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 죽머리의 견실함
온깍지궁사회 현곡(顯鵠)
원문 : 죽머리(肩髆)는 밧투(바짝, 가까이) 붙어서 턱과 가까운 것이 합당하니 멀리 붙게 되면 죽이 공걸이어서 헤집거나 죽이 쓰러져서 홱 돌아가기 쉬울지니 이러한 죽에는 앞을 반반히 밀어두고 뒤를 연삽하게 내어야 적합할지니라. 밧투 붙은 죽에 중구미가 엎히기는 하여도 늘어진 경우에는 깍지손을 다다히(충분히) 높이 끌어서 만족히 잡아당겨야 법에 적합하나니라.
‘조선의 궁술’ 이곳저곳 찬찬히 살펴보면 그 분들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줌손 죽을 판별하는 몇 가지 요소가 파악됩니다. 그 첫째는 ‘죽머리가 가까이 붙어 있는가’하는 것입니다. 둘째는 ‘죽머리가 늘어지지 않아야한다’는 것이고, 셋째는 ‘앞이 둥글어야한다’는 것입니다.
‘죽머리가 늘어졌다’는 것은 깍지손은 당기지 못하고 줌손만 잔뜩 밀어낼 때 생기는 현상으로, 과녁 쪽으로 죽이 빠져나갔다는 것으로 이해합니다. 그리고 ‘죽머리가 멀리 붙었다’는 것은 과녁을 마주보고 선 사람이 죽을 엎지 못할 때 생기는 현상으로, 죽머리가 짜여서 몸에 가까이 붙지 않은 상태라고 이해합니다. 또 ‘앞이 둥글다’는 것은 과녁을 보고 마주선 사람만이 만들 수 있는 자세인데, 만작했을 때 줌손 쪽 죽머리와 활의 시위 사이에 충분히 빈 공간이 만들어지는 상태라고 이해됩니다.
첫째 요소를 살펴봅니다. 만약 죽머리가 가까이 붙어있지 않으면 죽이 ‘공(空)걸이’가 됩니다. 즉, 줌팔로 전해오는 힘이 제대로 몸으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힘이 ‘걸릴 데’가 없습니다. 그래서 발시 후에 줌손이 과녁을 향하지 못하고 ‘헤집습니다(잘못 짚습니다). 줌팔이 홱 돌아갑니다.
돌이켜보면 제가 활 배우기 시작할 무렵, 등 뒤 견갑골 아래가 아프고 사혈침과 부항으로 뽑으면 시커먼 피가 끈적이며 나왔는데, 그 이유가 바로 이 첫 번째 요소 ‘죽머리가 가까이 붙어 있는가’에서 어긋났기 때문이었습니다. 저는 당시에 중구미(팔꿈치)를 엎지 못하고 붕어죽(팔의 허연 부분이 하늘을 향함)으로 활을 쏘았습니다. 이렇게 붕어죽으로 쏘면 죽머리(어깨)가 몸에서 멀리 붙기 쉽습니다. 그래서 힘이 제대로 ‘빗장뼈’로 전달되지 못합니다. 그러니 어깨 주변의 근육만 고생을 합니다.
죽머리를 가까이 붙이는 요령은 중구미와 함께 짜서 몸 가까이 붙이는 것입니다. 활터의 기둥을 과녁 삼아 마주보고 서서, 어깨를 차분히 가라앉힌 상태로 중구미와 어깨를 엎으며 몸 쪽으로 붙이면 뼈들이 제대로 정렬을 하게 됩니다. 이런 상태로 기둥을 밀면 어깨가 조금도 뒤로 물러나지 않습니다. 힘이 어깨와 빗장뼈(쇄골)를 통해서 척추로 제대로 전달됩니다. 만약 죽머리가 짜이지 않아서 멀리 붙게 되면 기둥을 밀 때 어깨로만 힘을 받게 되며 힘을 감당하지 못하니 어깨가 뒤로 물러나서 등 뒤의 견갑골이 들뜨게 됩니다.
요즈음 양궁 자세처럼 몸을 오른쪽으로 틀어서 과녁을 비껴선 사람은 이 죽머리를 몸 가까이 붙이는 동작을 이해하기가 어려운데, 그것은 그 자세에서는 중구미와 죽머리와 가슴이 거의 일직선이어서 이렇게 줌팔을 엎지 않아도 힘이 빗장뼈로 전달되기 때문입니다.
둘째 ‘죽머리가 늘어지지 않는’ 자세를 살펴봅니다. 뒷손을 충분히 당기지 못하면 앞손만 많이 밀려나가게 됩니다. 이런 상태에서는 만작 상태를 차분히 견딜 수 없다든가, 퇴촉을 피하지 못한다든가 등 여러 가지 병증이 나옵니다. 발시 순간에 앞뒷손이 균형을 이루지 못하고 앞손으로만 활을 밀어쏘아서 ‘조선의 궁술’에서 설명하는 것처럼 ‘앞이 빨거나(빠져나가거나) 쪽활(한 쪽으로만 쏘는 활)이 되기’ 쉽습니다. 이렇게 한 쪽으로 치우친 상태로 활을 쏘아서는 혹시 살이 과녁에 맞아도 몸 가운데에 균형이 절로 맞아 편안해지고 몸의 중심에서 활쏘기가 이루어지는 세계로 들어갈 수가 없습니다.
셋째 ‘앞이 둥글다’는 것은 위의 두 가지와 더불어 앞죽을 충실히 하는 방법입니다. 두 번째 요소 ‘죽머리가 늘어지지 않는 것’은 죽이 과녁 쪽으로 빠져나가지 말 것을 경계하였는데, 이 세 번째 ‘앞이 둥글다’는 것은 죽머리와 가슴이 만드는 각도와 관련이 있습니다. 즉 죽머리와 가슴 사이에 적당한 각이 생겨야한다는 것입니다. 전하는 말로 ‘큰 나무를 끌어안듯이’라든가, ‘짚단 한 단이 들어가야 한다’는 표현 등은 이것과 비슷한 표현입니다. 둥글다고 해서 줌팔을 펴지 말고 어정쩡하게 하라는 뜻은 아닙니다. 다만 몸과 줌팔 사이의 적당한 각도에 관한 것입니다. 과녁을 향해 서서 중구미를 엎으면서 밀어내면 자연스럽게 이루어집니다.
왜 ‘앞을 둥글게’하는가를 묻는 것은 왜 과녁을 마주서서 쏘는가라고 묻는 것과 같습니다. 그 답은 오로지 몸으로 체득한 사람만이 분명히 압니다. 앞이 둥글어야 등힘을 제대로 쓸 수 있습니다. 앞이 둥글어야 줌손을 밀어도 과녁을 향해 밀립니다. 앞이 둥글어야 의식적인 발시 동작 이후에 이어지는 무의식적인 줌손 동작마저도 과녁을 향합니다. 앞이 둥글어야 온몸의 균형이 쉽게 이루어집니다.
이상의 여러 가지가 이루어져 죽머리가 가까이 붙고, 늘어지지 않으며, 앞이 둥글면 발시 순간에 과녁을 향해 ‘줌이 오똑 서게’됩니다.
힘을 다해 활을 쏘았는데 줌손이 과녁을 향한다면 당연히 살은 과녁을 향합니다.
첫댓글 섬세하면서도 종합적입니다. 한가지를 볼때는 판단이 서질 않다가 결합을 시켜보니 한가지 한가지가 분명해 집니다. 대단한'조선의 궁술'이지만 해석도 훌륭하십니다.
잘 표현되었지만 보시는 다른 분들에게 행여 오해가 있을까봐 사족을 붙이자면..조선의 궁술에서 나오는 "짠다"는 표현은 "빨래를 짜듯이 사물을 비틀어서 만드는행위"가 아니라 "새로운 판을 짠다"에서와 같은 "조직하거나 만드는" 의미입니다.
예, 중구미를 엎을때 죽머리도 살짝 엎히면서 몸 가까이 바짝 붙는 것을 표현할 다른 말을 찾다가 '짠다'는 표현을 쓰게 되었습니다. 결국 '밧투 붙는다'를 표현한 것으로 이해해주시면 되겠습니다.
온깍지 사법에서 "앞죽이 둥글다"는 형태는 "들어올리기"가 완성된 형태로 표현 되고 있습니다. 조선의 궁술에서의 앞이 둥글다는 형태는 문맥상 만작상태 또는 그와 유사하게 활을 당기는 과정의 형태로 표현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들어 올리기의 완성된 형태로 앞이 둥근것은 머릿속에 그림이 그려지는데 , 활을 당기는 과정에서 앞이 둥근 것은 도데체 어떤 형태 입니까? 그림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어느 부분인지 구체적인 문장을 옮겨 적어 말씀해주시겠습니까?
온깍지 사법의 5) 들어올리기 中 (다 들어올린 상태에서는 앞손과 뒷손이 동그랗게 원을 그리고 있어야 한다. 그 상태에서 깍지손을 끄는 동작이 시작된다. 이른바 '앞죽이 둥글다'는 것은 이것을 가리킨다. 이렇게 하면 가슴과 팔 안에 큰 나무가 들어있는 듯한 모양이다. 이것이 '큰 나무를 끌어안듯이 한' 모양이라는 것이다. )와 현곡 접장님 께서 말씀하신 (셋째 ‘앞이 둥글다’는 것은 위의 두 가지와 더불어 앞죽을 충실히 하는 방법입니다. ) 부분입니다.
온깍지홈페이지의 글들은 제가 서술한 것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말씀드리자면, 그곳의 설명처럼 활을 들어올린 자세가 둥글면 저절로 만작상태도 둥글게 됩니다. 위 글에서 설명한 것과 같이 빨다는 말은 앞죽이 잔뜩 빠져나가서 왼쪽 가슴과 시위 사이에 여유 공간이 없는 것을 가리킵니다. 앞죽이 둥글다는 말은 앞죽이 빨다의 반대말입니다. 빨다는 뾰족하다는 형용사입니다. 애초에 과녁을 비껴서서 당기는 사람은 이해할 수 없는 부분입니다.
명쾌한 설명 감사합니다.
가능하다면 그림으로 설명되면 참~~~ 조켔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