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과 마주침
지난 가을, 길을 걷다가 쓰레기통 옆에 버려진 책 한 권을 주워 왔습니다. 법정 스님의 산문과 법문들 중에서 가려뽑은 글들을 모은 책입니다. 제가 쓰는 안골편지보다 훨씬 짧고 간단한 글들인데 책장을 넘길 때마다 진한 향기와 감동이 묻어납니다.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처럼 아껴서 조금씩 읽고 있습니다. 그중에 한 토막 드려볼까 합니다.
“친구 사이의 만남에는 서로 영혼의 울림을 주고 받을 수 있어야 한다. 너무 자주 만나게 되면 어느쪽이나 그 무게를 축적할 시간적인 여유가 없다. 진정한 만남은 상호간의 눈뜸이다. 영혼의 진동이 없으면 그것은 만남이 아니라 한 때의 마주침이다. 영혼의 울림이 없으면 만나도 만난 것이 아니다.”
하물며 친구끼리도 그럴진대 하나님을 만나고 예배한다고 하는 것은 더 말할 것이 없다는 생각에 부끄럽다는 생각이 밀물처럼 들어왔습니다. 만나는 것이 아니라 마주치거나 스치고 지나간 것은 아니었는가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그러면서 법정 스님이 생전에 김재준 · 조향록 목사와 함석헌 · 장준하 선생들과 함께 교분을 쌓고 만남을 가졌을 때 어땠을까 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진동과 울림이 전해오는 것 같기도 하고요.
사순절을 어떻게 지내고들 계신지요. 스님의 글을 묵상하면서 떠오르는 찬송가 가사 한 줄입니다. “때로 그 일로 나는 떨려 떨려 떨려 거기 너 있었는가 그때에” 여러분들도 익히 잘 아는 찬송입니다. ‘거기 너 있었는가’(147장)이지요. 주님께서 십자가에 달리실 때 그 일로 떨린다는 가사입니다.
주님의 십자가는 지금, 여기에서, 나를 위해 지신 것 아니겠습니까! 저나 여러분이나 이 사순절에 ‘울림’과 ‘진동’과 ‘떨림’과 ‘만남’이 있었으면 합니다. 그러시길 빕니다.
첫댓글 ㅎㅎ 아름다운 마무리 라는 책속의 한 구절 맞지요 ..
저도 좋아하는 구절이예요
'울림' '떨림' '진동' '만남'
남은 사순절 동안 간직하고 싶습니다.
귀한 깨우침 주셔서 고맙습니다.
사순절이 지나고
부활도 지나고
봄도 지나고 있어요
나무의자님 잘 계시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