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뚝이의 염소 /나가사키 겐노스케 글/김호민 그림/ 양미화 옮김
'맑은 물 골'은 초등학교 5학년 겐의 시선으로 보는 시골의 작은 마을이다. 하지만 다른 마을 아이들은 '돼지 마을'이라고 부른다. 왜냐하면 이 마을에는 도살장이 있고, 돼지 우리도 많아서 냄새가 나기 때문이다. 그리고 겐의 시선으로 아름다운 연못, 작은 섬, 빨간 동백꽃, 지저귀는 작은 새 등을 나열한다. 서정적인 시골 풍경이 물씬 풍기는 단어들이다. 하지만 아름다운 연못은 '돼지 연못'으로 도살장 바로 밑에 있어서 더럽고 쓰레기가 가득한 시궁창일 뿐이고, 작은 섬은 아이 열 명 정도가 올라서기도 벅찬 좁은 공간이다. 또한. 섬에 한 그루 있는 동백나무는 워낙 작아서 꽃 몇 송이밖에 피지 않는다. 그리고 겐은 좋은 터 산에 오르면 후지 산도 보인다고 했지만, 사실 좋은 터 산은 높은 산이 아니다. 더 낮은 곳에서도 후지산은 보인다. 도살장이 있는 곳, 돼지 우리가 많은 곳, 용리용 쇠기름을 만들거나 돼지기름을 만드는 곳, 소와 돼지 똥을 모아 비료를 만드는 곳, 이 마을 사람들이 살아가는 터전이다.
이 이야기는 일본이 중일전쟁을 일으킨 이듬해를 배경으로 한다. 주인공 절뚝이의 이름은 히코타, 절뚝이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절뚝이네 가족은 도살장 전무의 도움으로 살아간다. 하지만 히데키치(김상)이 군대에 가면서 선물로 준 염소는 오롯이 절뚝이의 것이다. 그리고 코우, 겐, 가메는 연못에서 <보물섬> 해적놀이를 하는데, 전무의 아들인 도요히사 무리와 연못 쟁탈전을 벌이게 된다. 이것은 도요히사 무리 중 다이스케네 식당에서 돼지에게 먹일 음식을 수거하던 절뚝이가 놀림을 당해도 대적하지 못하고 굽실거리는 것을 코우, 겐, 가메가 목격하고, 연못 작은 섬에 적군의 상륙을 허락했기 때문이다. 이 부분에서 자본주의 사회에서 아이들은 부모의 사회적 위치에 따라 은연중에 차별을 받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순수하게 어울려 노는 것 같아도 그 속에 돈과 권력를 가진 자들의 힘의 논리가 작용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리고 글의 내용에서 하층민 아이들의 우상 히데키치(김상)을 통해 일제 강점기에 우리 민족의 수난을 엿볼 수 있다. 조선에서 일제의 강탈과 인권 유린에 못 이겨 해외로 떠돌았지만, 그곳에서도 뿌리 내리기 힘들었던 조선 사람들의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일본 사람으로 인정하지 않는 사회분위기 속에서, 일본 사람이 되기 위해 히데키치는 군대에 자원입대를 한다. 하지만 군대에서도 차별은 존재했고, 결국 탈영해서 절뚝이의 도움으로 잡히지 않는다. 절뚝이는 마을에서 놀림 당하고 굽실거리며 살았지만, 히데키치(김상)은 절뚝이에게 마음의 구심점이었다. 절뚝이네 형제들과 목욕도 하고 숙제도 봐 주고 동네 아이들에게 친구와 같은 존재였다.
중일전쟁이 길어지면서 일본의 막바지 수탈정책과 인권 유린에 조선 사람 뿐만 아니라 자국의 국민들도 힘든 삶을 살게 했던 전쟁의 의미를 생각하게 된다. 그리고 전쟁이 남긴 상처와 고통은 누구의 몫인지, 어른들은 어린이들에게 무엇을 가르쳐야 하는지, 역사 공부의 중요성까지 생각이 깊어진다.
동심의 보물섬이 존재했던 ‘돼지 연못’은 군수물자 공장으로 바뀌었고, 철저하게 일본 사람이 되고자 했던 히데키치(김상)의 아버지와 어머니는 조선으로 돌아갔다. 일제의 수탈로 청춘을 잃어야했던 조선 청년들을 대변하는 인물 히데키치는 어떻게 되었을까?
'소년이 온다.' / 글쓴이 한강 / 출판사 창비
'고산자' / 글쓴이 박범신/ 출판사 문학동네
'절뚝이의 염소' /나가사키 겐노스케 글/김호민 그림/ 양미화 옮김