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을 떠난지가 30년이 되었고 부민초등학교 2학년을 마치고 전학을 갔으니 부민동을 떠난지도 40년이 넘었다.하지만 기억의 한구석에는 항상 부민동이 그리움으로 남아있다.간혹 부산을 가게 되면 일부러 부민동을 찾아 본적도 많았다.그럴때마다 연탄재로 전쟁놀이 하던 친구들,변전소가 있는 산으로 놀러 다니던 일,학교에서 같이 뛰어 놀던 친구들을 생각하며 추억에 잠기고 지금은 자리를 옮긴 18번 완당집에서 완당에 김밥을 꼭 먹곤 했다.
특히 지금도 남아있는 옛 도청 담의 사람이 앉을수 있는 둥글고 긴 울타리는 한 친구를 생각나게 한다. 우리집이 보수천(?)과 옛 18번 완당집 사이의 골목에 있었는데 골목 입구에는 큰 일본식 목조주택이 있었고 (작년 여름까지 그대로 있더라) 그 집에는 J란 여자애가 살고 있었다.
같은 골목에 살다보니 같은 반은 아니었지만 매일 붙어 다니다시피 하였다.학교 갈때도 같이 가고 용돈이 모이면 같이 완당집에 가서 김밥도 먹고 크리스마스때면 J가 다니는 지금도 남아있는 교회에 같이 가서 과자도 먹고 캐롤도 부르고... 생애 첫 라면도 J집에서 일하는 누나가 끓여 주어 먹어 보았다. 하루는 집의 큰 유리창을 장난치다 깨고 나서 꾸중이 무서워 온종일 용두산까지 배회하며 해거름이 되어 살며시 집으로 돌아오는데 골목 입구에서 나를 걱정하며 기다리고 있던 J의 말이 40년이 지난 지금도 기억이 난다."야이 문디야 다들 걱정하는데 우데 갔더노?"
좀 조숙(?)했던 나의 J는 가끔 좋아하는 사람끼리는 이러는거야 하면서 새끼 손가락을 걸고 걷자고도 했다.영화든 소설이든 항상 이런 순수하고 행복한 순간들은 언제나 갑자기 이별의 순간이 오잖아.
부친의 전근으로 동쪽 끝의 장전동으로 이사를 가면서 J와의 행복했던 2년도 끝나고 말았다.그때 이사가기 싫었지만 엄마손에 이끌려 도청옆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기다리며 앉아 J와 이별의 아픔(?)을 나누던 곳이 바로 도청의 둥글고 긴 울타리였다.
그러면 그게 J와의 마지막이었나?
아니다.
중학교 2학년 봄 서울로 수학여행을 가서 임진각 견학을 갔는데 부산 서여중이 그곳에 우리와 같은 시간에 와 있었고 옆을 스쳐가는 서여중 학생들 틈에서 J를 보았다.이름을 부를려고 하는데 목구멍에서 소리가 나오지 않았고 그게 마지막이었다.
황순원의 "소나기"나 피천득의 "인연"을 처음 교과서에서 읽을때 혼자 가슴이 두근거리며 J가 생각 났으니 J가 나의 첫사랑인가?
J는 아마 나의 존재도 기억 못할지도 모르는 중년부인이 되어 있겠지만 가끔 내가 J를 기억하다보면 누군가에게 기억 된다는것은 참으로 축복 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J이야기는 그만하고 ...
작년에 동기회 카페를 우연히 알게 되어 전학으로 인해 잃어 버렸던 순간들을 다시 찾은 감동이 들었지만 저학년때 전학했기에 내 자신이 어색한 느낌을 지울수가 없었다.
그런데 지난달 고등학교 졸업 30주년때 동기의 부인으로 나타난 김영란을 사진으로서만 보고도 알아보았는데 영란이 말대로 정말 세상이 좁다는 생각도 들었고 커페에서 사이버 세상에만 존재할것 같았던 부민 48기가 현실로 나타난 감동도 컸다.
그래서 용기를 내어 년말 모임에 가기로 하고 30분을 헤맨 끝에 모임 장소에 도착하니많은 친구들이 있었는데 몇몇은 사진으로 봤더니 누군지 금방 알아볼수 있었다. 1학년때 정자복 선생님반에서 같이 공부하던 강봉조,또 내가 기억 나는것 같다던 또 한 친구(미안.이름이 기억나지 않는다) 모두들 정말 반가웠다.
다른 약속이 있어 금방 나올수 밖에 없어 섭섭했지만 다음 기회에 다시보고 싶다.
오늘은 모처럼 집에 일찍 들어오니 집사람은 친구랑 목욕가고 군대 갔다와서 3학년인 아들넘은 언제 올지 모르고 혼자 집에서 맥주 한잔 마시며 두서없는 글을 적어 보았는데 양해 바랍니다.
첫댓글 아니다. 편한 맘으로 J를 생각하듯이 상념에 빠져보도록 해라. 아름다운 추억은 남은 인생을 지탱해주는 소중한 것이니깐...우린 오랜 친구이니 아무 부담없이 니 생각을 진솔하고 잔잔하게 적는게 이 카페의 목적이니깐~~하튼 만나서 반갑다..새로운 친구를 만나고 알아지는 것도 좋은 일이니깐...
J가 누고 정림이..?? ㅎㅎㅎ 혜민이는 아닌것이 확실하고 ..ㅍㅎㅎㅎ 병곤아 글 잘읽었다..카페에서 자주보고 추억을 많이 공유하자.^^
바보야...정림이 집은 아니다...상균이가 그 동네 살았잖아 오랫동안 답이 나오겠네...물어~~봐봐
그래 꼭 일년전 쯤에 우리들은 너와 같은 이야기들로 가슴에 방망이질 했었었다, 늦지않게 나타나 주는 친구들로 인해 다시한번 더 깊은 추억 속으로 빠지다 보면 일년 세월 또가고 또 일년 세월가고 그러다보면 미운정 고운정 뗄래야 뗄수없는 정들이 생겨 나겠제..... 우정
많은 친구들을 한꺼번에 만나다 보니 잘 챙겨주지 못한 것 같아, 가고 나서 좀 미안하더라, 정말 큰 용기내어 왔을텐데, 좀 더 챙겨주고, 해야하는데,지금 이렇게 올린 글을 보니 친구가 먼 곳에서 한 달음에 달려온 마음을 알 것 같다. 친구야 자주 들어와서 글도 남기고, 안부도 묻고,편안한 마음으로 자주 들어와 불 밝혀줘..
중후한 중년의 멋진 모습 참 보기 좋더라,,, 친구야~~~ 방갑다,,,
반가워요~ 친구님..
하하~병곤아, 나도 진짜 놀랐었다. 글자로만 보던 병곤이가 눈 앞에 짠~ 나타나다니 말이야. 정모날은 나도 병곤이 제대로 챙겨주지 못한 것 맘에 걸렸다. 그렇지만 이제 시작했으니 자주 볼 수 있겠제. 서울 모임에서 또 보자, 꼭. 예쁜 마눌님도 같이 오시면 더 좋겠다.
그래,작년에 좋은 사진도 많이 올리고 했던 친구로 알고 있었지.개인적으로 가을 공원에 빨간 바바리입고 유모차 밀던 애기 엄마 사진이 이뻐서 내가 퍼가지고 갔었는데... 정모왔을 때 못 챙겨줘서 미안스럽다.카페서라도 자주 보기를...
ㅎㅎㅎ그 J가 누군지 알고 있지롱~~~병곤아 방가워 *^^*
아름다운 마음 좋으네...
J에게 라는 노래가 생각나넹! 친구 그 가슴 저민 첫사랑 죽을때까지 간직 하시게나... 친구들 우정도 가슴에 깊이 묻어두면서...^69^
병곤친구 만나서 반갑고, 어쩜 그렇게 기억력이 좋을까 부럽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