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통의 삶, 여한 없는 인생 –풍족한 사람이란 자기가 갖고 있는 것으로 만족할 수 있는 사람이다.- 탈무드
땅속에서는 아직 꽃피울 기미조차 없건만 때가되면 땅위에서는 그가 피어올라 온다는 이치를 믿어 의심치 않고 온갖 축제준비에 세상이 소란스럽다. 어디를 가든지 사람의 색깔은 없고 봄은 온통 꽃 색깔이다. 우리지역에 벚꽃이 만개하면 하얀 벚꽃 같은 사람들이 나풀나풀 모여들어 영암의 명물이라는 낙지골목을 거치게 된다. 기약 없는 고객을 기다리는 일상이 영업이라 한다면 영암을 대표하는 낙지골목의 상가 안에 미용실은 특히 축제기간에 먹거리 골목의 주제와는 참으로 동떨어진 영업이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장터의 정서는 우선 돈을 쓰고 버는 핫한 장소임에는 틀림이 없을 것이다. 또한 영업장에서 고객을 맞이하는 마음은 항상 긴장하고 대기하는 상태이다 보니 때로는 스스로 스트레스를 받거나 고요 적적하여 무료함도 적지 않다. 그러다가 주일이 되면 이곳을 훌쩍 벗어나 어디든 떠나는 것이다. 가다보면 가슴이 트이고 삶이 보이며 인생의 맛을 만끽하는 그야말로 여유와 자유로 흥건히 젖게 된다. 꽃피면 꽃이 되고 풀 피면 초록이 되며 무지개를 쫓아 하염없이 달리다가 때로는 하늘이 되기도 한다. 누군가와 약속을 하여 목적지를 의논하고 날짜를 잡고 기다리거나 서둘러 준비하지 않아도 혼자서 거침없이 떠나보면 알 수 있다. 세상은 얼마나 살아볼만하며 무심히 흐르는 세월이라도 충분히 붙잡을 수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것이 나에게는 보통의 삶이며 “나는 지금 잘 살고 있는가.” 스스로에게 묻는 질문에는 최상의 인생이라 여긴다. 특히 소상공인으로써 휴업을 하더라도 돈이 있어야 하고 여행을 떠나더라도 먼저 돈이 필요로 하지만 돈이란 써야 돈으로서의 가치를 최대한 발휘하는 재미있는 재화라는 것이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세계에서 가장 빠른 성장을 해온 나라이고 가장 모범적인 발전을 이루어 다른 나라의 본이 되는 나라로 여겨졌다. 그토록 성장해오는 동안 어려웠던 시대적 인물들은 참으로 배고프고 힘듦을 견디어 이루어냈으며 지금의 우리는 그 시대의 후세라 말할 수 있겠다. 그러나 현재는 초저출산 국가이고 그에 따른 초고령사회로의 이행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아이가 태어나지 않는 나라가 되었고 태어난 아이들이 행복하지 않은 나라가 되었다고 말한다. 그것은 곧 우리는 잘살기 위한 목표를 두고 선진국이 되기 위해서 중요한 가치들을 선진국이 된 다음으로 미루었다. 행복하기 위해서 행복을 미루었다는 것이다. 곧 돈을 많이 모아 둔 다음에 쓰겠다는 것인데 일을 한다는 것은 돈을 벌기위한 목적이아니라 자아실현의 목적이어야 한다. 아울러 돈을 벌기위하여 또는 명예나 권력을 차지하려고 열정을 불사르는 태도를 시작으로 어느 시점에서 멈출 때는 멈출 줄 아는 변곡점에서의 지혜와 용기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러했을 때 모두의 귀감이 되는 것이며 아울러 본인에게는 성공한 자아실현의 모습일 것이다. 사실 그렇게 사는 것이 보통의 삶이며 보통으로 살기 위해서는 특별한 인내와 절제가 필요하다. 돈 버는 일을 멈추지 못해서 돈이 많다거나 명예와 권력을 때가 되어도 내려놓지 못하고 차지하고 있는 이들을 우리는 성공했다고 말한다. 돈과 권력과 명예를 떠난 정녕 그들의 일상과 마음이 어떻든지 말이다. 우리는 특별함이거나 무엇인가에 색다르게 뛰어나지 않은 보통사람과 보통의 일상을 만만하게 생각한다. 그러나 평범하게 사는 것을 시시하게 생각해서는 안 된다. 우등만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 높은 자존감과 자신감으로 자신만의 성향을 스스로 존중하며 보통으로 산다는 것은 대단히 수수하게 산다는 것과 다를 바 없다. 보통으로 사는 것은 참으로 수월하고 무난하다. 보편적인 다수의 사람들은 그렇게 살아가고 있지 않던가 말이다. 다만 무난하고 예사로운 삶을 누리고 살면서 자본주의사회가 만들어가는 부와 명예에 대한 불안감으로 위축되지는 말아야 할 일이다. 전 세계인들이 가장 부러워하는 직업을 가졌다던 '엔서니 보데인'이란 사나이는 세계를 여행하며 먹거리와 새로운 경험을 탐구하며 지내는 사나이였지만 “방패 속에서 지루하게 살 것인가 방패를 걷고 화살을 맞을 것인가“ 늘 두 가지 옵션을 가지고 극단에서 살았다고 한다. 하지만 새로움의 극단을 계속 추구하던 그의 사인은 자살로 추정하고 있다. 모두가 바라는 최고의 삶을 살았다고 하지만 자의든 타의든 떠밀려 중간지대가 없이 산다는 것이 어떤 것인지 시사하는 바가 크다. 그런가하면 사람 사는 것은 어디나 똑같다고는 하지만 그 삶의 방식은 철저히 최선의 가치로 창조해 가야 한다는 것과 평범한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깨닫게 하는 대목이다. 또는 뉴욕 타임즈 베스트셀러작가인 요한하리는 '인간은 분위기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즉 어느 도시에 사느냐에 따라 비만이 될 수도 날씬할 수도 있다 한다. 주변 분위기에 따라 삶이 달라진다는 이야기다. 코로나 이후로 세상은 많이 변화하였다. 사람을 만나려는 노력보다는 쉬운 길을 택할뿐더러 교감할 인간이 없어지고 인간의 감정만을 다루는 유튜버 등에 애정을 쏟아가고 있다. 정녕 앞으로의 시대는 핵 개인의 시대로 입성하게 되니 내가 살아가는 범주가 곧 나의 세계관이란 말이다. 우리는 시대적응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서 핵 개인으로서 당당한 삶을 살아가야겠다. 에너지를 순환시켜서 어디로든지 보내고 받아야 한다. 어른들은 요즘 아이들을 자신밖에 모른다고 말한다. 생각해 보건데 자신에게 엄격하기란 참으로 어렵고 용기가 필요하다. 아울러 타인에게 관대하라는 말은 소소한 남의 일상에 간섭하지 말라는 말과 일맥상통할 것이다. 그렇다면 요즘 아이들의 자신밖에 모르는 것은 대단히 이기적인 것 같지만 타인을 향해 무척 관대하다고 볼 수 있겠다. 오히려 세상을 충분히 살아온 기성세대인 우리가 남을 의식하지 않고 자기중심적 삶을 살아가는 가운데 자신에 대한 엄격함이 더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잘 사는 인생은 높은 자리에 올라 성공한 것이 아니라 스스로 절제하면서 자유한 인생, 바로 여한 없는 삶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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