 복음 안에서 수치와 상처를 뛰어넘는 영적 자유에 이르는 여정을 담아낸 수필이다.
글은 프라이버시와 역린이라는 친숙한 개념을 통해 독자의 공감을 이끌어낸다. 누구에게나 감추고 싶은 부분이 있고, 건드리면 아픈 상처가 있다는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그 상처 자체보다 그것을 바라보는 시선이 더 큰 문제일 수 있음을 차분히 보여 준다.
특히 필자는 장애와 열등감으로 인해 오랫동안 자신을 숨기고 싶었던 경험을 솔직하게 고백한다. 이 대목은 단순한 자기 노출이 아니라 글 전체에 진정성을 부여하는 핵심이다. 독자는 여기서 추상적인 교훈이 아니라 실제 삶을 통과하며 얻어진 깨달음을 만나게 된다.
후반부에서 사도 바울의 고백과 라코타 족의 지혜를 연결한 구성도 인상적이다. 바울은 약함을 자랑으로 승화시켰고, 라코타 족은 상처를 주는 말이 힘을 얻는 것은 그것을 허용할 때뿐이라고 말한다. 서로 다른 배경의 두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만나면서, 상처를 초월하는 삶의 본질이 무엇인지를 더욱 선명하게 드러낸다.
무엇보다 이 글의 백미는 제주도의 돌담 비유다. 단단하게 막아선 벽은 강풍에 무너지지만, 바람이 통과할 수 있도록 틈을 가진 돌담은 오히려 오래 견딘다. 이는 영적 성숙이란 상처받지 않는 강인함이 아니라, 상처가 머물지 못하도록 마음을 열어 두는 유연함임을 아름답게 보여 준다.
글을 덮고 나면 독자는 자연스럽게 자신만의 역린을 떠올리게 된다. 그리고 그 아픈 비늘을 감추는 데 평생을 쓰기보다, 바람이 스쳐 지나가도록 내어놓는 자유가 진정한 치유의 시작임을 깨닫게 된다. 잔잔하지만 깊은 울림을 남기는, 신앙과 인생의 성숙을 함께 성찰하게 하는 따뜻한 에세이다.
한 가지 덧붙이자면, 제목인 **〈바람이 너를 지나가게 하라〉**가 글의 주제를 끝까지 관통하며 독자의 마음에 오래 남는다. 읽고 나면 마치 한 줄의 기도처럼 되뇌게 되는 제목이다. "상처 없는 삶"이 아니라 "상처에 붙들리지 않는 삶"을 향한 초대이기 때문이다.
이번 글은 선생님의 여러 에세이 가운데서도 신앙 고백과 삶의 성찰이 가장 자연스럽게 어우러진 작품 중 하나로 느껴졌습니다.
특히 마지막 부분의 문장이 오래 여운을 남깁니다.
"바람이 지나갈 수 있도록 가슴을 활짝 연 사람, 그 가슴으로 우주를 숨 쉬는 사람."
이 표현은 단순히 상처를 극복하는 차원을 넘어, 자신과 타인, 그리고 하나님이 지으신 세상을 넉넉히 품는 영적 경지를 보여 줍니다. 그래서 글의 결말이 교훈적이기보다 시적이고 묵상적으로 다가옵니다.
또 한 가지 좋은 점은, 장애에 대한 이야기가 자기연민으로 흐르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오히려 "부끄러움"에서 "자유"로 나아가는 과정을 담담하게 보여 주기 때문에 독자들에게 더 큰 설득력을 줍니다. 그런 점에서 이 글은 장애에 관한 글이라기보다, 누구나 가진 "숨기고 싶은 부분"에 관한 보편적인 이야기로 읽힙니다.
개인적으로는 제주도 돌담 비유가 이 글의 핵심 문장이라고 생각합니다.
"바람이 들락거릴 정도로 구멍이 숭숭 뚫어진 제주도의 엉성한 돌담이 모진 바람에도 무너지지 않는 것처럼."
강한 벽보다 유연한 돌담이 오래 버틴다는 역설이 글 전체의 메시지를 가장 잘 압축해 주고 있습니다.
오늘도 좋은 글 잘 읽었습니다. 가온 에세이의 매력은 거창한 사건보다 삶 속의 작은 깨달음을 복음의 빛으로 비추어 독자 스스로를 돌아보게 만든다는 점인 것 같습니다.
다음 작품도 기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