퓨전한옥에서 노을을 즐기다. 함평 주포마을
한옥예찬 글을 많이 썼지만 막상 내가 숙박을 한다면 좀 망설여진다. 웃풍이 심하고 개방되어 옷차림에도 신경 써야 하며 만약 낯선 이와 마주치면 영 불편하다. 거기다 화장실까지 떨어져 있다면 마당을 가로 지르는 것이 왜 그리 멀게 느껴지는지 모르겠다.
그러나 함평 주포마을은 한옥이 불편하다는 편견을 단박에 깨준다. 겉은 한옥이지만 유리로 단열을 해 춥지 않고 침대도 있으며 호텔처럼 편의 시설을 갖추고 있다.
현대식이만 고풍스러운 인테리어 덕에 한옥의 정취를 만끽하게 된다. 너른 마당에 불을 피워 불멍까지 할 수 있어 캠핑의 맛까지 간접체험하게 해준다.
주포마을의 한옥은 대략 30 여 채. 집집마다 가옥의 구조가 다를뿐더러 주인장의 서비스도 제각각. 앞바다가 내려다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는 한옥도 인기 있고 두런두런 얘기를 나누면서 정신적으로 힐링 할 수 있는 주인도 만날 수 있고 술까지 나누면서 시골의 정을 느낄 수도 있다.
내가 머문 곳은 37번가 한옥. 주인장 부부의 따뜻한 환대 속에 짐을 풀었다. 마당은 널찍하며 화단은 안주인의 손길이 닿았는지 꽃들로 가득하다. 물방울 형태의 테라스에 앉아 한옥만 바라봐도 제대로 힐링이 된다.
내부는 거의 펜션 분위기. 전자렌지. 냉장고, 전기밥솥, 식탁과 인덕션까지 갖추고 있어 식재료만 가져오면 몇 끼는 거뜬히 해결할 수 있겠다.
한옥임에도 복층구조다. 계단을 따라 2층에 오르니 더블침대가 떡 하니 놓여 있다. 화장실은 호텔 객실처럼 깔끔하다. 비데가 있으며 돌을 깎아 만든 세면대는 세련되었다.
밤이 깊어지자 장작을 피워줘 제대로 불멍에 빠지게 된다. 아침에 일어났더니 정성 가득한 샌드위치와 커피 그리고 국산콩 두유까지 그야말로 몸과 마음이 호사를 누린다.
평일 비수기에는 12만원 선, 주말에는 20만원이다. 1집에 3~4개의 객실이 있다. 주말에는 마을 전체가 인기 있어 방을 구하기 힘들 정도란다.
37번가 한옥펜션 010-6604-4373 www.37st.kr
한옥마을 바로 옆에는 주포캠핑장. 10여 개의 데크가 있으니 캠핑을 해도 좋겠다. 1분만 걸어나가면 갯벌이 펼쳐진다.
가을에는 국화와 억새가 일품이라는데 핑크뮬리가 필 때면 북새통을 이룬다고 한다.
마을에서 해안선을 따라 15분쯤 걸으면 돌머리해수욕장. 바닷물을 가로 막은 해수풀장과 캠핑장이 조성되어 있으며, 최근에 바다위에 데크길을 만들어 제대로 된 일몰을 감상할 수 있다.
고창처럼 함평은 민물장어가 맛이 좋아 미식가들이 알음알음 찾아온다. 주포수산(061-322-3090)에서는 씨알 굵은 장어를 숯불에 구워준다. 장어소수와 생강을 같이 먹는다. 지역 술인 천지향 복분자 술과 함께 먹으면 금상첨화다. 장어뼈로 우러낸 육수의 맛이 진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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