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문학광장 권용태호 출범하다
-이성이(시인)
서울문학광장 권용태 이사장 취임식과 창립기념문학축전은 문학과 예술이 함께 어우러진 한바탕 축제의 날이었다. 커다란 행사장을 축하객이 꽉 메우고도 자리가 모자라 창가에 서 있는 사람도 다수 있었다.
이번 행사는 12월 18일 오후 2시 문학의 집ㆍ서울 산림문학관 중앙홀에서 열렸다. 고은주 소설가가 사회를 보고 강남앙상블 (바이올린 이은숙·비올라 이정훈·첼로 임은열)의 연주로 현악기 트리오가 어우러진 '비발디의 겨울', '비제의 하바네라', 모짜르트 '디베르티멘토'의 선율이 흐르는 속에 시작되었다.
본 행사에는 104세 김형석 교수, 정대철 헌정회 회장, 이시형 의학박사 겸 세로토닌 문화원 원장, 강지원 변호사, 김영란 대법관ㆍ국민권익위원장, 장사익 음악가, 김현 변호사협회장, 김동호 부산국제영화제 명예 이사장, 한명희 비목 작사가, 이기우 인천재능대 총장ㆍ교육부 차관, 정상문 노무현 대통령 총무비서관, 이경동 전한국문화원 연합회 회장, 손화자 강남문화원 원장 등이 참석하여 자리를 빛내 주었고, 문단 인사는 이근배 시인 전 대한민국 예술원 원장, 김호운 한국문인협회 이사장, 양왕용 한국현대시인협회 이사장, 이혜선 여성문인회 회장, 이광복 한국문인협회 명예회장, 최원현 한국수필가 협회 이사장 등이 소개되어 쟁쟁한 문화예술계 인사들이 대거 참석했다.
행사의 포문을 열 듯 이근배 전 대한민국예술원 원장이 직접 자작 축시 <한글 나라 높이 올릴 빛기둥을 세웠어라>를 우렁차게 낭독했다.
'한글이여, 한글 나라여, 한글 겨례여, 이 서울문학광장의 일꾼이 되소서‘로 끝맺는 축시는 큰 힘을 실어 주었다.
축사를 한 정대철 대한민국헌정회 회장은 “서울문학광장이 서울시를 문학이 흐르는 품격 있는 도시로 만들고 전국을 대상으로 문인과 일반인이 함께하겠다는 설립 취지는 대단히 의미 있는 일”이라며 칭송했다. 덧붙여 본인이 권용태 이사장을 신뢰하는 세 가지 이유로, “첫째 그는 항상 정의롭고, 둘째 소외된 이들의 권익을 위해 애쓰고, 셋째 무엇보다 그에게서는 사람 냄새가 난다.”라고 말했다. 이에 모두 공감하며 고개를 끄떡이는 분위기였다.
이어, 명사가 들려주는 ‘나의 애송시’ 낭독이 있었다. 김형석 교수가 중학교 선배인 윤동주의 <서시>를 낭송했다. 권용태 이사장과의 인연을 묻는 사회자 질의에는 “1997년 1월 23일 안병욱 김태길과 국회보 신춘 좌담 때 만난 것이 인연이 되었다.”라고 하시며, “앞으로 5년 더 활동이 허락된다면 시는 아름다운 영혼이 담기는 인생의 얘기라고 생각하기에, 음악을 들으면서 나도 내 인생 얘기를 시로 남기고 떠나면 좋겠다”라고 하셨다. 재치 있는 말씀과 활기찬 걸음걸이가 행사장 분위기를 한껏 고조시켰다.
김현 전 변호사협회장은 부친 김규동 시인이 김기림 시인에 사사받기 위해 서울에 왔다 전쟁으로 가족과 소식이 끊긴 안타까움을 담은 <느릅나무에게>를 낭독하여 듣는 이들의 가슴을 적셨다.
심금을 울리는 이시형 박사의 김소월의 시 진달래꽃 낭송을 듣자니, 마치 우리들의 건강 파수꾼을 만난 듯 세로토닌이 팍팍 전달되는 듯하였다.
김종규 삼성출판박물관장은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직접 족자에 써 온 것을 전달했으며, 강지원 변호사는 권용태 이사장의 시 <세종의 노래>를 낭독했다.
문인들의 문학작품 낭독이 이어졌다. 권갑하 시조 시인 <연을 띄우다-발해를 찾아서>, 지연희 수필가 <인연>, 김선주 소설가 <함성>, 김미희 동화작가 <뿔난 감자>, 최원현 수필가 <감자꽃 향기>, 최금녀 시인 <흰 종이 앞에 멈추다> 가 연이어 낭독되었다.
<뿔난 감자>는 마치 나도 아이가 된 듯이 다가왔고 <감자꽃 향기>는 짝을 만난듯이 화음을 이뤘다.
국악인 양슬기는 고운 한복을 입고 나와 <정선 아리랑>을 멋들어지게 불러 관객의 환호를 받았다. 연이어 <배 띄워라>를 개사하여 '권용태 건너갑니다' '배 띄워라, 권용태를 띄워라' 라며 극을 하듯이 노래해 좌중을 흥겹게 만들었다. 국악의 대가로 유명한 장사익 음악가는 꽃다발 대신에 입만 가져왔다는 위트있는 멘트로 분위기를 띄운 뒤 마종기의 <우화의 강> 시에 곡을 붙여 잔잔하게 시냇물 흐르듯이 노래하였다.
성악가 테너 박장식의 오 솔레미오(O Sole Mio)는 반주 없이도 우렁찬 성량으로 좌중을 압도하였다.
가수 정연순은 <별빛같은 나의 사랑아>와 <서울찬가>는 가사를 별도 프린트하여 참석자와 모두 함께 불렀다. 추혜경 한뫼국악무용단 단장은 태평무를 선보였다.
마지막으로 서울문학광장의 권용태 이사장이 무대에 등장하여 마이크를 잡았다.
“100세 청년, 최고의 지성 김형석 교수가 와주시어 앉아 계신 것만으로도 행복한 시간이었다”라며 말문을 뗀 권용태 이사장은, 그간의 문학 인생의 소회를 밝혔다. “1955년 대학에 진학할 때 부산진역에 배웅을 나오신 어머니가 기차가 떠나는 순간까지도 ‘용태야 판사 검사해야지 절대로 시인이 되면 안 된다’고 당부했는데, 그 말씀을 물리치고 오늘날 시인이 되고 말았다.”라는 대목에서는 목이 멘 듯했다. 그러나 “시인은 필생의 사업으로 정년이 없는 것이다. 세상이 어지럽고 삭막할수록 시인에게 길을 물어야 한다”라고 일갈하며 “문학을 하는 우리는 그 길을 말 할 수 있도록 분발해야 한다”라며 마무리했다.
권용태 이사장은 새로 개편한 문학광장이라는 의미를 십분 살려 비단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 누구라도 문학예술 활동을 통해 국가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초석을 만들어 갈 것으로 믿는다.
강남문화원
문화강남에 실린 내용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