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안일기(10)- 내포문화숲길(솔뫼성지-신리성지)
1. 충남에는 아산, 예산, 당진, 서산, 홍성 지역, 예부터 ‘내포’라 불리는 아름다운 내륙을 걷는 코스가 있다. 일명 ‘내포문화숲길’에는 수많은 사람들의 발자취가 남아있다. 그 곳에는 고승의 깊은 수행 흔적이 있고, 천주교가 받았던 탄압의 기억이 있으며, 백제 부흥군과 동학군의 슬픈 투쟁도 남아있다. 충남 지역 둘레길은 충남의 ‘내포지역’을 중심으로 답사하려 한다. 첫 번째는 대표적인 성지 순례길인 솔뫼성지와 신리성지 사이의 길이다.
2. 우리나라 최초의 신부인 김대건의 고향인 솔뫼성지에서 신리성지까지에는 다른 이름의 길도 많이 중첩되어 있다. 버그네 순례길과 서해랑길도 이곳을 지난다. 다만 코스는 조금 다르다. 순례길과 서해랑길이 합덕면의 중심지역을 지나는 반면, 내포숲길은 광활하게 펼쳐진 내포평야를 따라 걷는다. 내포평야는 대표적인 곡창지역인 호남평야는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다. 주변 산세가 주는 포근한 분위기와 조화를 이루어 규모는 넓지만 마치 앞마당과 같은 편안함을 주는 공간이다. 길도, 산도, 논과 밭도, 그 사이를 지나는 철로도, 소박하면서도 따뜻한 코스이다.
3. 이 코스에는 충남의 대표적인 천주교 관련 시설이 있다. 프란치스코 교황도 방문했던 솔뫼성지와 100년이 넘는 합덕성당이 있고 과거보다 깔끔하게 정리된 신리성지가 있다. 제법 많은 한무리의 여성들이 젊은 신부의 안내를 받으며 성지답사를 하고 있었다. 한국 종교의 근간을 이루는 여성들의 참여와 힘을 여기에서도 확인한다. ‘종교’는 철저하게 감성과 정서가 작용하는 영역이다. 초월적인 존재에 대한 믿음을 전제하지 않고는 성립할 수 없기 때문이다. 여성들은 남성보다 훨씬 큰 정서적인 깊이와 넓이를 가지고 있다. 때론 그러한 힘이 부정적인 방향으로 흘러가기도 하지만, 제대로 작동한다면 위기와 혼란 속에서도 생존할 수 있는 강한 힘이 될 수 있다. 무엇이든 절대적으로 선과 악을 구분할 수 없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방식으로 작용하는가가 중요하다. 종교는 상황에 따라 전혀 다른 얼굴을 보여주는 특별한 세계이다. ‘종교’에 대한 관심은 그런 점에서 중요하다. 적절하게 관리될 수 있다면 인간에게 힘이 되지만, 통제에서 벗어날 때 그것은 거대한 재앙으로 다가온다.
첫댓글 - 버그내 순례길을 보며 산티아고 순례길이 생각나는 까닭은 아쉬움인가 아니면 당연한 연관성인가 이도저도 아니면 슬픈 역사성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