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대 업체 중 20여 곳 워크아웃ㆍ법정관리
M&A 시장서도 ‘칼바람’…회생실 험난
현재 대한민국 건설업계는 ‘중환자 병동’이라도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저마다 ‘산소 호흡기’를 달고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겨운 나날들을 보내고 있다. 하지만 중환자 병동이 으례히 그러하듯, 건강을 회복하고 나가는 경우는 희박하다. 워크아웃ㆍ법정관리 신세를 털고 졸업하는 사례는 소수에 그친다는 소리다.
대한건설협회 통계에 따르면 2008년 7월 말 기준 시공능력평가 순위 100대 건설사 중에서 워크아웃, 법정관리, 채권단 관리, 부도, 폐업 등의 처리를 받은 건설사는 총 45개사에 이른다. 거의 절반이 경영난에 처한 경험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2013년 10월 중순 현재 워크아웃ㆍ법정관리 과정인 건설사는 20여 곳에 이른다. 구체적으로 쌍용건설, 금호산업, 벽산건설, 신동아건설, 남광토건, STX건설, 극동건설, 동양건설산업, 고려개발, 진흥기업, 한일건설, 남양건설, 삼호, LIG건설, 동일토건, 우림건설, 동문건설, 신일건업, 범양건업, 중앙건설, 삼환까뮤 등이다.
저마다 경영 정상화를 위해 힘쓰고 있지만 그리 순탄하지만은 않다. 최근 인수합병(M&A) 시장에 5곳의 건설사가 매물로 나왔지만 부동산 경기침체와 인수업체 및 채권자의 매각금액 불일치로 불발됐다.
한때 건설 ‘명가’로 불렸던 쌍용건설이 대표적인 예다. 쌍용건설은 최근 독일계 엔지니어링 회사인 M+W와 벌인 수의계약 협상이 무산돼 다시 공개매각 절차를 밟을 전망이다. 지난해 다섯 차례 매각공고를 냈지만 모두 실패한 바 있다. 특히 쌍용건설은 상반기 흑자전환에 성공하고 약 11억달러 해외수주를 앞두고 있어 기대감이 커졌지만, 매각금액을 놓고 채권자와 M+W 간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정관리 중인 동양건설산업은 5월 노웨이트 컨소시엄을 인수자로 선정했지만 재무적 투자자의 이탈로 중도금을 마련하지 못해 계약이 해지됐다. 동양건설산업은 내달 인수합병 입찰을 다시 실시할 예정이다.
LIG건설은 지난 8월 매각입찰을 실시했지만 한 곳도 입찰에 참여하지 않아 유찰됐다. 벽산건설 역시 매각입찰을 지난달에서 이달 말로 연기했다. 8월 이후 세번째다. 인수의향 업체가 부동산 시장 침체 등을 이유로 일정 연기를 요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남광토건의 경우 수 차례 매각이 무산돼 법정관리를 신청한 뒤 현재 재매각을 준비하고 있다.
즉 7월 연합자산관리에 인수된 신성건설을 제외하면 올 들어 건설사 M&A에서 이렇다 할 성과가 나오지 않고 있는 것이다.외국계 기업과 사모펀드, 이랜드 등 일부 국내 기업이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
문제는 향후 규모와 상관 없이 향후 워크아웃ㆍ법정관리 신세를 질 업체들이 늘어날 가능성이 높다는 데 있다.
건설업계는 정부가 4대강 사업 등에 참여한 건설사에 대해 부정당업체 제재에 들어갈 경우 경영난이 더욱 심각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부정당업체로 지정돼 정부의 공공공사 입찰에 참여하지 못하면 수주길은 완전히 막히게 된다. 4대강 사업에는 10대 대형사를 포함한 비교적 우량 건설사도 대거 포함돼 있다.
아울러 중견ㆍ중소 건설사에 대한 금융권의 솎아내기, 즉 구조조정도 본격화할 전망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금융권에서 50억~500억원을 빌린 중소기업 가운데 부실 가능성이 있는 1100여 개 업체를 세부평가 대상으로 선정해 신용위험 평가작업을 마무리하고 있으며, 평가결과는 이달 말쯤 나올 예정이다. 여기에는 부동산ㆍ건설업체가 집중적으로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건설업계는 쓰러지는 건설사가 늘어날 경우 산업 경쟁력뿐만 아니라 경제 전반에도 악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우려한다. 건설업 투자 비중은 국내총생산(GDP)의 15.5%대에 이를 정도로 파급력이 큰 탓이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사가 경영난에 빠질 경우 자재업체, 설계업체, 엔지니어링업체 등이 연쇄적으로 타격을 받게 된다”며 “건설사의 회생을 도울 정부의 적극적인 대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정석한기자 jobize@
〈앞선생각 앞선신문 건설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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