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면도를 경유하여 변산수련원까지 하루 일정의 출장이 주어졌다.
도시농협의 역할과 지역별 부녀회의 상생가치를 강조하며
성출하기, 산지에서 생산되는 우리농산물을 홍보하고 판매하는데
항상 변함없는 정성으로 맨 앞줄을 서시는 역대 여성고문님으로부터
각 지역별 부녀회장단과 함께 고추와 고구마 집산지인 안면도를 찾았다.
도착과 함께 반갑게 맞아주시는 안면도 지인들의 환대 속에서
올 한해 고추생산으로부터 고구마수확까지 판매와 관련된 서로의 수고와 땀을
격려하고 위로하며 점심만찬이 이어졌다.
전국의 여느 지역과 다를바 없이 안면도 또한 특작물 고추와 고구마 풍작에 이어,
배추까지 과잉생산으로 인한 농업인의 한숨소리가 여기저기 메아리치고 있다.
그리하여도 10여년의 세월을 함께 동고동락해오며
고추와 고구마, 소금부문에서 안면도산 엄선제품들이 인기리에 각 지역별 판매로
연계되며 안면도 농산물 브랜드가치를 한껏 고양하여 왔기에 힘겨운
농업환경이 자리한 2013년 한해이지만 부녀회장단과 안면도의 지인사이에는
말로 표현하지 않아도 서로가 서로를 느낄 수 있는 뜨거운 그 무언가가
위로로서, 격려로서 한울타리가 되었다.
덴빈과 블라벤의 태풍이 안면도 자연휴양림을 거쳐 서해의 논밭을 쓸어담을때에도
거리를 마다않고 봉사활동을 겸했던 2012년도 함께 기억하였다.
4시가 되어서야 안면도를 출발,
상현달이 중천에 걸린 이슥한 시간에 부안소재 변산수련원에 도착하여
산채비빔밥집 '나그네와 호박'을 찾았다.
영욕의 서울생활을 접고 귀향을 선택한 노부부!
거의 모든 음식재료를 집앞 텃밭에서 공수한다는 부부는 구수한 된장과 장까지
손수 담그시고 버섯으로부터 듣도 보지도 못한 맛있는 나물류까지
모든 분들의 칭찬이 테이블마다 끊이질 않으니.., 그래서 유명한 '맛집'이란다.
든든히 배를 채우고 숙소 변산수련원에 도착한 어르신들!
모처럼 가정에서 -
남편에게서 -
손주 손녀에게서 -
짐을 던진 회장단의 노래방 노랫소리가 슬피 울다가도 즐거운 곡선을 타고
나즈막하다가도 벼락소리를 지르니 변산의 밤파도 소리가 노랫가락에 묻힌다.
(안면도 고남면 선착장에서 바라본 작은 섬마을(좌) 변산수련원의 고급스런 1층 로비)
노랫가락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부녀회장단과 인솔 차장을 남겨두고
서둘러 귀경길에 오른다.
부안으로부터 서울까지 갓 300여Km가 넘는 거리이지만 인적없는
고속도로의 밤길은 1시를 전후하여 불광동에 도착하였다.
1박 2일 출장길이라 말했었는데..,
딸래미 여인네들의 반란^^
딸래미로부터 낯선 친구녀석들이 거실을 점거하곤 큰대자로 곤한 잠에 빠져있다.
어깨 위에 앉은 피곤을 뒤로 하고
일찌감치 행주내동 배추밭으로 향하였다.
비소식이 전해진 목요일과 금요일을 전후하여 집집마다 김장이 계획된 모양이다.
사무실 마당 송도어판장 젓갈시장이 난데없이 북적이고
근교 농지에서 공수한 망배추와 알타리가 금새 동이 나고 말았다.
턱없이 일손이 부족한 서울근교의 농가에도 이래저래 쏟아지는 한숨이 안면도의
그것을 닮았다.
수확된 배추를 망에 담고 상차를 거듭하여 각 영업점으로 분주히 움직이는
구매팀장의 수고가 하늘 끝에 걸렸구나.
모자란 일손을 저어하고 사무실에 와계시다는 탄현의 지인을 맞았다.
수확의 기쁨마저도 느끼질 못하고 갈아 엎어지는 저 푸르른 배추들처럼
탄현엔 햅쌀이 넘쳐나고 있단다.
다행히 학교급식이 확대되며 양곡분야에 대한 2014년도의 도전은 그리하여도
배추에 비하여는 밝은 편이다.
무조건 힘내자 하였다.
무조건 뛰어다니라 하였다.
수확과 소비의 희비곡선 속에서 지금은 정반합의 '반'을 돈 셈이다.
저녁!
참으로 오래간만에 군대 동지들을 만난다.
유격훈련에 돌입하며 산 기슭으로부터 시작된 구르고 깨지고 나뒹굴고 땀범벅인
그이들은 높다란 장벽을 기어 오르기도 하고, 더러는 물웅덩이에 빠지기도 하며
드디어 화생방 깨스실 안에서 눈물 콧물 몸안에서 나올 수 있는 액체란 액체를
죄다 뿜어대며 호랑이같은 조교들의 그나마 인간미라고 평가할까?
'어버이은혜'가 계양산에 메아리치던 그때 그시절 동지들이었다.
그 독하디 독한 깨스실을 훈련병을 달고 한번, 일반하사 교육을 이수하며 또 한번,
까스실의 동지애는 UDT(뭔지도 모르면서..,) 그들의 동지애보다 한수 위 아닐까?
그렇게 맺어진 역전의 동지가 지금은 소주 한병에 겁을 내며 살아온 얘기들에
서로 일희일비..,
북한산 메기매운탕집 지붕위 하늘엔 깨스실 콧물닮은 심술궂은 가을비가
검은 때를 잔뜩 묻히어 애마 붕붕 위에 앉았다.
순천에 산다는 동지 한놈을 수색하여 12월 13일 다시한번 회합하기로 하고
가랑비 가을비에 취기를 달랜다.
귀가!
수능과 기말고사를 끝낸 아들, 딸래미의 여유가 집안 여기저기에 흔적으로 남는다.
묵은 빨랫거리는 아들녀석이 말끔히 해결하였단다.
한번 했다하면 끝을 보고야마는 딸래미의 설겆이실력은 유한락스와 같다.
불광동이 하얗게 빛난다.
내일은 눈이 오려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