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다려주지 않는 것.
(상山을 넘지 못했으니 명사십리도 보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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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혜로운 눈을 가진 사람은 날씨가 한창 더위로 치달을 때도 가을을 본다고 했다.
잦은 비로 더운 날수가 예전 같지 않다고 느껴지는가 싶더니 아침저녁으로 차츰
가을향기가 묻어난다.
곡식과 과일이 익어가는 이 시절에는 바람의 피해가 그 어느 때 보다 무섭다지만
일조량도 중요한 일을 하는데 곡식을 익게 하고 과일의 당도를 높여주기 때문이란다.
요즘은 따뜻하고 습기를 머금은 북태평양고기압이 한반도로 밀려와서 불안정한 대기는
연일 소나기를 품었다 내뱉곤 한다.
고속도로를 달리는 사람들은 날벼락처럼 내리는 빗줄기에 놀라고 차량윈도의 와이퍼는
정신없이 왔다 갔다 할 것이다.
구름 속에 숨어있던 천둥과 번개는 소나기의 난타에 장단을 맞췄으리라.
“구름은 만삭이다 / 양수가터진다 / 흰 접시 수만 개가 산산이 박살난다.
하늘이 천둥 놓친 뒤 / 낯 색이 파래진다,”
詩人 장 석주는 여름철 소나기를 이렇게 읊었다.
오늘은 전남 완도군 신지면 신지도에 있는 상산(324m)을 산행하는 날이다.
신지도는 동백나무, 곰솔, 후박나무, 팽나무 등의 아열대성 식물이 자라고 있으며.
근해에서는 갈치, 멸치가 잡히고 김, 미역 등의 양식이 활발하다.
해안 어디에서나 농어와 도미가 잘 잡혀 바다낚시하기에 좋으며 신지대교가 완공되어
완도에서 차량 편으로 왕래하고 있다.
최고점은 상山이며 그밖에도 노학峰(225m), 범산(151m), 기선峰(141m) 등이 남북으로
뻗어 있다.
상산을 넘으면 명사십리에서 산행의 피로도 풀 겸 가는 여름의 마지막 피서를 명사십리
(明沙十里)의 은빛모래를 밟으며 하루를 보내기로 했었다.
신지명사십리해수욕장(薪智鳴沙十里海水浴場)은
이름에 얽힌 이야기가 전해 오고 있는데, 조선 후기 철종의 사촌 아우였던 이 세보는
안동 김氏의 계략에 걸려 신지도로 유배를 오게 되자 밤이면 해변에 나가 북녘하늘을
바라보며 유배의 설움과 울분을 詩로 읊었다한다.
억울한 귀양살이에서 풀려난 이 세보가 한양으로 돌아간 다음부터 이곳 모래밭에서는
비바람이 몰아치는 날이면 모래밭에서 이상한 소리가 들려왔는데 그 소리가 마치
울음소리 같다 하여 명사십리(鳴沙十里)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하는데, 유배중 이 세보가
이곳에서 읊었다는 77수의 詩가 전해지고 있다.
더위가 아무리 기승을 부려도, 장맛비가 하루를 멀다하고 내렸어도 이 땅에 절기는
의연하게 찾아오는가 보다.
요즘 밖에 나가면 텃밭 고랑에, 바람에 겅중겅중 거리는 “족두리 꽃”을 볼 수 있다.
새우수염처럼 능청능청 늘어진 꽃 수술이 “바람타고 나는 나비” 같다하여
풍접화(風接花) 라고 부르기도 하는 꽃.
“바람의 손길이 스쳐야 / 비로서 / 피가 도는 女人
이 천지간 / 저 혼자 몸부림쳐 피는 꽃이 / 어디 있으랴“ (이 가림詩人)
소박하고 강인하지만 당당하고 의젓한 꽃 “족두리 꽃”이 바람 불 때마다 겅중겅중
탈춤 추는 서역사내의 처용무(중요무형문화재 제39호)처럼 보인다.
그렇다, 우리가 붙잡는다고 기다려 주지 않고 거부한다고 오지 못할 계절이던가!
비만 그치면 매미소리 요란하고 배롱나무 꽃의 붉은빛은 더욱 짙어만 갈 것이다.
요즘 광주 날씨는 아침만 되면 양이 많든 적든 간에 비가 내렸다.
오늘도 집을 나서는데 예외 없이 구름 낀 하늘에서 빗방울이 떨어진다.
우산을 폈다, 지난주 산행 때 다친 왼쪽무릎이 심하게 아파왔다.
마음이 약해지기 시작한다,
가야할까, 말아야할까? 하면서도 오래된 습관 때문에 본능적으로 버스정류장을 향해
발걸음을 내딛고 있었다.
그때 핸드폰에서 벨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그동안 폐암으로 투병 중이던 전 직장동료가 사망했다는 소식을 모임에 총무가 알려온
것이다.
아니! 그 친구, 며칠 전에 내일 문병 간다고 연락을 했더니 기다리겠다고 웃던 사람이---
각하洞에 있는 그린장례식장으로 모이라는 연락이었다.
장례식장 건물입구에 세워진 커다란 자연석에 천상병시인의 3연9행의 귀천(歸天)이란
詩가 새겨있었다.
죽음을 순순히 받아들이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으며 하늘로 돌아가면서 동반할
것이라고는 이슬과 노을밖에 없다는 세상을 달관한 詩人의 정신세계를 느낄 수 있다.
삶의 아름다움을 회상하는 글이지만 이 속에는 삶이 괴로움이었다는 내용도 숨겨져
있으며 미련과 집착을 버리고 하늘로 돌아갈 수 있는 진정한 자유인의 정신을 독백으로
표현한 詩이다.
귀천(歸天)
천상병詩人 (1930-1993년)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새벽빛 와 닿으면 스러지는
이슬 더불어 손에 손을 잡고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노을빛 함께 단둘이서
기슭에서 놀다가 구름손짓 하면은
나 하늘로 돌아가리라
아름다운 이 세상 소풍 끝내는 날
가서, 아름다웠더라고 말하리라---
광주와는 딴판으로 완도의 날씨는 쾌청했으며 상山산행도, 명사십리해수욕장에서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는 나를 약 올리는 회원들의 전화가 있었다.
신지도(薪智島)는 전남 완도군 신지면에 딸린 섬으로 완도 동쪽 5㎞ 해상에 있으며
모황島 등과 함께 신지면을 구성하고 있다.
백사장 길이 3.8㎞, 너비 150여m로 신지도 선착장에서 동쪽으로 2.5㎞ 떨어진 곳에
있다는 해수욕장은 백사장이 넓은데다 수심이 얕고 경사가 완만하며 백사장 뒤편에
울창한 곰솔 숲이 있어 여름피서지로 적합하다고 한다.
명사십리(明沙十里)해수욕장으로도 불릴 만큼 모래가 부드럽고 깊어 이곳에서
모래찜질을 하면 신경통, 관절염, 피부질환에 효과가 있다고 하니,
못가서 약 올라죽겠네!
(2011년 8월 19일)
첫댓글 엄청 약오르리 시겠네요^^*.다친 곳 사진은 찍어 보셨나요
함께하지 못하였어도 팡팡님의 산행후기란을 읽게 되여서 좋아요.빨리 낳으시어 다음주에는 꼭 함께 해요
어려운 조건 속에서도 금광을 위해 성실하게 봉사하는 우리총무님 노고에 감사의박수를---
짝-짝-짝- 하루종일 짝-짝----
바보, 바보 Y 2011.08.21 13:39수정 | 답글 | 삭제 | 신고
기다려주지 않는 것은 죽음만이 아니지요,
바람난 아내, 변심한 애인도 기다려 주지 않지요!!!
나는 언제 하늘로 돌아가려나? 항상 좋은 글 감사^^
반갑고 고마운 분이 왔다 가셨군요.언제 시간 좋을 때 초대 한 번 할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