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 최종 선고가 내달 초에 나올 것이라는 전망이 유력한 가운데, 태극기집회와 촛불집회가
주말 서울도심에서 세 대결을 벌였다.
특히 인파가 몰린 태극기집회는 역대 최다 참가인원 250만명(주최 측 추산) 기록을 세우고,
더불어 다수의 현역 국회의원도 연단에 세웠다. 촛불집회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구속을 강조하면서 '탄핵 인용' 분위기를 펌프질 했다.
촛불집회 참가인원은 75만명(주최 측 추산)이다.
'대통령 탄핵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탄기국)'는 19일 서울 중구 덕수궁 대한문 앞에서 '13차 태극기집회'를 열고, 헌재의
'탄핵 기각' 결정을 촉구했다. 오후 2시 1차 집회가 시작되자 시청역 출구마다 태극기를 손에 든 참가자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 대한문
앞에서 운집하기 시작한 참가자들은 20여분 만에 서울광장까지 들어찼으며, 집회가 무르익던 3시께 태극기 물결은 숭례문 앞 도로까지
번져갔다.
3시50분쯤 가두시위를 시작한 태극기집회 참가자들은, 서울 곳곳을 태극기로 덮으면서 '애국가'와 '군가' 등을
불렀다. 이날 태극기를 든 시민들은 대한문에서 출발해 남대문-한국은행 교차로-회현교차로-명동입구역-퇴계로2가 교차로-을지로2가
교차로-을지로입구역-플라자호텔 앞을 경유해 다시 대한문으로 돌아오는 행진을 벌였다.
20~30대 젊은 참가자들도 크게 늘어난 모습이었다. 이들은 스티커, 우산, 망토 등을 활용해 태극기를 온 몸에 걸치고 행진했다. 이
외에도 '육사 동기회', '해병대 예비역 장교단', '공군 예비역 장교단' 등이 현수막을 들었으며, 지역에서 상경한 조직들은 '제천',
'구미', '여수' 등 깃발을 들고 함께 이동했다.
참가자들은
▲억지탄핵 원천무효
▲썩은 언론 광고 중단! 민노총 해체! 국회 해산!
▲거짓 선동 언론 분통터져 태극기 들고 나왔다
▲고영태 일당 구속수사하라 등의 피켓을 들고 구호를 외쳤다.
탄기국 관계자는 "최근 참가자가 늘어나는 추세에 맞춰 스피커와 카메라 등 장비를 추가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이날 질서유지 및 치안을
위해 집회장소 인근에 경비병력 190개 중대 약 1만5,000명을 배치했다.
◆ '기획 폭로' 고영태, "구속 수사 촉구"
이날 마이크를 잡은 연사들은 하나 같이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의 '녹음파일'을 지적하면서 검찰의 구속수사를 촉구했다.
김진태 자유한국당 의원은 "고영태의 죄목이 공갈·절도·사기 등 7가지로 볼 수 있는데 이렇게 나라를 뒤집어 놓은 사람이 지금도 거리를
활보하는데, 이게 정의로운 나라인가"라며, "황교안 권한대행은 법무부에 수사를 지시하고 법무부는 수사지휘권을 발동해 검찰에 구속할 것을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같은 당 조원진 의원은 "고영태를 구속시키고 배후를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고영태 녹취록'에 담긴 고 전
이사의 발언, '빵 터져서 날아가면 이게 다 우리 거니까'가 사회 혼란을 기획하고 사익을 취하려는 행태였는지 수사해야 한다는
것이다.
조 의원은 "사악한 고영태 일당의 음모와 거짓·선동의 언론, 편파 수사하는 검찰, 가짜 촛불민심에 대한민국 국민이
속았다"며 이 같이 말했다.
윤상현 의원도 "결국 (탄핵 사태는) 고영태 등 사기꾼들이 작당하고 음모한 것"이라며 "여기에 언론과 정치권이 따라가고 검찰과 특검이
칼춤을 추는 현실이 됐다"고 한탄했다.
전희경 의원은 "특검은 정말 감옥에 가둬야 할 사람들은 가두지 않으면서도 '세상이 바뀔테니 우리에게 줄 서라'라고 겁주고 있다"며
"검찰과 언론이 위에서 국민을 조롱하고 지배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주장했다.
정광용 탄기국 대변인은 '국민저항본부' 발족을 선언하고 "국가 반란 세력을 분쇄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정 대변인은 "우리는 그동안
평화적인 방법을 고수해왔지만, (우리의 주장이) 경시되고 무시되는 분위기를 용서할 수 없다"며, "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완전히 다른 방식을
선택할 수도 있음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정 대변인은 "우리가 뭉치기는 했지만 정치권과 검찰, 특검, 헌재는 겁을 내지 않는다"며 "이대로 주저앉을 수는 없지 않나,
국민저항권에 따라 대오를 정비하고 목숨을 걸고, 결사 항쟁할 것"이라고 공언했다.
◆ 광화문 촛불...이재용 구속, 여세 몰아 탄핵까지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이날 오후 4시30분부터 광화문 광장에서 '박근혜·황교안 즉각퇴진! 특검연장! 공범자
구속을 위한 16차 범국민행동의 날'을 주제로 1부 집회를 열고, 박 대통령 퇴진을 요구했다. 이후 6시에는 2부 집회, 7시 30분 부터는
행진을 벌였다.
행진은 청와대 방면으로 3개 경로, 헌재 방면 2개 경로, 대기업 사옥 방면으로 6개 경로 코스로 진행됐다. 이들은 '즉각퇴진'
'재벌해체' '특검연장' 등의 피켓을 들고 "국정농단 정부와 재벌 공범들을 모두 수사해야 한다"고 외쳤다.
일부 시위자는 "더불어민주당, 국민의당, 바른정당, 정의당 등이 탄핵 인용에 찬성하는데 무엇이 문제인가"라고 말했다.
퇴진행동은 이날 논평을 통해선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에 환영의 뜻을 내비쳤다. 퇴진행동은 "그동안 법률가 농성단, 퇴진행동 재벌구속특위,
시민들이 법원 앞 철야 노숙 집회를 하며 법원에 이재용 구속영장 발부를 요구한 결과 이재용이 구속됐다"며 "법 앞의 평등이라는 원칙이 적용된
이재용 부회장의 구속은 정경유착을 근절하고 재벌개혁의 단초를 마련하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했다.
퇴진행동은 아울러 "현대차, SK 등 재벌총수의 뇌물죄 등에 대한 수사는 진행되지 않았고 청와대 압수수색을 비롯한 박근혜와 공범자들의
중대범죄에 대한 엄정한 수사와 마땅한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날 집회에는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안희정 충남지사가
참석했다.
퇴진행동은 앞서 오후 1시에는 장충체육관에서 '2017 대한민국, 꽃길을 부탁해'라는 제목으로 시민토론을 진행했다. 김제동 사회로
진행된 본 행사는 특권과 권력남용, 주권자의 권리 구조 등이 토론된 것으로 알려졌다. 장충체육관에는 시민 1,300여명이
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