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법연수원 제42기 김지예, 김태진, 김윤연 연수생 3명은 2011. 12. 19일부터 12. 23까지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부지소(소장 유병선) 청소년의 집에서 위기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봉사활동을 전개했다.
봉사활동에 참여한 연수생들은 첫째날에는 청소년의 집 가족들과 함께 자기소개를 하며 집단 상담을 실시하였고, 둘째 날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영화관을 찾아가 영화관람을 하였으며, 셋째날에는 허그샴을 방문하여 허그샵의 물품들을 정리하고 판매함은 물론, 허그샵에서 일하고 있는 청소년들과 이야기를 나누며 격려하였다.
넷째날에는 청소년들과 함께 도서관을 방문하여 도서관 이용방법과 독서방법 등에 대해 설명해주고 청소년들과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하루를 보냈다.
마지막 날에는 청소년의 집에서 청소년들을 상담하고 위기 청소년 자작 창작연극 잘먹겠습니다 공연을 시청하며 청소년들의 잠재된 가능성을 확인하는 시간을 가졌다.
이하는 연수생들이 봉사활동을 마치며 남긴 소감문
봉사활동! 나에겐 배움의 기회.....
사법연수생 김 지 예
일주일간 청소년의 집에서 아이들과 어울려 생활하면서, 우리가 그들에게 해 준 것보다도 그들로부터 더 많은 것을 배웠다고 생각한다.
대학에서 법학을 전공하고, 사법시험 준비를 하고, 사법연수원에 입소해서 연수원 과정을 밟는 동안 내가 배운 것은 ‘법을 적용’하는 일이었음에도, 그 법을 적용하는 대상이 ‘사람’이라는 사실에 대해서는 거의 무관심하다시피 했다.
청소년의 집에 머무는 아이들은 저마다의 사정으로 인해 사회가 마련해 놓은 법의 테두리를 벗어났다가 역시 그에 대해 사회가 마련해 놓은 제재를 받아 본 경험이 있는 아이들이다. 이들의 죄명은 절도, 사기, 강도, 성폭행 등 다양하지만 그들의 성장 배경은 약속이나 한 듯 유사한 점들이 많다.
부모의 무관심, 어려운 가정형편, 고아이거나 편부모 슬하의 가정, 부모님과의 갈등, 아버지의 가정폭력 등. 어찌 보면 마치 그들의 성장환경과 사회질서로부터의 일탈 사이에 어떠한 공식이라도 존재하는 것처럼 느껴지기까지 한다. 그렇다면 그들의 성장환경이 그들의 잘못이 아닌 것처럼, 그들의 일탈 역시 온전히 그들만의 잘못뿐인 것은 아니지 않을까.
내가 유년기에 너무나 당연하게 누릴 수 있었던 그 모든 것들이 이들에게는 너무나 드문, 그래서 갈구하게 되는, 갈구하다가 어느 순간은 지쳐서 포기해 버리게 되고 마는, 요원한 어떤 것임을 알게 되었다. 부모님의 관심, 따뜻한 옷, 나 혼자만의 책상, 언제든 부모님을 졸라 영화를 보고, 고기를 먹고, 조금씩 모아둔 용돈으로 내가 갖고 싶은 것을 사는, 그런 작은 행복들조차 그 누군가에게는 쉽지 않은 것들이었음을 피부로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어린 시절, 피아니스트가 되고 싶었고, 고고학자가 되고 싶었고, 외교관이 되고 싶었고, 그림 상인이 되고 싶었다. 현실 감각을 잃은 채 무엇이든 될 수 있다는 믿음을 가지고 마음껏 꿈을 꾸는 특권을 가질 수 있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 정말 찰나의 순간에 지나지 않는다. 그런데 여기 있는 아이들은 모두 그 순간을 누릴 권리를 박탈당해 버린 느낌이었다.
이곳 아이들은 지극히 현실적이고, 어른스럽다. 사회적 약자이지만 또래 아이들과 계급장을 떼고 맞붙는다면 훨씬 더 강하고, 똑똑하다. 이런 아이들이 타고난 가정환경과 자신들이 저지른 잘못의 대가로 인해 평생 무거운 짐을 진 채 살아가야 한다는 현실은 어딘가 너무 불공평해 보인다.
그 짐을 지운 것은 어른들과, 그 어른들이 만든 사회이니, 그것을 조금 더 가볍게 만들어 주어야 할 책임도 어른들에게 있어야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사회는 어떠한가. 사람들은 소년원 출신자들이 모여 사는 주택이 동네에 있다는 사실을 숨기고 싶어 하고, 그 누구도 쉽게 이들에게 일자리를 주려 하지 않으며, 나는 봉사활동을 하러 처음 이곳에 방문할 때까지만 해도 혹시 위험하지는 않을까 걱정했었다.
청소년의 집은 전국에 불과 세 곳에 불과하고, 각종 단체에서 만든 그와 유사한 시설들을 다 합하더라도, 범죄 청소년들의 1%도 수용할 수 없으며, 이들에게 배정된 하루 식사비는 3400원 정도에 불과하다. 다른 복지시설, 이를테면 장애인시설이나 노인시설처럼 다른 곳에서 후원금을 모집하기에도 어려움이 따른다. 왜냐하면 이들은, ‘불쌍한 자’들이 아니라, ‘벌 받는 자’들이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새로운 기회를 주고, 꿈꿀 수 있게 만들어 주는 것은 우리사회가 가장 주목해야 할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이들은 사회의 룰을 어겼지만, 파괴자이기 이전에 우리 사회로부터의 피해자이며, 동시에 다음 세대의 주역이기 때문이다.
한국법무보호복지공단 서부지소를 다녀와서...
사법연수원생 김 태 진
처음에 이학기 시험은 치른 직후에 법률봉사활동을 해야 한다는 말을 듣고는 몸도 마음도 지친 상태에서 내가 과연 의미 있는 봉사활동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내가 가진 짧은 법률지식으로써 봉사를 할 수 있을까 하는 마음에 걱정이 앞섰습니다.
또 친구의 소개로 가게 된 기관이 소년원 출신의 아이들의 선도를 담당하는 라는 사실을 알고는 아이들이 짓궂고 억세서 내가 통제할 수 있을까 하는 불안한 마음과 이 아이들에게서 이전에는 내가 알지 못했던 새로운 것들을 알 수 있는 좋은 기회가 되지 않을까하는 기대하는 마음으로 그 곳에 가게 되었습니다.
아이들은 적게는 15살에서부터 많게는 21살까지이고 대부분 소년원에서 나와 학교나 가정에서는 정상적인 생활이 어려워서 그 곳에서 숙식을 해결하고 검정고시나 취업을 준비하고 있었고 일반 가정집과 동일한 구조의 이층집에서 17명이 같이 생활하고 있었습니다. 17명이 생활하기에는 턱없이 비좁고 열악한 환경이 아닌가라는 생각을 하기도 이전에 이 아이들은 그나마도 운이 좋게 기관의 도움을 받아서 생활을 하고 있지만 도움의 손길이 전혀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 있는 아이들이 그보다 훨씬 많다는 소장님의 말씀을 듣고 현실은 얼마나 열악한지 한숨을 짓게 되었습니다. 또 소년법에 의해서 처벌을 받은 전력으로 인해 전혀 불이익을 받지 않는다고는 하지만 스스로 받은 상처나 주위의 시선 때문에 그 상처가 쉽게 아물지는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기관에 도착한 첫날 아이들과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하고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는데 예상과는 달리 아이들은 너무나 천진난만하고 장난기가 넘치는 보통의 또래아이들과는 다를 바가 전혀 없는 것이었습니다.
다들 사촌 동생같고 미팅에 나가면 인기도 많을 것 같은 평범하기에 그지 없는 아이들인데 어쩌다가 범죄를 저지르게 되었을까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봉사활동을 시작한지 일주일도 안 되었지만 계속 따라다니면서 장난치던 다빈이, 검정고시를 꼭 합격하고 싶다며 공부를 가르쳐 달라고 하던 호진이, 현관까지 나와서 인사를 하며 아쉬워 하던 한샘이와 가람이 아직도 아이들 얼굴이 아른거립니다.
사법연수원에서 일년동안 생활하면서 합격해도 행복하지 않다며 투덜대고 스스로 한 없이 불행하다고 생각했던 내 모습과 겹쳐지면서 그 동안 나는 너무나도 작은 나만의 세상에 갇혀서 스스로 불행하게 살고 있었던 것은 아니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사법연수원을 수료하고 나면 내가 어떤 직역에서 무슨 일을 하게 될지는 아직 모르지만 아이들을 먼저 만나서 아이들이 어떤 아픔을 겪고 어떻게 생활하는지 알게 되어서 법은 결국 사람위에 서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었고 어떠한 직역에 있든 사람을 소중히 생각할 줄 아는 따뜻한 법조인이 되어야 하겠다고 다짐했습니다.
봉사활동을 마치며......
사법연수생 김 윤 연
어느덧 마지막 날이네요.
처음 이 친구들을 만나러 오던 아침이 기억납니다. 조금은 긴장되고 조금은 설레였던.
제가 모르는 아픔을 겪은 친구들과 잘 지낼 수 있을까 걱정도 했습니다.
하지만 함께 웃고 떠들며 지나온 나흘 동안, 그들은 여느 또래와 마찬가지로 영락없는 개구쟁이였습니다. 처음 보는 저에게 다가와 말을 걸고 반갑게 맞아주는 녀석들을 보면서 제가 얼마나 터무니없는 걱정을 했는지도 알게 되었죠.
하나하나 친동생 같은 그 녀석들에게 제가 앞으로 어떤 일을 해줄 수 있는지 아직은 잘 모르겠습니다. 그래서 지금 이 순간에는 적어도 너희들의 이야기를 귀담아 듣고 있는 한 사람이 있다는 사실을 알려주고자 했습니다. 그 자그마한 사실이 녀석들의 마음 한구석을 조금이나마 따뜻하게 해주기를 기도했습니다. 같이 영화를 보고 책을 읽고 대화를 하면서 제가 그들에게 느꼈던 정겨움을 녀석들도 느꼈으리라 생각합니다.
소장님 말씀대로 우리 사회가 이 친구들을 안고 나가려면 지금보다 많은 변화가 있어야 합니다. 하다못해 인터넷 댓글만 보아도 청소년범죄에 있어선 그 무엇보다 날카로운 잣대를 들이대는 것이 우리 국민들의 법감정이니까요. 저도 여기 오기까지는 그들과 비슷한 생각을 했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그 녀석들 눈, 그 진심을 만나면서 저도 제 친구들도 생각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이 작은 변화들이 모여 우리 사회가 그들을 바라보는 눈길이 조금씩 따뜻해지는 것이겠죠.
이 친구들도 하나같이 꿈이 있습니다. 어찌보면 그 나이 때의 저보다 더 명확하고 분명하게 꿈을 그리고 있었어요. 그 꿈들을 하나하나 이뤄나가면서 지나온 아픔보다 더 큰 행복을 느끼길 진심으로 바랍니다. 앞으로도 이 친구들이 겪을 어려움은 어쩌면 지나온 세월만큼이나 무거울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렇지만 도전하고 실패하고, 다시 도전하면서 인내하고 성취해나가는 길을 통해 결국은 저 밤하늘에 떠 있는 수많은 별들처럼 우리 사회를 환하게 비추어주리라 믿고 있습니다. 짧지만 소중했던 일주일 간 그들을 보면서 느낀 제 마음입니다.
저는 다시 제 자리로 돌아갑니다. 법을 공부하는 사람으로서 지난 일주일간 정말 많은 것을 보고 느끼고 배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